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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문프의 기내 간담회, 그 단호함에 대해

 

의회에는 3부가 있지만 기자석에는 3부를 합친 것보다 더 중요한 제4부가 자리하고 있다.

 

                       

                                                                       ㅡ 에드먼드 버크, 에드윈 베이커의 『미디어 집중과 민주주의』에서 재인용

 

 

 

 

조중동이 임기 5년 내내 악귀처럼 펼쳤던 '노무현 죽이기'가 최악의 결과로 이어진 것은 지상파 3사가 이런 추세에 동참했기 때문이다. 국민의 삶과 직결된 '좋은 정책'의 설계자로써 진보의 재정립을 원했던 노통의 입장에서는 '가난한 조중동' 역할에 충실했던 한경오의 공격이 가장 가슴 아팠겠지만 노통의 지지자 입장에서는 지상파 3사의 압도적인 화력이 가장 아팠었다. 종편이 없었던 그때의 지상파 3사는 대통령의 권력도 우습게 여길 정도로 막강했다.

 

 

 

 

문재인의 대통령 당선과 이보다 좋을 수 없었던 촛불정부의 출범으로 영혼과 육신에 각인된 슬픔들이 대부분 풀어질 수 있었지만 지상파 3사의 엘리트 의식이 마음에 걸렸다. 미국의 아이비리그와 SKY로 대표되는 명문대 출신의 중상류층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지상파 3사는 상고 출신의 빈민층으로 대통령의 자리에까지 오른 노무현ㅡ아, 언제가야 이 단어를 쓸 때마다 울컥하는 감정의 격랑이 일지 않고 따뜻한 미소가 바람처럼 불어올까?ㅡ을 탐탁해 하지 않았다.

 

 

이명박근혜 9년 동안 권력의 애완견 노릇을 하며, 대다수 국민으로부터 욕을 먹고 압도적인 영향력이 쪼그라들대로 쪼그라든 지상파 3사의 엘리트 의식은 바뀌지 않았을 것이었다. 노무현의 참여정부 동안 사상 최고의 자유를 누렸던 이들이 문재인 정부에서도 똑 같은 언론의 자유를 누릴 터, '치욕의 9년'을 일거에 털어버리기 위해 문재인 정부를 길들이려 한다면 촛불혁명에 담겨있던 시대정신을 구현하는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은 불을 보듯 뻔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압도적으로 높을 때는 몸을 낮추며 망가질대로 망가진 내부의 환부부터 도려내는데 집중하겠지만, 지지율이 급격히 떨어지거나 하락 추세가 지속되면 숨겨놓았던 엘리트주의 이빨을 들어낼 것이었다. 모든 일이 잘 풀릴 수 없고, 완벽한 국정운영이란 불가능한 일이라 마침내 그런 순간이 도래했다. 지상파 3사 모두가 단독이라며 하나도 다르지 않은 공통의 뉴스들을 내보냈으니, 문프를 팔아 한몫 챙기려는 악성 종양으로써의 청와대 감찰반의 비리였다.

 

 

정부의 각 부처에서 청와대로 파견된 공무원들로 구성된 문제의 감찰반은 '문프의 사람'이 아니어서 촛불정부의 청와대도 피해갈 수 없는, 그래서 지상파 3사에 의해 무한대로 부풀려진 악성 종양이었다. 그것은 수술로 환부 전체를 제거해야 전이를 막을 수 있는 악성 종양ㅡ조국 민정수석이 비리의 전모를 밝히기도 전에 감찰반 전체를 원청으로 돌려보낸 외과수술을 집도한 것도 이 때문이다ㅡ이었고, 지상파 3사로써는 문재인 정부를 길들일 최고의 먹이감을 확보하게 됐다.

 

 

지난 며칠 간, 한국의 중상류층이 하늘처럼 떠받드는 유일제국의 대통령인 트럼프와 만났을 때를 제외하면 지상파 3사의 8시와 9시의 메인뉴스를 비롯해 모든 시간대의 뉴스의 첫 꼭지부터 서너 개는 청와대 감찰반 비리 관련 보도로 채워졌다. 농부이자 시민으로 돌아간 전임 대통령을 죽음으로 내몰던 때만큼 압도적인 분량을 배정하지는 않았지만, 지상파 3사의 보도 방식은 '문재인 흔들기'라고 해도 과하지 않을 정도로 충분히 공격적이고 일방적이었으며 대단히 부풀려졌다.

 

 

이런 국내의 흐름을 알고 있었던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 출입기자와의 기내 간담회에서 감찰반 비리에 관련된 질문을 연속적으로 쏟아냈을 때 외교 관련 질문만 받겠다며 관련 질문에 한해서는 단호하게 일축했다. 위기에 처할수록 원칙으로 돌아가는 문프의 진면목이 유감없이 발휘된 이 장면은 지상파 3사의 뉴스와 각종 시사프로에서 반복적으로 방영됐고, 저질의 정치평론가들에 의해 비판을 받았지만 사태의 흐름을 일거에 뒤집어버는 위력을 발휘했다. 

 

 

이재정의 해명은 깜도 안 되고, 표창원의 숟가락 얹기는 치졸하며, 조응천과 박주민의 배신과 과속은 치가 떨리지만, 이해찬 대표의 뒤바뀐 발언과 조국 수석 퇴진을 반대한다는 박지원의 계산된 변화에서 기내 간담회의 위력이 분명하게 드러났다. 탄탄하고 강력한 지지기반이 부재했던 노통과는 달리 문파와 촛불시민이라는 확고한 지지기반을 가지고 있는 문프는 지상파 3사의 일치된 맹공에 밀리거나 고개를 숙일 이유가 없었다. 노통처럼,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면 천번 만번이라도 사과하겠지만 지상파 3사에게는 그럴 이유조차 없었다.

 

 

솔직히 말해 필자는 조국 민정수석을 옹호할 생각이 추호도 없다. 그 동안 문프를 힘들게 만든 것이 인사의 잡음ㅡJ노믹스 비판은 경기가 뚜렷하게 좋아질 내년 상반기면 설 자리조차 없어지기 때문에 문프를 힘들게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다ㅡ이었기에 어떤 형태로든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민정수석에서 물러나라는 것이 아니다. 이번 감찰반 비리에 대해서는 문프가 국민에게 직접 사과할 것이기에 조국 수석은 검찰의 수사가 이루어질 동안 청와대의 기강을 확실하게 다잡아 비슷한 일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확실하게 단도리칠 의무를 확실하게 매듭지으라는 뜻이다. 

 

 

따라서 지상파 3사가 주도하고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이 표정관리를 하며 꽃놀이패를 돌리는 작금의 연합공격으로는 문프를 흔들 수 없다. 약간의 상처는 남겠지만 검찰의 수사결과가 나오고, 문프가 귀국 후에 확실하게 처리해 전화위복으로 바꿔놓을 청와대 감찰반 비리로는 '노통 흔들기'의 데자뷰를 만들 수 없다. 지상파 3사의 맹폭은 언론의 역할을 다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과거의 전력으로 볼 때 '지상파 3사의 정부 길들이기'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그들의 선민의식은 통하지도 않을 것이고, 용납되지도 않을 것임은 그들이 같은 자리를 맴돌고 있을 동안 시민들을 문프와 함께 한참은 앞으로 나가있기 때문이다.

 

 

언론의 역할을 중립적인 위치라는 가면을 쓴 채 '자신의 입맛에 맞는 권력 감시'로만 한정하는 경향이 너무나 강한 손석희의 JTBC는 말할 것도 없다. 대한민국이 이명박근혜 9년이라는 암흑의 시대를 보내야 했던 결정적인 이유는 지상파 3사를 필두로 모든 언론의 수준이 형편없을 정도로 낮았기 때문이었다. 도무지 나아질 기미가 없는 이들의 고답적인 엘리트주의가 만들어낸 잘못들을 글로 다루려면 수십 권의 책으로도 모자라지만, 촛불혁명을 성공시킨 깨어있는 시민들의 조직된 힘은 그들의 선동에 더 이상 흔들리지 않을 만큼 확고하다.

 

 

조금씩 좋아지고 있던 KBS의 갑작스런 퇴행이 마음에 걸린다. 모든 언론사 중에서 가장 보수적인 기질을 갖고 있는 공무원스러움이 되살아나는 것이 아닌지 의문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KBS가 나갈 방향은 제4부로써의 공영방송이지 3류·4류의 난장판인 팟캐스트나 소셜미디어화가 아니다. 며칠 걱정이 많았는데, 문프의 기내 간담회가 모든 것을 해결해주었다. 아, 기분 좋다! 하늘 한편에서 노통이 활짝 웃고 있다. 

 

 

헌데, 이재명 관련 뉴스들은 모두 다 어디로 갔을까요? '늦었지만 기적처럼 정의가 실현되고 있다'는 이재선씨 부인인 이재명 형수의 인터뷰도 대중의 관심을 끌지 못했네요. 이재명과 김어준이 궁지에 몰릴 때마다 왜 이런 일들이 어김없이 반복되는 것일까요? 우연이 겹치면 필연이라고 했는데…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