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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제2부 24장 - 류심환과 무천의 대화3



삼영은 이제 알 것 같았다. 상대의 신법이 왜 자신들의 절초를 그렇게 쉽게 무력화시키는 것인지. 파천태극무검의 초식을 준영은 오성의 공력으로, 한성과 철용은 육성의 공력으로 펼쳤음에도 상대는 그 절대초식들을 너무 쉽게 무력화시키는 것이 바로 그의 신법에 깔려 있는 근본원리가 파천태극무검의 변화에 상극인 흐름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일극무원결의 시의 후반부 투원을 펼치자 이것이 보였고 따라서 지금 자신들을 옥죄어 오는 장풍이 그와 같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준영이 먼저 반응했다. 그의 몸이 모든 방위를 차단한 채 날아오는 장풍의 정 중심부로 빛살처럼 몸을 날렸다. 뒤를 이어 눈을 한 번 깜박이는 것으로 이해했다는 표시를 대신한 한성이 장풍의 맨 오른편으로 날아가더니 일환이 떠있는 옆 십장 거리에 이르자 몸을 직각으로 휘었다.



철용도 한성이 몸을 날릴 때 왼편으로 섬전처럼 날아가는 후 그 역시 일환의 십장 거리에서 직각으로 꺾어 일환을 향해 날아갔다. 검을 든 오른팔을 몸 옆에 붙인 채 날아가는 모습은 너무 빨라 하나의 선처럼 보였지만 공기를 가르는 파공음이 그 위력을 드러냈다.



슉! 휘릭!



삼영의 몸에서 소리가 났고 그들이 검을 휘둘렀다. 헌데 그 검이 그려내는 선은 준영의 것에서 그냥 찔렀고 한성의 검에서는 오른쪽 위에서 아래로 내리쳤으며 철용은 몸에 붙였던 팔을 밑에서 위로 들어 쳐 올렸다. 무공의 초자나 하는 검초들, 횡소천군(橫掃千軍)이나 직도황룡(直道黃龍) 같은 기본 중의 기본을 시전했다.



다만, 그들의 내공과 신형의 속도가 주는 위력은 그 단순한 동작이라고 해도 가히 하늘도 베고 찌를 수 있을 정도였다. 기초 초식이 일절이 됐다.



“헛!”



삼영의 대응이 의외로 단순 그 자체로 나오자 일환은 급하게 터진 신음을 갈무리하며 자신이 펼친 제천다환장(制天多幻掌)을 거둠과 동시에 제천중강력(制天重强力)을 뿜어냈다. 그는제천다환장이 파천태극무검의 초식들이 만드는 극한의 변화에 상극이라면 제천중강력은 천상지무를 상대하기 위해 준비된 권법이어서 삼영의 초식을 간단히 제압할 수 있다 판단했다.



하지만 그가 간과한 한 가지 있다. 일극무원결이었다. 그는 삼영이 왜 그런 허무맹랑한 그래서 제천다환장에 적절했던 합공을 펼칠 수 있었는지 잘못 판단한 것이다. 삼영은 그의 판단처럼 천상지무는 익히지도 않았다. 해서 합공의 원리도 일환의 판단과는 달리 투원이 삼영에게 알려준 제천다환장의 원리에 대한 이해에서 출발했다.



쾅!



거력의 충돌이 일어났다.



퍽!



무엇인가 누군가를 찌르는 소리가 충돌과 동시에 들렸다. 네 명의 입에서 신음이 그제야 흘러나왔다.



“크윽!”



철용이 지른 가장 큰 신음이었고 그는 튕겨 나온 검을 따라 이장을 밀려나다 그대로 삼장을 솟아올라 반원을 그렸다.



“컥!”



한성이 지른 중간 크기의 신음이었으며 그 역시 뒤로 이장을 밀려난 순간 땅을 발로 차며 그대로 허리를 활처럼 휘더니 그 탄력에 화살처럼 튀어나갔다.



“핫!”



준영의 입에서 새나온 가장 작은 신음이었는데 그는 두 걸음 밀려난 상태에서 검을 날렸다. 전설의 어검비행(馭劍飛行)이었다. 그의 생각은 철용과 한성의 의도와 다르지 않았다.



‘저 자가 갑자기 바꾼 초식은 중(重)을 근간으로 해. 해서 다음 초식을 펼치는데 찰나만큼이라도 늘어져. 여기에 치명적 약점이 있어. 투원이 그리 말했어.’



그 순간에 일환이 보기에.



‘어찌 이럴 수가. 제천무영보를 바탕으로 펼칠 제천섬전뢰(制天閃電雷)를 펼치려면 제천중강력이 느낄 수도 없을 정도만큼만 늦어지는데.. 이들의 합공이란 그 틈새를.’



삼영의 합공이 그 찰나 지간의 틈새에는 가장 적절하지 않은가. 류심환이 쌍비를 목숨을 취할 때 그저 빨리 뻗기만 했던 검의 기본 쾌검처럼. 이것으로 제천문의 천년 위세가 처음 그 축의 일부가 흔들렸다.







“호호호홋! 그 놈, 칠력인가 뭔가 하는 놈이 말한 제마단이 저것이란 말이지. 저기에 가면 고수들만 즐비하다고. 호호호홋! 너무 좋아. 기왕이면 고수피지. 손끝의 짜릿함이야 고수들의 목을 딸 때지. 호호호홋!”



일소빙혈사 설지연이 제마단 삼 리 밖에서 날아오고 있었다. 마치 천마행공을 보는 듯 그녀의 옆으로 나무와 가옥들이 순식간에 스쳐 아득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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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클클! 제마단. 이리 가면 이제 오리 정도 남았단 말이지. 팔력이라 했던가? 그 놈 마음에 들어. 클클클! 거기 가면 걸리는 것마다 고수라고. 이보다 좋을 순 없지. 본 좌의 강림을 도대체 떠들지 않는 거야. 이번 한 번 만에 확실하게 알려주지. 나 빙혈천마가 강호에 돌아왔음을. 클클클클!”



사마천이 설지연처럼 한 마리 검은 새가 되어 전력으로 날아오고 있었다. 그는 설지연보다 이리 정도 뒤떨어져 있었지만 제마단을 향하는 것은 동일했다. 칠력과 팔력은 급히 자신들을 찾아온 이환과 삼환이 전한 제천의 명령에 따라 이 두 명의 절대마인을 제마단을 향하도록 만들었다. 그들에게 제천문의 금제가 가해져 있었기에 그들을 제마단으로 보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가서. 모두 죽여라.”



제천금마제혼대법(制天禁魔制魂大法)을 펼쳐 한 마디 했으면 됐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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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크, 빈 공간이라? 그것도 검강천이 안배한? 허허. 재미있어. 다음은.



- 후후. 재미있다니 다행이군. 이미 말했듯 오년은 그랬고 그 다음의 1년이 진짜 허송세월이었지. 지겹고 미칠 지경이었지만 그래도 견뎌야 했지. 그 1 년 동안 무영이 처음으로 네 수하들의 감시가 없는 유일한 기간이었으니까. 하지만 이 기간의 의미는 무영이 천상지무와 파천태극무검을 다 취한 다음 다른 하나의 깨달음을 얻기 위한 기간이기도 했지. 이를 테면 극본의 전면수정이요. 연극을 새로 올린다고 할까, 뭐? 당신의 표현을 빌린다면.



- 뭐라고… 지금 전면수정이라 했나? 새로 연극을 올린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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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천상지무의 마지막 초식 천상귀원검을 처음 펼칠 때처럼 무영이 파천태극무검의 마지막 초식 여의일도파천황을 다시 전력으로 펼치려는 그 순간에도 그의 영혼을 울리는 류심환의 혼어(魂語)가 있었다. 



“무영아. 이제는 내가 말하지 않아도 너도 이미 알고 있으리라. 그래, 하나의 거짓은 네가 지금 영혼 속에 담아 펼치는 두 초식의 결합이며 네가 지금 전력으로 펼칠 초식은 여의일도파천황은 그 거짓 뒤에 숨어 있는 비밀을 풀기 위함이야.”



무영의 몸이 떠올랐다. 승천제마검을 든 오른손을 단전에서 한 뼘 정도의 거리에 두고 검 끝을 눈의 높이로 맞추는 견적세를 취했다. 이번에는 승천제마검에서 푸른빛이 떠올랐다.



“1년이란 시간을 단축한 것을 축하해. 너의 자랑스러움이 네 선친 천상천주 검강천으로부터 나왔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너의 시작은 내게서 시작됐다고 해도 그 끝은 돌아가신 선친 두 분임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된다. 아울러 삼혼 할아버지에 대한 고마움과 너에 대한 사랑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며... 허허. 내가 왜 이러는 것인지 모르겠구나. 이 기쁜 순간에.. 네가 1년이나 시간을 단축했는데.. 허허. 이 아저씨가 오늘따라 왜 이러는 것이냐. 무영아. 마음껏 펼쳐라. 너의 세상이 왔음을 알리고 새 천년이 이로써 시작됐음을 또한 알려라. 그 안에서는 누구도 위에 있지 않고, 누구도 아래에 있지 않은.”



“네, 아저씨! 그런 세상을 꼭 보여드릴게요. 그 시작은 아저씨의 희생에서 비롯됐고 그 끝에서도 함께 하고 있었음을 천하 모든 사람들이 알게 할게요. 고맙습니다. 아저씨.. 아니 아버님. 지켜보고 있지, 아빠, 엄마!”



빛이 폭발했다. 해일 같은 빛의 축제가 시작됐다. 그 처음엔 빛이었으나 그 빛은 검이었고 그 검은 어디에도 있었다. 해서 처음부터 빛이요 검이었다. 그 순간에 무영의 영혼 속에서도 하나의 검결이 운용되고 있었으니 이것이 이날의 진초였다. 제천도 무천도 이를 알지 못했고 이에 류심환은 미친 듯이 광소를 터뜨렸다.



“하하하하! 하하하하! 드디어 이루었다. 내가 무림 천년 사에 최고의 깨달음에 이르렀다. 크하하하! 크하하하하!”

‘무영아 네가 이룬 거야. 오직 너만이 그에 이른 거야. 축하한다, 무영아.’



무영은 자신의 영혼이라는 우주를 떠올리고 그 무한대의 공간에서 상상으로 천상귀원검과 여의일도파천황을 일극무원결에 의해 하나로 합쳐 그 결과를 전력으로 시전했다. 그것은 생명의 약동이었고, 추진력을 촉발시킨 무한한 진화였다. 그 위대한 검결이 운용되고 그만 알 수 있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이어 무영은 자신의 성취를 류심환의 영혼에 또박또박 말했다.



“이제 나간다. 답은 일극무원결에 있었어. 이제, 아저씨의 뜻을 다 이루었어. 그것도 1년이란 시간을 단축한 채. 만나면 아저씨께 자랑해야지.”

‘이는 아저씨도 함께 이룬 것이에요. 제가 아저씨고 아저씨가 저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