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하늘(1)

늙은도령 2014. 7. 13. 00:00

 

 

 

                                   

 

 

하늘(1)

 

하늘이 한 칸씩 비어져 갑니다

아직도 영혼은 깨어 있지 못하여

저 푸른 빈 칸을

무슨 言語로 채워야 하는지

 

하늘이 한 칸씩 비어져 갑니다

때로는 산길 떠도는 낙엽과 햇살

바람 따르는 눈길만 같고

서른 여덜의 하루

실피줄 터지는 웃음만 같은

 

하늘이 한 칸씩 비어져 갑니다

막무가내로 펴놓은 원고지엔

그 어떤 날의 향기이던가

차마 옮기지 못하는 사연들만 찾아와

입안을 맴돌고 맴돌단

지쳐서 손끝의 슬픔이나 되는데

 

하늘이 한 칸씩 비어져 갑니다

나는 새벽까지 깨어선 하늘만 보고

여명이 다가와 나를 적시면

비로소 떠오르는 몇 마디 말

망설이다가 영혼의 원고지에

끄적이다가 찢고 또 찢는 내 안의

갈망들

 

이승은 어찌하라고

저 구겨진 속됨은 어찌하라고

하늘만 한 칸씩 비어져 갑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