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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여자 컬링,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1승만!



풀리그로 벌어진 예선에서 8승 1패라는 압도적인 승률을 기록한 독수리 5남매에게 다시 만난 일본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일본에게 패한 예선전은 마지막 3개의 앤드에서 기록한 어이없는 실수의 결과여서 갈수록 강해지는 독수리 5남매를 생각할 때 어렵지 않은 설욕전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습니다.



헌데 이 선수가 문제였습니다. 일본인들이 선호하는 얼굴의 주인공인 이 선수 때문에 앤드가 진행될수록 점수차가 좁혀지기 시작했고, 10앤드에서 후공을 선택한 전략도 이 선수 때문에 천추의 한으로 남을 뻔했습니다. 평창 올림픽이 시작된 이래 처음으로 목소리가 높아지고 호흡과 심장박동이 빨라지기 시작했습니다. 불안이 스물스물 피어오르고… 




비기기만 해도 승리가 확정되는 마지막 10앤드에서, 그것도 독수리 5남매가 후공을 취했음에도 일본에게 1점을 내주었습니다. 세상에, 7대 7이라니요? 파죽지세의 독수리 5남매가 9와 10앤드에서 3점이나 내주며 연장전을 치르는 상황까지 몰리다니요? 불안이 급속도로 커지며 손에서는 땀도 났습니다. 오줌이 마려운 것까지는 아니었지만…  



사실 저는 영미가 누구인지도 몰랐습니다. 얼굴이 똑같이 생긴 두 명의 선수 중에서 누가 영미인지도 몰랐습니다. 예선 마지막 게임에서야 처음으로 영미가 그토록 유명한 이름인지 알게 됐습니다. 컬링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어머님 때문에 게임을 보면서 설명까지 하느라, 그것도 똑같은 설명을 수없이 되풀이해야 하는 바람에 중간중간 필름이 끊이지곤 했습니다. 


 

일본과의 준결승이 시작되기 직전에 독수리 5남매의 관계도를 검색해서 위와 같은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는 이들의 팀워크가 그렇게도 끈끈한 이유를 겨우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8~9앤드에서 악수를 하는 것으로 설욕전을 마루리짓는 것으로 이들의 결승 진출을 바라는 저는 팬이자 시청자로써 기본도 되지 않는 뻔뻔한 놈이었습니다.   



참회(?)하는 심정으로 얼른 화장실을 다녀오고… 아, 그 전에 어머님과 손을 잡고 독수리 5남매의 승리를 기원하는 짧은 화살기도를 수십 번이나 날렸음을 알려드리면서… 아무튼 평창 올림픽이 시작된 이후 떨리는 마음으로 독수리 5남매의 결승 진출을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연장전의 시작과 함께 저도 모르게 '영미! 영미! 영미!'를 외치고 있었고요.


 


설욕전과 결승 진출을 위한 딱 한 점을 따기 위한 마지막 샷이 이와 비슷한 장면을 연출하는 순간, 독일에서 귀임한 동생과 저의 목이 터지는 외침에 막 잠이 들었던 어머님이 화들짝 놀라 깨어나고서야 두 손에 얼마나 땀이 맺혔는지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층간소음을 항의하는 아랫집의 강력한 질타를 각오하면서까지 기쁨을 마음껏 표시하는 중에…



독수리 5남매도 아시아 최초의 결승 진출에 한껏 끼쁨을 표출하고 있었습니다. 이들의 놀라운 투혼과 짜릿한 승리가 너무 고마워 한 뺨은 내려앉은 심장부터 제 자리로 가져다 놓았지만, 일본 천황이 무조건 항복이라도 했느냐는 어머님의 질문 공세는 피할 수 없었습니다. 일제강점기를 보낸 어머님에게도 일본전의 승리는 특별하게 다가왔던 모양입니다.  

  


평창 올림픽 최고의 히트상품으로 등극한 무적의 독수리 5남매, 대견하고 아름다운 그들은 이미 스웨덴전 승리의 기억을 가지고 있습니다. 결승전에서도 그렇게만 하면 됩니다. 많이 바라지도 않습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1승만 더! 일본과의 준결승처럼 숨막히는 승부도 좋지만… 바라고 바라건대 딱 한 번만 더, 우리의 자랑이자 기쁨으로 자리한 독수리 5남매여!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