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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시

다시 일어서는 아침에(2)

 

                                              

 

 

 

다시 일어서는 아침에(2)

 

 

 

 

 

 

비가 눈발처럼 떠나가던 12월, 몇 가닥 햇살에도 서둘러질 때 지난 3년이 젖은 화장지처럼 풀어져 갔다. 세상은 44년을 내내 문밖에 있어 혈행 장애의 나는 얼굴도 볼 수 없었다. 비에라도 섞여 다가가려 하면 언제나 그만큼 흘러갔음으로 그년는 내게서 떨어진 만큼의 여신(女神)이었다.

 

 

 

다 거두어 간 들녘에 볏짚 단 쓰러지듯 피 흐르고, 내게도 외출이 허락됐을 때 그녀를 가슴에 품었던 그 한없는 뒤뚱거림. 날카롭게 인대를 잘라오는 희망 곁에서 하얗게 튕겨나던 내 어깨 위의 햇살도 한 올의 모공 속으론들 스며들려 하지 않았다.

 

 

 

하늘은 혈액을 빼 놓고도 완강히 떠 있었고 문밖에서는 늘 등을 보이는 자(者)가 바람 같았다. 주어진다면 남은 반 생(生)을 담보로 한들 내 이름 석 자로 서고 싶었다. 그 곁에 무표정의 어미와 죽음을 짊어지고라도 걷고 싶었다. 포도가 알알이 여물던 늦가을의 미열로 내 품을 떠난 그녀의 자리를 메워야 할 때도, 나는 몇 개의 낱알인들 걷고 싶었다.

 

 

 

 

가슴속으로 흐른다, 흘러서 바람이 되는 슬픔이. 한없는 가벼움으로 떠간다 신용불량의 구름이, 몇 그램의 온기가. 그래 한두 개의 꽃잎이라 한들 손끝에 봄볕을 느끼는 사십사 세가 훌훌 세월을 벗어버린 두 번째 스물이 되지 못할 것은 무엇인가. 그녀는 거기에 그대로 서있고 애초부터 등 돌려 있었다면. 삶의 뜨락 밖에선들, 그 여분의 거리에선들 시간이 그만큼 무거워져 있다면 나 또한 그만큼은 가벼워진 까닭에. 더더욱 문밖의 비라도 돼야 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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