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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정원, 세월호 그리고 성완종 리스트



박근혜 정부의 3년을 대표하는 키워드는 1년차의 국정원 댓글사건, 2년차의 세월호 참사, 3년차의 성완종 리스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남은 임기 동안 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겠지만, 이 세 가지 키워드만으로도 정치적‧민주적 정당성이 없는 정부가 들어서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세 개의 키워드가 말해주는 것은 공권력의 타락과 국가의 부재, 정경유착의 적폐입니다. 참담한 것은 박정희의 18년 집권을 거론할 때 이 세 가지가 반드시 나온다는 것입니다. 중앙정보부는 공권력의 타락을 주도했고, 긴급조치 1~9호는 국가의 부재를 주도했으며, 수출 위주의 압축성장은 정경유착의 적폐를 고착화시켰습니다.



민주정부 10년에도 여러 가지 일이 있었지만, 이런 참담한 키워드를 사용한 적은 없었습니다. 고 노무현 대통령의 예언처럼 보수정부 7년4개월 동안 대한민국은 박정희의 유신독재 시절로 거의 다 돌아갔습니다. ‘민주화’라는 단어가 희화화될 정도로 대한민국의 퇴행은 끝을 모르고 이어졌습니다.



무엇보다도 세월호 참사에서 보듯, 국민의 목숨마저 정권의 이해와 관계되면 얼마든지 버려질 수 있다는 것에서 대한민국의 타락은 정점에 이릅니다. 선진국 같으면 정부가 물러나는 것만이 아니라 국가 개조를 위한 대수술이 진행됐을 텐데, 대통령이 세월호 1주기에 맞춰 외국으로 나가는 나라가 대한민국이 됐습니다.





성완종 리스트에서 보듯 박근혜 정부의 인사들은 하나같이 결격사유로 가득하지만, 끝내 최고의 자리에 올라 대한민국을 통치합니다. 이명박 정부의 부정부패와 범죄 사실들이 아무리 많이 나와도 검찰을 거치면 최소한으로 축소돼 선별적 대가만 치를 뿐,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36년에 걸친 일제 강제합병에 이어, 동족상잔의 한국전쟁을 치른 이후 대한민국은 눈부신 발전을 거듭해왔다고 하지만 작금의 현실은 욕망과 탐욕의 집단적 광기밖에 남은 것이 없습니다. 기본적인 도덕과 윤리는 삶에 대한 철학의 부재와 맞물려 총체적인 타락 속에서 종적을 감췄습니다.



나만 아니면 된다는 이기적인 행태는 ‘현실이 그런데 나보고 어떡하라’며 체념의 내면화를 넘어 자발적 복종의 단계에 이르렀습니다. 욕망과 탐욕이 이끄는 대로 가는 것이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차원으로 승격했고, 정치적 무관심이 개념 있는 사람의 기본적인 조건이 됐습니다.





그 결과 정치의 타락은 더욱 빨라졌고 광범위해졌으며, 언론마저 제 역할을 포기한 채 권력과 자본의 식탁에서 떨어진 부스러기나 챙기고 있습니다. 공교육의 몰락은 학교를 배움과 우정의 장이 아닌 차별과 경쟁의 장으로 만들었습니다. 빈곤의 대물림과 함께 청소년 자살률이 세계 최고여도 내 아이만 아니면 그만입니다.



대물림되는 가난은 게으름과 무능력으로 치부되며, 놀림의 대상이 됐습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현실의 높은 벽을 넘을 수 없는 사실은 무시한 채, 가난하다는 사실만 강조하며 차별을 당연시 여깁니다. 장애인과 노약자들은 사회적 비용이나 까먹는 기생충 같은 존재로 여기고 불편해 합니다.



언론의 거짓말과 사실 왜곡은 너무나 흔해 무엇을 믿고 무엇을 의심해야 하는지 구별조차 할 수 없습니다. 하늘이 무너져도 막장드라마와 예능프로는 봐야 하기 때문에 정치 따위에 관심을 둘 하등의 이유가 없습니다. 국정원, 세월호, 성완종 리스트가 국가의 키워드가 되도 나와 상관없으니 별것 아닙니다.





총선과 대선 직전에 욕망과 탐욕의 먹거리를 던져주면, 지킬 수 없는 공약들을 남발하면 또다시 관성적인 투표로 화답할 것이니 1%를 위한, 1%에 의한, 1%의 대한민국은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나쁜 선례만 쌓여가는 대한민국을 떠나기 위해 SKY 졸업생들이 이민계를 들고 있다는 기사에 혀를 찰 노릇만도 아닌 것이 현재의 대한민국입니다.



SKY를 나와서 좋은 직장에 취직한 사람들이라면 현재의 체제에 가장 잘 적응하고 성공한 사람들입니다. 그런 사람들이 이 나라를 떠나겠다고 합니다. 잘못된 세상을 바꾸려하지 않고, 용접 같은 기술을 배워서라도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나라로 떠나겠다고 합니다. 



요즘처럼 제 자신이 대한민국의 국민인 것이 부끄럽고 참담한 적이 없었습니다. 저 역시 정의로운 사람은 아니지만,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도덕과 윤리는 지키고 사는 것이 지금처럼 어려웠던 시절도 없는 것 같습니다. 이제 5일만 지나면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1년이 됩니다.





국정원, 세월호 그리고 성완종 리스트.. 박근혜 정부 하에서 산다는 것이, 욕망과 탐욕의 집단적 광기가 지배하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산다는 것이 이 세 가지 키워드 속에 압축돼 있습니다. 권력이 욕망의 노예가 되고, 정치가 탐욕의 수단이 되는 나라가 작금의 대한민국입니다. 



이대로가 좋다면 복종하는 노예로 살 것이며, 이대로는 안 된다고 생각하면 아래로부터의 혁명을 주도하는 자유의 전사가 될 것입니다. 인간의 삶이 한 번 뿐이어서 소중한 것이 아니라, 소중하게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한 번만 주어지는 것입니다. 우리에게 실천할 수 있는 의지와 용기가 있다면 또 다른 세상은 언제나 가능합니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