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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제2부 21장 ㅡ 무영과 검강인의 대결3






두 명의 살혼령(殺魂靈)의 검이 무영의 목과 가슴을 관통했고 동시에 세 살혼령의 검이 그의 단전과 명문, 오른쪽 옆구리를 파고들었다. 그와 동시에 무영의 머리 위에서 내리꽂힌 검이 천령개를 갈랐다. 연이어 두 명의 살혼령의 검이 무영의 복부에 박히고 두 다리를 잘랐다.



여덟 명의 살혼령은 네 명의 살혼령이 동귀어진을 노려 무영의 움직임에 작은 틈새를 만든 순간을 이용한 자신들의 합공이 이런 결과를 만들어내자 비로소 미소 지었다. 허나 그 미소가 다 그들의 입술에서 완벽한 선으로 완성되기 전에 그들의 눈에서 갑작스런 광채가 떠올랐다.



광채의 오 할은 합공의 성공에 대한 확신이었으나 나머지 오 할은 그들의 검이 무영에게 박히고 잘라내던 그 순간 무영의 신형이 저절로 반걸음 뒤로 옮겨지며 그곳에 이동의 잔상을 남긴 채 다시 반걸음 왼쪽으로 움직이는 것을 보며 떠오른 경악을 담은 것이었다.



“어, 어..”

“분명 찔렀는데?”

“나는 베는데 성공했어! 헌데 이 건 뭐지?”



그들이 보기에 무영의 움직임은 합공의 결과로 발현된 검기들이 만들어낸 공기의 움직임과 완전히 똑같아 보였다. 그들이 보기에 여덟 개의 검기는 모두 무영을 찌르고 벤 것이 확실했는데 실제로 찌르고 벤 것은 무영의 잔영이었다.



게다가 그들이 놀랄 일은 이것이 끝이 아니라는 점이 문제였다. 그것도 엄청난 문제였다. 여덟 명의 살혼령들은 여덟 개의 검기에 의해 여러 개로 조각난 무영의 잔영들이 정확히 8개로 모여서는 자신들을 향해 공격해 오는 각각의 무영으로 화한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번쩍!



여덟 명의 살혼령은 각각의 무영이 펼친 검에서 발출된 눈부신 빛을 볼 수 있었다. 아니 볼 수만 있었다, 의지는 피하라고 명령했지만 몸이 그것을 따르지 못한 상태에서. 그리고 그들은 남의 목숨을 취할 때 듣기만 했던 그 소리를 이번에는 정반대로 들어야만 했다.



퍽!퍽!퍽!



섬뜩한 소리와 함께 여덟 명의 살혼령 미간에 각각 하나의 구멍이 생겼다. 살혼령들은 자신을 향해 날아든 각각 하나씩의 검만 불 수 있었다. 검강인의 눈에는 그것이 마치 여덟 명의 살혼령들에게 각각 한 명씩의 무영이 배정된 것처럼 보였다. 천상천주에 오른 검강인의 눈에도 무영의 신법이 너무 빨라 신체분신술(身體分身術) 같다는 착각이 들었고, 각 살혼령마다 배정된 무영의 검이 다 진초(眞招)라고 생각됐다.



하지만 이는 착각일 뿐이었다. 어떤 무공도 한 명의 인간을 8명으로 나눌 수 없다는 사실은 무인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안다. 그럼에도 검강인 같은 절대고수의 눈에서마저 무영이 8명으로 보인 것은 그의 신법이 빛의 속도를 방불케 할 만큼 빨라서 일어난 착각이었다.



‘이런 신법이 있을 수 있다니..’



검강인은 평생 처음으로 공포라는 단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체험할 수 있었다. 8명의 살혼령들을 잃었다는 사실보다 더욱 큰 것은 자신의 마음속에 자리하게 된 공포라는 사실을 이때의 검강인은 깨닫지 못했다.



“너희 죄는 주인을 잘못 만난 것. 단 일초에 너희를 절명시킨 것도 그 때문이다. 나머지 여죄는 저승에서 검강천 천주에게 받도록. 그럼 다음.”



고목처럼 쓰러지는 여덟 명의 살혼령을 뒤로 한 채 무영이 돌아섰다. 그는 다섯 명의 외궁 장로가 검강인 앞으로 나선 것을 봤다. 그 순간에 무영은 혜준의 상황을 살폈다. 그녀는 천상천의 미래였던 세 명의 제마령을 궁지로 몰아넣고 있었다.



‘생각보다 훨씬 강해. 안심해도 되겠어.’



헤준의 안전을 확인한 무영은 다섯 장로를 향해 시선을 고정시켰다. 삼혼의 상대가 될 만한 자가 검강인을 제외하면 이곳에 없었기 때문에 혜준의 신변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었지만, 그것이 기우였음을 알게 됐으니 마음 놓고 일전을 치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는 검강인의 앞으로 나선, 외궁에서 내궁의 장로가 된 다섯 명의 천상천 장로를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발을 내딛었다. 그가 내딛는 걸음마다 압도적인 죽음의 냄새가 피어올랐다. 5명의 장로는 무영의 걸음이 가까워질수록 맥박이 빨라지고 무기를 잡고 있는 손에서 땀이 배 나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제기랄, 이 지랄 같은 느낌은 뭐야?’

‘염병할!!’



5명의 장로는 무영이 두 걸음을 더 다가오자 이번에는 등허리에서 식은땀이 솟아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들도 살혼령들이 여덟 수처럼 보인 단 한 번의 절초에 절명한 것을 봤기 때문에 두려움의 크기는 가늠할 수 없을 만큼 겄다. 그때.



“살!” 

“갈!”



두 번의 외침이 들렸다. 먼저 승천일룡검 옥진결이 무영의 관자놀이를 향해 그의 성명절기인 욱일승천검(旭日昇天劍)을 전력으로 격발했다. 그는 중검(重劍)에 속도를 붙여 변화를 만들어낸 신검류(新劍流)로 인해 강호 최고 후기지수(後起之秀)로 꼽혔다. 특히 그의 마지막 초식, 중가속변절명류(重加速變絶命流)는 검의 모든 것을 담아냈다는 평가를 받는 절초 중의 절초였다. 창룡문의 장로로 변신해 있던 그는 천상천의 비밀명기 십이 사마령의 첫째였다.



옥진결의 공격과 동시에 화산파 장문인 매화일검(梅花一劍) 추성웅이 자하신공(紫霞神功)에 천상무극진기를 가미시킨 신육합신검법(新六合神劍法)의 최후 절초를 무영의 후단전을 향해 번개처럼 격발했다. 추성웅도 검강인이 각 문파에 침투시킨 제마령 중 여덟 번째인 방명석이었다.



그들은 두 문파의 핵심인물로 완벽하게 변신한 채 정파 고수들과 함께 천상천 무리를 향해 검을 겨누고 있었기 때문에 무영이 검강인 앞으로 나선 다섯 명의 장로를 향해 걸어갈 때 양 옆으로 길을 터줬고, 그 덕분에 무영의 바로 뒤로 자리를 옮길 수 있었다. 그들은 바로 그 이점을 이용해 자신의 모든 것을 담은 살초를 펼칠 수 있었다.



쉭! 쉭!



그들이 펼친 두 개의 살초는 낙뢰 같은 기세를 드러내면서도 소리조차 늦을 만큼 빨랐다. 두 개의 치명적인 공격을 피할 수 있는 가능성이란 전무해 보였다. 모두의 예상에서 한 치의 어긋남도 없이 두 제마령의 검은 무영의 관자놀이와 후단전을 파고들었다.



‘성공했어!’

‘확실해!’



두 제마령은 그렇게 느꼈다. 헌데, 옥진결의 검기가 무영의 관자놀이를 관통해 무영의 앞면까지 나갔으나 갑자기 그 끝이 반원을 그리며 휘어졌다. 무영의 뒤에서 앞으로 후단전을 뚫었던 방명석의 검기도 그 끝이 휘어지더니 오진결의 검기와 스치듯 교차했다. 두 검기는 이렇게 방향이 바뀌었고 그것에는 무영의 의지가 담겨 있었다.



퍽! 퍽!



무영에 의해 강제로 방향이 바뀐 옥진결의 검기는 방명석의 미간에 박혔고 방명석의 검기는 옥진결의 미간을 뚫었다. 이런 결과는 어느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크윽!” 

“커억!”



두 제마령이 생을 다하는 비명을 토했다. 옥진결은 자신의 검에 의해 관자놀이가 관통된 무영의 머리와 함께 자신의 검기를 피할 만큼만 떨어진 곳에 또 하나의 무영이 있는 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이제야 알 수 있었다. 자신이 관통시켰다고 확신했던 무영의 머리가 옆에 있는 머리 쪽으로 흡수되는 것을 본 것은 그가 살아서 본 처음이자 마지막 장면이었다.



‘두 개였어. 미간을 관통당한 한 개와 멀쩡한 또 한 개.’



생사가 뒤바꾼 순간의 방명석의 눈에도 옥질결의 눈에서 드러난 현상이 똑같이 재현됐다.



‘두 개였어. 내 검기가 관통하자 그 중 하나가 사라졌을 뿐이야.’



그의 생각도 옥진결처럼 거기에서 멈췄다. 그들은 상대의 목숨을 취해야 했을 두 개의 검기가 제멋대로 교차해 자신들의 미간을 관통한 이유를 알지 못한 채 생을 마감했다.



“너희들도 주인을 잘못 만난 죄이니 이것으로 족해. 가서 내 어머니께 나머지 죄를 고해 사죄를 받아라. 너희 명(命)을 취한 것은 일극무원결의 공격식 제 삼초 분이발(分移發 : 분석하여 변형시킨 공격)이며 너희가 본 나는 다섯 개의 감각 중 태(態)의 후반부 망상재(妄想在)가 만든 것이다. 너희의 목숨을 가져갈 만한 수이니 그리 알고 가라.”



“휴~!”



그 순간 혜준은 세 명의 사마령 중 사 사마령 냉면철심(冷面鐵心) 구지굉의 목을 베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세 명의 사마령을 상대하면서도 무영의 상황을 살피고 있었다. 그가 상대해야 자들이 너무 많았고 하나같이 깊이를 알 수 없는 고수들이었기 때문이었다.



[걱정하지 않아도 돼.]



그녀의 한숨 소리를 들은 무영이 혜준을 향해 걱정하지 말라고 전음을 보내며 검지 하나를 들어 좌우로 흔들었다. 그것은 마치 이 정도 쯤이야 하는 것 같기도 했고, 너도 하나 처리했네 하는 것 같기도 했다. 놀라운 것은 이런 와중에도 다섯 장로를 향해 걷는 무영의 걸음이 그 속도와 폭을 일정하게 유지했다는 사실이었다.



쿵! 쿵!



그때야 두 제마령이 바닥으로 쓰러지며 처음으로 생명체가 아닌 육질 덩어리로 변화한 소리를 냈다. 그것이 다섯 장로에게 뚜렷하게 들렸고, 검강인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이제 열 걸음 정도면 진정한 복수가 시작된다.’



무영의 생각은 그랬고, 다섯 장로는 그 열 걸음이 생에서 마지막으로 본 것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검강인에게도 무영의 걸음이 하나씩 늘어날 때마다 공포의 농도가 짙어질 수밖에 없었다.



터벅! 터벅!!



무영의 발걸음이 두 번 더 바닥을 딛자 그들에겐 거한이 걷는 소리처럼 들렸고, 공포에 질린 그들의 감정이 저절로 둘이라는 숫자를 세게 만들었다. 두 사마령의 기습마저 간단히 무너뜨린 무영의 무공에 대한 원초적 두려움이 이성을 대신해 걸음의 수를 셌던 것이다. 그들은 온몸에 소름이 돋고 심장박동이 급격히 높아지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뚜벅! 뚜벅!!



이번에는 무영의 걸음이 내는 소리가 더욱 크게 들렸다. 두려움이 센 숫자가 다시 두 걸음이 진행됐음을 알려주었다. 두려움에서 공포로 발전한 감정이 더욱 확실한 느낌으로 죽음의 수를 셌다. 극한으로 커가는 공포가 죽음과의 거리를 좁히는 느낌이 바로 이런 것 같았다. 다섯 명의 장로들 중 제일 밑인 오 장로 검일이 공포에 질려 자신도 모르게 숫자를 외쳤다.



“넷!”



그가 말한 숫자가 나머지 네 명에게 공포를 극점 근처까지 이르게 했고 무영은 아랑곳없이 한 걸음을 더 내디뎠다.



쿵!



"이것으로 반. 다섯!"



무영이 죽음의 숫자를 말했다. 다섯 장로의 귀에 무영의 말이 야차의 그것과 다르지 않았다. 지렁이도 밟히면 꿈틀하는 법이지만 다섯 명의 장로에게는 그것마저 허락되지 않은 것 같았다. 무영이 그것을 원치 않았기 때문에.



쿵!



다섯 명의 장로 중 상대적으로 무공이 떨어지는 세 명의 장로에게 무영의 여섯 번째 걸음이 만들어 낸 소리는 염라대왕이 직접 다가오는 것 같은 거력의 폭음처럼 들렸다. 그때부터 나머지 두 장로의 뇌리에도 공포가 세는 숫자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여.. 섯..”



이번에는 목과 팔의 핏줄마저 지렁이처럼 꿈틀대던 삼 장로 환충이 신음처럼 숫자를 뱉었다. 호흡마저 턱턱 막혀왔고 온몸의 신경은 있는 대로 곤두섰다. 죽음이라는 것이 공포를 타고 와서 그들에게 이제 네 걸음 밖에 남지 않았다고 소리쳤다. 그들은 더 이상 이를 수 없는 공포의 극한으로 빠져들었다. 검강인의 손에서도 땀이 배기 시작했다.



“이제 네 걸음 남았다. 그것으로 너희에게 허락된 이승은 더 이상 없다. 이후의 기억은 저승까지 가져갈 것이니 하나도 놓치지 말도록. 일곱!”



쾅!



무영의 일곱 번째 걸음이 대리석에 내리 찍힐 때 세 명의 장로에게는 죽음의 공포가 아예 폭발해 버렸다. 그들의 뇌리와 마음속에선 제어할 수 없는 공포가 직접 비명을 질렀고, 온몸의 피는 모든 혈관이란 혈관을 미친 듯이 휘돌며 모세혈관들을 모조리 터뜨렸다. 신경이 폭발이 뒤를 이었고, 그 폭발은 근육과 정신에게 명령해 더 이상의 공포는 감내할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



“죽어라!”

“크아아아아! 이놈, 너 죽고 나 죽자!!”



그들은 미친 듯이 외쳤으나 공포 때문에 날카롭게 갈라졌고, 몸을 날려 무영을 향해 황소처럼 달려들었으나 사시나무 떨 듯 불안정했다. 그것은 신경이 미쳐 근육에 전달된 공포가 만들어낸 본능의 몸부림이었다. 아무것도 안하느니 차라리 이것이라도 하지 않으면 미쳐버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공포에 질린 본능적 몸부림을 지켜보며 무영의 손목이 좌우로 튕기듯 한 번 흔들렸다.



번쩍!



손목을 한 번만 튕겼을 뿐인데, 세 번의 빛이 일었다.



태극멸섬(太極滅閃)!

류심환이 검강윤을 절명시킨 태극일섬보다 더 빠르고 파괴적인 지공이다. 빛을 봤을 때는 이미 늦은 뒤라는 사실이 태극멸섬의 무서움이었다.



펑! 펑! 펑!



세 번이지만 동시에 인간의 몸에서 구멍이 뚫리는 소리가 났다. 이성을 잃은 세 장로의 오른쪽 어깨에서 피와 살점이 솟구쳤다.



“크윽!”

“컥!”

“으악!”



그들 세 명이 엄청난 통증에 비명을 터뜨렸고 그것을 그들의 귀가 확인한 순간 그들은 왼쪽 어깨 부위로 파고든 또 다른, 그러나 너무나 익숙한 절초를 느낄 수 있었다.



‘어?’

‘뭐야?

‘대체 이건?’



그들은 의문을 풀기도 전에 그들의 신경은 인식했으나 뇌에서 정리되지 못한 비명부터 토해야 했다, 살아서는 풀지 못할 것 같은 의문과 함께.



“안 돼!”

“이놈!”



나머지 두 장로가 그들의 사제인 세 명의 장로가 절체절명의 순간에 처하자 동시에 몸을 날렸다. 극한의 공포를 억누르며 무영을 향해 그들의 최고 절초를 펼쳤다. 허나 그때에는.



퍽! 싹둑! 푸욱!



세 장로의 세 가지 다른 공격 중 장풍은 그것을 발사한 삼 장로에게 되돌아가 그의 왼쪽 어깨를 통째로 날렸고, 하나의 도기(刀氣)는 그것을 펼친 사 장로의 왼쪽 어깨를 잘랐으며, 마지막 검기(劍氣)는 자신의 주인인 오 장로의 왼쪽 어깨를 관통했다.



그들의 몸이 그 충격을 이기지 못해 뒤로 밀리고 난 다음에야 비로소 생생하게 살아오는 죽음의 공포를 동반한 통증이 정신을 가물가물하게 했다. 그런 그들의 귀로 무영의 소리가 흘러들었고 나머지 두 장로는 그들을 지나 무영을 향해 전력으로 몸을 날렸다.



"죽어라!"

"살!"



그들의 외침은 간절했다. 허나.



“너희들은 그 죄가 중하니 오른쪽 어깨로 그것을 깨닫게 했고, 역반투(力反投)로 왼쪽 어깨를 취했으니 너희들이 깨달은 죄의 대가가 그 일부를 벌했다. 여죄가 있으므로 다음은 천상지무로 벌하겠다. 여덟!”



세 장로의 공격을 그대로 돌려준 역반투는 일극무원결의 공격식 제 이초였다. 무영은 말을 하는 중에 자신을 향해 폭사된 두 명의 장로를 향해 다시 왼쪽 손목을 흔들었고 오른손에 든 승천제마검의 끝을 한 바퀴 돌려 세 명의 장로를 겨냥했다.



그것으로 검강인 앞에 더 이상 장로가 없었고 그도 비로소 공포가 현실처럼 분명해졌다. 손에서 나던 땀이 등에서도 솟았고 온몸에 소름이 돋기 시작했다. 게다가 그들의 상대를 가볍게 처단한 삼혼이 삽시간에 날아와 검강인을 정립의 형태로 둘러쌓았다. 그 바람에 그에게는 탈출구마저 사라졌다.



검강인 자신이 죽던지 아니면 무영 일행을 모두 죽이던지 이곳에서 끝장을 봐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가 느끼는 공포의 단계가 이판사판의 단계로 들어선 것이다.



두 장로마저 죽으면... 남은 자는 자신뿐이지 않은가? 검강인의 눈빛이 깊고 침중하게 가라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