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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굿바이 다음, 그리고 아고라



다음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백 도어 상장(기업공개를 하지 않은 기업이 상장된 기업을 인수해 상장하는 것)을 하기 위해 상장기업 다음커뮤니케이션과 비상장기업 카카오가 합병하며 다음카카오로 출범한지 11개월 만에 회사이름에서 ‘다음’이 빠진다.





다음카카오는 사명에서 ‘다음’을 빼기로 한 이유를 국내 최고의 모바일기업이라는 회사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이는 백 도어 상장을 하기 위해 두 기업이 합병할 때부터 예상했던 것이었지만, 이렇게 빨리 웹 기반의 ‘다음의 흔적’을 지울지는 몰랐다.



PC 보다는   모바일,   '다음'   흔적   지우는   '카카오'




보통 기업이 합병되면 수익성이 높은 사업으로 회사가 재편된다. 스마트폰 보급이 일반화되면서 PC의 판매량이 급격히 떨어졌고, 이에 따라 웹 기반의 시장도 모바일 시장으로 빠르게 흡수됐다. 다음카카오에서 다음의 입지가 작아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고, 그 결과가 굿바이 ‘다음’이다.



두 회사가 합병하면서 일정 기간 동안 기존 직원의 고용승계를 보장했겠지만, ‘다음’이 사리지면서 머지않아 인적 구조조정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다음카카오 출범 이후 다음이 했던 서비스들이 하나둘씩 중단된 것도 이를 위한 사전작업임은 설명할 필요도 없으리라.





기업에서의 인격이 실적이듯이, 이익을 내지 못하는 사업을 정리하는 것은 기업의 본질이다. 다음이 시행 중인 웹 기반의 사업 중에서도 수익이 나지 않은 것도 구조조정의 칼날을 피할 수 없다. 바로 이 지점에서 필자가 궁금한 것은 아고라의 존치여부다.



다음이 네이버보다 더 잘 나갈 때의 아고라는 다음의 수익원인 충성도 높은 회원들을 끌어들이는 황금알은 낳은 거위 같은 존재였다. 아고라는 사이버세상의 모토인 민주주의의 학습장을 완벽히 수행했고, 이명박의 반민주적인 실정에 항거하는 상징 같은 존재로 떠올랐다.



문제는 이명박 정부에서 네이버가 평정된 후 다음(아고라)에 대한 압박이 노골화됐고, 박근혜가 청와대에 입성하면서 압박의 정도는 회사의 명운을 흔들 만큼 커졌다. 하는 일마다 나라를 말아먹는 정권의 실정이 불거질 때마다 아고라는 들끓었고, 이 때문에 다음은 정치검찰의 압수수색에 시달려야 했다.





아고라를 진흙탕으로 만들기 위한 벌레들의 활동이 극에 달했고, 아고라를 떠나는 회원들이 급격하게 늘어났다. 다음카카오가 출범한 이후에는 카카오톡 사찰사태가 치명적이었다. 아고라에서 빠져나간 회원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은 회원들이 카카오톡을 떠나갔다.



웹과 모바일 모두에서 다음카카오의 수익은 떨어졌다. 레이저 여왕과 수구세력의 눈 밖에 난 상태에서 사업을 한다는 것은 자살행위임을 카카오 경영진은 절감했고, 이런 일들이 계속되면서 다음이 주도해온 웹 기반의 사업을 유지할 이유가 빠르게 사라졌다.



아고라가 그래서 위험하다. 아고라를 통해 거둘 수 있는 수익이 줄어들면 들수록 아고라의 운영은 계륵 같은 존재로 전락한다. 실제 ‘오늘의 아고라’에 올라오는 글들도 10개로 줄어들었고 조회수도 급진직하로 떨어졌다. 아고라를 통해 창출되는 수익성에 대한 분석이 나쁘게 나오면, 폐지로 가는 길은 아고라의 저질 진흙탕 농도가 심해질수록 빨라진다.



카카오가 모바일 생활 플랫폼 사업에 집중하는 것은 티스토리의 변화에서도 충분히 감지된다. 운이 좋아 아고라 폐지는 피할 수 있더라도, 천덕꾸러기로 취급될 가능성은 거의 100%다. 굿바이 ‘다음’에 이어 굿바이 ‘아고라’까지 하는 일은 없기를 바라지만, 미래의 전망이 암울한 것만은 분명하다.



다음 임직원 여러분, 그 동안 수고하셨습니다. 아고라 덕분에 늙은도령으로서의 삶이 가능했고, 자살만 꿈꾸던 시절에서 이제는 지적공동체를 만들기 직전까지 왔습니다. 아쉽지만 아고라는 분명 서민들의 정치의 장이었고, 민주주의의 보루였습니다. 감사합니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