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세이건의 <코스모스>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리천드 도킨스가 그렇게도 퇴출시키려 했지만 관련 전문가가 아니라서 실패한, 아니 무지한 '촉진된 변이'의 전형적인 예입니다.

 

'1185년 왜국의 천황은 안토쿠(安德)라는 이름의 일곱 살 소년이었다. 그는 헤이케(平家) 사무라이 일파의 명목상 지도자였다. 당시 헤이케 파는 숙적 겐지(原氏) 파와 오랫동안 피비린내 나는 전쟁을 치러 오던 중이었다.

 

이 두 파의 사무라이들은 서로 자신들의 조상이 더 위대하므로 천황의 자리는 자기네가 차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싸웠다. 둘의 자웅을 겨룰 운명의 해전이 1185년 4월 24일 일본의 내해 단노우라에서 벌어졌다. 이때 안토쿠 천황도 전함에 타고 있었다.

 

헤이케 파는 수적으로 열세였고 전략 면에서도 겐지 파에 비해 처지는 편이었다. 이 해전에서 헤이케 파 병사들이 수없이 전사했다. 전투에서 간신히 살아남은 병사들도 나중에 바다에 몸을 던져 집단 자살했다. 천황의 할머니 니이(二位尼)는 천황과 자신이 적에게 포로로 잡혀 갈 수는 없다고 결심했다.

 

그 해 황제는 일곱 살이었는데 나이에 비해 무척 조숙했다. 그는 매우 예쁘게 생겨서 얼굴에서부터 밝은 광채가 발하는 듯했다. 검은 머리카락을 등 뒤로 길게 늘어뜨린 어린 천황은 겁에 질려 한껏 불안한 표정으로 할머니 니이에게 물었다. “저를 어디로 데리고 가시나요?”

 

그녀는 눈물을 흘리며 어린 천황을 그의 긴 머리카락으로 묶어 줬다. 눈물로 범벅이 된 어린 천황은 작고 예쁘장한 두 손을 한데 모았다. 먼저 동쪽에 있는 이세신궁(伊勢神宮)에 작별을 고하고 서쪽으로 돌아서서 나무아미타불을 반복해서 읊었다.

 

니이는 “우리의 황도는 바다 저 깊은 곳에 있습니다”라고 말한 뒤 두 팔로 어린 천황을 꼭 껴안은 채 출렁이는 파도 밑으로 가라앉았다.

 

헤이케 함대는 전멸 당했다. 살아남은 사람이라곤 여자 42명뿐이었다. 이들은 원래 궁중의 시녀였는데, 그 후 전쟁터 근처에 살던 어부들에게 몸을 팔면서 살아야 했다. 그러는 동안 헤이케 파는 역사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그러나 시녀와 어촌 사람들 사이에서 태어난 후손들은 단노우라 해전을 기념하는 축제를 열기 시작했다. 이 축제는 오늘날에도 매년 4월 24일에 거행된다. 축제일이 되면 자신을 헤이케 사무라이의 후손이라 생각하는 어민들은 대마로 만든 옷을 입고, 검은 머리덮개를 쓰고 물에 빠져 죽은 천황의 영정이 모셔져 있는 아카마(赤間) 신궁으로 행진한다.

 

그곳에서 그들은 단노우라 해전 이후에 일어났던 일들을 재연하는 연극을 관람하기도 한다. 몇 세기가 지난 후에도 사람들은 사무라이 유령들이 바닷물을 펴내느라 헛수고하는 모습이 보인다고 했다. 그들은 지금도 바다에서 피와 패배와 굴욕을 씻어 내려고 그런다는 것이다.

 

어부들 사이에 구전되는 전설에 따르면 헤이케의 사무라이들은 게가 되어 지금도 왜국 내해 단노우라의 바닥을 헤매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곳에서 발견되는 게의 등딱지에는 기이한 무늬가 잡혀 있는데 그 무늬는 섬뜩하리만큼 사무라이의 얼굴을 빼어 닮았다.

 

어부들은 이런 게가 잡히면 단노우라 해전의 비극을 기리는 뜻에서 먹지 않고 다시 바다로 놓아 준다고 한다.

 

이 전설은 우리에게 재미있는 문제를 하나 제공한다. 어떻게 무사의 얼굴이 게의 등딱지에 새겨질 수 있었을까? 답은 아마도 “인간이 게의 등딱지에 그 얼굴을 새겨 놓았다”일 것이다.

 

게의 등딱지 형태는 유전된다. 그러나 인간처럼 게들에게도 여러 유전 계통이 있게 마련이다. 우연하게 이 게의 먼 조상 가운데 아주 희미하지만 인간의 얼굴과 유사한 형태의 등딱지를 가진 것이 나타났다고 가정해 보자.

 

어부들은 단노우라 해전 이후에도, 그렇게 생긴 게를 먹는다는 생각을 그리 달갑게 여기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들은 이 게들을 다시 바다로 돌려보냄으로써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진화의 바퀴를 특정 방향으로 돌렸던 것이다. 평범한 모양의 등딱지를 가진 게는 사람들에게 속속 잡혀 먹혀서 후손을 남기기 어려웠다.

 

그러나 등딱지가 조금이라도 사람의 얼굴을 닮은 게는 사람들이 다시 바다로 던져 넣은 덕분에 많은 후손을 남길 수 있었다. 게 등딱지의 모양이 그들의 운명을 갈라놓은 셈이다. 생존 확률이 점점 높아졌다.

 

마침내 보통 사람이나 보통 왜국 사람의 얼굴이 아니라 무섭게 찌푸린 사무라이의 용모가 게의 등딱지에 새겨지게 된 것이다. 이것은 결코 게들이 원해서 이루어진 결과가 아니며, 게의 의도와는 전혀 무관한 일이다. 도태 혹은 선택은 밖으로부터 오는 것이다.

 

사무라이와 더 많이 닮을수록 생존의 확률은 그만큼 더 높아졌다. 마침내 단노우라에는 엄청나게 많은 사무라이 게들이 살게 됐다.

 

이 과정을 우리는 인위 도태 혹은 인위 선택이라 부른다. 헤에케게의 경우 게들이 진지하게 생각하고 스스로 그 길을 택해서 그런 등딱지 모양을 만든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어부들이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자연 선택에 간섭한 결과인 것이다.'

 

 

촉진된 변이에 대해 전문적 수준까지 파고들고 싶다면 마크 W. 커슈너, 존 C. 게하트의 <생명의 개연성>을 보면 됩니다.대단히 어려우니 쉽게 결정하지 마십시오. 

 

 

P.S. 교과서에서 진화론에 관한 내용을 뺏겠다고 합니다. 이명박 정권 하에서 참으로 많은 것들이 거꾸로 가고 있습니다. 정보통신부와 과학기술부를 없애지 않나... 이놈의 이명박 패거리들은 대한민국 광복 이래 처음으로 R&D예산을 줄였다 합니다. 대한민국 후대들에게 두고두고 짐으로 작용할 4대강공사(한다도대운하로 추진하는 전단계였기 때문)에 워낙 많은 돈을 처발랐고, 앞으로도 그 유지비로 수십 조를 쏟아부어야 하기 때문이랍니다.

 

대통령 하나 잘못 뽑으면 이런 결과가 나오나 봅니다. 국민들이 지금보다 잘 살아 보겠다고 선택한 것이 이렇게까지 부메랑으로 돌아올지 알았다면 어느 누가 이명박에게 표를 주었겠습니까? 경제학에서 말하는 '합리적 무시'가 이 정도에 이르면 그렇게 한가한 말을 늘어놓을 수 있을까? 

 

다시는 속지 맙시다. 정말 현 세대들과 미래 세대들에게 행복을 선사해줄 사람을 가혹한 검증을 통해 걸러낸 다음에야 우리의 한 표를 행사했으면 합니다. 기초과학과 산업공학에 전념하는 모든 분들께 좋은 세상이 다시 열렸으면 하는 바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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