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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대한항공 직원들의 촛불집회, 시민 동참 절실하다


대한항공 오너가족의 슈퍼 울트라 갑질에 맞서 퇴진운동을 벌이고 있는 직원들이 촛불집회를 연다고 합니다. 삼성과 한화, 대한항공 같은 재벌들에서 오너일가가 갖고 있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고려할 때 이들의 퇴진운동이 성공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습니다. 재벌들이 가지고 있는 직원관리시스템(노조 와해 또는 노조 관리시스템 포함)은 상상을 불허할 정도로 많아서, 삼성그룹의 미래전략실 같은 헤드쿼터에서 일해 보지 않았다면 전무 정도의 임원이라고 해도 시스템 전체를 알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입니다.

 

 



대한항공 직원들 모두가 오너일가의 퇴진에 동참하지 않는 한 을들의 반란이 성공할 수 없습니다. 이들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작업의 가열차게 벌어지고 있을 것입니다. 이 때문에 대한항공 직원들이 촛불집회를 열어 시민의 응원을 구하는 것입니다. 이들이 추진하고 있는 오너가문 퇴진운동은 진정한 의미의 경제민주화로, 천신만고 끝에 성공했을 경우 대한민국 최대 권력이자 적폐세력인 삼성전자그룹의 오너가문까지 파장이 미칠 수 있습니다.

 

 

삼성의 경우 오너일가의 힘은 그들을 신의 영역으로 올려주는 대신 일인지상만인지하의 권력을 휘두를 수 있는 미래전략실(삼성전자 소속, 최지성의 왕국)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미래전략실의 권력이 얼마나 크냐 하면 삼성그룹 CEO의 대부분이 미래전략실 출신으로 채워졌다는 것에서 알 수 있습니다. 삼성그룹의 임직원들이 삼성에는 전자와 후자가 있다거나 전자와 잡사가 있다고 자조적인 말을 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이재용의 경영권 승계작업을 위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을 합병할 때도 미래전략실 출신들이 사장으로 발령나 해당 그룹사를 장악한 다음에 진행됐습니다. 장충기의 문자에서 보듯이 언론과 관가를 관리하는 작업은 수십 년 동안 진행된 삼성공화국 네트워크의 위력을 보여주고요. 대한항공 오너가문은 이 정도 능력의 조직과 네트워크를 구축할 자금과 능력이 없어서 모든 언론과 국민적 저항에 직면한 것일 뿐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대한항공에서 미래전략실 역할을 하는 조직(비서실)이 없다는 것은 아니며, 이들의 편에서 떡고물을 챙겨왔던 임직원들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 이들의 힘과 감시망이 우월하기 때문에 오너일가 퇴진운동을 벌이고 있는 대한항공 직원들이 신분 노출을 두려워하는 것이며, 믿을 수 있는 6개 언론의 기자들을 제외하면 모든 언론에 그들의 비밀가톡방을 공개하지 않는 것이기도 합니다. 땅콩회황 때 박창진 사무장을 도와주지 못했던 비굴함과 동료의식 부재에 대한 반성과 참회의 뜻이기도 하고요.

 

 



오너일가와 그들의 친위조직을 퇴진시키는 것은 하늘에서 별 따기보다 힘든 일입니다. 퇴진운동을 벌이는 대한항공 직원들이 이 사실을 가장 잘 알고 있습니다. 이들의 의지는 확고하고 활활 타오르고 있지만 시민(사회)의 도움이 절실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오너퇴진을 촉구하는 촛불집회를 열기로 한 것은 이 때문이며, 그것만이 법적으로도 제도적으로도 사회문화적으로도 노동자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힘의 불균형을 뒤엎거나 바로잡을 수 있습니다.

 

 

제가 서울에 산다면 그들의 촛불집회에 동참해 힘을 보태고 싶지만 그것이 가능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진정한 의미의 경제민주화(아래로부터의 경제민주화)를 이루고 싶다면, 그래서 이 땅의 최대 적폐를 청산하고 싶다면, 더 이상 반칙과 특권을 용납하지 않으려면, 무엇보다도 촛불혁명의 시대정신이 가장 파고들기 힘든 재벌들을 시민사회 안으로 자리잡게 하려면(칼 폴라니의 꿈) 대한항공 직원들의 촛불집회에 동참해주십시오. 

 


시민의 동참이 많을수록 대한항공 오너일가의 퇴진 가능성은 높아지며, 경제민주화의 새로운 모델을 세울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절대 불가능해 보였던 삼성전자그룹의 경제민주화도 가능한 거리 안으로 들어오게 됩니다. 나머지 재벌들은 말할 것도 없고요. 저는 대한항공의 오너일가 퇴진운동이 박근혜 퇴진 촛불집회만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대부분의 직원들이 목구멍이 포도청이다 보니 자발적 복종에서 한 발 나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기 때문입니다.  

 

 

대한항공 오너들을 퇴출시킬 수 있다면 ‘권력은 이미 시장으로 넘어갔다는 노통의 탄식도 어느 정도는 해소시킬 수 있으며, 문통이 개헌에 담아놓은 경제민주화의 현실적 가능성도 수천 수만 배는 높아집니다. 대한항공 오너일가의 퇴진운동은 지난 겨울 전국의 광장과 거리를 밝혔던 촛불혁명의 경제판입니다. 시민들의 많은 참여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