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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조건

<사피엔스>, 인류에 대한 새로운 성찰 학자들이 행복의 역사를 연구하기 시작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우리는 아직 초기 가설을 만들어내고 적절한 연구방법을 찾는 단계에 머물고 있다. 확과한 결론을 채택하고 논의를 마무리 짓기에는 너무 이르다. 논의는 아직 시작조차 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서로 다른 수많은 접근법을 되도록 많이 알고 올바른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대부분의 역사서는 위대한 사상가의 생각, 전사의 용맹, 성장의 자선, 예술가의 창의성에 초점을 맞춘다. 이런 책들은 사회적 구조가 어떻게 짜이고 풀어지느냐에 대해서, 제국의 흥망에 대해서, 기술의 발전과 확산에 대해서 할 말이 많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개인들의 행복과 고통에 어떤 영향을 미쳤느냐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는다. 이것은 우리의 역사 이해에 남이 있는 가장 큰 공.. 더보기
신경숙에게, 내가 출판을 포기했던 이유2 책을 없애버리려는 자만이 비평할 수 있다. ㅡ 발터 벤야민의 《일방통행로》에서 인용 인간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고 질서를 세우는 전지전능한 신이 아니기에, 모든 이들을 굴복시키고 배제시키는 완벽한 독재란 그 자신마저도 독재의 희생양으로 만든다. 자신의 세계를 제외하고는 모든 곳을 인간이 살 수 없는 사막으로 만드는 것은, 사막에 들어온 사람이나 사막을 떠나는 사람 모두에게 필요한 오아시스마저도 마르게 하기 때문에, 한나 아렌트가 《인간의 조건》에서 그렇게도 강조했던 어떤 시작도 불가능하게 만든다. 그곳에 머물 수 있는 것은 삶이 아니라 죽음뿐이다. 카네티도 자신을 노예로 만들었던 칼 크라우스의 실체가 모든 존재를 죽이는 완벽한 독재라는 것을 알게 됨으로써 그의 유령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다음과 같은 성찰.. 더보기
홍준표와 오세훈이 의무급식 반대하는 진짜 이유 오세훈은 충북대 강연에서 “복지의 본질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노하우를 가르쳐주는 것”이라며 “우리의 재정 형편으로 부자 급식을 하는 건 정치이지 복지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서울시장에서 물러난 뒤 4년이란 세월이 흘렀지만 의무급식을 바라보는 그의 편향성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보편적 복지를 반대하는 오세훈의 논리는 단순함을 넘어 폭력적이기까지 합니다. 오세훈이 말한 ‘노하우’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그런 것이 아닙니다. 이 정도면 국가와 복지의 본질에 대해서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을 넘어 사실왜곡에 해당할 정도로 위험천만한 발언입니다. 현대성은 개개인이 처한 다양한 삶의 조건을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방향으로 발전해왔습니다. 쉽게 말해서 돈이 없으면 단 하루도 살아갈 수 없는 것이 .. 더보기
장그래의 눈으로 본 조현아, 그리고 정치의 역할1 인간은 인간이란 종으로서는 평등하게 태어나지만, 주어진 환경에 따라서는 불평등하게 태어납니다. 우리는 천부인권을 지닌 존엄한 존재로서 평등하게 태어나지만, 무한경쟁과 적자생존의 자본주의 시장경제 하에서는 수없이 많은 면에서 불평등하게 태어납니다. 지적 존재로 진화한 인간은 그 지적 작용의 결과 때문에 철학적 개념인 존재론적 차원과 정치적 개념인 민주주의의 차원에서는 평등합니다. 하지만 인간을 만물의 영장으로 승격시킨 그 지적 작용이 만들어낸 자본주의와 시장경제의 메커니즘을 거치면, 개인이 된 인간은 현실과 환경에 따라 출발부터 철저하게 불평등한 존재로 변질됩니다. 부가 쌓여서 축적돼 세습하는 단계가 되면 어떤 것으로도 무너뜨릴 수 없는 견고함(압도적인 권력)을 지니게 됩니다. 마찬가지로 불평등도 쌓여서 .. 더보기
인류의 근현대사 비평을 위한 제언ㅡ2 근대이성이 창출해낸 현대성이란 즉각적인 만족을 위한 소비지상주의와 무한투쟁을 장려하기 때문에,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인 유전자》가 왜곡돼 전달될 수 있었다. 하지만 앞의 인용문에서 보듯이 인간이란 이기적인 유전자의 횡포에 맞설 수 있는 유일한 존재이다. 우리는 그저 복잡한 생존기계가 아닌 스스로 운명을 창조할 수 있는 위대한 종이자, 모든 생명체가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낼 수 있는 유일한 지적 존재이다. 신이라는 존재와 무한이라는 개념을 추상할 수 있는 인간이란 종은 그래서 한 명 한 명이 작은 우주이며, 곧 신이라 할 수 있다. “우리는 예언자로서 나서는 대신 우리의 운명의 창조자가 되어야 한다. 우리는 우리의 최선을 다해 일을 하는 법을 배워야 하며, 우리의 오류를 항상 눈여겨보도록 우리 자신.. 더보기
병 속의 편지, 이 땅의 지식인에게 고함ㅡ2 "모든 철학이 죽었다"는 비트켄슈타인의 절망적인 선언이 나왔던 시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모든 철학과 사회학이 죽어버린 시대가, 신자유주의 통치와 거대 미디어의 세상인 지금이기 때문입니다. 생각 자체가 사라진 채 끊임없이 이동하고 접속하며, 단 한 번의 클릭으로 자신의 과거를 삭제하고, 현재의 나를 끝없이 업그레이드하는 모바일기기의 특징으로 인해 지금-당장이라는 소비지상주의가 만연된 시대적 특징을 감안하면,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고 비판정신을 유지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현대의 지식인들이 현실비판에서 멀어지면 화석의 존재처럼 변해버린 존재의 근거마저 사라져버립니다. 포기는 쉽고, 타협은 탈콤하며, 전향은 부를 제공합니다. 지식인이 꼭 가난할 필요는 없지만,.. 더보기
왜 노무현이고, 4대개혁입법이었을까? 아래의 인용문은 플라톤보다 반세기 전의 철학자(소피스트)였던 페리클래스의 추도문이다. 그는 이 추도문에서 초기 민주주의의 원형을 제시했을 뿐만 아니라, 아테네 정치철학의 핵심을 제시했다. 실제 아고라로 대표되는 아테네의 민주주의는 일종이 지배계급인 남성 시민에게만 허용(20세기 초까지 이어졌는데 남녀불평등의 기원이었다)됐지만, 그들 사이에서는 완전한 평등이 보장됐기에 자유로운 의견 개진과 상대에 대한 설득 및 공익에 합당한 합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공자가 말을 빌리자면, 수신제가(자신을 다스리고 가족을 부양하는데 성공한, 경제적 관념이다)에 성공해서 치국평천하(나라를 다스려 천하를 평안하게 만드는, 정치적 관념이다)에 나선 남성 시민들의 공론장이 아테네의 아고라다. 이곳에서는 자신의 견해를 드러내고 .. 더보기
우파 전체주의 비판1ㅡ열린사회와 그 적들Ⅰ 자신들과 그들의 정신을 권위와 편견의 감독에서 해방시키고자 하는 것은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이름 모를 사람들의 소망이다. 그들은, 오랜 전통이든 새로운 전통이든, 자유와 인간다움과 합리적 비판의 기준에 맞는 전통은 보존하고 발전시키고 확립하려고 노력하면서도, 단지 확립된 것이거나 그저 전통적이기만 한 절대적 권위는 거부하는 열린사회를 건설하고자 한다. 그들은 팔짱을 끼고 앉아서, 통치의 책임을 인간적 권위나 초인간적인 권위에 전적으로 지워버리려고 하지는 않으며, 피할 수 없는 고통을 없애기 위해 일할 각오가 되어 있다. 위의 인용문은 칼 포퍼의 《열린사회와 그 적들Ⅰ》의 서문에 나오는 내용이다. 위대한 과학자이자 철학자였으며, 불 같은 성격의 교수였으며, 인간에 대한 애정이 넘처나는 휴머니스트였던 그는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