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동안 꼭 다루고 싶었던 것이 하나 있었다. 2007년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라인에서 다년 간 일했던 황유미(당시 23살)씨가 림프조혈기계 질환의 하나인 백혈병으로 사망한 것처럼, 하이닉스에도 비슷한 병으로 죽거나 투병 중인 노동자들이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라인에서 일어난 일이 하이닉스에서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인데, 오늘자 한겨레신문이 이런 필자의 궁금증을 풀어주었다. 

 

<한겨레>에서 인용

 

한겨레의 보도에 따르면 하이닉스 출신의 노동자들 중에 최소 17명이 백혈병 등 림프조혈기계 질환으로 사망한 것으로 나왔다. 하이닉스는 삼성전자보다 사망자 규모와 비율에서 높은 수치를 보였다. 지난 15년 동안 두 회사에서 80명 안팎이 림프조혈기계 질환에 걸려 사망하거나 힘겨운 투병을 하고 있으나, 삼성전자가 사과·배상·재발방지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에 비해 하이닉스는 이런 움직임을 보여주지 않고 있다. 

 

 

한겨레의 보도에 따르면 2008~2010년 사이 일반인의 림프조혈기계 질환은 줄고 있지만, 삼성과 하이닉스 반도체 생산라인에서 일했던 노동자들의 발병율은 높아지고 있다. 이는 사망자가 더욱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며, 최신 설비로 교체하기 이전에 일했던 노동자들의 건강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거의 모든 국민의 표적인 삼성전자의 문제는 양성화됐지만 하이닉스의 문제는 여전히 수면 밑에 잠복해 있다. 

 

 

                                                         근로복지공단ㅡ연합뉴스에서 인용

 

 

게다가 노동자의 복지와 후생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할 근로복지공단은 두 기업이 눈치만 보면 산재 인정을 하고 있지 않다. 우리나라의 노동부가 기업 활동을 위해 노동자의 권리를 억압하는 역할에 충실한 것처럼, 근로복지공단은 기업의 이익을 위해 노동자의 건강을 억압하는 역할에 충실한 셈이다. 세월호 참사가 기업의 탐욕과 정부의 역할 방기가 만들어낸 압축된 비극이라면, 두 회사의 노동자들이 겪고 있는 것은 누적된 비극이다.

 

 

하이닉스는 '올 상반기, 매출 7조6660억원에 영업이익 2조141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매출은 14%, 영업이익은 50%가 늘었다.' 상상을 불허하는 이런 이익 뒤에는 수많은 노동자들의 희생이 숨어있었고, 정부는 경제성장이란 미명 하에 이를 방조했다. 하이닉스는 삼성전자의 뒤에 숨어 천문학적인 이익을 거두고도 기업의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

 

 

대한민국의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에 두 회사의 반도체 신화가 있었음은 부인할 수 없다. 두 회사의 성공은 많은 사람들에게 이익을 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두 회사의 반도체 생산라인에서 일한 노동자들은 이익을 받지 못했다. 월급은 노동의 대가로 받은 것이기에 이익에 해당하지 않는다. 그것은 자신의 노동력을 제공한 대가로 당연히ㅡ실제로는 매우 적게 받은 것이지, 이익은 아니다.

 

다음이미지에서 인용

                   

 

삼성전자에 이어 반도체 시장점유율 5위에 오른 하이닉스도 삼성전자처럼 사과·배상·재발방지 협상에 나서야 하며, 양사 모두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 이상의 결과를 도출해야 한다. 지금까지 자신의 역할을 방기한 박근혜 정부도 국가의 존재 이유에 대해 분명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대한민국이 선진국의 반열에 이르려면 경제성장의 현장에서 피땀을 흘렸던 노동자들의 희생에 올바르게 응답할 때 가능하다.   

 

 

현 집권세력이 세월호 참사의 침몰원인을 숨기기에 급급한 채 특별법 제정을 마냥 늘어뜨리며, 세월호 피로감과 반감을 유발해 세월호 희생자들과 유족 및 생존학생들을 두 번 죽이는 일을 자행하는 것처럼,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똑같은 전철을 밟으면 국민적 저항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특히 SK그룹에 인수된 하이닉스는 근로복지공단의 뒤에 숨지 말고, 림프조혈기계 질환 때문에 사망하거나 투병 중인 노동자들과 사과·배상·재발방지 협상을 벌여야 한다. 

 

 

기업의 이익보다 사람이 먼저인 것은 불변이 진리이자, 최소한의 도덕이다. 하이닉스가 애플과 MS, 나이키와 스타벅스, 골드만삭스와 JP모건, 액손모빌과 BP 등처럼 악마의 기업이 되지 않으려면 삼성전자처럼 협상의 테이블로 나와야 한다. 삼성전자가 자사의 책임을 인정하며 협상의 테이블로 나온 것도 너무 늦어 국민적 지탄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하이닉스 경영진들은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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