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했다. 어떤 팀과도 계약하지 못해 처참하게 실패한 첫 번째 도전에도 불구하고 최고의 무대에서 단 한 경기라도 뛰고 말겠다는 일념으로 마이너리그 계약마저 받아들였던 황재균이, 두 번째 도전마저 참담한 실패로 끝날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극적으로 부활했다. 황재균이 옵트아웃을 선언한 것은 트리플A에서의 활약에도 불구하고 메이저리그로 콜업을 받지 못한다면 일생의 꿈을 접겠다는 뜻이기도 했다.





황재균은 인아웃 스윙을 위해 두손을 오른쪽 어깨에서 가슴 부위로 내린 타격자세에 변화를 준 6월에 들어 삼진이 줄고 볼넷이 늘어나는 등 메이저리그 진입의 마지막 장벽이었던 출루률에서 가파른 상승세를 보여주었지만, 보치 감독의 콜업을 받을 만큼은 아니었다. 황재균이 추신수처럼 미국에서의 검증이 충분했다면, 주전 3루수 누네스의 공백을 메우기 위한 콜업이 벌써 이루어졌을 것이었다. 누네즈 대체요원들의 형편없는 성적까지 고려한다면 황재균의 콜업은 너무 늦었다고 봐야 했다.  



팀 역사상 최고의 부진을 보여주고 있으며, 누네즈의 대체요원들을 찾지 못해 온갖 욕을 먹고 있는 보치 감독의 입장에선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은 황재균을 콜업해 또다른 실험을 할 만큼 여유로운 상황도 아니었다. 누네스가 부상에서 돌아오는 것도 황재균을 메이저리그로 콜업할 필요성을 낮췄다. 타격자세를 바꾼 6월의 상승세로 수비능력이 떨어지는 황재균에 대한 충분한 검증이 이루어졌다고 보기에도 만만치 않았다. 



황재균도 이런 상황을 모를 리 없었으리라. 누네스가 복귀하면 콜업의 기회는 더욱 줄어들 것이라는 판단도 들었을 것이다. 황재균은 최형우에 버금가는 FA대박을 포기한 대가치고는 모든 것이 절망적이라고 생각했을 가능성이 높다. KBO의 구단들이 흔들리는 황재균에게 (직·간접적으로) 러브콜을 보냈을 것이다.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것이 일생의 꿈이었다고 해도 도전을 이어갈 가치가 있는지, 황재균은 그 희박한 가능성 앞에서 최후의 카드(옵트아웃)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으리라.



자이언츠 구단의 입장에서도 황재균의 옵트아웃 선언은 손해날 것이 없는 카드다. 그를 메이저리그로 콜업해 다양한 방식으로 이익을 창출할 수 없다면 계속해서 데리고 있을 이유가 없다. 구단의 입장에서는 메이저리그의 다른 팀에서 관심을 보이면 최상이겠지만 한국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마다할 이유가 없다. 이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황재균의 몸값을 최대한 올리는 일이다. 몸값을 올리는 최상의 방법은 메이저리그로 콜업해 몇 경기라도 뛰게 하는 것이다.





비로소 황재균과 구단의 이해가 일치하는 지점이 생겼다. 형편없는 성적 때문에 힘들어하는 보치 감독도 황재균을 콜업하는 부담에서 자유로워졌다. 보치 감독이 황재균을 콜업시키며 5번타자에 3루수로 선발 출장시킬 수 있었던 것도 이래서 가능했다. 주사위는 던져졌고, 칼자루는 황재균이 쥐게 되었다. 성공과 실패의 책임은 구단과 감독이 아닌 황재균의 몫이었다.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체념의 성격이 강했던 옵트아웃 선언 때문에.



그리고 황재균은 단 한 번의 기회를 극적인 드라마로 바꿔버렸다. 인상적이고 성공적인 데뷔전이었다. 두 번째 타석에서 기록한 타점이 결정적이었다. 메이저리그에서의 첫 번째 타점을 기록한 두 번째 타석에서의 잘 맞은 타구가 투수의 글러브로 빨려들어갔다면 세 번째 타석에서의 결승홈런이 나오지 않을 수도 있었다. 투수가 제대로 잡았다면 병살로 이어져 1사 1, 3루의 기회를 살리지 못했을 것이며, 다음 타자의 홈런도 없었을 것이다. 그랬다면 황재균의 부담감은 최대치로 올랐을 터였다. 



황재균의 1점홈런이 결승홈런이 될 수 있었던 것도, 오늘 경기의 MVP로 뽑혀 인터뷰까지 할 수 있었던 것도 두 번째 타석에서 추격의 발판을 마련한 타점을 올릴 수 있었던 것이 결정적이었다. 황재균은 재수 끝에 야구선수로써 일생의 꿈이었던 메이저리그의 데뷔전을 최상으로 치렀다. 사법시험 합격과 대통령 당선도 재수 끝에 이루어낸 문재인 대통령(야구광이다!)이 최악의 대통령 트럼프를 상대로 외교무대의 데뷔전을 치르는 날에, 쫄지 말라고!  



황재균과 문재인 대통령의 평행이론을 보는 듯한 지금, 왠지 기분이 좋다. 황재균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회담의 성공을 위한 선물을 준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였다. 밤을 꼬박 새운 보람이 있었다. 승리투수가 되지 못했지만 류현진의 투구도 올해 들어 제일 좋았던 것까지 더하면.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1. 참교육 2017.06.29 19:56 신고

    야구를 재미있게 보던 게 까마득한 옛날이네요
    중독될까 안보고 있습니다...ㅎ

  2. 공수래공수거 2017.06.30 08:38 신고

    보치 감독이 골머리가 좀 아프게 생겼네요 ㅎ
    황재균선수는 조미예기자에게 밥을 여러번 사야 합니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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