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의 글은 찰스 킨들버거와 로버트 알리버가 공저한 《광기, 패닉, 붕괴ㅡ금융위기의 역사》에 나오는 내용이다. 주류와 비주류 경제학자들의 공통적으로 인정하는 이 책은 자본주의가 시작된 이래 주기적인 공황이 발생하는 이유에 대해 명료하게 밝혀냈다. 평균적으로 10년 단위로 반복되는 금융위기는 자본주의가 부실을 털어내는 공식적인 방식이며, 소위 개미로 불리는 사람들의 지갑을 털어가는 것이 암묵적인 룰이다. 그 과정을 압축한 것이 아래의 인용문이다.  



내부자들은 가격을 여러 차례 견인함으로써 시장을 균형점에서 이탈시키고 나서, 최고가 내지 그 근방에서 외부자들에게 매도한다. 외부자들의 손실은 필연적으로 내부자들의 이익과 같다...투기 세력으로서의 전문적 내부자들은 처음에 상승 파동과 하락 파동을 과다하게 증폭시킴으로써 균형점 이탈을 유발한다. 이 내부자들은 "추세는 내 친구"라는 마법의 주문을 따른다...고점에서 매수해 저점에서 매도하는 비전문가인 외부자들은 뒤늦게 그들을 끌어들이는 풍요감의 희생자들이다. 이들은 돈을 잃고 난 뒤 앞으로 5~10년 후에 쓸 또 다른 판돈을 저축하기 위해 다시 일상의 직업으로 돌아간다.




                                               다음이미지에서 인용



전 세계적인 장기불황을 초래한 2008년의 금융 대붕괴는 서브프라임 모기지증권이 직접적인 원인이었지만, 거대 금융기업(특히 규제의 사각지대에 있던 거대 투자은행과 헤지펀드)의 탐욕적 술수가 자리하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지금까지의 결과를 놓고 보면 주식투자로 돈을 버는 확률은 아르바이트만 해서 중산층에 드는 것만큼 확률보다 더 낮다. 현대의 자본주의를 카지노 자본주의라고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보다 더 믿을 수 없는 것은 2008년의 금융 대붕괴가 제조업을 담보로 폰지사기(다단계와 비슷한 방식으로, 먼저 투자한 자가 뒤에 투자한 자들의 돈으로 가장 많은 이익을 가져가는 것을 말한다)를 벌인 것이라는 사실이다. 게다가 이런 폰지사기가 그 이전에도 여러 번 있었으며, 길게는 1873년과 1929년에 발생한 경제대공황과 짧게는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들(숄츠-블랙이론으로 명명된 이들의 이론은 주식투자의 위험분산에 관한 것이다)이 설립한 금융회사가 망하면서 발생한 1997년의 금융위기가 대표적이다. 



인류의 기억 속에, 혹은 금융권의 기억 속에서 강제로 삭제된 1929년의 경제대공황과 1997년의 금융위기의 원형은 1711년 남미의 스페인 식민지에 설립된 남해회사의 내부자들이 일으킨 사기사건에서 기원한다. 남해회사 사기사건의 내막은 의외로 단순한데, 그 전말은 스페인 정부의 묵인 하에 존 블런트와 그의 내부자들이 자신에게 발행한 주식, 그것도 바로 그 주식을 담보로 차입한 돈으로 자본이득을 얻기 위해 부동산 투기를 일으켜 거대한 거품을 만든 것이다. 




                                                     중앙일보에서 인용



미국 월가의 탐욕에서 비롯된 2008년의 서브프라임 모기지사태가 남해회사의 거품 형성과 폭발의 과정이 거의 완벽하게 일치한다. 이 당시에 남해회사의 주식을 사들인 사람들은 자신의 투자가 합리적이라 생각했다. 피해자 중의 한 명은 역사상 최고의 천재로 평가받는 아이작 뉴턴(과학자였던 그는 대영제국의 왕립조폐국 장관을 역임하기도 했다)도 포함되어 있다. 존 카스웰은 자신의 투자가 합리적이라고 생각했던 당시의 투자자가 어떤 모습을 보여주었는지 다음과 같이 묘사했다.       



진정한 자본가치 이상의 추가적인 상승을 바라는 것은 그저 공상일 뿐이다. 하나에 하나를 더한 것을 그 어떤 세속적인 산술로 잡아 늘린다 해도 3.5를 만들지는 못한다. 결과적으로 모든 의제적 가치가 머지않아 누군가에게 손실일 수밖에 없다. 이것에 당하지 않는 유일한 방법은 일찌감치 팔아치우는 것이다. 그리고 악마가 맨 뒤의 사람을 잡아먹도록 내버려 두라.



대상이 주식이건 채권이건 파생상품이건 간에 자본이득을 노린 금융투자는 소수의 사람들(거의 다 내부자거나 이들에게 자금을 맡기 초기 투자자들이다)의 배만 불리울 뿐이다. 단기적으로 이익을 봤을 지라도 장기적으로 보면 손실을 본 사람들이 99%에 이른다. 이것 때문에 상승장에서 만난 사람은 하락장에서도 만나기 마련이다. 특히 상승장의 끝물에 올라탄 사람들이 가장 많은 피해를 본다. 


                                                   

                                               설국열차 예고편에서 캡처



이런 이유들로 해서 여유돈의 일부를 장기투자 하는 것이 아니라면 저축과 국민연금 만큼 안전한 것이 없다. 헌데 2008년 금융 대붕괴로 은행의 금리가 제로금리를 넘어 마이너스금리까지 하락했다. 오바마 정부의 무제한적 양적완화가 상위 1%의 배만 불리면서 떨어진 주가를 회복한 것 이외에는 특별한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도 이 때문이다. 금융 자산가나 초국적기업의 임원과 고위간부가 아닌 99%의 삶이 갈수록 빈곤해지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결국 현재의 장기 대공황을 극복하려면 카지노 자본주의를 공고하게 만든 신자유주의체제를 종식시켜야 한다. 폭주하는 기차는 탈선하기 마련인데, 모두가 죽음에 이를 수 있는 종말론적 사태를 막으려면 설국열차의 주인공들처럼 기차의 영구 엔진(무한한 진보를 상징하는 이런 것은 존재할 수 없다)을 멈추게 만들어야 한다. 선택의 여지가 사라진 것이 현재의 상황이다.  

 


  1. 중용투자자 2014.09.15 21:58

    투자와 투기의 구별이 없어졌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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