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에 존재하는 스포츠 중에 가장 자본주의적이며 신자유주의적인 종목은 무엇일까?

동시에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투자가 이루어지고 선수층과 열성팬을 확보하고 있는 스포츠 종목은 무엇일까?

 

 

 

이쯤 되면 삼척동자라 해도 이구동성으로 소리치거나 아예 썩소를 날릴 것이다, 답할 가치도 없는 형편없는 질문을 던졌다고.

그렇다, 묻는 자체가 창피한 필자의 질문의 답은 당연히 ‘축구’다.

이런저런 구체적 수치들을 들어 축구에 들어가는 자본의 크기와 보편적인 인기, 무한한 저변과 갈수록 커지는 시장 등을 설명할 필요는 없으리라.

 

 

 

허면, 필자가 던진 첫 번째 질문에서 축구라는 종목이 ‘가장 자본주의적이며 신자유주의적’이라고 단정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영국의 프리이어리그, 스페인의 프리메가리가, 이탈리아의 세리아A, 독일의 분데스리가로 이루어진 4개국 선진리그의 역사에 대해 꿰차고 있는 분들이나, 소득불평등에 관한 경제학 서적을 읽은 분, 이글의 제목에 힌트를 얻은 질문의 답을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바로 1995년 유럽 사법 재판소가 판결한 벨기에 선수의 이적에 대한 ‘보스만 판례’가 그 답이다.

계약이 만료된 25세 이상의 프로스포츠 선수들이 자유롭게 이적하도록 허가한 판례인 ‘보스만 판례’는 벨기에 리에주에서 보스만이 연봉이 75%나 삭감된 구단의 재계약 제의를 거절하고 프랑스리그 2부팀인 핑케르크로의 이적을 요구했지만 구단은 이를 거절한다.

 

                            

                                                  이젠 추억이 된 사진 - 연합뉴스에서 인용

 

                      

보스만은 선수들에게 불리한 FIFA의 이적 규정 17조(구단 간 이적료 관련 규정)이 “회원국들 사이에서 노동자들의 자유로운 이동을 권장하는 유럽 연합의 공약을 명백히 위반”했다며 유럽재판소에 소송을 재기했고 재판부는 직업 선택의 자유를 보장한 로마조약 48조를 근거로 보스만의 손을 들어 줬다.

 

 

 

유럽 연합의 정신을 살리는 취지에서 내린 유럽 사법 재판소의 ‘보스만 판례’는 판결 이전까지 구단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했던 유럽 각국의 선수 규정(한 팀에 외국인 선수 2명까지만 보유 가능)을 사문화시켰다.

 

 

 

이때부터 보통의 자본주의적 종목이었던 축구라는 프로스포츠가 경기를 치르기도 전에 자본의 힘에 의해 승패의 80% 이상이 결정되는 철저한 승자독식의 종목으로 변했다.

베스트11은 물론 교체 및 벤치 멤버까지 모두 세계 일류 선수를 보유한 팀이 장기레이스에서는 확률적으로 무조건 유리하다.

초반에 잠깐 이변이 속출하지만 결국 장기레이스가 펼쳐진 후에는 상위 순위에는 늘 비슷비슷한 팀이 올라오고 이것이 하나의 특징처럼 굳어버렸다.

 

 

 

흔히 말하는 4대 선진리그 “구단들이 점차 국가적 또는 지역적 특색을 잃고 팬들뿐 아니라 선수와 자본에 있어서까지 국제적인 특색을 갖추게” 됐다.

그 결과 자신이 응원하는 “구단에 대한 관심과 지지는 구단과 팬들 간의 지리적 접근성과 별개의 문제가” 되었고, “많은 팬들이 구단의 홈경기가 펼쳐지는 도시에서 매우 멀리 떨어진 곳에” 살고 있는 세계화를 달성하기에 이르렀다.

 

 

 

‘보스만 판례’가 야기한 “이러한 ‘세계화’ 또는 ‘탈지역화’의 경향”은 갈수록 심해졌고 전 세계 모든 스포츠 구단 중에 최고의 가치를 가진 것으로 평가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초장수 감독인 퍼거슨이 영국 축구대표팀의 전력 향상(영국 축구팬의 애국심을 이용한 매스컴용 발언)과 구단주의 천문학적인 자본을 무기로 무차별적인 선수 스카우트를 벌인 일부 구단의 행태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자금 사정이 나빠진 구단의 상정을 감안한 진짜 목적)는 명분으로 ‘보스만 판례’의 축소를 요구하기도 했다.

 

 

 

실제로 첼시와 아스날, 레알 마드리드와 AC밀란과 인터밀란, 최근에는 맨체스터 시티와 바이에르 뮌헨과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등이 베스트11이 전원 외국선수로 채워진 경우도 있을 정도로 프로축구라는 스포츠는 철저히 자본의 논리가 지배하는 승자독식의 전장으로 변했다.

 

 

 

자연히 자본이 더 많은 구단일수록 투자가 늘어났고 일류 선수의 이적과 임대가 활성화되고 몸값이 천정부지로 올라 팀간의 전력차가 점점 화대됐다.

그 결과 4개 선진리그 모두 특정팀들의 강세가 갈수록 심화됐다.

이는 자국 리그와 유럽 최고의 클럽 대항전인 챔피언스 리그 모두에서 똑같은 양상을 보여줬다.

 

                       

                          

                                                               뉴시스에서 인용

 

 

유럽의 최정예 팀들이 참가하는 챔리언스 리그는 1956년 이래 50년이 넘는 역사 동안 우승팀은 물론 8강에 오를 만한 팀들은 리그를 5년 단위로 나눠볼 때 “지난 40년 동안 총 26~30개의 구단이 8강에” 오를 수 있었다.

산술적으로 치면 대회가 열리는 5년마다 최대 40개 팀이 8강에 올라야 한다.

 

 

 

하지만 산술적 계산과는 달리 신자유주의 경제학 법칙에 충실한 승자독식 현상은 8강에 오른 팀의 숫자를 “2003년~2007년 사이에는 21”개로 줄어들게 만들었다.

4개 선진리그의 국내 리그로 눈을 돌리면 지난 20년간 영국의 프리미어리그의 경우 맨유와 첼시, 아스날과 리버풀이 단 한 차례만 제외하면 우승을 독식했다.

 

 

 

이탈리아의 세리아A에선 AC밀란, 유벤투스, 인터밀란, AS로마 4개팀이 딱 두 번만 제외하고 우승을 번갈아 가며 했고, 스페인의 프리메가리그는 레알 마드리드와 FC바르셀로나가, 독일 분데스리가에서는 바이에른 뮌헨과 보루시아 도르트문트가 거의 대부분의 우승을 독식했다.

 

 

 

이런 편중성은 강팀 간의 시합이나 특정 더비가 전체 흥행을 좌우하는 등 축구가 갖고 있는 전통적인 강점인 의외성, 즉 공은 둥글다는 의미의 이변들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그만큼 승부에 대한 기대감과 이변이 일어날 때마다 느껴지는 축구 특유의 민주적인 요소와 짜릿함이 상당히 반감됐다.

 

 

 

대신에 특정팀의 특정선수의 활약에 팬들과 방송의 관심이 갈수록 집중되고 박지성처럼 '보이지 않는 영웅'들은 좀처럼 '보이는 영웅'으로 성장하지 못하거나 인기를 얻지 못한다.

 

 

 

자본력이 풍부한 명문팀과 그렇지 않는 팀간의 전력차는 좀처럼 좁혀들지 않고 이는 결국 각국의 리그들이 선진리그에 진출하기 위한 신인선수 발굴 같은 서브적인 역할로 전락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네덜란드 리그처럼 싼 값에 유망선수를 스키우트해 잘 키워 선진리그에 이적시키며 돈벌이를 하는 생존전략을 노골적으로 채택하기에 이르렀다.

  

 

 

이런 경향은 선수들의 작은 기량 차이가 엄청난 연봉에서의 차이로 확대되고 천문학적인 이적료는 마치 하나의 대기업 전체 매출과 맞먹을 정도로 폭등했다.

우리가 월가나 대기업 경영진의 연봉에 대해 그렇게 비판하지만 특급선수들의 연봉이나 이적료는 이들을 능가하고 남는다.

다른 점은 전자에 속하는 사람들은 엄청난 욕을 먹지만 후자에 속하는 사람들은 전 세계적 인기를 독식한다는 점이다.

 

 

 

이쯤 되면 이글을 읽는 몇몇의 독자들은 이게 축구의 역사를 애기하려는 것인지, 아니면 정치경제학 강의를 하고자 함인지 헷갈릴 것이다.

일부는 괜히 읽기 시작했다고 생각하며 여기에서 그칠까, 아니면 계속 읽을까 망설일지도 모른다, 필자를 욕하면서.

이왕 여기까지 온 것, 필자는 간지러운 귀를 긁으면서 원래 의도했던 대로 글을 이어갈까 하니 조그만 호기심이 남았다면 끝까지 읽어주시기를 부탁드린다.

 

 

 

‘보스만 판례’ 이후 4개 선진리그를 강타한 이런 신자유주의적 세계화 과정에서 한 가지 재미있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유입된 자본의 액수가 특정팀을 중심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구단주가 여러 국적의 부자(또는 기업)들로 여러 번 바뀌는 동안, 4개 선진리그를 운영하고 있는 국가들 중 외국인 비중이 가장 적은, 그래서 4개 선진리그 평가에서 가장 처지는 독일이 가장 잘살고 다음은 영국, 이탈리아, 스페인 순이며, 소득불평등 수준은 영국이 가장 심하고 그 다음이 이탈리아, 독일, 스페인 순이며, 국가의 부는 독일, 영국, 이탈리아, 스페인 순이라는 사실이다.

 

 

 

이런 예상치 못한 결과는 모든 면에서 가장 바람직하지 못한 국가인 스페인의 프리메가리그가 선진리그의 선두로 올라서는 기현상을 불러왔다.

특히 ‘엘 클라시코’라는 클럽 축구의 최고 더비로 유명한 FC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의 비중이 프리메라리가의 50% 이상을 독점하는 현상까지 불러왔다.

 

 

 

헌데 더욱 재미있는 사실은 프리미어리그가 5개 팀으로 재편되고, 세리에A가 4개 팀으로 전체 리그를 지배하는 것에 비해 국가 GDP가 가장 낮지만, 그래서 국내의 소득불평등은 가장 적은 스페인(국가 부도사태를 맞아 유럽중앙은행에 구제 금융을 신청한 사태)이 가장 부유한 국가이면서도 소득불평등이 스페인 다음으로 낮은 독일이 스페인처럼 바이에른 뮌헨과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의 양 강으로 리그가 돌아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어째서 이런 현상이 정반대의 상황에 처한(스페인의 구제 금융은 독일이 돈을 풀어야 해결의 실마리라도 풀린다) 두 개의 국가가 비슷한 상황에 이르게 한 것일까?

그리고 그 이유에 대한 정치경제학적 분석은 또 무엇일까?

 

 

 

to be continued..

 

 

P.S. 이글에 인용된 문장은 소득불평등에 대한 재미있는 시각을 제시한 브랑코 밀라노비치의 『가진 자, 가지지 않은 자』에서 인용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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