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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더 프라미스드 랜드ㅡ음모론과 역음모론


오늘 캐치온에서 '더 프라미스드 랜드(The Promised Land)'라는 영화를 봤습니다. 본 시리즈로 유명한 맷 데이먼이 주연한 이 영화는 세월호 참사에 대한 정부의 대응부터 유병언의 죽음과 그의 아들의 체포까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연달아 일어나면서 온갖 음모론이 대한민국을 종횡무진으로 휘젖고 있는 상황에서 재미있는 시각을 던져줍니다.

 

 

                                                     

                                                                                     다음이미지에서 인용

 

 

제가 몇 편의 글에서 밝혀듯이 음모론에는 사실과 진실을 물타기 하기 위한 역음모론이 있습니다. 이를 테면 A라는 언론사 오너가 불의의 교통사고로 죽었다고 죽었다고 합시다. 그러자 그의 갑작스런 사망을 두고 온갖 음모론이 나돌기 시작합니다. 그런 음모론 중에 A가 B라는 신인여배우나 C라는 톱스타의 스폰서를 했다는 사실이 알려집니다. 여러 가지 근거들이 동원되면서 A의 사망에 포함된 추문들이 극에 달해 언론사는 빼도박도 못하게 됐습니다.

 

 

사태의 심각성이 커지자 A가 오너로 있던 언론사에서 역음모론을 흘립니다. B와 C가 문란한 사생활 때문에 A가 치명적인 병에 걸렸다고 말입니다. 헌데 B와 C는 그 병에 걸리지도 않았고, 건강하게 지내고 있는 것이 밝혀집니다. 이로써 사망한 A가 B와 C와 수시로 성관계를 갖는 대가로 스폰서를 했다는 음모론이 허무맹랑한 것으로 결론나게 됩니다. 이 때문에 다른 음모론들도 허구로 취급되며 얼마 가지 않아 시중에서 사라집니다.

 

 

여기서 A와 B와 C의 실제 관계가 어떠했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역음모론 때문에 사실에 근접해 있는 나머지 음모론들이 사라짐과 동시에 A의 죽음도 불행한 교통사고로 확정됩니다. A를 둘러싸고 있던 지난 날의 풍문들도 눈 녹듯이 사라집니다. A가 오너로 있던 언론사는 명예를 회복하고 예전의 영향력을 회복하게 됩니다. 

 

 

 

 

영화  '더 프라미스드 랜드(The Primesed Land)'는 이것과는 조금 다르지만, 요즘 미국의 새로운 먹거리 등장한 세일가스 개발을 소재로 가스가 매장된 것으로 확인된 지역을 '글로벌'이라는 석유회사가 매입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렸습니다. 내용의 핵심은 거대한 석유시추기업인 글로벌사가 성실한 주인공을 통해 지역 주민을 설득하게 하면서도, 환경단체회원을 가장한 또 다른 직원을 파견해 지역주민들의 반대를 이끌어냅니다.

 

 

그런 다음에 환경단체회원이 지역주민들을 반대로 이끄는 과정에서 했던 말들이 거짓임이 드러나고, 이런 사실에 분노한 지역주민들은 반대에서 찬성으로 돌아섭니다. 하지만 맷 데이먼이 거짓말을 한 환경주의자가 글로벌사에서 파견한 직원임을 알게 됩니다. 지역 주민들의 최종 투표가 있기 전날에 알게 된 사실 때문에 주인공은 고민하게 되고.. 그 다음은 너무 뻔하게 진행됩니다, 지극히 미국적인 방식으로.   

 


다음이미지에허 인용

 

 

영화적인 요소로 평가한다면 석유시추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일과 졸부(다니엘 데이 루이스)의 비참한 최후를 그린 'There will be blood'보다 많이 떨어집니다. 미국이 얼마나 위대한 나라인지 바보라도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허풍과 자랑질을 떨었던 '포레스트 검프'와도 일맥상통하는 것이 있기도 합니다. 미국의 헐리우드가 맡은 역할이 미국의 악행에 대한 세탁이 전문인 까닭에 이런 영화가 나올 수 있었지만, 음모론과 역음모론이 난무하는 대한민국의 현실에서 '더 프라미스드 랜드'가 던져주는 함의는 결코 작지 않아 보입니다. 

 

 

뭐만 하면 빨갱이 타령을 해대던 자들이 세월호 참사가 100일을 넘어서고, 7월 재보선이 코앞에 다가오자 세월호 참사를 교통사고에 비유하며, 보상과 배상 및 특혜의 차원으로 프레임 전환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무려 250명이 넘는 단원고 학생들을 포함해 304명에 이르는 국민의 죽음 앞에서 전통의 빨갱이 타령을 써먹을 수 없자, 돈과 특혜의 문제로 변질시킨 것입니다. 

 

 

내수경제 침체가 세월호 참사 때문이라고 말하는 대통령에서부터 자식 팔아 목돈 챙겼으면 입 닥치고 살라는 보수단체 회원까지 단 3일 만에 프레임 전환에 성공한 것입니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코앞에 닥친 재보선에서 국회 과반수를 유지하는 것이니 무슨 짓인들 하지 못할 것이며, 폭력과 폭언을 사용하는 것도 마다할 이유가 없겠지요. 



현 집권세력의 역음모론이 세월호 유족을 돈에 환장한 사람들로 만들다가 국민적 반발이 심하자, 이제는 배상과 보상 및 특례의 문제로 만들고 있습니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박근혜와 새누리당이라면 무조건 편을 드는 유권자가 최소 40%에 이르는 나라가 우리나라이기 때문입니다. 집권세력의 역음모론은 계속해서 분출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