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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그러면 내 아내를 버리란 말입니까?

장인의 빨치산 활동 때문에 무차별공격을 받았던 노무현 후보가 "그러면 제 아내를 버리란 말입니까?"라고 말한 것이 생각나는 어제였다. 자신을 쓰러드리기 위해 장인의 경력(결혼 전의 일이었다)을 들고나온 저열하고 구역질나는 공격에 노무현 후보가 국민을 향해 처절하게 외친 절규였다. 그를 향한 보수 야당의 공격은 인륜에 반할 뿐더러, 연좌제를 적용하는 것이어서 반헌법적이고 반인권적이었다. 

 

 

지난 50일 동안 정경심 교수와 그의 딸, 그것도 모자라 이제는 아들에게까지 퍼부어지고 있는 언론과 검찰, 거대 야당, 유튜버, 극우 꼴통, 서울대 연대 고대 학생들의 공격을 생각해보라. 일체의 반론권도 인정되지 않는 미증유의 마녀사냥은 죽음을 택할 수밖에 없었던 노통의 마지막 모습들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다. 노통이 그랬던 것처럼, 집밖으로 한걸음도 나설 수 없고, 창문도 열 수 없으며, 글이 읽히지도 않고, 숨조차 쉬기 힘든 상황이었으리라. 

 

언론에서는 연일 공개소환이 임박했다고 하지, 공소장 변경에서 알 수 있듯, 이 빌어먹을 놈의 악귀 같은 검찰은 자신은 물론 딸과 아들의 모든 것을 털어서라도 반드시 범죄자 가족으로 만들겠다며 장장 11시간에 걸친 기습적인 자택수색까지 펼치니 정경심 교수가 쓰러지지 않는 것이 이상할 노릇이다. 재판도 받기 전에 희대의 악녀이자 파렴치범으로 확정된 것을 넘어 영장에도 없는 아들의 중학교 일기장까지 압수수색(현 법무부장관 자택을 압수수색하며 청와대에 알리지 않은 것은 검찰에 의한 사법쿠테타라고 해도 이상할 것 없다!)하려는 검찰의 반인권적이고 반헌법적인 행위에 정경심 교수가 느꼈을 압박의 정도는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었으리라. 

 

조국의 입장에서 보면 또 어떠한가? 검찰개혁이라는 자신의 소명 때문에 아내와 자식들은 물론, 선친과 친족 및 지인까지 범죄자로 내몰리는 상황에서 기습적인 압수수색까지 당했다. 자신은 그곳에 갈 수 없다. 수없이 죽음을 떠올렸을지도 모르는, 그래서 병원까지 입원해야 했던 부인이 살려달라며 전화를 걸어왔는데 뭐라고 달랠 수 있었을까? 심약해질대로 심약해진 부인이 팀장을 바뀌어줬을 때 냉정하게 전화를 끊어야 했을까?

 

사람이 먼저다. 법집행보다 사람이 먼저다. 검찰의 압수수색보다 인권이 먼저다. 인권을 천부적 권리로 무엇으로도 침해할 수 없다고 하는 것이 현재의 민주주의고 우리나라의 헌법이다. 별건수사하듯이 모든 것을 털어보고 뭐라도 나올 때까지 가지치듯 탈탈 털어가는 윤석렬 검찰의 수사행태가 반헌법적이고 반인권적이며 반인륜적이다. 조국이 수사를 지휘하는 것도 아니고, 제한을 가하는 명령을 한 것도 아니었다. 법집행을 방해한 것도 아니었다. 자신의 소명의식 때문에 부인과 자식들을 죽음 직전으로 내몬 남편이 아내를 위해 간곡하게 부탁한 것이었다. 

 

지난 50일 동안 검찰이 보여준 행태를 보라! 시민으로 돌아온 노무현 대통령을 죽음으로 내몰던 그때의 검찰과 무엇이 다른지 돌아보라! 대통령도 안중에 없는 저들의 파시즘적 행태를 보라! 대통령이 선택한 법무부장관을 쓰러뜨리기 위해 군사정권에서나 있었던 대통령 독대를 시도했던 윤석렬의 행태를 보라! 자신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만 반론하는 검찰의 야비하고 저급한 행태를 보라! 거대 야당과의 공조플레이, 그 헌법 유린의 행태들을 보라! 기레기로 총칭되는 언론에 대해서는 말하고 싶지도 않다. 검찰 하나로도 넘치고 넘쳐 바다를 이룰 지경이다.

 

조국이 아내를 버리면 그만둘 것인가? 그의 가족 중 한 명이라도 죽음을 선택한다면 작금의 마녀사냥을 멈출 것인가? 검찰이 시간을 질질 끌며 수사를 계속해나간다면 조국과 그의 가족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 조국이 사퇴하면 이 모든 것이 원상회복되기라도 한단 말인가? 윤석렬 검찰이 노리는 것은 무엇인가? 조국 사건이라 해서 피의사실 유출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언제까지 피의사실 유출을 밥먹듯이 할 생각인가? 조국이 검찰 팀장에게 '장관이라며(이것도 검찰측 주장에 불과하지만), 부인의 건강을 고려해 달라'고 한 것이 그렇게도 잘못된 일인가? 

 

조국이 그때, 자신의 아내를 버리겠다고 해야 했을까? '다 죽어가는 아내는 신경쓰지 말고 철저하게 압수수색이나 하십시오'라고 해야 했을까? 아내야 어떻게 되던,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전화를 끊어야 했을까? 그러면 법무부장관의 자격이 유지되고 만 명에게만 평등한 법치주의가 실현되기라도 한단 말인가? 남편이자 부모의 역할을 포기해야 법무부장관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가? 사람이기를 포기하면 검찰개혁을 진행할 수 있는가?

 

아니다, 노통이 그랬던 거처럼, '그래서 제 아내를 버리란 말입니까?'라고 했어야 했다. 검찰개혁이라는 소명 때문에, 아니 그 소명을 받아들일 수 없는 정치검찰의 초법적 쿠데타에서 이 모든 사단이 시작됐기 때문에, 목숨을 걸고 아내와 가족을 지켜야 한다. 조국에게 열려진 길은 단 하나다, 정면돌파! 자신과 가족에게 덧씌워진 의혹들의 유무죄 여부는 사법절차에 맡기고 검찰개혁에 올인해야 한다. 촛불시민을 믿고, 검찰개혁이란 촛불혁명의 대의를 실현하는데 목숨을 바쳐야 한다. 조국에게 돌아갈 길은 남아있지 않다. 우리는 다시 촛불을 들어야 하고. 

 

                                                                                                                           사친 출처 : 구글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