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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4개 선진리그의 세계화를 견인한 보스만 판례를 아십니까-2?

 

‘보스만 판례’가 불러온 프로축구라는 종목에서 일어난 변화들을 이해하려면 우리는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초래한 결과들이 어떤 분야까지 파고들었는지, 그 결과는 무엇인지, 그리고 그 논리는 무엇인지에 대해 살펴봐야 한다.

 

 

산업혁명에서 촉발된 생산성의 폭발로 유럽 국가들은 국내 소비자를 만족하고도 남을 정도의 제품을 양산했다.

이것을 잉여 제품이라 하는데 기업과 자본가, 상인 입장에선 그것들을 판매할 시장 확대(수출)가 필요했고 동시에 부족한 원자재의 확보(수입)가 절실했다.

 

 

이에 산업혁명의 과실을 선점한 영국과 스페인, 프랑스, 네덜란드 등의 중상주의자들은 해외 무역의 활성화를 추진했다.

각국의 중상주의자들은 데이비드 리카도의 자유 무역 경제학을 바탕으로 해외 시장 개척과 함께, 원자재와 값싼 노동력을 제공할 식민지 확보를 위한 팽창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했다.

 

 

경제학자들이 제1차 세계화라 칭하는 중상주의적 유럽 제국주의(이에 대해서는 네그리와 하트 『제국』이나 『다중』을를 보라)는 무력과 자본을 앞세운 팽창 정책을 진행한 유럽 제국들과 원자재 공급처로써의 식민지로 세계를 양분했다.

헌데 제1차 중상주의 세계화는 자유 무역을 지탱하는 국가 간의 환율 관리가 필수적이었고 그 해결책으로 국가 간에 안정된 환율을 보장하는 금본위제를 채택하기에 이르렀다.

 

 

 

헌데 리카도의 자유 무역 이론과는 다르게, 경직된 환율의 금본위제는 국가 간의 불평등으로 인해 자유 무역을 담보하지 못했고(그 이유에 대해서는 필자의 다른 글을 보라) 손해를 만회하려는 국가 간의 치열한 환율 전쟁이 시작됐다. 

그 폐해들이 쌓이고 축적돼 1929년의 대공황으로 폭발했다.

 

 

이후 케인즈주의에 따른 뉴딜 정책으로 대공황(주로 미국, 영국, 캐나다 같은 부자나라가 피해를 입었다)을 극복했지만, 곧바로 제2차 세계대전(주로 독일, 일본, 이탈리아는 물론 아시아와 아프리카에 속한 가난한 나라들이 피해를 입었다)을 거치면서 식민지들은 독립하게 됐고, 세계는 영미식 자본주의 세력과 소련의 소비에트 연방을 지지하는 공산 및 사회주의 진영들로 나뉘었다.

 

                

                                                                뉴시스에서 인용 

                                                           

                                                                                                                     

물론 두 진영 이외에도 남미나 아프리카 같은 제3세계가 존재했고 인도나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같은 정의하기 힘든 모호한 국가들도 병존했다. 이 시기는 세계사에서 냉전이란 이념적 대립이란 틀 안에서 자유 시장 경제를 근간으로 하는 자본주의 진영에서는 자유 무역과 병행해, 보호주의와 개발주의가 득세를 하던 기간이었다.

 

 

자유 무역을 일정하게 제한하는 보호주의와 개발주의를 적절하게 이용한 한국과 대만, 일본, 싱가포르의 아시아와 독일, 이탈리아,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 핀란드, 아일랜드, 스페인 등의 유럽에서 가나한(또는 중간 수준의) 국가들이 부유한 나라로 성장할 수 있었다.

 

 

물론 내부를 들여다보면 정치·경제·사회의 민주적 성숙도, 상거래의 투명성, 발달된 법률체계, 기본적 복지 수준과 사회안전망 등에서 상당한 차이를 보였지만 위에서 언급한 모든 나라들의 GDP는 놀라운 성장세를 보여줬다.

 

 

 

수입품에 대한 높은 관세와 수출품에 대한 낮은 관세와 정책적 지원(수출보험, 보조금, 세금 감면 등), 앞선 국가의 제품을 분해해 ‘역설계’를 통해 비슷한 수준의 제품(백색가전과 자동차가 대표적)을 만들어 수출하는 등의 보호주의는 경제적 영역만이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적용됐다. 그것이 국내 리그를 활성화하기 위한 ‘보스만 판례’ 이전의 외국인 선수 보유수 제한 같은 것들이다.

 

헌데 유럽은 여러 나라들은 국경을 접하고 민족적으로 얽혀 있어 1, 2차 세계대전은 물론 숱한 전쟁이 끊이지 않았고, 미국과 소련이라는 거대 제국의 위협으로부터 자신들을 보호하기 위해 국가 간 통합을 진행하기 시작했다.

 

 

온갖 우여곡절이 있었고 아직도 느슨한 형태의 통합 수준에 머물러 있지만, 이런 역사적 배경 하에 탄생한 것이 지금의 유럽 연합이다. 이렇게 탄생한 유럽 연합은 “살의 질, 환경과 조화를 이룬 개발, 평화와 조화에 초점을 맞춘” 유럽피언 드림을 지향했다. 즉 아메리칸 드림이 부의 축적과 개인의 성공에 초점을 맞춘 것에 유럽피언 드림은 ‘인간의 정신 고양과 국가 간 균형(또는 평형) 상태’에 초점을 맞췄다.                             

 

                                                                                                                   

이를 위해 첫 번째로 유로라는 단일 통화를 도입했고(영국과 덴마크는 불참) 노동의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했고 현재는 유로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재정 통합을 목표로 하는 미국보다 인구수와 크기에서 더 큰 정치경제권역으로 성장했다.

노동의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또는 권장하는)하는 유럽 연합의 목표가 결국에는 ‘보스만 판례’로 이어졌던 것이다.

 

 

또한 ‘보스만 판례’가 나오기 몇 년 전인 1989년에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면서 1990년대는 제2차 세계화, 즉 모든 규제와 보호주의, 자본과 인력의 자유로운 이동을 막는 국가 개입을 절대악으로 보는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극성을 부리던 시절이었다.

 

                 

                                                                                                                                  

 

이런 두 가지 세계사적 이유들로 해서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과 맞물려 베를루스코니 전 이탈리아 총리가 구단주인 AC밀란이나 러시아 석유재벌 모란 아브라모비치가 구단주인 첼시, 아랍에미레이트 아부다비국 세이크 만수르 왕자가 구단주인 맨체스터 시티 같은 특정 명문 구단에 초일류 선수들이 모여들고 있다.

 

 

 

이때부터 4개의 선진리그는 축구라는 종목의 의외성보다는 그 의외성을 최대한 줄여 승자독식을 하려는 철저한 자본의 논리가 지배하는 신자유주의 전쟁터로 돌변했다.

 

 

 

승자독식이 갈수록 심해지는, 그래서 아주 작은 재능(이것의 대부분은 영화나 드라마 성공 뒤에 출연자들의 주가가 뛰는 것에서 보듯 사후에 주어지는 속성이다. 그것도 흥행을 예측하지 못한 우연의 결과가 많다) 차이로 성공과 실패가 극명하게 갈라지는 연예계와 출판계, 모델 세계처럼 스포츠 종목에서의 세계화는 경제 영역처럼 부와 승리, 인기의 양극화를 불러왔다.

 

 

특히 자국리그보다, 자국 대표팀(그것도 A팀이다!)의 시청률보다 선진리그 시청률이 높고 챔피언스 리그 같은 경우에는 월드컵이나 유로대항전에 필적할 만큼 폭발적인 시청률을 기록하기 일쑤다. 이런 현상은 뛰어난 선수들의 선진리그 진출 붐을 조성했고 국내리그는 갈수록 선진리그의 하위리그로 전락하는 기현상을 초래했다.

 

 

게다가 선진리그에서 탈락한 선수들이 국내리그로 복귀하거나 새로운 슈퍼 신인이 나와도 국내리그의 인기도에는 별로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메시나 호날두, 이니에스타, 사비, 벤제마, 루니, 피를로, 고메즈, 카시야스, 부폰 등의 우주인 같은 개인기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으니 팬들의 눈높이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니 국내리그나 선수들의 성에 차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이것이 악순환으로 고착되면 비인기종목의 선수들이 올림픽에 나가는 순간만을 위해 4년이란 긴 시간을 이를 악물어야 하는 것처럼, 국내리그에 속해 있는 축구선수들도 월드컵 같은 특정 이벤트에 목숨을 걸 수밖에 없다.

선진리그 선수들에 비해 실력의 한계를 절감하거나 지례 포기한 선수들의 기량은 좀처럼 발전하지 않고, 선수들 간의 위화감도 조금씩 축적된다.

 

 

물론 대표팀에서의 활약이 선진리그 진출로 이어지는 지름길이 된다는 생각에 최선을 다하는 선수들이 있는 반면, 이미 선진리그에 진출한 선수들 중에는 대표팀의 경기보다 소속팀의 경기에 더욱 비중을 두는 경우도 속출하고 있다.

 

 

                                                            비교 자체가 의미없다

 

 

여기서 야구 붐과 축구를 비교해서는 안 된다. 야구는 특정 국가(미국 일본 한국)에서만 프로리그가 활성화됐기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활성화된 축구가 비교할 수가 없다.

 

 

아무튼 ‘보스만 판례’가 불러온 이런 양상은 스페인처럼 경제 위기와 유럽 연합 중에 가난한 편에 속하는 나라의 경우에도 레알 마드리드와 FC바르셀로나라는 두 팀에게만 지나칠 정도의 빚을 끌어와서라도 투자가 집중되는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 ‘엘 클라시코’로 불릴 정도로 두 팀 간에 벌어지는 세계 최고의 더비전은 전 세계적 이목을 집중시키며 가히 그라운드에서 벌어지는 전쟁을 방불케 한다.

 

 

하지만 두 팀이 벌이는 ‘엘 클라시코’는 경제적으로 보면 미래 가치를 끌고 와 현재에 소비하는 세계 최고의 빚잔치(미국이 이래서 몰락했다)이며, 두 지역으로 대표되는 스페인의 통합을 방해하고, 거기에 들지 못하는 선수들에게는 절망의 시합이며, 그것에 몰입하는 전 세계 축구팬에게는 경제적 불평등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으로 자리하게 된다.

 

 

독일이 한 때는 최고의 리그였던 분데스리그의 자본 투자액을 줄이고 자국 선수의 출전에 좀 더 신경을 쓰는 이유도 ‘질서자유주의’를 표방하는 통합주의적 인식과 과도한 빚잔치를 경계하는 뿌리 깊은 국민성이 자리하고 있다.

 

 

사실 신자유주의에 근거한 제2차 세계화는 ‘워싱턴 컨센서스’를 이끌어낸 미국의 재무부와 월가, 워싱턴DC의 엘리트로 대변되는 ‘탐욕의 이익공동체’와 함께 세계 금융의 중심지인 영국 런던 소재의 국제금융 세력들이 주도했다. 세계 금융 대출의 20%와 외한거래의 30%가 런던국제금융시장에서 이루어지는데, 그 주역 중인 하나인 바클레이즈 은행이 전체 스폰서를 맡고 있는 프리미어리그는 미국 월가에서 시작된 금융위기 직전까지 가장 공격적으로 초일류 선수들을 사들이는 장본인이었다.

 

 

‘지구방위대’로 불린 레알 마드리드가 금전적 어려움에 처한 것도 프리미어리그에는 유리하게 작용했다. 현재 바클레이즈 은행이 은행 간에 이루어지는 대출에 적용되는 리보 금리 조작으로 회장과 경영진이 물러나고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상황까지 감안하면 자본의 위력으로 최고 선진리그에 올라섰던 프리미어리그의 하향세는 조금 길어질지 모른다.          

 

 

세계화의 주축이었던 영국과 세계화의 최대 피해자 중 하나인 스페인, 세계화 추세에 힘입어 부패 전력으로 화려한 언론 재벌 베를루스코니가 두 번째로 총리에 오른 이탈리아까지 신자유주의 세계화는 '빚도 자산'이라는 금융자본주의 논리를 통해 4개의 선진리그를 최고의 히트상품이자 승작독식의 장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가장 소극적이었던 독일의 분데스리그는 가장 탄탄한 재정 상태를 유지하고 있어 그 지속가능성이 가장 높지만, 나머지 3개 리그는 새로운 스폰서를 찾아야 할 위기에 처했다. 승부조작과 불법도박, 도를 넘은 배팅이 만연하고 유니폼에 광고를 넣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FC바르셀로나마저도 위대한 전통마저 깨뜨리는 상황에 처하도록 만들었다.

 

 

그 과격성 때문에 훌리건이라는 불명예를 떠안은 광적인 팬들도 일부 유럽 민족들의 전통적인 난폭성에 그 근원을 두기도 하지만, 어쩌면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야기한 무한경쟁과 승자독식이란 이데올로기가 만들어낸 부산물일 수도 있다.  K-리그의 일부 서포터스들의 승리에 대한 집착이 도를 넘는 경우가 갈수록 늘어나는 것도, 선수들의 플레이가 거칠어지는 것도 어쩌면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초래한 나쁜 영향일 수도 있다.

 

 

단 한 선수의 이적료가 1,000억 원에 이른다는 것은 상식적으로도 생물학적으로도 경제학적으로도 설명이 불가능한 현상이다. 일부 슈퍼리치의 돈 자랑과 탐욕적 행태에 의해 4개 선진리그의 특정팀에만 초일류선수가 모이고 전 세계적인 인기를 독차지 하며, 지나칠 정도의 자금으로 경기가 시작하기도 전에 승부의 80% 이상이 결정되고, 그 결과 승자독식의 혜택이 몇 개 팀에만 주어지는 것은 분명 잘못된 일이다.

 

 

자본의 논리만이, 그것도 전 세계 사람들의 빚으로 굴러가는 세계화가 탄생시킨 4대 선진리그의 승자독식 현상은 인류가 지향하는 가치와 발전에 반한다 할 수 있다. 4개 리그 내에서도, 국가 간 리그에 대해서도 부의 양극화를 불러오기 때문이다. 

 

 

일류 선수들이 모여 한 리그에서 자웅을 가리는 것은 분명 팬들의 로앙이다. 필자가 전성기의 펠레를 중심으로 자일징요, 토스타워, 알베르토 등으로 이루어진 브라질 대표팀과 현재의 스페인 대표팀, 맨유와 첼시, 레알 마드리드와 FC바르셀로나, AC밀란과 인터밀란, 바이에른 뮌헨 등을 통해 베켄바우어, 크루이프, 플라티니, 지단, 피구, 메시, 이니에스타, 호날두, 루니, 벤제마, 고메즈 등을 볼 수 있게 된 것도 정말 행운이었다. 

  

 

하지만 지독할 정도로 승자독식이 만연되고 선수의 실력차에 비해 지나칠 정도로 폭등한 일부 선수들의 연봉과 이적료 등으로 대변되는 현재의 4대 선진리그는 어떤 명분으로도 분명 바람직하지 않다. 거기에는 자본의 논리만 위력을 발휘할 뿐, 인간으로써의 선수와 지나칠 정도로 부풀려진 몸값이 축구선수로써의 재능과 노력의 결과물 사이의 거리를 너무 비현실적으로 만들었다.

      

 

 

그래서 축구에서도, 다른 스포츠 종목에서도 사람이 먼저인 것이다.

바로 내가 손을 뻗으면 닿을 수 있는 거리에 있는 사람이.

팀을 위해 자신을 기꺼이 희생할 수 있는 선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