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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대표팀에 승선하지 못한 서건창에 대한 단상



9월에 열리는 인천아시게임 야국대표팀 명단이 발표됐습니다. 이날 발표한 선수는 투수 안지만·차우찬·임창용(이상 삼성)·유원상·봉중근(이상 LG)·한현희(넥센)·김광현(SK)·이재학(NC), 양현종(KIA)·이태양(한화) 등 프로선수 10명과 아마추어 선수로 홍성무(동의대)를 뽑았습니다. 포수는 강민호(롯데)·이재원(SK), 내야수는 박병호·강정호·김민성(이상 넥센)·오재원(두산)·황재균(롯데)·김상수(삼성), 외야수에는 김현수·민병헌(이상 두산)·손아섭(롯데)·나성범(NC), 나지완(KIA)이 선발됐습니다. 



류현진과 오승환, 추신수와 이대호, 이승엽과 최정, 김태균 등이 빠진 야구대표팀은 전력 면에서 중량감이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아시안게임이 참가하는 팀들 중 대만과 일본만 넘으면 되기 때문에 이 정도의 전력으로도 우승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일본이 리그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프로선수로 이루어진 정예선수를 파견하지 않을 것이기에 대만만 넘으면 우승은 확정적입니다. 





헌데 대표팀 명단을 보며 한 가지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넥센의 2루수 서건창이 빠진 것입니다. 프로야구 2세대 홈런왕인 장종훈의 연습생 성공신화에 버금가는 인생반전을 이룬 선수가 서건창인데, 최근 3년 동안의 활약상을 놓고 봐도 현역 최고의 2루수는 서건창이라고 봐야 합니다. 야구는 다른 종목보다 통계와 확률의 의존도가 높은 스포츠입니다. 프로야구의 경우 1년에 130~140게임을 하기 때문에 선수들의 실력을 나타내는 통계와 확률의 정확도는 매우 높습니다. 



유대인으로서 영국의 총리까지 오른 벤쟈민 디즈레일리는 "거짓말에는 세 가지가 있다. 그것은 거짓말, 지독한 거짓말 그리고 통계"라고 했지만, 오랜 시간에 걸쳐 축적된 통계와 그것에 기반한 확률은 무시할 수 없는 판단의 기준을 제공합니다. 선수를 선발한 한국야구위원회(KBO) 기술위원회에서는 멀티포진션을 소화할 수 있는 선수 위주로 내야수를 선발했다고 하지만, 오재원을 빼면 붙박이 2루수는 명당에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넥센의 감독인 염경업도 서건창의 탈락을 크게 아쉬워했듯이, 서건창이 대표팀에 승선하지 못한 것은 군대를 다녀왔다는 것 말고는 설명이 불가능합니다. 한국야구위원회 기술위원회의 입장에선 프로야구의 활성화를 위해 우승을 하면 병역 혜택이 주어지는 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에 군대 미필자를 최대한 포함시키는 것은 이해하지 못할 정도는 아닙니다. 프로선수의 경우 군대에 가면 경력이 단절돼 실력이 떨어지는 위험이 있다는 것도 이해하지 못할 것은 아닙니다. 



아시안게임에 선발되지 못한 것 때문에 훨씬 큰 무대인 WBC 대표팀에 승선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으로 변명(또는 위로)을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서건창의 나이가 25세이니 지금 같은 활약상만 보여주면 대표팀 승선을 두 번씩이나 거부당하지는 않을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미래에 대해 예측할 수 있다면 이런 변명은 더욱 힘을 받을 것이고, 서건창 역시 그날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하지만 아인슈타인에 버금가는 천재 물리학자로 평가받고 있는 리처드 파인만은 미래는 절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미래라고 했습니다. 한국축구협회와 홍명보 감독이 보여준 선수 선발과 기용에 대한 트라우마도 여전히 남아 있는 상태여서 서건창의 대표팀 탈락은 대한민국 프로스포츠 역사에 좋지 않은 선례를 하나 더 추가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떨칠 수 없습니다. 



게다가 서건창은 장종훈처럼 바닥에서 시작해 최고의 자리에 오른 입지전적인 선수여서 아쉬움이 더욱 클 수밖에 없습니다. 척박한 환경에서도 미래를 향해 치고 달리며 프로선수의 꿈을 향해가고 있는 야구 꿈나무들, 특히 좋지 않은 체격조건을 가졌으며, 야구를 계속하기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는 가난한 환경의 야구 꿈나무들을 생각하면 서건창의 탈락은 많은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오늘도 맹활약을 보여준 서건창의 플레이를 보면서 아쉬움의 크기는 조금 더 커졌습니다. 서건창 선수가 대표팀 탈락의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보다 훌륭한 선수로 커갈 것을 의심하지 않지만, 원칙과 신뢰가 자꾸 무너지는 프로스포츠계를 보면서 필자만의 아쉬움을 끄적거려 봤습니다. 어쩌면 저처럼 서건창의 대표팀 탈락을 아쉬워하는 분들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면서, 다음 번 WBC 대표팀에 서건창 선수가 반드시 승선할 수 있기를 기원해 봅니다. 



서건창 선수, 건강하고 부상없이 정규시즌을 치르기를 바랍니다. 팀도 포스트시즌에 진출하기를 바라며, 가을야구에서도 변함없는 활약상과 성실한 플레이를 보여주기를 바랍니다. 포스트시즌에서 삼성의 통합 4연패를 저지하는 드라마를 펼쳐주면 더 바랄 것이 없겠구요. 다윗이 골리앗을 꺾었던 것처럼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