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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언론사임을 포기한 한국일보의 비굴한 사과





SBS의 기사와 JTBC ‘5시 정치부회의’, 조선일도 등이 ‘이완구의 언론통제 발언’을 몰래 녹음해 새정치민주연합에 제보한 기자를 비판한 대로, 한국일보가 자사 기자의 행위가 취재윤리에 벗어났다고 사과했습니다. 해당 기자는 취재윤리를 어겼기에 그에 합당한 징계를 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세우겠다고 밝혔습니다.





필자가 걱정했던 것은 편집국장이 보수적인 성향의 인사로 바뀐 한국일보가 SBS나 JTBC 등의 비판에서 정당성을 가져와, 사과문을 게재하고 해당 기자를 취재윤리 운운하며 불이익을 주는 방식으로 이완구를 밀어주는 것이었습니다. 그것도 청문회가 열리는 날에 맞춰 이런 일이 진행되는 것을 걱정했습니다. 



언론생태계에 꾸준한 관심을 가진 분이라면 이 정도의 추리는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이명박 정부의 방송장악과 무더기 종편 허용은 방송생태계만 파괴한 것이 아니라 신문의 생태계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기사와 네트즌을 연결하는 최대 통로인 네이버의 순치까지 더하면 기사노출이 많아야 하는 신문들의 권력 편향적 보도는 더욱 강화됩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무총리가 임명된 뒤에 개각을 하겠다며 이완구를 반드시 총리로 발탁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상태에서 새누리당 청문의원들이 할 수 있는 일이란 ‘이완구 일병 구하기’일 뿐입니다. 이런 역할을 부여받은 새누리당 의원들에게 근거를 제시해주기 위해서는 한국일보의 사과와 징계 결정이 필수적인 요소였습니다.





SBS와 JTBC, 조선일보가 군불을 떼었고 몇몇 언론들이 비슷한 논리를 전개해 지원사격에 나선 것까지, 필자가 걱정했던 대로 한국일보가 청문회 당일에 권력이 원하는 대로 원하는 날에 원하는 내용으로 보도를 내보냈습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이 저절로 이루어졌다고 생각하는 것은 너무 순진할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한국일보는 어마어마한 특종인 해당 기자의 녹취를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그것 때문에 이완구의 녹음이 KBS와 새정연으로 넘어간 것입니다. 보수 성향의 편집국장이 있는 한 녹음 내용이 보도될 가능성이 없었기에 해당 기자는 공익제보를 선택한 것이고, 이는 비리자판기 이완구의 대언론관이 독재정부의 인식(국보위 경력)에 맞닿아 있음을 증명해주었습니다.



이완구 청문회는 한국일보 사과를 빌미로 녹음내용을 틀지 못하게 한 새누리당 의원들 때문에, 야당 청문위원들이 국회 정론관에서 녹음내용을 공개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렇게 공개된 내용을 들어보면 언론에 공개된 기존의 내용은 조족지혈에 불과함을 말해주었습니다. 이것으로 한국일보의 사과문을 받아들일 수 없는 이유는 더욱 분명해졌습니다. 





SBS와 JTBC, 조선일보 등이 이런 사태까지 예상했을 리 없겠지만, 이들이 빌미를 만들어줌에 따라 한국일보가 정론지로서의 역할마저 포기하는 비열한 비굴한 짓까지 하게 만들었습니다. 이것이 대한민국 언론생태계의 냉혹한 현실입니다. 필자가 최근에 들어 JTBC 비판을 늘린 것(그러나 가장 선호한다)도 이 때문입니다.



현대 민주주의에서 언론이 행정‧입법‧사법부보다 영향력이 높다는 것은 모든 학자들의 공통된 견해입니다. 언론생태계가 파괴돼 권력과 자본의 시녀 역할로 전락하면 민주주의는 제대로 돌아가지 않음을 수많은 연구사례들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언론학과 정치학 모두에서 공통적으로 인정되는 것이라 반론의 여지도 없습니다.   



국민의 알권리와 취재윤리가 상충될 때 국민의 알권리가 우선임도 분명하게 제시되고 있습니다. 당사자가 직접 참여한 대화에서의 녹음은 취재윤리와 아무런 상관도 없습니다. 기자가 유도질문을 했다고 해도 달라지지 않습니다. 언론의 역사를 보면 이런 취재는 수도없이 진행된 것이어서 이것을 문제삼는 것 자체가 대한민국 언론생태계가 얼마나 왜곡된 상태인지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그나마 대한민국은 인터넷언론과 SNS, 아고라 등이 있어 무너진 언론생태계를 매워주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역부족임을 부인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국정원과 군 사이버사의 불법 활동처럼 권력 친화적인 글들이 인터넷과 SNS, 아고라 등도 잠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원세훈 유죄 판결문에 나온 '안철수 룸사롱건'이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이제는 하나의 방법밖에 남지 않은 것 같습니다. 무너진 언론생태계를 되살리려면 소비자로서 구독과 시청을 하지 않는 것이며, 제대로 된 언론사로 돌아올 때까지 불매운동을 벌이는 것입니다. 당장 한국일보부터 구독을 끊어버려야 합니다. 네이버와 다음 등에서 한국일보 기사를 클릭하지 않는 것도 같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당장 저부터 그렇게 하겠습니다. 스스로 언론사의 역할을 포기한 한국일보 기사를 더는 볼 일이 없을 것 같습니다. 그들만의 취재윤리 운운하며 고귀한 듯 행동하는 것에 분노를 표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권력과 자본의 감시자 역할을 포기한 채 무슨 취재윤리, 개인의 기본권 운운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기본적인 상식도 없는 새누리당 의원들의 저열한 '이완구 일병 구하기'의 근거를 만들어준 한국일보의 사망에 차가운 애도를 표합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민의 알권리 이상의 취재윤리란 없습니다. 특히 그것이 살아있는 권력과 미래권력의 일탈에 관한 것이라면 더더욱 그러합니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