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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제2의 IMF환란을 만들겠다는 것인가?


박근혜 2기내각의 경제수장으로 내정된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후보자의 경제인식이 위험하기 짝이 없다. 박근혜 정부의 실세 중의 한 명인 최경환 후보자는 "경제 회복세가 아주 미약한 가운데 세월호 참사가 겹친 데다 세계 경제 리스크도 커졌다"면서 "가능한 모든 정책 수단을 다 살펴볼 것"이라면서 "재정과 통화 신용 정책을 포함한 거시 정책과 내수 활성화 등 미시 정책, 기업 투자 활성화 대책 등 종합적인 대책을 이른 시일 안에 내놓겠다"고 말했다.   



한 마디로 말해 IMF환란을 초래한 강만수처럼 박근혜 대통령의 치적을 위해 물불 가리지 않고 모든 수단들을 동원해 경제를 활성화시키겠다는 것이다. 최 후보자의 발언을 기준으로 할 때 그 자체로도 논리적 오류가 존재한다. 먼저 세계 경제 리스크가 커졌다면서 기업 투자 활성화 대책을 내놓겠다고 하니 모순도 이런 모순이 없다. 기업들에게 박근혜 대통령의 치적을 위해 리스크의 부담을 더욱 지라고 하는 것이니 이런 모순을 어떻게 설명할까?


오마이뉴스에서 인용

                                                                

삼성전자를 비롯해 수많은 기업들이 느끼는 세계 경제의 리스크란 미래의 먹거리를 찾을 수 없다는 것에 있다. 이는 일국의 정부 경제팀이 마련해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거시정책과 미시정책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경제정책이라는 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거시에 초점을 맞추면 미시를 포기해야 되고, 미시에 초점을 맞추면 거시가 망가진다. 주류 경제학(미시에 방점)과 비주류 경제학(거시에 방점)이 매일같이 싸우는 것도 미시와 거시 사이에서 어느 것에 초점을 맞추느냐에 있다. 



최경환 후보자의 시각은 시장경제를 활성화 하기 위해 정부의 자유주의적 개입주의(신자유주의의 원형)를 통해 케인스식 총수요확대정책을 펼치겠다는 것이어서 논리적 모순에 빠져 있다. 경제정책의 결과가 경제학의 논리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고 해도 정책의 기본적인 수준에서 논리적 모순이 발생하면 그 결과란 엉망진창이 될 수밖에 없다. 정치 논리로 경제를 풀어서는 안 되는다는 것이 자유주의 경제학의 기본 중 기본 아닌가? 



그러나 여기까지는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최 후보자는 재정과 신용 정책을 거시정책에 포함시키며 추경 편성과 함께 LTV와 DTI의 한도를 대폭적으로 풀겠다고 했다. 경제를 조금이라도 공부한 사람이면 누구나 알고 있듯이 추경을 편성하려면 국공채를 발행하는 것 이외에는 방법이 없다. 세율을 올려 추경을 편성할 수 없기 때문에 다음 정권이나 미래세대가 갚아야 할 국공채를 발행하는 것밖에 현실적인 방법이 없다. 



이명박 정부의 4대강공사 때문에 매년 갚아야 하는 이자만 거의 조 단위에 이른다. 4대강공사를 통한 부대사업으로 이자는커녕 매년 유지비만 수천억에서 수조 원에 이르는 것을 최경환 후보자가 모를 리 없다. 이런 식으로 국가의 부채가 계속해서 늘면 제2의 IMF가 일어나지 말라는 법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증세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하니, 이명박근혜 정부 10년이 지나가면 공적 부문의 부채가 핵폭발을 일으킬 수 있다. 


                                      

                                                                 KBS 9시뉴스 방송화면 캡처



이보다 더 심각한 것은 내수활성화를 위해 LTV와 DTI의 한도를 대폭적으로 풀겠다는 것이다. 가계부채가 1020조원을 돌파한 상황에서 가계부채를 더욱 늘리겠다는 것이 최 후보자의 생각이다. LTV와 DTI를 풀면 당장 돈이 급한 서민들이 대출을 받아 이것으로 일정 기간 동안 연명할 수는 있지만, 이것이 바닥나면 이자와 원금을 상환할 방법이 없다. 깡통주택이 넘쳐나게 된다. 경매로 넘어가도 원금 상환조차 안 된다.



또한 부자들은 LTV와 DTI를 이용해 부동산 거래를 늘릴 수 있어 거래활성화가 이루어진다. 집값은 잠시 동안 상승한다. 제2금융권을 찾는 사람들도 늘고, 떳다방과 대출브로커들도 생긴다. 기획부동산들이 움직이며 짒갑 상승을 본격적으로 부추긴다. 은행과 제2금융권은 대출증권을 팔아 높은 수익을 거두고자 한다. 그러다가 쾅! 이것이 미국에서 모기지사태가 일어난 과정의 압축이며 그 출발이 LTV와 DTI를 무려 집값의 120%까지 늘리고 소득원이 없어도 마구잡이로 대출한 것이었다. 



대다수 국민들의 안정적이고 특별한 소득원이 없는 상태에서 짒갑 상승에 따른 소득 대체효과가 발생해 내수활성화로 이어질 것이란 말도 안 되는 단견은 가계부채만 늘려서 경제 파탄을 앞당기는 결과만 초래할 뿐이다. 가계부채란 모라토리엄도 선언할 수 없는 것이어서 IMF 구조금융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다. 물론 여기까지 가지 않겠지만 인위적인 부동산활성화는 당장은 좋지만 2~3년 후에는 감당할 수 없는 부채폭탄을 터뜨리고 만다.



보수경제학의 대가이자 현 인도 중앙은행 총재인 라구란 라잠의 《폴트라인》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2008년의 모기지사태를 일으킨 주범 중 하나가 정치에서 나왔음은 상식의 영역이다. IMF마저 참여정부 때 단행된 LTV와 DTI 규제를 금융위기 극복의 모범사례로 각국 정부에게 제시하는 마당에 박근혜 정부는 정반대로 가겠다니 그 저의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국가경제가 어떻게 되든 말든 박근혜 대통령의 치적과 기업의 단기이익이 그렇게도 중요하단 말인가?



게다가 경기침체가 세월호 참사 때문이라고? 웃기는 얘기다. 국민들이 세월호 참사를 보면서 오로지 돈만 쫓아가는 삶이 얼마나 위험하고 허무한 것인지 깨달았고, 과소비의 위험에서 벗어나는 계기를 맞았다. 이는 거시적으로 봤을 때 한국경제를 튼튼하게 만들 최선의 방책이며, 초장기 경제불황에서 살아남는 유일한 길이다. 국민의 실질소득을 늘려주되, 빚은 줄여야 하며, 이를 위해 소비를 줄이는 일은 무엇보다 우선돼야 할 시대적 과제이다. 



부의 재분배가 형편없기로 유명한 나라가 그것이 미시 정책적이던 거시 정책이던 파이만 키우는 일에 몰두하면 늘어나는 것은 빚과 무차별적인 규제 완화일 수밖에 없다. 천국을 옮기지 못하겠으니 지옥을 움직이도록 만들겠다는 프로이트의 말이 생각날 정도다. 따라서 묻지 않을 수 없다, 최경환 후보자는 부의 재분배를 위한 조세 정의 실현과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통해 내수경제를 살릴 방안은 갖고 있는지? 부의 불평등이 심화되건 말건 오직 줄푸세만 끝까지 밀어붙일 생각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