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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권성민 해고, 우리 시대의 일그러진 자화상



박근혜 정부 2년 동안 너무나 많은 참사와 대란들이 넘쳐나 국민들은 이런 수준의 비정상적인 일들이 일어나지 않으면 관심을 두지 않을 정도가 됐습니다. 우리는 내일은 어떤 거대한 비정상의 돌출이 있을까, 단기적 관음증을 폭발시킬 수 있는 것에 길들여지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그것이 대란의 수준에 이르지 않으면 우리의 삶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것들에는 둔감해졌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MBC 경영진에 의한 권성민 PD의 해고입니다. 권성민이라는 젊은 PD 한 명의 해고가 뭐 그리 대단한 일이냐 하겠지만, 최소한 두 가지 이유만으로도 대단히 중요한 일입니다.





첫 번째는 현대사회에서 매스미디어(특히 방송)의 영향력이 행정‧입법‧사법부보다 더 크다는 것입니다. 각종 보도자료부터 대형 사고나 사건처럼 보도할 것들이 하루에도 수만~수십만 건이 발생하는 현대사회의 특성상 방송사가 ‘오늘의 뉴스’로 무엇을 선정하느냐에 따라 국가의 주요 의제가 선정됩니다.



그들이 어떤 관점과 시각에서 ‘오늘의 뉴스’를 선정하는지 모르는 시청자들은 그들이 선정한 ‘오늘의 뉴스’에 따라 세상을 보게 됩니다. 특히 TV라는 매체가 광고와 협찬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상류 지향적이고, 시청률을 올려야 하기 때문에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오락성(이병헌, 클라라, 김군 IS가입 논란처럼)을 띤다는 점도 고려해야 합니다.



이것 때문에 현대사회의 공적공간이 방송사가 선정한 ‘오늘의 뉴스’로 채워지는데, 방송사가 ‘권성민 해고’를 보도하지 않는 한 그것에 담긴 시대적 중요성은 (고3일베의 폭발물테러와 세월호 특위 무력화처럼) 사장되고 맙니다. 일부 인터넷언론과 포털(아고라)에서 ‘권성민 해고’를 보도하거나 오늘의 이슈로 정한다 해도 방송사의 보도에 미치지 못합니다.





인터넷언론 구독자가 수백만 명에 이르거나 미르네르바 정도의 파괴력을 지닌 슈퍼블로거라면 모를까, ‘권성민 해고’에 담겨 있는 시대적 중요성은 공적 토론조차 이루어지지 않은 채 개인 차원의 문제로 격하됩니다. 이는 권력과 자본에 순치된 방송사가 여론을 조작하고 왜곡할 수 있는 토양을 제공합니다.



대한민국 방송생태계가 무너져 내린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반동적 폭력에 해당하는 이명박의 불법적인 방송장악에서 시작된 방송생태계(언론생태계 차원으로 오라 가도 마찬가지다)의 몰락은 대한민국이 비정상이 정상을 대치하는 나라로 만들었고, 박근혜 정부가 2년 동안 대한민국을 말아먹을 수 있었던 근원 중 하나입니다.



첫 번째 문제에서 시작된 이런 비정상화는 두 번째 문제로 연결됩니다. 특히 두 번째 문제는 서민과 미래세대에게 적용되는 노동유연화, 즉 해고가 쉬워지고 비정규직이 양산되는 ‘장그래 방지법(=장그래 양산법)’이 언론사이자 방송사인 MBC(이는 타 방송사로 확대될 수 있는 선례로 작용할 수 있다)로 확대된 것을 말하기 때문에 더욱 중차대한 문제입니다.





세월호 참사에 보도에서 온갖 오보를 양산하고, 보도의 편향성 때문에 참사 수준으로 일컬어지는 MBC 뉴스를 구성원의 한 명으로써 국민에게 사죄한 것을 이유로 해고한 것이 ‘권성민 해고’의 핵심입니다. 그것도 권성민은 보도부분이 아닌 예능국 PD였다는 점에서 경영진의 해고는 무차별적인 수준에 이르렀음을 말합니다.



권력과 자본에 철저히 종속된 MBC 경영진들의 ‘권성민 해고’는 세월호 참사 오보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박근혜 정부가 밀어붙이는 최악의 신자유주의적 정책인 노동유연화(=경영진의 해고자유화)와 맞닿아 있기 때문에 방송사들이 침묵으로 일관하는 것입니다. 



MBC 전성시대를 이끌었던 보도부문 PD나 기자들이 시설관리 같은 비제작부서로 발령(자존심이 상한 직원이 스스로 퇴사하도록 만드는 고의적 좌천)나고, 엠병신이란 치욕적인 얘기를 들어가면서도 MBC에 남아 있는 것은, 끝까지 해고의 칼날과 맞서며 결전의 순간을 기다리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예능국 PD였던 ‘권성민 해고’에는 독립성과 공정성이 상실된 방송생태계의 붕괴가 자리하고 있으며, 동시에 표현의 자유를 어느 분야보다 보호하고 지켜야 할 방송사가 경영진의 입맛대로 해고를 남발할 수 있는 정치적 노동유연화가 숨어 있습니다. 사회적 약자를 지키고 강자를 감시해야 할 방송사(지상파는 언론 기능이 우선한다)가 정반대로 간 것이 '권성민 해고'의 본질입니다.  



따라서 ‘권성민 해고’는 MBC의 문제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문제이며, 사회적 약자인 미생의 문제이고, 권력과 자본의 감시자 역할을 해야 하는 방송의 문제이며, 노조와의 협의와 공존을 거부하는 슈퍼갑질의 문제이고, 사회적 합의를 이루는 과정인 정치의 역할을 부정하는 문제입니다. 한 마디로 우리의 삶의 질을 결정하는 민주주의에 관한 문제입니다.




P.S. 성장을 통해 낙수효과가 작동하게 하는 자유민주주의와는 달리, 민주주의는 두 가지 형태로 모든 자유의 원천인 사회경제적 평등을 달성합니다. 하나는 모든 소득에 누진적 과세를 하는 조세정의이고, 나머지는 보편적 복지와 공적부조를 통해 면세점 이상의 소득을 보장하는 부의 재분배입니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