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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조코비치와 페더러의 윔블던 결승전



정말로 명승부였다. 

월드컵 때문에 많이 묻혀버렸지만 페더라와 조코비치가 맞붙은 올해의 윔블던 결승전은 나달에게 세계 1위 자리를 내주었던 조코비치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테니스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로 인정받고 있는 33살의 페더라가 승리했으면 윔블던 최다 우승의 신기록을 달성할 수 있었다. 

페더라와 함께 역대 최고의 선수로 평가받는 샘프라스의 우승기록을 넘어 새로운 신천지를 열 수 있는 거의 마지막 기회를 페더러는 놓쳤다.



재미있는 사실은 우승한 조코비치의 코치가 윔블던 역사에서 페더러와 샘프라스와 거의 동급에 자리하고 있는 보리스 베커라는사실이다. 

독일 출신의 베커는 샘프라스와 함께 강한 서브와 뛰어난 발리로 공격적인 테니스의 대명사로 탁월한 스트로크 플레이어인 조코비치와는 플레이 스타일이 다르다.

이런 면에서 볼 때 코치로 베커를 영입한 조코비치의 선택은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었다 할 수 있다. 

조코비치가 페더러에 버금가는 선수로 성장하려면 페더러는 물론 숙명의 라이벌이자 클레이코드의 황제인 라파엘 나달을 넘어서야 한다.

비록 올해의 프랑스오픈에서 나달에게 우승트로피를 넘겨줘야 했지만, 윔블던에서는 페더러를 꺾고 정상에 오를 수 있었다. 

만일 내년도 프랑스오픈에서 조코비치가 우승한다면 베커를 코치로 영입한 것이 탁월한 선택이었다는 사실이 입증될 수 있다. 


                                                                    연합뉴스에서 인용


반면에 역대 최고의 선수로서 코치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던 페더러는 전성기 시절로 돌아갈 수 없겠지만, 그랜드슬램 대회에서 다시 한 번 우승할 수 있기 위해 코드의 신사였던 스테판 에드버리를 코치로 영입했다. 

서브 앤 발리가 대세였던 시절에 에드버리는 올라운드 플레이어로 유명했다. 

그를 코치로 영입한 페더러의 선택도 상당한 결실로 이어졌다. 

윔블던 결승에서 조코비치의 벽에 막혀 분루를 삼켜야 했지만, 5세트까지 승부를 끌고갈 수 있었던 것은 에드베리의 영입이 유

효했음을 입증한다. 



필자는 사실 베커의 광팬이었고, 에드베리의 열렬한 팬이었다.

두 사람의 플레이는 여러 면에서 달랐지만, 한 시대를 풍미한 테니스 달인이었다는 점에서 페더러와 조코비치의 결승전을 보는또 다른 재미를 선사했다. 

페더러의 우승을 기원했던 필자로서는 많은 아쉬움이 남는 경기였지만, 왕년의 두 스타를 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이번 윔블던 결승전은 많은 테니스 팬들에게 솔솔한 재미를 주었으리라 생각한다. 



시간 앞에 장사가 없다는 것이 자연의 섭리라면, 과거를 기억할 수 있다는 것은 인간의 권리이리라.      

경기도 명승부였듯이,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에는 두 코치의 모습이 겹쳐저서 더욱 재미를 배가시켰다. 

승자인 조코비치에는 박수를, 패자인 페더러에게는 수고했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노장은 죽지 않고 사라질 뿐이라면, 페더러의 부활은 시간마저 거슬러 가는 위대한 선수의 초인적인 도전을 우리에게 각인시켜주었다. 

     

 

이제 그랜드슬램대회는 US오픈만이 남았다. 

윔블던 대회를 통해 더욱 확연해진 여자테니스의 세대교체와는 달리 최강 4인의 공고함이 유지되고 있는 남자테니스의 경우, 조코비치와 페더러는 US오픈의 강력한 우승후보일 수밖에 없다.

둘이 결승전에서 다시 한 번 만난다면, 그래서 페더라가 우승한다면 윔블던에서 놓친 최다우승 신기록을 달성할 수 있다. 

US오픈의 경우에도 샘프라스가 페더러와 함께 5회에 걸친 우승기록을 갖고 있다.



어쩌면 페더러에게는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는 US오픈에서 우승해 테니스 역사에 새로운 신천지를 열 수 있었으면 한다.

물론 다른 선수를 응원하는 팬들들은 필자의 바람에 동의하지 않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