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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그리스가 복지 때문에 망했다고, 기가 막혀!



최경환 경제부총리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복지 확대를 위한 증세에 반대할 때마다 그리스를 예로 듭니다. 이들은 복지 과잉이 그리스 패망의 근원이고, 국민을 나태하게 만든다고 합니다. 수년 전부터 계속되고 있는 이런 주장이 사실이라면, 세계경제가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복지 과잉으로 망한 나라들이 속출해야 합니다.





헌데 지금까지 그리스를 제외하면 복지 과잉 때문에 망한 나라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핀란드 경제의 반을 차지하다는 노키아의 몰락 이후로도 핀란드는 여전히 가장 잘 사는 나라의 반열에서 내려오지 않았습니다. 복지 천국인 스웨덴(제조업 강점)과 덴마크(낙농업 강점), 노르웨이(석유)는 최상위에서 요지부동입니다.



수년 전에 망했다는 그리스가 아직도 1인당 GDP가 22,500달러를 밑으로 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미래의 동력이 부족하다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패망의 이유가 복지 과잉이라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그리스의 패망은 독일(과 프랑스)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유로존 통합의 한계 때문이지 복지 과잉 때문이 아닙니다. 



김무성이 '복지 과잉'이면 부패가 늘어난다는 말도 역대급 거짓말입니다. 지난 대선에서 찌라시 애독자임을 밝힌 김무성의 기준으로 하면 '복지 과잉'에 해당하는 복지지출 상위 10개국(프랑스, 핀란드, 벨기에, 덴마크,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스웨덴, 스페인, 독일, 포르투갈)은 부패가 적기로 유명한 나라들입니다. 김무성의 발언은 복지에 대한 새누리당의 기본 인식이 어디에 있는지 극명하게 드러내는 사례입니다.   





유로존 통합은 베스트팔렌조약(현재의 유럽 구도를 만든 조약으로 공존과 상생이 목표다)을 발전시켜 각각의 주권을 가진 국가들의 정치경제적 블록을 형성하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미국이 주도하는 경제권과 한중일이 주도하는 경제권과 맞서기 위함이 유로존 통합의 목표였습니다. 단일화폐(유로화)를 쓰는 것을 시작으로 재정통합과 연방정부 수준의 정치적 통합까지 계획돼 있었습니다.



헌데 세상일이라는 것이 목표한 대로 되지 않는 법이어서 유료화로의 통합만 이룬 후 유로존 차원의 구조조정(부의 재분배)이 이루어져야 했는데 독일과 프랑스, 영국이란 절대 3강의 정치경제적 이해관계와 국내정치의 변동성 때문에 정치적 합의가 필요한 구조조정이 계획한 대로 진행되지 못했습니다.



이 바람에 그리스는 국가 경쟁력(특히 당대적 우위를 지니는 제조업)이 완전히 상실되고 말았습니다. 프랑스를 제외하면 독일과 경쟁할 수 있는 나라가 없기 때문에 국가 경쟁력이 떨어지는 나라의 순서대로 타격을 입게 됐습니다. 금융 강국인 영국과 스위스가 유로존에 가입하지 않은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미국과 영국이 주도한 글로벌 금융위기와 미 연준의 무제한 양적완화가 유로존을 강타하면서 관광산업 이외에는 특별한 먹거리가 남지 않은 그리스가 가장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독일의 독식(프랑스는 2000년도 초반에 탈락)이 이때부터 계속됐지만, 독일국민의 반대로 유로존 차원의 이익 분배는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여기에 매년 조세도피처로 빠져나가는 천문학적인 금액과, 골드만삭스와 그리스 정부의 회계부정(국가적 차원의 분식회계)이 더해지면서 그리스는 복지지출을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수입이 줄어들었습니다. 즉, 그리스의 패망이 복지 과잉 때문이 아니라 복지 과잉을 만든 요인들 때문에 현재에 이른 것입니다. 



그리스 국민은 부패한 정치권의 야합 때문에 피해를 봤지, 복지 과잉으로 국민이 나태해졌기 때문도 아니고, 그것 때문에 부정부패가 늘어났기 때문도 아닙니다. 이미 부패할 대로 부패한 정치권과 최상위층이 골드만 삭스 같은 초국적 금융(사기)업체와 손잡고 나라를 말아먹었기 때문(왜, 여기서 이명박근혜 정부가 떠오르지?)에 그리스가 패망했다는 소리를 듣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최근에 치러진 총선에서 유로존 탈퇴(가능성이 낮다)와 긴축재정 철폐(무조건), 국가부채 탕감(가능성 높다)을 공약으로 내세운 급진좌파연합 시리자가 창당 10년 만에 정권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미 연준과 정반대의 길로 갔던 유럽중앙은행(ECB)이 전통을 깨고 무제한 양적완화에 나선 것도 유로존 붕괴를 막기 위함입니다.



부를 독식하고 있는 독일이 유로존 공멸을 막고, 국민의 반대를 우회하는 방법으로 ECB의 양적완화를 허가한 것입니다. 독일은 유로존이 살아나면 이자 수익을 거둘 수 있고, 압도적인 우위를 활용한 유럽의 맹주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꿩 먹고 알 먹는 양적완화’를 반대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아무튼 그리스 패망은 복지 과잉 때문이 아니라 유로존 통합의 불완전함과 글로벌 금융위기, 무제한 양적완화, 정부와 자본의 부패 때문입니다. 그리스 정부는 구제금융을 받기 위해 살인적인 긴축재정을 할 수밖에 없었지만, 유로존 차원의 부의 재분배 같은 근본적 처방이 이루어지지 않았기에 경제는 살아나지 않았습니다.





그리스 패망에 대한 최경환 부총리와 김무성 대표의 주장은 본말이 전도됐을 뿐만 아니라, 보수정부가 복지 확대를 비판하며 부자감세와 서민증세 및 유리지갑 털기를 할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줄푸세’에 이 모든 것이 담겨 있음은 재론할 필요는 없을 듯하고요.



그래서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보수정부 7년 동안 다들 안녕하신지요? 부자감세와 서민증세 정책에 이만큼 속았으면 충분하지 않습니까? 정부에 대한 새누리당의 야당 코스프레에 또 속을 생각입니까? 상생을 위한 복지에는 과잉은 없습니다, 상위 1%에 집중된 탐욕에는 과잉은 있지만. 그것도 공존이 불가능할 만큼 지나칠 정도의 과잉이!!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