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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북한 무력도발, 이제는 극우세력이 답하라



극과 극은 통한다.


                                                          ㅡ 발터 벤야민의 《아케이드 프로젝트》에서 인용




DMZ의 지뢰폭발사건으로 촉발된 일련의 사태가 전면전을 각오해야 할 만큼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DMZ 지뢰폭발사건이 일어났을 때 박근혜 정부는 나름대로 신중한 대처(박근혜에게 남북정상회담 이외에는 탈출구가 없어 신중할 수밖에 없었고, 중국 전승절 참가도 이런 연장선 상으로 봐야 한다)를 보여줬다. 제2의 한국전쟁을 치르지 않을 것이라면, 북한 소행을 밝히는 작업의 투명성이 담보돼야 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불만이었던 극우세력과 종편들은 나약한 대응이라고 성토했고, 이에 따라 국방부는 당장이라도 전쟁을 치를 듯이 날뛰었다. 국방부는 북한이 제일 싫어하는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됐고, 이에 대응해 정신 나간 북한군이 로케포를 발사했고, 국군은 대응사격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정치적 이해득실을 따질 필요는 없다. 국지적 도발이 일어나던, 전면전으로 확대되던, 아슬아슬한 긴장국면이 이어지던 우리가 입을 피해는 현역장병의 고충과 함께 경제 영역에서 나올 것이기 때문이다. 향후 1~2주간의 주가동향과 다음 분기의 실물경제 성적이 이번 사태의 결과를 말해줄 것이다.



김정은의 정권승계는 자본주의 기업에서나 있을 수 있는 3대 세습에만 있지 않다. 김정은 정권의 문제는 예측불가능하다는 것에 있다. 북한 내부에서도 그의 정통성은 김일성과 김정일만으로는 부족하고, 이는 불안정한 김정은으로부터 돌발적이고 무모한 행태를 유발할 수 있다.





특히 한국에서 득세하고 있는 극우세력의 분탕질에 북한의 군부 강경파가 김정은을 흔들 수 있다. 심할 경우 북한의 군부 강경파가 남북 대치상황을 전면전 직전까지 몰고 갈 수 있다. 이럴 경우 그 반사적 이익은 한국의 극우세력에게 집중된다. 이들의 목소리가 여론을 지배하며 보복을 외친다.



그 다음은 뻔하다. 남북문제에서 박근혜의 운신 폭이 극도로 제한되고(자업자득이지만), 강경파의 득세는 여당을 휘어잡을 것이고, 종편은 연일 광기 어린 보도를 내볼 것이다. 이미 관치의 늪에 빠져버린 한국의 재벌과 대기업들은 숨죽여 상황을 지켜볼 것이고, 국제적 투기자본은 한국 증시에서 마지막 파티를 벌일 것이다.



하지만 모든 것에는 작용과 반작용이 있다. 남북관계가 원만하다고 해도 현재의 경제상황은 탈출구가 없는데, 남북의 대치상황이 전면전 직전까지 치달으면 독일과 일본 기업의 한국 기업의 시장점유 대체가 빨라질 수밖에 없다. 어떤 바이어도 전쟁 가능성이 높아진 한국과의 거래를 이어갈 이유가 없다. 한국 수출입 물품의 보험금도 덩달아 올라가고 그만큼 가격경쟁력도 떨어진다. 





삼성전자그룹의 이익률이 감소하고, 현대기아차 그룹이 탈출구를 찾기 위해 발버둥치는 상황에서, 조선3사의 경영위기(이미 예상된 일이었다)와 해당 노조들의 합동파업이 말해주는 것은 한국 경제가 얼마나 위험한지 단적으로 말해준다. 국가부도지수가 사상 최고로 오른 것도 현재의 상황이 얼마나 엄중한지 말해준다. 



여기에 남북한의 경색국면이 최고조에 이르면 한계기업들의 줄도산을 피할 수 없다. 미국의 금리인상이 9월 중에 이루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졌지만, 지나치게 많이 풀린 유동성 때문에 올해 말을 넘길 가능성은 거의 없다. 무려 5%대의 성장을 이루면 미국이 금리를 인상해도 문제없다는 최경환의 말은 무시하면 그만이지만, 남북의 무력충돌은 미국 금리인상보다 더욱 부도위기를 높인다. 



여기에 외국 자본의 한국증시 이탈이 본격화되고, 미국의 금리인상이 단행되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가지고 방어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다. 외국 자본의 본격적인 이탈을 막으려면 무조건 기준금리를 인상해야 한다. 그 다음은 천문학적인 가계부채의 폭발이고, 대규모 구조조정에 따른 실업자 대란이 뒤따르고, 그 끝에는 한국경제의 끝모를 추락이 자리하고 있다. 





삼성전자그룹과 현대기아차 그룹, 면세특허 때문에 수조 원을 벌고도 수십만 원의 수수료(0.05%)만 내면 되는 롯데 그룹, 하이닉스 인수로 그룹 경쟁력을 높인 SK그룹 등을 제외하면 최악의 경제위기에서 자유로울 재벌이나 대기업, 중견기업들은 존재하지 않는다. 예전에는 불황을 탈출할 먹거리라도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것이 없다.   



1929년의 대공황과 거의 똑 같은 상황에 처한 지금, 정치 실패가 불러온 참상을 온몸으로 체험하기 직전까지 이르렀다. 여기에 이념적 지향성은 아무런 차이가 없다. 상위 1%에 속하지 않는 한, 하위 99%에 속하는 국민들은 극우가 판을 치는 세상의 폐해들을 감내해야 한다. 들고 일어나는 것은 극히 미약한 확률에 속하지만, 철저하게 당할 수밖에 없는 확률은 너무나 높다. 



이제 극우세력이 답해야 한다, 너희들의 정치경제적 이익을 위해 대한민국을 어디까지 추락시킬 것인지? 이승만을 국부로 세우고, 유신독재를 재현하기 위해서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것인지? 국민들이 죽어나가던 말던, 국가경제가 무너지던 말던 너희의 이익만이 그렇게도 중요한지? 흡수통일을 위해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것인지?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