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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방송통제와 JTBC 죽이기에 나선 방통위



박근혜 정부의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방송 장악과 통제의 강도를 더욱 높이고, 눈에 가시인 JTBC를 길들이기 위한 작업(=임시허가제)에 들어갔습니다. 방통위의 이런 중앙일보 봉지욱 기자가 보도한 기사입니다. 봉 기자는 2015년도 방통위 업무계획 보고서를 입수해 관련 사실을 기사화했습니다(필자가 중앙일보 기사를 가지고 글을 쓰는 날이 오고야 말았습니다^^;;).



이번 방통위의 2015년 업무계획에 담겨 있는 또 다른 핵심은 갈수록 수익구조가 나빠지고 있는 지상파의 불만을 풀어주고(중간광고와 가상광고의 확대, 광고총량제 허용 등), 동시에 통신사(와 포털)를 길들이기 위한 것인데, 이는 방통위의 업무계획을 모두 다 살펴본 다음에 글로 올리겠습니다. 





봉 기자의 기사에 방통위는 '임시허가제도'가 '도입이 확정된 것'이 아니라 '검토 중인 사안'이라며,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방통위는 해명자료에서 "임기허가제도도 도입 여부를 검토하고 있으나 구체적인 내용과 적용시점은 확정된 바 없다"며 "도입을 위해서는 관련 법의 개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충분한 의견수렴 등을 거쳐 도입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라며 중앙일보 기사를 애매모호하게 부인했습니다.



이에 대해 (특종이라는 봉을 잡은) 봉 기자는 "임시허가제는 재허가 기본계획에 들어가기 때문에 법 개정사항이 아니다"라고 재반박하며, 해당기사에 화들짝 놀라 똥줄이 탄 방통위가 '도입 확정'을 '검토'로 돌린 것이 아니냐며 반문했습니다. 방 기자는 자신이 입수한 방통위의 업무계획 보고서를 공개해 방통위에게 회심의 똥침을 놓는데 성공했습니다. 





보고서에 나온 내용을 보면, 봉 기자의 봉 잡은 기사가 보다 진실(보편적 가치체계를 거친 사실)에 가깝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봉 기자가 입수한 보고서가 최종안이라면, 방통위는 '임시허가제도'를 법률 제정이 필요없는 '고시 제정'을 통해 방송 장악의 정도를 지금보다 더욱 높이려 했음이 확실합니다. 방통위의 해명은 뽕을 한 사람을 연상시킬 정도로 논리가 빈약했습니다. 



정권의 홍위병 역할에 충실한 방통위는 권력에 순치된 KBS와 SBS, 종편과 다를 것이 없는 MBC, 보도전문채널의 종편인 연합뉴스방송, 그 바로 뒤를 쫓아가느라 허덕이는 YTN, 유명무실한 MBN 등을 아예 정권방송으로 바꾸고, 눈에 가시인 JTBC를 이들의 수준으로 길들이거나 최악의 경우 폐방(TV조선에 적용하면 땡큐지!!)시키기 위해 이번 업무계획을 추진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쯤 되면 방통위의 2015년 업무계획이 '뽕 주사' 수준이 아니라 '필로폰 주사' 정도는 맞아야 계획할 수 있는 악마적이고 파렴치한 꼼수입니다. 공약 파기는 기본이고, 이명박 정부에 이어 '언제나 거짓말 하는 정권'으로 확정된 박근혜 정부가 방송만 확실하게 장악하면 유신시대의 권위주의 독재가 가능할 것으로 봤는지 모르겠지만, 이번 방통위의 2015년 업무계획은 전두환 독재시대의 '땡전 뉴스'를 떠올립니다.





방통위와 방심위의 협력체계를 통해 방송 장악과 검열을 일삼을 수 있다면, 사형된 나치의 괴벨스 영혼이 지옥에서라도 큰절을 올릴 판입니다. '정윤회 문건 파동' 이후에 조중동마저 박근혜 정부에 불리한 기사와 보도를 내보내자, 박근혜 정부의 홍위병을 자처하는 방통위가 방송(특히 JTBC)을 통제하고 길들이기 위해 사악한 계획을 시도하려다 한방 맞은 것으로 보입니다. 



최경환 부총리가 수장으로 있는 기획재정부가 연말정산 세액공제로, 노동부는 장그래 방지법으로, 국토부는 각종 개발계획 등으로 박근혜 대통령에게 잘 보이기 위한 재롱잔치에서 앞서나가자, 이에 안달이 난 방통위가 넘어서는 안 될 선을 넘으려다 허공에서 카운터펀치를 맞고 안면으로 착지한 것(마침 그곳에 뾰족한 돌이 있었다ㅡ시공사 중앙일보)이 이번 해프닝이 핵심입니다. 



하지만 이것으로 방통위의 방송통제와 JTBC 길들이기가 끝난 것은 아닙니다. 집단적 망각이 일상화된 대한민국이기에 특정 사안으로 나라가 들썩일 때마다, 방통위가 그 혼란의 와중에 한 걸음씩 자신의 목표를 향해 도둑처럼 나아간다면 올해 안으로 JTBC마저 순치될 수도 있습니다.  





국민이 선거에서 선택을 잘못한 대가로 앞으로도 3년을 더 이런 국정난맥상과 국가적 혼란상을 겪어야 한다는 사실이 납량특집의 공포를 일으킵니다.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 각 부처의 수장 및 고위관료들은 임기가 끝나면 '바이바이'하고, 전관예우를 받으며 이직을 하면 되지만, 국민은 그 피해를 온전히 뒤집어쓴 채 고통과 질곡의 세월을 보내야 합니다. 



우리가 정치에서 멀어지고 무관심해질 때, 사회의 몰락을 나 몰라라 하고 사적 이익에만 골몰할 때, 공적 공간이 사적인 것들에 점령(우리는 모든 분야의 스타만 얘기한다)당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정치적 의제의 공론화 과정이 사라져버릴 때, 세월호 참사도 일어나고, 비선실세의 국정농단도 횡행하고, 방송장악과 통제가 강화됩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변하지 않는 한 방통위의 시도도 계속될 것입니다. 힘들고 고단하겠지만 우리가 계속해서 깨어 있지 않으면 대한민국을 바로 세우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 동안 우리는 앞만 보고 달려오느라 가장 기본적인 것들마저 포기하곤 했습니다. 그 결과가 온갖 불평등과 반칙과 폭력이 난무하는 현재의 대한민국이라면 단호히 거부하는 용기와 실천적 의지를 보여줄 때입니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