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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미친 전세값 때문에 아파트 구입한다고?



방대한 자료를 자랑하는 《부동산 계급사회》를 인용하지 않더라도, 현재의 아파트가격이 지나치게 높은 것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박근혜 정부가 전세값을 미친 듯이 올리는데 최선을 다한 이유가 전세값이 집값에 근접하면 구매로 돌아설 것이고, 이렇게 부동산경기가 살아나면 경제도 살아나리라 생각(70년대식 발상)했기 때문입니다.





여기까지는 박근혜 정부의 생각이 들어맞았습니다. 미친 전세값이 매매가의 70~80%를 넘어가면 세입자가 저금리로 대출받아 집을 사는 편이 낫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전세는 금리가 높을 때나 가능한 방식이지 저성장과 저금리가 일상화된 요즘에는 사라질 수밖에 없는 과거의 산물이니 반전세나 월세보다 아파트 매입이 나아 보일 수 있습니다.



헌데 문제는 집을 구매한 다음에 발생합니다. 실소유자라고 해도 my sweet home을 마련했다는 기쁨은 오래갈 수 없는 현실에 직면하게 됩니다. 일본식 장기불황의 원인이 된 지나치게 고평가된 아파트가격을 잡기 위한 참여정부의 노력을 제외하면, 한국의 부동산시장은 일본의 판박이입니다.



특히 박근혜 정부 들어 온갖 규제를 풀다 못해 DTI와 LTV까지 완화해 일본과 동일 수준(일본은 감정가의 70%까지 인정했었다)으로 대출받을 수 있게 만들었기 때문에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을 수 없습니다. 여기에 언제 터질지 모르는 대공황의 도래까지 고려하면 아파트가격은 2~4년 내에 대폭락을 피할 수 없습니다.





일본의 경우 반 토막이 났습니다. 그리고 다시 상승하지 않았습니다. 일본의 경제호황은 부동산가격이 끝없이 상승하며 자산거품을 키운 것에 크게 힘입었습니다. 기업들도 자산이 늘어나자 미래투자에 인색했는데, 부동산 거품이 붕괴하자 예전의 우위를 모두 다 잃어버렸습니다.



다시 제조업으로 돌아선 소니도, 어제 제조업 포기를 선언한 샤프(LCD TV를 최초로 생산) 등이 전 세계를 호령할 수 있었던 것은 부동산시장 활성화로 자금줄이 마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1980년대 이후 일본의 대기업들이 미국의 GM처럼 기술개발이나 대규모 투자에 목매지 않은 것도 이 때문입니다. 그 결과 일본은 제조업 최강국에서 추락해 20년 장기불황에 접어들었습니다.



우리는 아직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 LG화학, 하이닉스 같은 초대형 제조업체가 살아있어 일본 제조업의 몰락만큼 심각한 상황은 아니지만, 최근에는 환율 때문에 미국을 제외한 모든 곳의 수출에서 흑자가 줄고 적자가 늘어나고 있어 안심할 수 없습니다. 이런 추세가 고평가된 부동산시장과 맞물리면 일본식 장기불황으로 빠져드는 것은 순식간입니다.





저금리와 저성장이 고착화된 현실에서 부동산 기적이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고령사회의 반작용인 출산율 저하까지 지속되면 아파트가격은 하락을 피할 수 없습니다. 정부가 아무리 부동산시장을 떠받친다 해도 아파트가격의 하락은 피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미국이 금리인상을 마냥 미룰 수 없기 때문에 아파트 매입을 위해 대출까지 받는 것은 기름을 지고 불속으로 뛰어드는 것입니다. 미국이 금리인상을 하면 우리나라도 자산유출을 막기 위해 금리인상에 나설 수밖에 없고, 이렇게 되면 소득이 적은 가계들은 부채를 감당할 수 없습니다.  



내 집이라는 안정감 때문에, 아파트가격의 하락분과 이자와 원리금 상환까지 모두 다 감당할 수 있거나, 그런 소득을 10년 정도 유지할 수 있다면 모를까, 그럴 여력이 없는 상황에서 아파트 매입은 대단히 어리석은 결정입니다. 대출까지 받아서 매입했다면 이자와 원리금 상환만큼 소비와 지출을 극도로 줄여야 하는데 그것이 가능할지 모르겠습니다(원래부터 가난한 사람과 갑자기 가난해진 사람은 다르다).





공공요금 인상과 중하위층을 죽음으로 내모는 사교육비는 또 어떻게 감당할 것입니까? 아파트를 담보로 생활비를 대출받아야 한다면 최악의 상황으로 내몰릴 수 있습니다. 아파트가격의 폭락이 빨라지면 금융권의 원리금 상환이 빨라지고 대출금리가 오를 수 있어 위험요인은 더욱 커집니다.



특별한 변화가 없는 한 1~2인가구는 늘어날 것인데, 이는 아파트가격의 하락을 더욱 부추길 것입니다. 신규 일자리 창출도 경제구조와 가구 변화 등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다양한 형태의 주거방식이 나타날 것입니다. 이럴 경우 기존의 아파트는 경쟁력을 잃을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평생 아파트에서 살 것이 아니라면 매입은 뒤로 미루십시오. 정부가 아파트가격을 연착륙시키는 방향으로 돌아설 때까지 기다리십시오. 복지나 사회안전망이 강화되고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지기까지 매입에 나서지 마십시오. 향후 4~5년 정도의 안정된 소득원이 있다면 더더욱 미루십시오.





제가 보기에 올해 말이나 내년 초가 되면 아파트가격이 얼마나 떨어질지 예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때까지만 매입을 늦추는 것이 현명하다고 봅니다. 그때 실물경제가 나쁘고, 조세수입이 예상에 훨씬 못 미친다면 아예 구매를 포기하시고 다른 방식의 주거형태를 찾는 게 낫습니다.



현재의 상황에서 대출을 늘리는 것은 자살행위입니다. 소비와 지출을 늘리는 것도 자살행위입니다. 지금은 그 이상일 수 없을 정도로 보수적인 자세를 견지해야 합니다. 향후 2년이 모든 것을 말해줄 것입니다. 도저히 못 참겠다면 딱 2년만이라도 추세를 지켜본 뒤 결정하십시오.



다가올 대공황에서 살아남으려면 현금성 자산을 최대한 확보해야 합니다. 소비를 최소화하고 지출도 필수적인 것을 빼면 뒤로 미뤄야 합니다. 그것이 유일한 생존의 비법입니다. 정말로 어려운 상황입니다. 세계경제가 어떤 학설로도 설명이 불가능한 상태에 빠져 있기 때문에, 여유가 없을수록 보수적인 자금 운영이 필요합니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