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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문제는 이재명 리스크가 아니라 이재명의 리스크다


민주당 권리당원과 시민으로부터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탄탄대로를 달리고 있는 것에 비해, 급진적 구좌파로 분류되는 손가혁(통진당 계열)과 민주노총 노조원들이 핵심지지층인 이재명 전 성남시장은 민주당 경기지사 후보로 확정되고도 곤혹스러운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이재명을 둘러싼 혜경궁 김씨 논란도 본질적인 차원으로 들어가면 손가혁과 민주노총으로 대표되는 이재명의 골수지지층이 반노·반문을 고집하는 구좌파라는 것에서 비롯됩니다.





노무현을 최고의 민주주의자이자 신좌파로 인식하고 사랑하며 따랐던 지지자들은 문재인 지지층의 핵심이자 민주당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것에 비해 이재명 지지층은 보수적이고 권위주의적며 폭력적인 성향의 구좌파가 주류를 이루고 있습니다. 노빠와 문파는 진보적 성향을 띠지만 근본적으로 볼 때 자유주의적 성향이 강해 폭넓은 지지층을 형성하고 있는 것에 비해, 정치를 혁명을 이루기 위한 선동의 도구로 여기는 손가혁과 민주노총이 이재명의 핵심지지층을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 대중적 확장성이 떨어집니다.



이재명 지지층의 상당수도 민주당 권리당원이자 지지층으로 변신을 꿰했지만 구좌파라는 그들의 정치적 성향이 바뀐 것은 아니어서 민주당의 주류로 자리잡는 것이 불가능했습니다. 문재인 지지 커뮤너티와 이재명 지지자간의 갈등도 여기에 근원합니다. 문재인 지지층 중에서도 손가혁 만큼 극성스럽지는 않지만, 노무현의 죽음을 원죄처럼 짊어지고 있어 문통의 십자군을 자처하는 적극적 지지자들이 이재명을 경계하는 것도 그의 뒤에는 이들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치신세계'의 권순욱이 말하는 '이재명 리스크'의 본질도 그 근원을 파고들면 '내부총질이 가장 견디기 힘들었다'는 노통의 상처가 자리합니다. 민주당의 장기집권을 위해서는 노무현 참여정부의 성과에 대한 재평가가 선행돼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지만, 아무튼 악질적인 '혜경궁 김씨'처럼 '좌측 깜빡이를 켠 채 우회전 했다'며 노통을 맹렬하게 공격했던 구좌파의 기억을 떨치지 못하는 이들에게 손가혁과 민주노총의 이재명은 민주당의 자산이 아니라 리스크인 것입니다.



이들이 문재인 지지자 중에서도 이재명 지지자가 더 많이 나왔다는 이동형의 주장(여론조사 결과를 확대해석함으로써 비난을 자초했다. 명성과 영향력에 비해 인격과 성품이 형편없는 것도 한몫했지만)에 격렬하게 반발했던 것도 같은 이유에서 나왔습니다. 이정렬 전 판사가 드루킹 논란 뒤에 '혜경궁 김씨'의 정체를 둘러싼 논란을 잠재우기 위한 정치적 음모가 자리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을 표했던 것도 같은 선상에서 해석할 수 있고요. 이동형과 권순욱의 대리전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재명이 권리당원 투표에서 전해철에게 밀리자 그의 지지자들이 민주당을 탈당하라고 요구했던 것도 민주당 주류가 될 수 없다는 한계를 절감했기 때문입니다. 이재명의 리스크가 극대화된 사건이었습니다. 대선후보 경선에서 패한 이재명이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되뇌이며 문통과의 일체감을 강조했던 것도 민주당 주류로 발돋음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지만 권리당원에 한에서는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드루킹 논란으로 혜경궁 김씨 논란이 덮히지 않았다면 승패가 바뀌었을 수도 있습니다. 



민주당 수뇌부에까지 이를 수도 있는 이런 갈등은 이재명에게도 리스크로 다가올 수밖에 없습니다. 지방선거가 본격적으로 펼쳐지면 남경필 측에서 '혜경궁 김씨'로 대표되는 '이재명 리스크'를 본격적으로 물고늘어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남경필도 아들 문제처럼 나름의 리스크가 무시할 수 없지만, 이재명이 오유의 주류와 권순욱으로 대표되는 문통의 골수지지층과 중도진보의 성향이 강한 민주당 주류지지층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승리로 가는 길이 생각보다 험난할 수 있습니다. 



바로 이것이 '이재명의 리스크'입니다. '이재명 리스크'는 전과 4범과 가족문제로 대표되는 본인의 흠결이지만 '이재명의 리스크'는 핵심지지층의 급진성과 구좌파적 폐쇄성과 공격성에 있습니다. 이재명의 정치적 최종 목표가 경기지사에 오르는 것이라면 모를까 문통 이후의 대권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손가혁과 민주노총으로 대표되는 핵심지지층의 울타리에서 벗어나야 하는데 그러면 그의 정치생명은 바로 끝납니다. 문통이 이념적 구분보다는 공정과 정의, 양심과 원칙 같은 자유주의적 가치를 강조하는 것에 주목한다면 구좌파의 이재명은 문통의 등에 칼을 꽂을 확률이 너무 높습니다. 



촛불혁명의 시대정신이 절차적 민주주의를 넘어 실질적 민주주의를 지향하면서도 동시에 정의 실현과 공정한 사회 구축이라는 자유주의적 가치를 추구한 것에도 주목해야 합니다. 이재명의 성공스토리가 구좌파에게는 대단히 매력적으로 다가오지만 진보적 자유주의자에게는 철지난 에피소드에 불과할 뿐입니다. 이재명은 '이재명 리스크'가 아닌 손가혁과 민주노총으로 대표되는 '이재명의 리스크'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하며,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방안을 찾아야 합니다. 



이재명이 경기지사 후보가 됐기 때문(민주당 선거제도에 문제가 있었다)에 무조건 찍으라는 것은 통하지 않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이재명을 찍을지 고민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없을 듯합니다. 추미애를 비롯해 민주당 의원들이 침묵하는 현재의 상황에서 이재명의 리스크는 더욱 더 커지고 있으며, 이를 막지 못하면 민주당의 장기집권도 물건너갑니다. 그에게는 DJ에서 노통을 거쳐 문프에 이른 민주당의 정치적 정통성이 없기 때문입니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