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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진영논리를 배제한 채 모든 조건이 동일하다면?

제가 경기도민으로 살면서 남경필이 경기지사라는 이유로 불편하거나 불리한 일들이 있었는지 처음으로 생각해봤습니다. 그가 차악인 바른정당에서 최악인 자유한국당으로 날아간 것을 제외하면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습니다. 남경필이 경기도지사를 하면서 욕 먹을 만한 일을 한 적이 있었는지 떠올려봐도 별로 떠오르는 것이 없었습니다. 





도정 운영을 박원순 시장만큼 잘하지 못했다 해도 그가 중앙정부와 충돌하면서까지 문프의 발목을 잡은 것도 떠오르지 않앗습니다. 지난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과정에서 이재명이 문프를 저격하고 조롱하고 폄하하던 것에 비하면 천국과 지옥의 차이만큼 간격이 컸습니다. 재선하는데 조금이라도 유리하다고 판단해 자유한국당으로 옮긴 것을 빼면 그 때문에 제가 살아가는 것에 어떤 불편한 적은 없었습니다.



남경필의 최대 흠결은 자식의 문제입니다. 한국의 정서로 보면 남경필이 공직에서 사퇴하는 것이 맞았을 것입니다. 부몬의 책임을 20세로까지 한정하는 유럽이라면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고, 그 때문에 저도 글로 옮기지 않았지만 사퇴가 적절하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이재명의 형인 이재전씨가 (직접적인 원인을 추정할 수 없지만 간접적인 원인에 대해서는 추론이 가능한) 암으로 사망하기 전까지는 그랬습니다.



사법부의 판단은 별도의 영역이고요. 재판을 거래로 자신의 업적을 이루려 했던 양승태의 사법부가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판결을 했다고 해도 그것까지 남경필이 책임져야 할 것은 아닙니다. 책임은 그런 판결을 내린 판사들에게 있으며, 삼권분립과 법치주의라는 민주공화국의 기본마저 무너뜨린 양승태의 사법부라면 별로 놀라울 일도 아니고요. 아버지로써 좋은 변호사를 구해준 것까지 탓할 순 없습니다.



저는 이런저런 생각들을 해보면서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지금까지의 저는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을 넘어 지방선거 후보자들에게도 진영논리라는 똑 같은 잣대로만 모든 것을 재단하려 했다는 것입니다. 노통과 문프가 진영논리를 넘어 사람을 썼고, 공약과 정책에서도 좌우를 아우렀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알면서 진영논리에 갇혀 모든 것을 재단하려 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노통의 첫 번째 청와대 비서실장과 문프가 대표시절 첫 번째 영입한 인사가 보수 성향이 매우 강한 인물이었습니다. 노통은 자신과 측근들이 좌측으로만 가는 것을 막아달라고, 문프는 인물 중심의 전국정당화라는 민주당의 숙원을 이루기 위해 보수 성향의 인물에게 손을 내리었었지요. 제왕적 대통령제도 노통과 문프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이명박근혜에게는 나라를 말아먹는 수단이 된 것처럼, 중요한 것은 인물이었습니다.



생각해보니 혜경궁 김씨 수사촉구집회에 참여하고, 그/그녀의 정체를 밝혀서 법적 책임을 묻기 위한 고발인에 합류한 것도 따지고 보면 경기도지사로써 이재명이라는 개차반을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이었습니다. 이재명 거부운동이 정치인의 기준을 새로 하는 것임을 수십 편의 글들을 통해 되풀이해서 강조해왔고요. 



진영논리(정치적인 면에 한정, 경제적인 면에서는 양극화와 불평등을 줄이기 위한 진보적 가치를 양보할 수 없다)를 배제하고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기득권 논리를 배제한 채 이재명과 남경필을 비교하면 후자가 차악이라도 됐습니다. 사람마다 판단이 다르겠지만 이재명이 문프의 동반자가 아니라는 것은 저의 확고한 판단입니다. 그는 문프의 등에 칼을 꽂을 수 있는 내부의 자객이라는데 100%에 가까운 확신을 가지고 있고요. 그에 대해서는 지난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과정에서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글들을 통해 자세히 다루었습니다. 



노통이 무너진 것도 내부의 배신이었고요. 노통은 한나라당과 조중동의 공격은 신경도 쓰지 않았지만 여당 내부에서 자신을 저격하고 가난한 조중동을 마다하지 않았던 진보매체의 부화뇌동이 가장 힘들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비극적인 노통의 죽음도, 그를 지키지 못했던 것도 내부의 적 때문이었습니다. 생각해볼수록 제가 이재명을 떨어뜨리기 위해 남경필에 표를 주는데 주저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민주당 지도부가 후보를 교체할 생각이 없고, 모든 기득권들이 이재명을 지키는데 완전한 담합에 들었고, 그의 당선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에서 기권을 한다는 것이 이재명의 당선을 돕는 행위일 뿐입니다. 이재명은 자신의 지지층(문프의 지지층이 아니다)에 어필하기 위해 문재인 정부와 충돌하는 발언도 서슴지 않는 것까지 고려하면 남경필을 찍는 것 이외의 선택은 생각할 수 없습니다. 



인구수가 가장 많은 광역단체장을 임기 중에 끌어내린다는 것은 홍준표의 예에서 보듯 거의 불가능합니다. 이재명을 당선시킨 뒤 끌어내리면 된다는 주장에 동의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회당 참여인원이 500명을 넘기지 못한 혜경궁 김씨 수사촉구집회가 말해주듯, 이재명을 끌어내리기 위한 촛불집회는 (칼 폴라니가 『거대한 전환』에서 완벽하게 파헤친 자기조절 시장처럼) 이루어질 수 없는 허구의 아이디어에 불과합니다. 



경제학자들이 자신의 지적 한계를 감추기 위해 주문처럼 외우는 '모든 조건이 변하지 않는다면'을 기준으로 한다면 남경필에게 표를 주는 것이 이재명의 낙선 가능성을 0.000001%라도 올리는 것입니다. 저는 오래된 독자를 모조리 잃는다 해도 남경필에게 표를 줄 것입니다. 선거를 치르기 시작한 37년만에 처음으로 자유한국당 후보에게 표를 줄 것입니다. 그 밖의 모든 표는 민주당 후보에게 주겠지만 



도대체 왜 민주당 후보가 이재명이란 말인가, 제기랄!!!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