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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야민

이승윤 유기동물 가족 찾아주기 광고에 대한 단상 그리고 그리움 유럽의 속담 중에 '자연이 말을 할 수 있다면, 통곡부터 할 것이다'라는 것이 있습니다. 11번가 광고 캠페인을 통해 유기동물에게 다시 가족을 찾아주자는 이승윤의 질문을 듣는 순간 이 속담이 떠올랐습니다. 제가 '늙은도령의 본 근현대사'라는 미숙하기 그지없는 세계사를 연재할 때ㅡ많은 부분을 수정하고 새롭게 추가할 내용들이 너무 많아 연재를 다시 시작하고 책으로 낼 수 있을지 알 수 없지만ㅡ첫 번째로 인용한 속담이어서 더욱 특별했습니다. 프랜시스 베이컨이 자연을 신의 의지가 적용된 완전한 세계로 보지 않고 인간에 의해 얼마든지 개발되고 변형될 수 있는 존재로 격하시킨 이후 인류의 자연파괴사는 눈을 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잔인하기 그지없었지요. 데카르트와 함께 이성의 시대를 연 장본인 중 한 명인 베이컨에.. 더보기
이재명과 안희정에게, 진보진영의 장기집권에 대하여 문장 하나하나를 시처럼 썼던 벤야민의 《일방통행로》를 보면 '비평을 할 때는 작가의 책을 씹어먹을 듯'이 하라는 말이 나옵니다. 재벌의 반칙으로 자살을 빼면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시기를 힘겹게 극복한 필자가 권력과 자본, 지식에 대한 비판에 집중한 이래 벤야민의 성찰은 일종의 나침반 같은 역할을 해왔습니다. 안철수나 홍준표, 김진태, 조원진 같은 비열하고 저급한 자들을 비판할 때는 그럴 필요조차 없지만,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이재명과 안희정, 손석희 등을 비판하는 글을 쓸 때는 이런 자세로 쓸 수밖에 없었습니다. 특히 이재명과 안희정을 비판할 때는 그들이 민주당 후보로 뽑혔을 때 그들을 맹렬하고 집요하게 공격할 정반대에 위치하는 정당의 입장에서 비판했습니다. 박정희부터 전두환과 노태우를 거쳐 이명.. 더보기
병 속의 편지, 그리고 지식인에 대해 독자분들은 영화나 드라마에서 주인공이 편지를 써서 병 속에 넣은 후 바다로 떠나보내는 장면을 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병 속에 편지를 넣은 주인공은 병이 어디로 갈지, 누구한테 갈지, 도중에 병이 깨져 사라지거나 영원히 바다를 떠돌지 알 수 없습니다. 미지의 누군가를 향해 말을 걸었지만, 운이 좋아야 병을 주운 사람이 편지를 읽을 수 있는 동시대의 사람일 수 있지, 반대의 경우라면 해독 불가능한 나만의 독백으로 그칠 수도 있습니다. 이런 '병 속의 편지'를 통해 지식인의 역할에 대해 다룬 철학자이자 사회과자들이 있습니다. 한 사람은 현재의 독일을 만들어낸 양대 학파 중 프랑크푸르트 학파(나머지 하나는 프라이부르크 학파로 신자유주의의 원형이자 질서자유주의 또는 사회적 시장경제를 정립했다)의 1세대인 테오도.. 더보기
김제동의 톡투유를 사회적 자본으로 바라보면 현대 미국 사회의 많은 부분은 예측 가능한 경력 향상, 임금의 꾸준한 증가로 그 특징이 규정되는 안정된 고용 관계 위에 토대를 두고 세워졌다. 내 집을 갖고, 자녀를 대학에 보내며, 공동체와의 유대 관계를 통해서 안정감을 찾는 등, 직장 밖에서의 삶의 질은 고용에 대한 위협과 불확실성을 제거함으로써 향상되어왔던 것이다. ㅡ 카펠리, 로버트 퍼트남의 《나 홀로 볼링》에서 재인용 지난 일요일에 방송된 '김제동의 톡투유'에서, 지적장애를 가지고 있는 지인이의 부모와 방청객으로 참여한 한 어머님의 얘기는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만드는 안타까움과 절망, 희망과 힐링의 연속이었다. 필자는 지인이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던 얘기들을 (상당히 재미없지만) 사회적 자본이란 관점에서 다루어보고자 한다. 지인이의 현재를 응원하는 .. 더보기
이대로 가면 비대칭적 종말을 피할 수 없다 기술이 인류의 삶과 문화에 미치는 영향은 수없이 많은 석학들이 다루었던 것이지만, 과학과 기술공학의 발전과 정보통신기술의 영향을 가장 잘 파악해낸 닐 포스트만의 《테크노폴리》와 니콜라스의 카의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과 《유리감옥》, 바우만의 《액체근대》, 라이언의 《감시사회의 유혹》 등을 중심으로 다루어보는 것이 더욱 오늘날의 현실에 다가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광속으로 움직이는 ‘가벼운 경제’의 시대에서는 세상의 변화를 모두가 볼 수가 없기 때문에 ‘미네르바의 올빼미는 황혼녘에 이르러서야 날아오른다’는 헤겔의 주장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문화에 대한 기술-경제적 발전의 영향력은 위대한 서사시인 호메로스가 《오디세이》에서 보여준 것처럼, 신화(지배권력의 정통성을 창출함과 동시에 피지배자에 대한 .. 더보기
신경숙의 표절에서 보는 우리시대의 자화상 필자는 신경숙의 소설을 단 한 편도 읽지 않았고, 표절의 대상이 된 소설도 읽지 않았다. 필자가 신경숙의 표절 논란에 감 놔라 대추 놔라 하는 것이 조심스러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신경숙이 표절 논란에 대해 몇 번이나 글을 쓰다가 삭제해버린 것도 이 때문이다. 신경숙의 표절이 의도적인지 아닌지 알 수 없지만, 한때 시인이나 소설가를 꿈꿨던 필자로서는 표절의 문제가 남 나라 얘기로만 들리지 않는다. 필자가 처음 소설에 도전했을 때의 기억도 생생하게 떠오르고, 체력적 한계 때문에 시를 쓰는 것으로 방향을 틀었던 때도 기억이 난다. 선친이 자식들을 위해 구입한 1,500여권의 책 중에는 수많은 소설들이 있었고, 필자는 젊은 날의 상당 부분을 그 소설들과 함께 보냈다. 우리가 고전이라고 하는 것들 속에서 시대를.. 더보기
늙은도령이 본 근현대사 ㅡ 진실을 마주할 용기 이밖에도 작은 마을 단위의 시장에 대한 경험을 바탕으로 유럽 전체를 넘어 전 세계에 적용될 자유시장(정확히는 자기조정 시장) 개념을 그렸던 18세기 경제학자들의 고전경제학이 지닌 치명적인 오류와 그것에서 출발한 시장 실패에 대해서도 정확히 알아야 한다. 뉴턴역학과 다윈의 진화론에 경도된 고전파경제학자는 인간 이성과 도덕률에 대한 지나친 믿음과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자연의 법칙(칸트가 말한 기계로 부터 나온 신에 기원한다)에 함몰돼 자기조정 시장의 허구성과 자본의 폭력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정확히는 인간에 대한 이해가 너무나 부족했고 진보(양적 성장)의 필연성에 함몰됐다. 또한 천사의 모습으로 다가와 ‘빚도 자산’이라는 무한대의 신용 창출을 부추긴 사탄의 후예들과 끊임없이 노력해야만 유지될 수 있는.. 더보기
내가 다시 살게 된 이유 ㅡ4 1%도 안 되는 희망의 새로운 이정표는, 칼 폴라니에서 더 나가지 못하고 있던 저에게 다가온 세 사람의 위대한 석학들이었습니다. 그중에서 미셀 푸코와의 시공간을 초월한 일방적 만남이었습니다. 그는 칼 폴라니의 『거대한 전환』의 한계에 갇혀 있던 저에게 세계를 보여줬습니다. 그는 근대현사의 변곡점으로 신자유주의 통치술의 등장을 지적했고, 일련의 저작들은 저에게 새로운 시각을 열어주었습니다. 게다가 그 책은 프리드리히 폰 하이에크와 밀턴 프리드먼으로 대표되는 신자유주의의 본질에 대해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제가 칼 폴라니의 『거대한 전환』을 필두로 조지프 스티글리츠나 폴 크루그먼 같은 경제학자들에게서 찾을 수 없었던 것들을 푸코는 제공해주었습니다. 구조나 사건의 상호작용에서 일어나는 단절들이 세상을 결정한다는.. 더보기
대한민국의 현대사 ㅡ 식민지근대화론의 허구성1 일본의 강제합병 덕분에 근대화의 초석이 마련됐다고 하는 식민지근대화론자들의 주장이 터무니없는 거짓말이었음을 밝히는 것은 별로 어려운 일은 아니다. 이미 국내 학계에서도 이에 대한 연구가 상당히 진행된 상태이기 때문에 식민지근대화론의 허구성을 밝히는 작업을 선구자들의 뒤만 따라가면 별로 의미가 없을 듯하다. 따라서 1970년대부터 유럽의 발전사와 제3세계의 종속이론을 다시 연구하면서 새롭게 정립된 '신 비교사 정치경제학'의 도움을 받는 것이 새로운 시각을 열어줄 것이라 생각한다. 특히 1970~80년대까지 방대한 자료와 문헌들을 담아낸 샌드라 핼퍼린의 《유럽의 자본주의》와, 그보다 훨씬 앞선 학자인 토크빌의 《앙시앙 레짐과 프랑스혁명》과 일련의 저작들을 '신 비교 정치경제학'을 통해 접근하면 식민지사관을 .. 더보기
한두 줄의 단상들 ㅡ 교황과 대통령, 허수아비와 닭 동상이몽 ㅡ 늙고 인자하고 지혜로운 총각은 모든 소외받고 차별받는 사람들을 위해 아낌없이 희망을 나뉘어주었다. 늙고 괴팍하고 고집불통의 처녀는 그 희망을 재빨리 낚아채버렸다. 소탈한 총각은 신을 대신해 하늘의 축복을 전했지만, 권위적인 처녀는 권력을 동원해 지옥의 공포를 안겨주었다. 잘못된 신화 ㅡ 고대 아테네 신전에서 발굴한 제우스의 유물들을 조사·연구한 끝에 판도라상자에 담겨 있던 것들이 진실을 가리는 것들이었다는 사실을 밝힌 고고학자들은 상자 밑바닥에서 다음과 같은 문구를 하나 더 발견했다. ‘made in Jojoogdong'. 세 여인 ㅡ 막달라 마리아가 창녀라며 고자질한 늙은 처녀의 선동에 '어버이'와 '엄마'를 참칭한 자들이 그녀를 둘러싼 채 돌로 때려 죽이려 하자 예수가 말했다, '너희 중.. 더보기
테크노폴리ㅡ고용없는 성장이 인류의 미래라고? 미국의 구인·구직 정보업체 ’커리어캐스트’가 선정한 ’10대 몰락 직종’ 발표했습니다. 커리어캐스트는 미국 노동통계국의 고용전망 자료를 토대로 2012∼2022년 사이 우체부의 고용하락률이 모든 직종 가운데 가장 높은 28%에 달할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이메일, 소셜네트워크 등의 발달 때문에 미래의 고용상에 변화가 일어날 수밖에 없고, 이를 피해갈 수 없는 직종을 선정한 것입니다. 닐 포스트만의 저서 우체부에 이어 농부(19%), 검침원(19%), 신문기자(13%), 여행사 직원(12%)이 선정됐습니다. 그 다음으로 고용전망이 나쁜 직업으로는 벌목공(9%), 항공기 승무원(7%), 천공기술자(6%), 인쇄공(5%), 세무업무원(4%)이 포함됐습니다. 특히 항공기 승무원은 항공사별 저가 경쟁 과정에서 비..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