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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천재소녀 오보, 그들이 기레기인 이유




세월호 참사를 생중계하며 한국 언론들이 쏟아낸 오보가 그들의 본질임을 또다시 보여준 해프닝이 하버드와 스탠포드에 동시 합격한 천재소녀의 보도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났습니다. 소녀가 원하면 두 대학을 2년씩 다닐 수 있는 특혜가 주어질 정도로 대단한 천재라며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습니다.





하버드는 예일과 프린스턴과 함께 미국 명문대의 3강이며, 스탠포드는 그들의 삼각체제를 몇 번이나 깬 아이비리그에 속한 초일류 대학입니다. 천재소녀의 논문을 게재한 것으로 보도된 MIT는 칼텍(캘리포니아 공대)과 함께 아이비리그를 위협하는 최고 명문대입니다.



단극체제를 완성한 유일제국이자, 국제법을 무시한 채 잠재적 적국에게 선제공격도 마음대로 하는 예외국가를 이뤄낸 최고의 대학들이 줄줄이 거명되는 천재소녀의 등장에 한국 언론이 호들갑을 떠는 것은 지극히 당연합니다. 최소한의 확인이라는 기본적인 작업도 하지 않은 이들은 하지 않았습니다.



필자가 처음 이 보도를 접한 후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었던 것은 스탠포드를 졸업한 제 사촌과 예전의 사업파트너 몇 명에게서 들은 내용과 비교할 때 이런 식의 합격이란 존재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동시 합격은 가능하지만 반반치킨이나 짬짜면 식 학사일정 조정은 선례(필자가 아는 한 그렇다)가 없어서 반드시 추가확인이 필요한 사안이었습니다.





하긴 기사의 대부분이 정부의 지원을 받는 연합뉴스에서 제공받은 것이고, 나머지도 정부와 기업 등의 보도자료와 인터넷 검색을 통해 이루어지는 현실에서 시간과 돈이 드는 추가확인 작업이란 귀찮고 피해야 할 낭비였겠지요. 이들이 언제 정확한 보도에 연연했던 적이 있었습니까?



한국 언론들에게서 단독보도나 특종을 찾기 힘든 것도 이 때문입니다. 청와대에서 시작해 국회와 정당, 법원, 관공서, 재벌과 대기업 등에 가면 기자실이 있기 마련인데, 제도권 언론은 여기서 거의 모든 기사를 산출합니다. 최근에는 정보통신기기의 발달로 기자실이 축소되는 경향입니다.



탐사보도란 가장 쓸모없는 짓이지요. 특히 MBC로 대표되던 PD저널리즘이 거의 다 사라져, JTBC와 뉴스타파를 빼면 한국 언론에서 저널리즘의 대명사인 탐사보도를 접하는 일이란 갈수록 줄어들고 있습니다. 이런 것들 때문에 찌라시에 근접한 쓰레기 보도들이 난무하는 것입니다.





예전에도 비슷한 오보를 낸 적이 있는 미주중앙일보가 최초의 보도(jtbc도 피해가지 못했다)를 내보낸 이후, 성공지상주의의 롤모델로 승격시킨 한국의 언론들이 보여준 행태란 세월호 참사 오보에서 보듯이 기레기라는 소리를 들어도 일체의 반론이 불가능할 정도로 부끄럽고 참담한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달라지지 않는 것은 박근혜 정부와 거대 보수화한 양당만이 아닙니다. 그들이 초딩보다 못한 발언을 쏟아내고, 기본적 상식에도 못 미치는 행태를 남발할 수 있었던 것도 기본도 없는 막장 언론들의 판을 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권력과 자본의 하수인인 방통위의 직무유기도 한몫 거들고 있고요.



메르스 대란에 가려져서 그렇지 대한민국의 지배층을 형성하고 있는 특권층과 기득권들이 얼마나 형편없고 썩어있는지, 천재소녀의 사기극에 놀아난 오보에서 명확하게 드러납니다. 이들은 미국도 원하지 않을 박근혜의 방미 취소에 맞춰 ‘여왕 구하기’와 메르스 대란 마사지에 들어갔습니다.





특히 최악의 북한전문방송 TV조선은 사망자가 늘어나고 확진환자가 속출하고 있으며, 수없이 많은 국민들이 불안과 공포 속에 힘들어하는데, 메르스 대란에서 얻은 각종 바이러스 샘플을 이용해 백신을 개발하면 한국경제를 살릴 수 있는 새로운 블루오션이 될 수 있다는 미친 소리나 지껄이기까지 했습니다.  



현 집권세력의 2중대 역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무력하고 무능한 야당의 보수화된 기득권을 쓸어내는 것을 넘어, 제도권 언론을 뿌리부터 개혁하지 않으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세월호 참사와 메르스 대란의 연속으로 점철될 것입니다. 우선순위를 정하라면 타락할 대로 타락한 막장 언론들이 먼저입니다.



                                         

P.S. 언론의 집중포화를 받았던 '잔혹동시'가 생각납니다. 3세부터 시작한다는 선행학습부터 시작해 대학에 들어가서도 온갖 스펙을 쌓아야 하는 이 땅의 아이들이 느끼는 압박감이 천재소녀로 자신을 포장해야 했던 여학생에게서도 보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아이들이 고등학교까지는 한국에서 다니고 대학은 졸업이 힘들고 등록금도 비싼 미국에서 다니는 아이들이라고 합니다. 천성적으로 공부를 좋아하는 아이들도 있겠지만, 무한경쟁의 포로로 살아야 하는 아이들을 보고 있으면..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