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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한국 최초의 SF영화 <승리호>의 엔딩크래딧이 말하는 것은?

 

 

넷플릭스를 통해 전세계에 소개돼 최고의 흥행성적을 거둔 <승리호>는 엔딩크레딧에서 제작의도를 확실하게 알 수 있는 SF영화였습니다. 영화의 완성도와 작품성, 배우의 연기력, 스토리, 다양한 CG, 과학적 상상력, 음악과 더빙 등 SF영화 평가에 동원될 수 있는 모든 잣대를 제처두고, 한국에서 제작된 최초의 SF영화라는 점에서 <승리호>의 진가는 단연코 수백 명에 이르는 한국인들의 이름이었습니다.

 

 

최대투자자가 중국의 텐센트인 것과는 상관없이, 인공지능처럼 3D기술에서도 미국을 다 따라잡은 중국측 전문가들이 10여 명 정도 참여한 것을 빼면 모든 작업이 한국인에 의해 이루어졌습니다. 철저하게 헐리우드의 흥행방정식을 따라한 <승리호>는 모든 작업을 한국인이 맡았다는 데에서 제작의도를 추론하기가 쉬웠습니다. 다양한 국적의 언어를 사용한 것까지, 전세계 시장을 겨냥한 한국 최초의 SF영화 <승리호>의 진가는 자부심과 희망의 원천으로써 엔딩크래딧에 온전히 담겨있었습니다. 

 

 

다른 분들은 모르겠지만, 평생을 영화광으로 살아온 저로써는 <스페이스 오딧세이>와 <매트릭스>라는 불멸의 명작을 필두로 <스타트랙>. <스타워즈>, <에일리언>, <토탈리콜>, <블레이드러너>, <엘리시움>, <인터스텔라>, <마스> , 마블과 소니의 숱한 SF 영화 등등 몇날 며칠을 세워도 끝나지 않을 이야기봇다리를 풀어놓을 수 있습니다. 제가 <승리호>에서 이런 영화들의 숱한 장면들이 오마쥬되는 것을 찾기란 누워서 떡먹기였습니다. 

 

 

헌데 헐리우드 평균제작비의 1/100 정도에 불과한 투자만으로 위에 열거한 영화들의 명장면들이 모조리 오마쥬될 수 있었습니다. 수백 명에 이르는 한국인들의 이름을 일일이 확인하면서 그동안의 고민이 모두 다 날아가는 것 같았습니다. 후진국에서 개발도상국을 거쳐 아시아의 4마리 용을 넘어 코로나19 펜데믹 기간 동안 모든 선진국의 모범이 될만한 국가로 발돋음한 성공신화가 계속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제가 오랫동안 걱정했던 것은 수출 위주의 제조업 신화를 넘어설 수 있는 후발산업을 찾기 힘든다는 것이었습니다. 4차산업혁명의 핵심인 인공지능에서 미국과 중국의 7대 공룡들을 뛰어넘을 수 없는 상황이어서 대한민국의 성공신화가 종착점에 이른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었지요. 1차산업화세대에 결코 뒤지지 않는, 아니 그들보다 더 뛰어난 2차산업화세대를 이을 다음세대가 보이지 않는다는 걱정이 <승리호>의 엔딩크래딧에서 완전히 해소됐습니다. 

 

 

 

타의추종을 불허하던 제조업 신화가 산산조작난 일본이, 에니메이션 최강국이자 거대한 자체시장을 가진 일본이 후세대들의 능력 저하로 추락을 거듭하는 것과는 달리, 무거운 경제에서 가벼운 경제로 진입한 21세기에도 대한민국의 성공신화는 계속돌 수 있음을 <승리호>가 보여주었습니다. 1. 2차 산업세력보다 더 뛰어난 미래세대들이 협소한 자체시장에도 불구하고 최고의 실력자들로 성장한 것을 확인시켜 준 것이지요. 

 

 

규모의 경제가 이루어지지 않은 척박한 환경에도 우리의 미래세대들은, 능력 대비 형편없는 임금으로 하청업체의 직원처럼 각국으로 흩어지고 그곳에서 일해야 했지만, 정부와 자본의 투자 규모가 늘어나기만 한다면 K-pop처럼 세계를 제패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승리호>의 흥행대박은 낮은 연봉을 받고 외국으로 나갈 수밖에 없던 해당 분야의 종사들이 더이상 작은 연봉이 아니라 몇 배나 되는 연봉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었습니다. 

 

 

자칭 경제전문가라 하는 자들은 한국경제의 펀더멘털을 재구성, 재편성해야 한다고 뜬구름잡는 얘기만 떠들어대는 동안, 척박한 환경에 굴하지 않은 우리의 미래세대들은 스스로의 힘으로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내고 있었습니다. 유대인보다 뛰어난 한국인의 창조력과 돌파력은 인공지능를 앞세운 7대공룡과의 치열한 경쟁에서도 승리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미래세대의 희망보다 현재세대의 욕망이 우선한다'는 기성세대의 옹절함에 굴하지 않은 그들의 승리는 위대함이라는 단어에 담아내기에는 너마나도 부족할 지경이었습니다. 

 

 

고맙고 감사합니다. 반강제로 독일이나 중동에라도 가야 했던 1차 산업화세대와 이들의 피와 땀 덕분에 국내에서 일할 수 있었고, 그래서 더 큰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2차 산업화세대와는 달리 누구도 도와주지 않는 최악의 환경에도 불구하고 여러분들은 스스로 시장을 창조하는 기적을 만들어냈습니다. <승리호>의 주역들로 엔딩크레딧을 가득채운 한 명 한 명의 이름이 대한민국의 미래이고, 정부와 자본이 투자를 늘려야 하는 시장이 어디인지 명증하게 말해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