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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김군 IS 가입에서 보는 고3일베 폭발물테러



전 세계적으로 테러를 자행하고 있는 IS에 한국인 한 명이 가입한 것으로 추정되자 온 나라가 테러를 당한 것처럼 시끄럽다. 아직 문제의 인물인 김군의 행적이 정확히 밝혀지지도 않았지만, 일어날 수 있는 미래의 테러를 염려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IS에 가입한 것으로 보이는 김군(18세)의 실종이 박근혜 대통령이 최대의 위기에 몰린 며칠 사이에 갑자기 부각된 것이 절묘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지만, 그 동안 김군이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통해 IS 간부로 추정되는 인물과 대화를 나눈 것이 거의 1년에 이른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은 더욱 커진다.   



사라진 김군이 IS에 가입했다면, 그래서 제2, 제3의 김군이 이어질 수 있다면, 또는 김군이나 그를 추종하는 아이들이 그들의 선동적 접근에 넘어가 인질이라도 된다면, 대한민국이 감수해야 할 위험의 가능성은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진다. 중동과 아프리카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부 기독교도의 공격적인 선교 때문에 IS의 테러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고 봐야 한다.



이런 현실을 감안할 때 김군의 행적을 추적하고,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하는 것은 정부와 언론의 역할에 해당한다 할 수 있다. 프랑스와 호주 등지에서 일어난 IS의 테러는 너무나 위험해서 이들의 준동이 대한민국에게 이르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람이 없다.




                        



하지만 IS가 저지른 테러와 비교할 수 없지만, 대한민국에서도 고3일베에 의한 폭발물테러가 있었다. 비선실세가 대한민국을 다스리고 있다는 '정윤회 문건 파동'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궁지에 몰렸던 시점에 조선일보와 TV조선 등이 느닷없이 서울 한복판에서 종북콘서트가 벌어지고 있다는 보도를 내보내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된 광기 어린 종북몰이의 핵심 키워드는 미국으로 강제출국된 신은미(왜 국보법 위반으로 기소하지 않았을까?)와 구속영장이 발부된 황선이 ‘북한이 지상낙원’이라는 발언(경찰은 이런 발언을 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을 하며 북한을 찬양·고무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전형적인 국보법 공안몰이가 전개됐고 신은미와 황선은 간첩과 동일선상에서 취급됐다.





이후 조중동을 필두로 거의 모든 방송으로 번진 종북몰이는 박근혜 대통령의 종북콘서트 발언으로 정점을 찍었다. 그리고 고3일베가 통일콘서트 관객으로 위장해 폭발물테러를 감행했다. 폭탄물테러로 3명의 부상자가 생겼고, 그것도 진행요원이 막지 않았으면 더 큰 피해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테러가 일어난 다음날부터 관련 보도가 거의 모든 언론에서 자취를 감춘 것이 지금까지도 이해할 수 없지만ㅡ그러나 얼마든지 추측할 수 있지만, 대한민국이 더 이상 테러에서 자유로운 나라가 아니라는 것이 입증됐다. 심지어 보수단체들은 수천만 원에 이르는 고3학생의 변호비용을 모금하기까지 했다.



이는 명백히 폭발물테러를 후원하는 행위로 제2, 제3의 고3일베의 숙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들의 행태에서 박근혜 정부의 이념몰이를 통한 공안정국 조성이 사회를 얼마나 위험한 곳으로 몰고가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김군의 IS 가입과 고3일베의 폭탄물테러는 이명박근혜 정부 7년 동안 대한민국이 '위험사회'로 진입했음을 웅변해주고 있다. 





문제의 심각성은 사라진 김군이 “페미니스트가 싫어서 IS가 좋다”는 이유로 IS에 가입한 것으로 추정되는 것처럼, 고3일베도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데 있다. 김군이 알카에다에 필적할 만큼 세를 불리는데 성공한 IS(빈 라덴을 지원했던 것처럼, 미국의 지원설도 있다)에 가입한 이유는 여성을 비하하고 폄훼하는 발언을 일삼는 일베의 글들과 일맥상통한다.



실제 일간베스트 정치 게시판에는 ‘김군 IS간 것도 정부탓 ㅋㅋㅋㅋ’이란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글이 올라 온지 1시간 만에 ‘일베로(찬성)’가 238표에 이르렀다. 일베 이용자의 인식이 이러할 정도에 이르니, 사라진 김군이 IS에 가입한 이유로 추정되는 트워트와 페이스북 내용과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말(언어)은 인식을 지배한다. 인식이 의지와 결합하면 행동으로 옮겨진다. 의지란 자생적으로 생기기도 하지만, 자극적이고 지속적인 선동에 의해 생기기도 한다. 세월호 유족들과 시민들이 단식을 할 때 이들은 그 앞에서 폭식행사를 벌일 수 있었던 것도 행동으로 옮길 만큼 인식의 폭력화가 되돌리기 힘들 정도로 진행됐기 때문이다. 





이런 폭력적인 행위가 극에 이르면 폭발물테러를 감행한 고3일베로 비약한다. 테러리스트에 대해 연구한 많은 논문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것이 자극적이고 지속적인 선동을 통한 연대감 형성과, 테러를 영웅적 행위로 미화시켜 미래의 테러리스트를 확보하는 전략이라고 말한다. 이들은 SNS는 물론 게임을 통해서도 테러리즘을 퍼뜨린다.



광복 초기에 수십만 명을 학살한 서북청년단이 부활한 것이나, 탈북자단체가 드론을 이용해서라도 북한에 ‘더 인터뷰 DVD’를 뿌리겠다고 하는 것도 모두 다 폭력을 행사하거나 유발하는 행위라 표현의 자유를 악용한 테러라 할 수 있다. 법원이 표현의 자유를 내세워 방관하던 정부와 달리, 탈북자단체의 대북전단살포를 제한할 수 있다고 판결한 것도 이들의 행위가 지역 주민의 안전을 위협하기 때문이다. 



자신이 믿는 가치와 이념을 위해 무고한 이들의 목숨을 위협하거나 취할 수 있다는 발상은 어떤 이유를 들어도 침해불가능한 인간의 존엄성과 기본권을 무력화시키기 때문에 용납될 수 없다. 표현의 자유도 수단의 폭력성이 명백히 위협적이면 제한할 수 있다는 것이 국제적 통념이다. 나의 자유와 신념이란 나의 영혼과 육체라는 책임의 한계를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 공통된 견해다.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김군의 IS 가입은 미래의 테러를 염려해서라면, 고3일베의 폭탄물테러는 그런 테러가 현재의 문제라고 말해주고 있음을. 표현의 자유가 그 방법과 내용이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협’이고, 실제 그런 일이 일어났다면 법적 제한도 가할 수 있음을. 이는 독재를 가능하게 하는 초법적 행위가 아니라 민주주의를 가능하게 하는 헌법적 가치이기 때문이다.  



민주주의에도 역설이 있듯이, 표현의 자유를 가능하게 하는 관용에도 역설이 있다. 마찬가지로 테러를 영웅적인 행위로 찬양하는 일그러진 역설도 있다. 이른바 성전이라는 이름이 붙은 모든 종류의 테러다. 극단주의자로 내몰린 무슬림들의 테러가 서구의 패권주의에 원죄가 있고 지금도 계속되고 해도, 그것이 무고한 생명의 희생을 성전을 위한 부수적 피해로 돌릴 수 있는 면죄부가 될 수 없다. 



물론 '나는 샤를리다'에서 여전히 드러나는 서구패권주의의 유럽, 끝없는 탐욕을 제어하지 못하는 미국, 폭력의 악순환을 조장하는 이스라엘, 군국주의의 부활을 재현할 듯한 일본, 초국적 단위로 폭력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거대 군산복합체, 강국의 논리에 갇혀 있는 UN의 무기력함, 극우주의자들의 준동을 방치해 정치적 반사이득을 취하려는 박근혜 정부의 근시안적 판단 등을 옹호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