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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제2부 27장, 28장- 새 천년 그 시작을 향한 마무리1, 2



그때 무천의 표정이 약간 일그러졌다. 자신과 영혼으로 연결되어 있는 네 명의 환 중 일환의 기운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이 아닌가. 이것은 일환이 죽었을 때만 일어날 수 있는 현상이었다.



‘설마...? 그럴 수 없어. 삼영 가지고는 절대 불가능해.’



무천이 표정을 감추며 류심환을 쳐다봤다. 그 또한 무엇인가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감지한 것 같았다. 잠시 말을 멈추고 무엇엔가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 역력했다. 변화가 발생한 것이 분명했다.


ㅡㅡㅡㅡㅡㅡㅡ


이곳은 천산의 정상! 선인(仙人) 같은 풍모의 한 사람이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마치 하늘의 주재자가 지상을 내려다보는 것 같았다.



“음! 무천이 무리하는구나. 현 무림에 정기신일체는 세 명인데 그 중 두 명은 이를 완성 직전에 이르러 있어. 무천과 무영. 허나 그 신체를 이루는 것에 차이가 있어.”



그는 여기까지 말한 후 눈을 감더니 무엇인가 생각에 잠겼다. 이윽고 그가 눈을 떴다.



“이번 일전에서 세외문은 빠진다. 무천이 할 수 있다면 스스로 풀어야 할 문제가 맞다.”



그가 이렇게 생각을 정리했다. 그는 유일하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세외문주였다. 이로써 그는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삼기(三氣). 십이력을 불러들여라.”

“봉명!”



그의 명령에 그의 뒤 일장 높이에서 소리가 들렸다. 헌데 거기에선 대기의 흔들림조차 일어나지 않았다. 그냥 흐르는 바람 중에 한 마디가 슬쩍 빠져 나온 것 같았다.



“무천이 마무리를 지어야 한다. 승리자가 누구이던 간에 어차피 세외문을 찾아올 터, 천년을 기다리며 지켜봤으니 조금 더 기다리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어. 승자가 나를 보러 오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고.”


ㅡㅡㅡㅡㅡㅡㅡㅡ


삼혼이 날아간 곳에 두 명의 신형이 있었다. 존재하는 자체가 대기와 같은 두 사람. 삼경과 사경이었다.



“천년을 기다려왔을 텐데 지겨워할 것 같아서. 천년 동안 잠만 잔 놈들아.”



그곳에 둥실 떠있는 상태에서 도혼이 말했다. 헌데 이번에는 도혼 자체도 대기와 다를 것이 없었다. 떠 있는 데도 그는 아무런 힘이 들지 않는 것 같았고 바람에 따라 신형이 흔들거렸다. 불혼과 속혼도 그와 다르지 않았다.



“크흐흐흐! 켈켈켈켈! 그래 천년 동안 잠만 자서 미치는 줄 알았다. 너희는 안중에도 없었는데 제법이구나. 켈켈. 좋지, 한바탕 살육을 벌이는 것도.”



말이 끝나자 두 명의 신형이 대기에서 빠져 나와 모습을 드러냈다. 삼경이 말했고 사경은 웃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마음속에서는 극도의 놀람이 자리하고 있었다.



‘저건, 우리의 경공과 같아. 어떻게 저들이?’


ㅡㅡㅡㅡㅡㅡㅡㅡ


삼영은 제마단 백여 장 앞에서 두 명의 절대마인을 만났다. 그들은 이경의 말을 듣고 제마단에 거의 다가온 일소빙혈사 설지연과 빙혈천마 사마천이었다. 예상외의 만남이었지만 어차피 그들은 제거해야 할 대상, 삼영은 여기서 그것을 실행하리라 마음을 바꿨다.



“이번에는 영원히 보내주마. 다시 깨어나고 뭐 그런 것 없도록. 확실히 보내주지.”



한성이 준영을 대신해서 그들에게 말했다.



“호홋! 젊은 것들이 말도 잘하네. 에그. 저것들 다 보쌈 해 먹어야 하는데, 호호홋. 애들아, 대체 어떻게 할 건데?”



설지연이 한성의 말에 징그럽게, 그러나 색기 넘치게 물었다.



“그러면 나는 어떻게 할 건데? 궁금하네. 어린 녀석들이. 범 무서운 것 모르는 하룻강아지 같은 놈들. 클클클.”



사마천이 삼영을 바라보며 물었다.



“다를 것 있겠나. 한성의 말이 정답이지. 말을 섞는 것도 귀찮으니 그냥 시작하지.”



이번에는 준영이 사마천의 질문에 답하면서 상황을 아예 정리해 버렸다.







“이제 백리 남았다. 다 쓸어버린다. 크하하하! 초마인 진무결이 이제 천하의 주인이 되는 거야. 천년의 진정한 주인에 오르는 거야. 크하하하!”



진무결이 광소를 터뜨렸고 그 뒤를 열한 명의 지옥의 힘이 뒤따랐다. 삼백여 장 뒤에서 역천마곡의 곡도들이 죽을힘을 다해 쫓아오고 있었다.



‘헥헥! 좆 나게 빠르네. 좀 늦추면 안 되나? 휴~ 수련을 더하든지 살을 빼든지 해야지 원 이건 도통 숨이 너무 차서. 헥헥!’



곡도들이 대부분이 이와 비슷한 생각을 했다. 곡주라 대놓고 욕할 수 없지만 마음속으로는 불만이 가득했다.


ㅡㅡㅡㅡㅡㅡㅡ


역천마곡 무리들을 쫓아가던 두 명의 신형이 갑자기 멈춰 섰다. 대기 중에 그대로 멈췄는데 바람조차 일지 않았다.



“문주께서 문으로 돌아오라는 명을 내리셨다. 복귀하도록.”



바람 중에 하나가 약간 흔들리며 하나의 말로써 풀어진 것이다.



“봉명!”



두 사람, 육력과 칠력이 명을 받는 뒤 대기 속으로 다시 사라졌다.



‘으! 가장 재미있는 순간인데. 천년을 기다린 일전인데..’

‘할 수 없지 상상으로 해결할 밖에야. 머리에 쥐나겠네.’


ㅡㅡㅡㅡㅡㅡㅡ


세 명의 환은 전력으로 제천문을 향해 날아가고 있었다. 헌데 일환이 죽었다. 이는 상상조차 하지 않았던 것이다. 제천의 계획에 무슨 문제가 발생한 것임에 틀림없다. 그렇다면 일단 제천문의 상황부터 살펴야 했다. 주군이 일환이 죽었는데도 자신을 부르지 않는 것을 보면 류심환과의 대치가 만만치 않은 상황임을 말해주기 때문이다.



세 명의 환은 마음이 다급했다. 자꾸 천년 연극이 흔들리는 느낌을 받았다.


ㅡㅡㅡㅡㅡㅡ


두 사람이 있다. 어느 날부턴가 화전민이 모여 사는 곳에 들어와서 묵묵히 밭만 갈던 두 사람이 있었다. 꼬박 일 년을 그들은 밭만 갈며 한 마디 말도 없었다. 그들은 화전민 터를 전부 갈고도 시간이 남아 터를 점점 넓혀가던 중이었다.



헌데 오늘 그들이 보이지 않았다. 그들이 머물던 초가도 사라졌다. 그들이 이곳에 올 때처럼 그렇게 떠나간 것이다.



‘무명곡으로 간다.’

'주인이 명했다. 때가 됐다고.'





천검지로25 - 새 천년 그 시작을 향한 마무리2




- 헌데 그게 좀. 무영이 내 예상도 뛰어넘는 아이니까. 어쨌든 내가 무영과 삼혼, 삼영에게 준비시킨 안배의 첫 과실은 당연히 초마인이었지. 허나 무영은 그보다 한 수 위였던 것 같아. 검강인을 먼저 삭한 것 같아. 그는 대의(大義)를 선택한 거지. 가슴 속에 담아 썩고 또 썩어서 그 증오의 흔적마저 어린 그의 살이 되고 피가 된 그 증오의 대상, 회한의 원수마저 새 천년이라는 대의를 위해 가장 극적인 개인적인 순간을 포기한 게지.



‘무영아 한은 풀어도 다시 매듭을 짓는 놈이란다. 운명과 그 이름을 같이 하는 질긴 놈이지. 이로써 네 한은 풀어졌지만 그 매듭만은 남을 거다. 그것을 내 안배의 마지막이 풀어줄 것이니. 무영아! 부디, 너는 운명의 질긴 매듭마저 풀어 내거라. 돌고 도는 것이 복수가 아님을 증명하거라. 부탁한다, 무영아.’


- 그리 힘들지는 않았을 게야. 자네 말처럼 몸의 극대화를 이룬 자와 영혼의 극대화까지 이룬 자의 싸움이었으니까. 당연히 그 결과는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것이지. 이제 남은 건 하나 제천문. 자네와 그 떨거지들이지.


- 놈!


- 그 정도에 화낼 것까지는. 자네가 천년 동안 저질렀던 만행을 떠올려 봐. 그 짐승보다 못한 짓거리들을 떠올려 봐. 그러면 내 질문이 그리 화낼 일도 아니라는 것을 알게야.


- …! 컬, 그 중에는 네 부모들도 들어있지. 크흐흐흐…


- 갈! 너의 더러운 입으로 내 부모를 말하는 것, 이번이 마지막이 될 거다.

나는 무영과 다르다. 내 가슴 속의 분노는 단 하나도 줄지 않았다. 여기서 끝낼 참이면, 내 부모를 다시 입에 올려도 좋다.


- 컬컬! 놈..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날 뛰는군. 천년 흥행이 그리 쉬운 줄 아나? 어림없지. 좋아. 이것은 내가 양보하지, 다음이 궁금하니깐. 천년 연극의 한 줄의 대사도 되지 못한 자들은 내 양보하지.


- 짐승만도 못한 놈! 그 대가를 치를 거다.


- 컬! 양보했잖아. 너도 흥분하지 말고 말해. 다음은 뭐야?


- 좋아, 그 부분은 인정하마. 이 부분만은 인정하마. 아직 후반부가 많이 남았으니까. 줄 것이 아직 많이 남았으니까. 그래, 이번은 넘어가마.


‘아버님, 어머님, 죄송합니다. 제 손으로 이 자를 벌해야 하는데 그러하지 못함을 탓해 주세요. 저승에 가서 이 불효를 어떤 것으로든 달게 받겠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리고 무영아 너무 큰 짐 맡긴 것은 아닌지 모르겠구나. 내 복수를 부탁하는 내가 많이 미안하다.’


- 참. 지금쯤이면 뭔가 다른 것이 느껴지지 않는가?


- 후후! 없는데.


‘이환 삼환 사환 돌아와라. 육경도 돌아오라.’


- 그래? 이상하군. 이쯤이면 떨거지 중 하나는 갔을 텐데.. 여하튼.


‘이놈이.. 일환의 변고를 눈치챘나? 이곳에 있는 이상 알 수 없을 텐데? 설마 내 경지에 이렀을 터는 없는데? 아무튼 더 지켜보자.’


- 클클클, 어떤 경우에도 결과는 바뀌지 않는다.


- 바뀐다!


- 큭! 아니라니까.


- 바뀐다.


- 무슨 자신감…? 지나치면 하지 않는 것보다 못한 것이지.


- 된다. 지나치지도 않고. 네가 뭘 생각하던 그 이상이다. 결과에 대한 결정은 내가 내렸고 무영이 실현한다. 이것은 변하지 않아. 다시 천년이 흘러도 이는 바뀌지 않는다.


그 이유를 지금부터 말해주마. 이곳에 들기 전 일 년 간 하나의 거짓과 하나의 비밀을 풀기 위해 움직였고 두 가지를 확인했지. 그 첫 번째, 삼재와 쌍비의 침입 후 화월곡이 천상천과 역천마곡에 드러났다면 당연히 제 삼의 세력도 이를 알 것이라 생각했지. 결국 피할 수 없다면 부딪치기로 마음먹은 것이지. 운명이 원한다면 들어주기로 했지. 비궁행을 결심한 이유네.


물론, 그 때까지 제 삼 세력이 천외천이라 생각했네. 결과야 같아졌지만, 여하튼! 제천에 의해 유지된 천외천이던, 자네 무천(無天)의 숨겨진 하늘, 태천(太天)이던 간에 제 삼의 세력이 천외천이 아닐 수도 있다는 증거를 찾아냈고 그전까지의 내 추측을 수정했네.


- …! 후후. 다음.


- 짐승도 웃는군. 하긴, 그것도 아쉬웠겠지.


- …! 다음!


- 그렇지, 인내는 그렇게 배우는 것이지.


- 다음!


- 갈! 인내하라! 후반부의 시작이니. 내 부모님의 죽음에서도 네놈의 졸개들이 흘린 흔적을 확인했지. 해서 이번에는 내가 틀었어. 절대 독점의 천년을 틀어보기로 한 거야. 안배를 하나 추가하고 참여를 확대하는 거로.


‘허나, 그것에는 하나의 안배가 더 들어 있다. 지난 육년은 하나의 안배를 더하기 위함이지. 진정한 숨김(秘)이 무엇인지 너의 심장에 검을 꽂으며 알려주기 위해서지. 이것이 내 극본의 핵심이다. 너의 핵심이 무대로의 자신의 등장이라면 내 핵심은 그 등장의 장면을 삭(削)하는 것이다. 이것이 네가 모르는 새 전설, 모두의 출발이다.’


- 강해진 삼혼과 삼영, 그 아이 혜준으로? 겨우 그것으로, 설마?


- 네 생각에 맡기겠다. 거듭 말하지만 혜준에게는 검강천의 안배가 있었고 네 놈의 존재를 최초로 감지했기에 준비한 거다. 곧 말하지.


- 후후! 검강천의 안배라? 그래도 재미없는데, 그들로 다라면. 그 정도로 천년의 연극을 종하게 할 수 있다고 생각했을 리는 없을 텐데? 아닌가…?


- 네 생각에 맡긴다고 했다.


- 풋! 말하지 않겠다면 내가 직접 알아보지. 천년 동안의 감시와 조정, 수정과 끝내 제 자리로 돌려놓는 완성이라는 것이 거저 얻는 것은 아니지. 경험하지 못하면 이해할 수도 없겠지만, 여하튼. 다음!


ㅡㅡㅡㅡㅡㅡㅡ


무영은 집성전의 금이 점점 깊어지고 넓어지자 일각도 버티지 못할 것임을 알 수 있었다. 검강인의 무릎까지는 이곳에서 자른다 했으니 좀 더 확실한 수를 써야 했다. 무영은 일극무원결의 망상재를 선택했고 극한까지 끌어올렸다.



그때 검강인은 공포가 극에 달한 상태, 하지만 그도 절대자 중 한 명이다. 아직 그에겐 남은 것이 있다. 해서 그는 중간 단계를 모두 생략하고 다음 한 수에 자신에게 남은 모든 것을 걸리라 결심했다. 자신이 무영의 상대가 아님은 이미 손목과 발목의 절단을 통해 알았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몸에 존재했던 천상무극진기와 빙혈류, 마교의 대법을 통해 얻은 천의 기운이 평상시에는 다스릴 수 있어 하나가 된 것이라 착각했음도 알 수 있었다.



그는 그것들이 자신이 복용한 천상천양신단과 함께 어우러져 절대공력을 이뤘고 천상지무도 극에 이르렀다고 믿었다. 사실 그는 수련과정에서 천상지무의 마지막 초식 천상귀원검도 완벽하게 펼쳐졌으니까.



헌데 그것이 허상이었다. 네 가지 기운 중 하나가 천상천의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극한에 이르렀을 때는 본연의 성질이 나온 것이었다. 그가 이를 깨닫는 순간 공포가 극에 이르렀지만 한편으로는 어차피 죽을 거면 단 한 번의 초식에 모든 것을 걸어야 한다고 판단하기에 이르렀다. 이미 일어나 자신의 몸에 배어버린 것을 지금 바꿀 수는 없었으며 그 이유로 이것만이 유일한 탈출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무영의 신형이 흔들렸다. 그는 무영이 공격해올 때 천상귀원검을 펼치는 동시에 천의 무공, 태극전류섬(太極電流閃)을 펼치기 위해 상단전과 중단전의 기운을 하나로 모았고 하단전을 태극전류섬에 배치했다.



무영이 움직였다. 헌데 그가 사라졌다. 무영이 펼친 망상재가 극한까지 펼쳐졌기 때문이다. 신형 자체가 사라질 정도의 공간과 시간마저 단축하는 일극무원결의 정수, 그것이 극점까지 펼쳐졌다. 아울러 무영은 천상귀원검을 육성의 내력으로 펼쳤다.



검에서 나온 투명한 기운이 결빙체를 만들었다. 비록 육성의 공력을 사용했지만 천상귀원검의 정수가 발휘될 때 나타나는 현상은 그대로 재현됐다. 검강인도 무영은 사라져 보이지 않았지만 그 결빙체가 시작된 곳을 보면서 천상귀원검을 전력으로 펼쳤다.



동시에 태극전류섬을 무영의 승천제마검 검병을 잡고 있을 팔의 위치를 가늠해 어깨와 심장을 다 포함할 수 있도록 연속으로 세 번 격발했다. 그 순간에 손가락이 세 번 털렸다. 심검을 펼친 것이 아니었기에 그쯤에 무영의 몸 일부가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검강인의 생각은 그랬다.



콰아아앙!



무영과 검강인에게서 나온 투명한 기운이 정면충돌했다. 엄청난 폭발음이 일면서 그 공기의 파장으로 인해 집성전의 금이 공간을 만들어 밖의 빛살들이 스며들 정도로 커졌다. 이어 지붕이 그대로 무너져 내렸고 사방의 벽도 갈라져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 여파에 집성전 전체가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그 혼돈의 순간에도 두 기운은 정면으로 맞선 채 서로의 힘을 겨루었다.



휭!휭!휭!휭!



두 개의 투명한 기운이 눈으로 확인할 수 없는 속도로 휘돌았다. 더 전진을 못하자 그 힘을 감당 못해 회전하기 시작한 것이고 그 회전의 속도가 안력(眼力)의 범위를 넘어서자 집성전 전체를 날려버릴 수 있는 거대한 폭풍을 일으키기 시작했고 이 때문에 집성전 전체가 무너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 순간 검강인이 격발한 세 발의 태극전류섬이 무영의 어깨와 심장이 있음직한 곳으로 파고들더니 그대로 관통해 맞은편을 뚫고 나갔다.



퍽!퍽!퍽!



허나 망상재가 무엇인가. 일극무원결 다섯 가지 감각 중 태(態)의 마지막 단계가 아닌가. 존재 자체마저 잊게 하는 것, 해서 어디서도 존재할 수 있는 것. 그것이 펼쳐졌으니 태극전류섬이 관통한 것은 무영의 기의 잔상이 남아있던 곳이다.



이것이 망상재의 진정한 위력이다. 단순히 잔상만 남기는 것이 아니라 기를 그곳에 일부 남겨서 완벽히 상대를 속이는 것이다. 그때부터 검강인의 투명체가 밀려기 시작했다. 집성전이 무너져 내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급해진 무영이 다 무너져 내리기 전에 무릎을 잘라야 했기에 공력을 팔성으로 올린 것이다. 동시에 무영이 손을 펼쳐 무엇인가를 끌어들이는 동작을 취했다. 그러자 세 개의 빛이 태극전류섬이 만든 구멍을 통해 들어왔고 검강인의 무릎을 향해 폭사됐다.



“아니 이것은?!”



검강인의 놀란 외침처럼 그 세 개의 빛은 태극전류섬이 다시 되돌아 온 것이었다. 그 순간 내력에 밀려 뒤로 질질 밀려가던 그의 왼 무릎에 세 개의 통증이 일어났다.



퍽!퍽!퍽!



그 통증은 소리와 함께 구멍이 됐고 피가 터졌으며 뒤로 밀리던 검강인의 신형이 급격하게 왼쪽으로 기울었다.



“분이발이라 하지. 집성전에서는 여기까지.”



말과 함께 무영의 신형이 사라졌고 투명체도 흔적 없이 증발했다. 순간 검강인의 투명체가 힘 겨루던 상대의 힘이 사라지자 그대로 날아가 집성전 좌측면을 통째로 날렸다.



“크아아악!”



그제서야 무릎에서 시작된 통증이 신경에 전달됐고 뇌도 그것을 감지했다. 검강인이 그 안에 극도의 통증이 느껴지는 비명을 질렀다. 비명을 흩뜨리며 그의 머리 위로 대리석 천장이 무너져 내렸다. 그는 잘린 발목을 축으로 경공을 펼쳤으며 잘린 손목으로 대리석을 쳐냈고 나머지 손은 검을 이용해 왼 무릎의 주위의 혈도들을 찍어 지혈을 해야 했다.



쿵! 텅! 팍!



그는 온몸으로 대리석들과 부딪치며 집성전 밖으로 겨우 빠져나올 수 있었다. 그 바람에 그의 온몸이 만신창이가 됐다. 잘린 부위들 때문에 호신강기를 펼칠 수 없었고 당연히 금강불괴의 몸도 많이 약해진 상태였다. 대리석에 맞은 부위들이 그래서 더욱 아팠다. 뼈도 부러졌다.



“크아아아아악! 검무영!! 이놈!!!!”


ㅡㅡㅡㅡㅡㅡㅡ


삼혼의 합공이 삼경과 사경을 향해 펼쳐졌다. 무천이 틀어놓은 검결을 제 자리로 돌려놓아 완벽해진 구 삼혼지문이었다. 삼경과 사경도 그에 대항해 제천무형거력장(制天無形巨力掌)을 펼쳤다. 구 삼혼지문을 무력화시키는 원리가 들어있는 장법이었다.



지금까지 오합을 치르는 동안 그들은 서로 간에 최정예의 수를 펼치지는 않았다.상대에 대해 서로 처음 접하는 것이라 오합은 일종의 상대를 파악하기 위한 통과의례 정도였다. 특히 그들의 존재 자체를 몰랐던 삼혼의 입장에선 더욱 그랬다. 삼경과 사경도 달라진 삼혼의 실체를 어느 정도 파악해야 했기 때문에 이에 응했다.



그 순간 집성전이 통째로 무너졌다.이런 식의 일전은 그 순간 무의미해졌다.그래서 전력을 다한 수가 펼쳐진 것이었고 그 첫 합이 이번의 충돌이었다.



쾅! 쾅! 콰앙!



세 번의 충돌이 허공중에 일어났다. 주변 십장 안의 모든 것들이 이 충격의 여파로 흔들렸다. 헌데 신기한 것이 그 정도에서 파장의 위력이 끝났다는 것이다. 완벽해진 구 삼혼지문이 제천무형거력장을 흡수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아니? 어떻게..”

“어? 반대로 되는 것이 맞는데?”



삼경과 사경이 믿을 수 없다는 경악성을 날렸다. 그들이 천년을 준비했고 삼혼지문 또한 그 안에 있었기 때문에 삼혼이 자신들의 비전무공을 쓰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자신들에게 일방적으로 당하는 것이 맞았기 때문이다.



물론 삼혼이 더욱 강해진 것은 감시를 통해 알고 있던 사실. 하지만 그 근본이 바뀐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그들은 지금 이 현상에 경악은 더 클 수밖에 없었다.



“주군이 운결 몇 개를 바꿨지. 해서 삼혼지문은 더 이상 남의 무공을 받아 전하는 매개로써의 역할은 사라졌어. 이것이 우리가 달라진 점이지.”



불혼의 말에 도혼이 자신이 먼저 말하지 못한 것이 못내 분했다. 해서 껴들었다. 가로챈 것이다.



“알겠냐! 잠만 처잔 놈들아. 새 삼혼지문도 있는데 그것은 다른 놈들한테 써야 하니까, 이것으로 그냥 가라. 자식들, 왜 깨어나서 고생을 자초해. 크하하하하하하!!”



도혼이 통쾌하게 웃었다.



“그리고 돌려준다. 우리가 또 하나 배웠거든. 역반투일세. 그냥 그렇게만 알아. 이젠 깨어나지 마! 우리가 재워줄 테니까.”



도혼의 말과 함께 불혼과 속혼이 동시에 소리쳤다.



“돌아가라!”



그 순간 구 삼혼지문 속으로 흡수된 제천무형거력장이 튕겨져 나와 삼경과 사경을 향해 뇌전처럼 폭사됐다. 삼혼 각각의 내공이 그 안에 무려 8성씩 포함돼 있었다.



“헉!”

“엇!”



제대로 된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삼경과 사경의 몸이 제천무형거력장에 휩쓸렸다. 그들은 위험을 느끼는 순간 급히 대기로 스며들려 했는데 이런, 삼혼의 무공이 아니라 자신들이 펼친 장풍이 돌아오는 것이 아닌가. 대기에 스며들어도 이 장풍 또한 제천문의 무공이어서 대기로 스며든 삼경과 사경을 산산조각 낼 수 있었다. 대기에 스며들었기 때문에 내상을 입거나 몸의 일부분이 파괴되는 정도가 아니라 존재 자체가 대기처럼 산산이 흩어지는 것이었다.


ㅡㅡㅡㅡㅡㅡㅡ


삼영 중 준영이 일소혈빙사를 맡았고 한성과 철용이 빙혈천마를 상대했다. 일소빙혈사의 무공은 극음무공의 정수였고 그를 뒤받침 하는 내공 또한 가히 일절이었다.준영은 처음 십합을 조금 밀렸다. 십합까진 파천태극무검으로만 상대했기 때문이다. 그는 공력을 오성만 사용했기 때문에 그가 자초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그는 즐기고 싶었다. 제마단에 거의 도착했을 때 일소빙혈사 설지연을 만났지만 제마단의 상황을 감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자신의 걱정이 기우였음을 알았고 해서 이런 일전이 다시없을 것 같아 이것저것을 시도해 보았던 것이다.



“호호홋! 토실토실한 것이 맛있게 생겼구먼. 왜 이리 앙탈이야. 얼른 와. 이 누가가 어루만져 줄게. 어영~ 어서. 호호호호!”



설지연은 상대의 강함도 좋았고 자신이 우위를 점함도 좋았다. 늠름한 것이 보기에도 좋았고 그의 공력을 자신이 흡수해버릴 생각이어서 더욱 좋았다. 둘 간의 교접을 생각하니 입이 찢어질 판이었다. 그녀는 일부러 크게 웃어 가슴도 격랑 치게 만들었다.



“허! 이런. 칠백 년 묵은 몸을 함부로 놀리는군. 이제 볼만큼 봤으니 보낼 때가 된 것 같군. 어.. 칠백 년 묵은 처녀라. 허허.”

“그래서 더 완벽하지. 이 누나가 가르쳐 줄게. 호홋! 어서 오래니까.”

“아! 실수. 칠백 년 묵은 걸레겠지. 미안. 할머니.”

“뭐라고? 요놈 보라? 어린 것이 예쁘다고 봐줬더니만 기어오르려고 하네?”

“내가 왜 걸레 위로 기어올라? 미쳤어?”

“이.. 이놈이, 정말!! 죽고 싶어 환장을 했구나!”

“아니, 죽이고 싶어 환장했어. 아주 오래된 걸레 할멈.”

“죽어!!!”



그녀가 정말로 욱해 극빙마혈공의 제 삼초 빙혈단혼절빙장을 팔성의 내력으로 펼쳤다. 팔성 정도면 상대를 제압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순간 주위의 공기가 얼어붙는 것을 시작으로 해서 반경 십 장 이내의 나무에 서리가 끼고 바닥의 땅도 얼어붙었다. 개방에서 펼쳤던 것과는 천양지차였다.



“이크! 할멈, 참!”



준영이 얼른 한마디 하고 몸을 회전시켰다. 호신강기로 막을 치는 동시에 회전을 통해 자신 주위의 공기에 열기를 불어넣었다. 그 다음은.



“이상한 놈과의 대결에서 깨달은 태의 순상평(順狀平)이다.”



그의 외침과 함께 열기 덩어리가 된 준영의 신형이 빙혈단혼절빙장의 극음기에 부딪쳤지만 그냥 산들거렸다. 극음기가 비껴간 것이고 그 여파에 준형의 신형이 갈대처럼 흔들거렸지만 그것을 흔든 바람처럼 자연스러웠던 것이다.



“헛! 말도 안돼!”



설지연이 공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며, 다급히 외쳤고.



“이번 초식은 무영이 깨닫게 해준 삼영지문의 여의무상파천류라 한다. 누구와 싸워도 최선을 다해야 하거늘, 넌 그렇지 못했어. 그 교만이 너를 죽음으로 인도할 거야. 이것으로 너의 칠백 년을 마감시킨다. 살!”

그의 검에서 빛이 번쩍했고 사라지더니 공간을 건너뛰는 시간을 압축해 설지연의 목에서 하나의 검 날로 재현됐다. 피한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순상평을 펼쳐 회전하기 시작한 몸이 극음기가 비껴가며 회전속도를 더욱 높여주었기에 그가 펼친 여의무상파천류는 가속을 받아 본래의 속도보다 몇 배는 빨랐던 것이다.



싹둑! 파!



두 개의 소리, 목이 잘리고 피가 튀는 것으로 일소혈빙사 설지연의 파란만장한 삶이 마감됐다.



‘이런. 말도 안 돼.’



그녀가 마지막으로 생각했던 말은 앞서 뱉을 수 있었던 것과 다르지 않았다. 그 끝에 그녀의 몸이 얼음이 깨지는 것처럼 온몸에 금이 생기더니 이윽고 산산 조각나 사라졌다. 몇 개의 물방울이 대지 위로 떨어졌다. 나머지는 다 증발한 것이다. 그녀의 칠백 년과 일소혈빙사라는 희대의 마녀가 몇 개의 물방울로 무림 사에서 영원히 지워지는 순간이었다. 


그때 준영이 사마천을 상대하고 있는 한성과 철용을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