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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영워드

우영워드 ㅡ 모든 것의 시작 6



                                              김경렬 화백의 홈페이지에서 인용



“으응? 어, 어, 누구세요?



죽음 같은 잠에서 겨우 깨어난 희멀건 한 내 눈동자에 들어온 얼굴이란 것이 방금 천국에서 내려온 천사가 아니면 달리 설명할 도리가 없었다. 아니, 어쩌면 이곳이 천국인지도 몰랐다. 지난밤의 동생과 나눈 대화 때문에 모든 에너지가 고갈돼 잠든 상태에서 이승을 떠나 별로 죄 지은 것이 없는 관계로 천국에 직행했을 지도 몰랐다. 차라리 그랬으면 나...만 좋았고 동생은 무척 슬펐겠지만 어쨌든 나를 부르는 아스라한 소리에 겨우겨우 깨어나 가까스로 눈을 떴는데, 뒤로는 투명할 정도로 푸르른 하늘과 햇살을 배경으로 살며시 눈을 감은 채, 그 이상 아름다울 수 없는 미소를 띤 천사가 더없이 달콤한 음성으로 내 이름을 부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어깨에서 느껴지는 그녀의 따듯한 손길이란 말할 것도 없고, 온몸의 신경은 극도로 흥분상태로 빠져들었다. 



'으흐흐. 어찌 이런 홍복이..'

“재우씨, 맞으시죠?”

“..네? 네? 네, 네! 재우가 저..인데요, 헌데 누, 누구세요?”



이런 연속적으로 멍청한 답이 어디 있단 말인가! 게다가 잠에 덜 깬 상태에서 가래가 가득 낀 목소리로 말했으니, 차라리 아니한 만도 못했고 이 모든 것을 다시 주어 담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것만이 아니지 않는가? 어제 동생과 얘기를 끝내고 난 뒤에 기절하듯 잠들었기 때문에 동생이 머리도 감겨주지 못했고(보통 이런 경우에는 떡 진 머리가 됐다), 깊은 잠을 자고 나면 항상 생기는 덕지덕지한 눈곱과 입가로 흘러내린 뚜렷한 침의 흔적도 닦아내지 한 상태일 텐데, 하필 이런 최악의 상태에서 이렇게도 아름다운 천사가 나타날 게 뭐란 말인가? 하늘도 무심하시지, 어째서 나에게 한없이 뒤끝이 찝찝할 모진 시련을 주신단 말인가? 하물며 상대가 천사라고 할지라도 모든 만남이란 첫 인상에서 상대에 대한 느낌의 90% 이상이 결정 난다고 하는데, 이렇게 억울한 데가 어디 있단 말인가? 태어나 단 하루, 생전 가져보지 못한 기쁨과 행복 속에 잠이 들었건만 하늘은 그것마저도 용납하기 싫었던 것이다. 그렇다, 지금 이 순간의 나는 완벽한 폭탄이었다. 제기랄!



“전 수경이라고 해요. 야학 선생님인 재영씨께서 오늘부터 형님의 친구가 되 달라고 부탁해서 오게 됐어요. 형님과 말할 때는 말한 다음에 몇 초 동안은 기다려야 한다고 하셨고, 너무 많은 얘기를 나눠도 안 된다고 하셨어요. 음, 그리고 방도 하나 내주셨어요.”

‘뭐, 방까지?’

“네, 네? 재영이의 친구가 되 달라고 제가 부탁을? 아, 그게 아니라 제가 친구가 되 달라고 재영이에게.. 아, 이것도 아니지. 그러니까 그쪽 분한테 제 친구가 되 달라고 재영이가 부탁했다고요? 뭐, 방까지 내줬다고요?”



‘고맙게도!’ 재우는 차마 이 말까지는 하지 못했지만 하긴 쓸데없이 남아도는 방이 하나 있기는 한다. 책과 잡동사니만 쌓아둔 방을 그대로 두기보다 이런 천사에게 내주는 것만큼 남는 장사가 어디 있겠는가? 방값은 땡전 한 푼 필요 없다! 그냥 들어와 주는 것만으로도 황송하고 양손 들어 감읍할 따름이다. 그렇다 해도 도대체 이게 무슨 황당 시추에이션이란 말인가? 하늘에서 내려온 것이 분명한 아리따운 천사가 내 친구가 되 달라는 동생의 부탁을 받아들였고 그것도 모자라 함께 살아주기까지 하겠다고? 고맙고 사랑스러운 내 동생, 재영이가 부탁해서 말이지? 허면 재영이 이 곱디고운 천사를 이곳까지 데리고 온 것이 분명한데 설마 그것이 몇 시간 전이거나 하지는 않겠지? 지금 몇 시지? 밖이 그렇게 어둡지는 않는 것을 보면.. 뇌리를 스치는 온갖 생각에 작금의 상황을 최상의 결론으로 이끌려 하는 중에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가 예의 달콤하고 정감어린 음성으로 내 생각을 정리해 주었다. 그것도 최상의 결론 쪽으로, 으흐흐.



“네, 재영씨가 빈방이 하나 있다고 하면서 들어올 수 있냐고 부탁했어요. 전 재우씨가 하려는 일에 대해서 재영씨에게 들었기 때문에 그 자리에서 승낙했어요. 그래서 오늘 같이 온 건데, 제가 싫으세요?”

“싫다니요? 천만에요! 오히려 가문의 영광이에요! 천사께서 있어만 주신다면야 집도 내드릴 수 있어요.”

“호호호. 그건 너무 큰 데요? 제가 영광이지요, 재우씨 일을 도와드릴 수 있게 돼서.”



웃음소리 역시 천하일품이었다. 그녀의 청아한 음성에 내 몸이 아이스크림처럼 녹아드는 듯했다, 조금 끈적끈적한 게 마음에 걸렸지만. 헌데 이름이 수경이라는 이 천상의 여인은 말을 하면서 계속 눈을 감고 있는 것일까? 차마 내 꼴을 계속해서 볼 수 없어서? 그것도 아니면?



‘설마?’

“사실 제가 시각장애 안마사라, 재영씨가 아예 집에 들어와 함께 살면서 형님을 도와달라고 했어요. 형님이 세상을 바꿀 위대한 작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제 도움이 필요하다고 하시면서 말이에요. 재영씨가 미리 말씀드리지 않은 모양이네요? 정말로 제가 불쑥 찾아와 기분 상하신 건 아니시죠?”



말을 마친 천사가 잔잔한 미소(내게는 살인미소)를 띠며 나의 답을 기다렸다.



“아, 아닙니다. 기분이 상하기는요? 절대 아닙니다. 가문의 영광이라니까요!”



그녀는 역시 시각장애인이었다. 하지만 살인미소를 만들어낸 자그마한 얼굴에 오똑한 코, 마스카라를 한 것처럼 짙고 긴 속눈썹, 예쁘고 작은 입술과 달걀처럼 갸름한 턱 선에 낭랑한 음성까지 어느 것 하나 천상의 명품인 것이 하나도 없었다, 다른 여자를 이렇게 가까이에서 본적이 없는 내 눈에는. 그녀는 맑고 영혼과 고운 심성을 갖고 있는 시각장애인 천사가 분명했다. 저 가녀린 몸 뒤에는 단 번에 하늘까지 날아갈 수 있는 커다란 날개가 ‘고이 접어 나빌레라’ 숨겨져 있을 터였다. 평생 처음으로 느껴보는 이 기분이 황홀경이리라. 재빨리 어제의 기억을 더듬어 보니 동생이 누군가에게 나를 살펴달라고 부탁했다고 말한 것 같기도 했다. 아니면 또 어쩔 것인가? 이런 천사가 나를 보살펴준다는 데야 고맙고 감사하고 분에 넘치고, 크크! 웃음이 새나오는 것을 막느라 힘겨울 뿐이지 천 번이고 만 번이고 탱큐 할 일이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물론 이렇게 아름다운 천사와 함께 살려면 에너지 사용이 급격히 늘어날 수밖에 없을 터이니, 그것만 조심하면 성은이 망극할 지경이지 않은가?



‘할 수 없지! 이제부터는 TV를 본다거나 라디오를 듣는다거나 의도적으로 멍 때린다거나 하는 잡스런 일들을 전혀 하지 않으면 돼. 그리고 하나 더.’

“이제부터 무조건 많이 먹는 거야!”



나는 너무나 흥분한 나머지 생각만으로 끝내야 할 말 중 가장 중요한 마지막 부분을 입 밖으로 내보내고 말았다.



“네? 아! 배고프시구나? 어떡하죠? 아직 제가 집안 구조를..”

“아, 아닙니다. 배가 고프다는 게 아니라..”



나는 천사와의 대화에서 처음으로 혼선을 빚었다. 반응의 시간차 때문에 말이 섞인 것이었다. 하지만 이미 실수는 저질러진 것, 떡 본 김에 제사 드린다고 아예 이참에 대화의 방법에 대해 천사에게 설명하고 질서를 잡으면 된다. 쪽팔림은 잠시이지만 첫 만남부터 괜한 오해를 만들 필요가 없지 않은가? 헌데, 이건 또 무슨 경우란 말인가? 내 마음을 읽기라도 한양 천사가 먼저 말하는 게 아닌가.



“아, 제가 말을 한 후에 몇 초 기다리지 않았네요. 죄송해요, 재우씨. 지금도 제가 중간에 재우씨 말을 끊은 건 아닌지 모르겠네요?”

‘천사가 분명하디니까!’

“완전 아닙니다. 앞서 한 말은 제가 이제부터는 많이 먹겠다는.”



나는 여기서 잠깐 말을 끊고 기다렸다. 나와의 대화는 이런 식으로 해야 한다는 것을 경험시켜주기 위해서였는데 천사가 분명한 그녀는 이미 그것에 익숙해졌는지 아니면 상황을 파악하는 속도가 무지무지 빠른 것인지, 몇 초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내 다음 말을 기다렸다. 착한 심성은 기본인 아름다운 천사가 센스와 머리까지 좋은 것이었다.



‘할렐루야!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성은이 망극합니다!’



나는 먼저 두 종류의 신에게 감사를 마음을 전한 후 서둘러 말을 이었다.



“제 말은 수경씨가 제 친구로 오셨으니 이제부터는 많이 먹고 힘내겠다는, 뭐 그런 것이지요. 하하하!”



나는 최대한 남자답게 웃으려 했다. 정말로 오랜만에 에너지를 팍팍 썼다. 깊이 자고 일어나서인지 오늘따라 에너지도 넘쳐 나는 것 같았고. 업 된다는 것, 이제야 비로소 방방 떠다니며 웃음이 절로 나오는 그 기분을 알 것 같았다.



“호호호. 그런 것이었네요. 저도 좋아요. 제 남자 친구가 되어주실 분께서 이렇게 적극적으로 의지를 표명해주시니, 저도 많이 먹고 힘낼게요.”

‘남자 친구라고? 남자 친구! 크하하하하..’



나는 천하의 영웅호걸이라도 되는 냥 집 전체가 들썩거릴 정도로 호탕하게 웃고 싶었지만 천사의 다음 말 때문에 마음 속 웃음을 중간에서 접어야 했다. 



“재우씨,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재우씨 상황부터 제가 익혔으면 해요. 너무 빠르다고 생각하지 않으신다면 지금 상황을 알았으면 하는데, 괜찮으시겠어요?”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가, 인생의 첫 번째이자 마지막 여자 친구가 되려고 하는 복덩어리가 나의 상황을 알고 싶단다. 좋게 말해서 그렇지, 말랑말랑하고 더럽고 축 처진 내 몸과 배변 상태 등을 손으로 만져 일일이 확인해보겠다는 게 아닌가? 그렇게 촉감으로 내 몸과 기타 등등의 부대상황을 익히고 그려서 뇌 속에 각인시키겠다는 것이 아닌가? 갑자기 나는 너무나 두려워졌다. 돌아가신 부모님과 동생이 만지는 것 이외에 누구한테도 내 몸을 만지게 하거나 드러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물며 생애 처음으로 찾아온 천상의 선물 같은 수경씨라면 더더욱 만지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 나의 급격한 변화를 눈치 채기라도 한 것일까?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가 조심스러우면서도 단호하게 운을 뗐다.



“재우씨, 제가 확실한 여자 친구가 되려면 반드시 해야 할 일이에요. 저는 손으로 사람을 만나고 세상과 소통해요. 하물며 제 첫사랑이 될지도 모르는 남친인데 당연히 그래야 하지 않겠어요? 다른 여자한테 절대 양보할 수 없어요, 그것만은.”

‘첫사랑이 될지도 모르는 남친이라 다른 여자한테 양보할 수 없다고?’

“아, 알았습니다.”



나는 그녀의 단 한 마디의 말에 모든 두려운 감정을 내려놓고 즉각적으로 완전 무장해제 상태로 돌입했다. 천사는 말도 이렇게 하나보다? 단 한 방에 나를 사로잡아 버리니! 그래, 어차피 치러야할 통과의례라면 빨리 치르는 것이 나을 것이다. 매도 먼저 맞는 놈이 낫다고 하지 않는가? 그래도 아픈 건 변함없고 맨 처음에 전력을 다해 때리는 자를 만나면 말짱 황이지만 그 정도 대가도 치르지 않고 천사를 여친으로 만들려 한다면 천하의 도둑놈심보란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그럼 재우씨가 말로 저를 안내해주세요. 그러면 제가 재우씨가 일러주는 대로 따라 갈 테니까요.”



살짝 미소를 머금는 그녀의 얼굴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이래서 TV에 나오는 연예인들이 유리 같은 미녀를 봤을 때 뒤에서 후광이 난다고 하는지 이제야 알 것 같았다. 나의 천사, 수경씨가 바로 그랬기 때문이다. 그래도 아직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이 남아 있기는 했다. 



“저 근데요? 혹시.. 그러니까.. 어, 이를테면..”



나는 마음에 걸리는 마지막 하나를 차마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한 채 말을 빙빙 돌리자 그녀가 내게 물었다. 그것도 한 치의 빗나감도 없이 내 마음을 꿰뚫기라도 하듯이!



“왜요? 또 마음에 걸리는 게 또 있으세요?”

“네? 네! 아, 그게 아니라.. 네, 네, 있긴 있어요. 헌데 그게..”



내가 엄청나게 더듬자, 그녀가 묘한 미소를 띠며(보조개가 너무나 예뻤다!) 나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저, 그게 다름 아니라.. 천사께서, 아니 수경씨께서 제 몸 상태를 파악하시기 위해 저를 만질 때, 저 그게 혹시..”

“혹시 뭐요?”



그때야 비로소 알았다, 천사의 미소에도 은근한 음흉함이 내포될 수 있음을! 보조개는 왜 이리 예쁘고 선명하단 말이냐?



“그거 있지 않습니까? 남자라면 누구나 갖고 있는.. 그거 있지 않아요? 그거 말이에요. 허어, 흠! 흠!”

“호호호호! 재우씨도 참 짓궂으시네요? 아직은 아니랍니다. 정말로 제가 사랑하는 사람이 되면 모를까? 너무 빠르신 것 아니에요, 재우씨?”

“하하하. 하하. 하. 그러네요? 제가 너무 앞서나간 거네요. 하하하. 하하.”



해맑게 웃는 그녀에 비하면 나는 너무나 초라하고 창피하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우문에 현답이라! 그녀는 분명 머리 좋은 천사이거나 그에 가까운 선하고 곱고 아름다운 여인일 수밖에 없었다, 적에도 나에게는 말이다.



“재우씨, 전 사람을 그만의 특유한 기운과 성품으로 보지 외모로 보지 않아요. 물론 저 같은 사람도 손에서 느껴지는 감촉으로 흔히들 잘생겼다 하는 얼굴이나 체형에 대해서는 떠올릴 수 있고 구별도 할 수 있어요. 하지만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상대가 잘생겼다고 제가 더 열심히 안마하는 것도 아니고 당연히 제가 더 행복해지는 것도 아니니까요. 저에게 피로한 상태에서 찾아와 제 안마를 받고나서 손님들이 시원해하고 기운을 차리시는 것에서 전 보람을 느껴요. 중요한 건 상대의 기운과 품성이에요. 제 안마를 받고나서 진심으로 고마워해하는 분들을 보면 대부분 맑은 기운과 좋은 품성이 느껴지니까요. 사람 간의 만남은, 서로 주고받는 마음은 성적순도 외모순도 아니잖아요? 저에겐 재우씨에게서 느껴지는 맑은 기운과 착한 성품이 중요할 뿐이지, 그 외의 것들은 아무 의미도 없어요. 저에겐 재우씨가 앞으로 하실 일들이 중요해요. 거기에 제가 도움이 된다면 더 바랄 것이 없구요.”



나의 천사는 너무나 조리 있게, 그것도 차분하고 담백해 피부와 쏙쏙 와 닿도록 말했다. 거기에서는 어떤 꾸밈도 느껴지지 않았고 특별한 의도도 발견할 수 없었다. 오직 사람에,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 그 사이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들에 미치도록 굶주려 있던 나에게 그것이면 충분했다. 그녀에게, 지상에 내려온 천상의 선녀에게 나처럼 미천한 자가 더 무엇을 바랄 수 있겠는가? 그녀는 말 한 마디로, 웃음 하나로 나를 격려하고 이끌어 무엇이든 할 수 있게 해줄 것이고 그 일에 조금이라도 지쳐하면 언제든지 나를 보듬어 줄 텐데 더 무엇이 필요하겠는가? 이렇게 고운 심성과 정말로 해맑은 기운이 느껴지는 그녀인데 무엇 하나 못할 것인가? 



그래 가보는 거다. 내 삶의 버팀목인 동생의 바람이 들어 있고 높고 푸르른 하늘을 떠다니는 구름처럼, 하늘에서 지상까지 내려온 투명한 바람처럼 나를 부드럽게 감싸 안을(생각만 해도 피부에 소름이 돋고 오금이 저렸다, 몇 초 후에!) 수경씨의 손길이 녹아 있는 그런 ‘단 하나의 프로그램’을 만들어내면 되는 것이 아닌가? 내가 할 일이란, 살아서 이 땅에 남겨야 할 것이란 그것 말고 또 무엇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내게 허락된 에너지를 모두 다 쏟아 부으리라. 마지막 한 점의 에너지까지 사용해 불꽃처럼 산화할 때까지 전력으로 달려가리라. 그래 하나를 얻으면 반드시 하나를 잃게 마련인 법, 육체의 경험과 활력을 잃었다면 지력의 무한함과 자유로움을 얻었다. 잃은 것을 안타까워하기보다는 얻은 것에서 나를 행복하게 만들고 주위를 기쁘게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내면 되는 것일 뿐이다. 뇌와 육체의 불균형이 나의 운명이라면 그 사용의 선택권은 온전히 내 몫이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