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글은 국정원이 세월호의 실소유주라는 가정 하에 이루어진 글이라 일종의 퍼즐 맞추기에 불과합니다. 제가 아무리 겁대가리가 없기로서니 확실한 증거도 없이 국정원과 맞설 수는 없는 일이니까요(파파이스 팀의 노력과 시민들의 투쟁이 더해진 지금은 다르지만). 아무튼 국정원이 세월호의 실소유주일 수도 있다는 증거가 법원에서 나온 것 때문에, 그 동안 좀처럼 연결되지 않았던 몇 가지 의문들이 하나의 완전체를 이룬 음모론으로 발전할 수 있었습니다.



한나 아렌트는 기념비적인 대작,《전체주의의 기원》에서 지금까지 회자되는 3대 음모론의 허상을 까발렸지만, 그녀의 성찰과는 달리 수많은 음모론 중에는 사실에 근접한 음모론을 물타기 하기 위한 역음모론도 있습니다. 이런 경험적 사실에 근거한 필자는 현실적으로 실현이 불가능한 것에 대해서는 무조건 믿지 않습니다(월가의 현자인 탈레브는 《블랙스완》에서 필자의 생각이 얼마나 어리석은지 확실하게 입증했음을 밝힌다). 



필자처럼 고지식하고 공부가 깊지 못한 사람은 실현불가능한 것이 아무리 많은 설득력을 지녔다 해도 사실이나 진실이 될 수 없다는 고정관념은 현 집권세력이 가장 선호하는 최악의 고집이기에 저 나름의 음모론을 세워보는 것은 나름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드러난 수많은 증거들을 하나하나씩 옮겨서 하나의 퍼즐을 만들다 보면 뜻밖의 단서를 제공하는 음모론으로 자라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개연성이 있다는 것이 이를 말하는데, 이번 글에서 다룬 저만의 음모론도 그런 차원에라도 이르기를 바랍니다.





첫 번째 조각은 구원파가 보여준 행태들로 전체 퍼즐에 포함시킬 수 있었습니다. 구원파가 세월호 참사의 원흉이자 오대양 집단자살 사건의 배후로 지목됐던 유병언과 그를 교주로 떠받드는 사람들이 광신도 집단으로 매도되자, 뜬금없이 내걸기 시작한 플랭카드의 문구들이 설명가능한 범위로 접어들면서 전체 퍼즐에 다가갈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남이가' '갈 때까지 가보자'라며 실세 중의 실세인 김기춘 비서실장을 물고늘어지는 이유가 국정원문건을 설명할 수 있는 단초(고의침몰설까지 확장될 수도 있는)를 제공했습니다.





국정원은 무려 1조원에 이르는 예산의 사용처를 국회에 보고하지 않아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 유일한 국가기관입니다. 국가 비밀을 다룬다는 이유 때문에 이런 초법적 권리가 주어진 것인데, 국정원은 이를 이용해 별도의 사업체를 운영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국정원 요원은 자신의 신분을 드러낼 수 없기 때문에 별도의 사업체를 설립해 해당 임직원으로 신분세탁을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여기까지는 누구나 알고 있는 것이지만 세월호의 경우에는 구원파의 플랭카드가 신분세탁의 경로를 추적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합니다.





이미 언론을 통해서 알려진 것처럼, 유병언이 오대양 집단자살 사건의 배후로 지목돼 체포됐을 때의 법무부 장관이 김기춘 비서질장이었습니다. 당시 5공화국에 정치자금(세모가 발행한 대량의 채권이 대선자금으로 흘러들어 갔다는 설도 유력하게 돌았다)을 제공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던 유병언이 경제범죄로만 처벌됐을 뿐, 오대양 사건과의 연루는 밝혀지지 않은 채 영구미제로 귀결됐습니다. 당연히 5공화국으로 향하던 각종 의혹들도 물거품처럼 사라졌습니다.



김기춘이 3당야합에 기원한 '김영삼 대통령 만들기'를 주도하면서 초원복집 집회를 열었는데, 이 자리에서 필승전략으로 제시한 지역감정 부추기의 핵심이 '우리가 남이가' 라는 구호에 압축돼 있습니다. 유신헌법의 초안을 만들었던 김기춘이 박근혜의 비서실장으로 다시 되돌아온 것도 이런 불법대선의 추억에서 기원합니다. 국정원의 대선개입이 일부 팀원의 일탈로 축소된 채, 박근혜가 임기를 마칠 때까지 진실규명에 다가갈 수 없음도 김기춘이라는 인물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오대양 집단자살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김기춘과 유병언 사이에 어떤 모종의 합의가 있었다면, 그래서 유병언이 가족들을 내세워 구원파을 키우고 사업을 확장하는데 성공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면, 그 사실을 유병언의 핵심측근 비롯해 구원파 실세들이 알고 있다면, 최소한 세월호 운항만은 국정원의 별도사업 중 하나라는 사실도 알고 있다면, 구원파가 김기춘 비서실장을 겨향해 플랭카드를 내걸 수 있었다고 추론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불법적인 사교집단으로 격하된 구원파가 금수원을 지키겠다고 (이 당시에는 금수원에 유병언이 없었다) 생난리를 침에도 박근혜를 위해서라면 지옥의 불길에도 뛰어들었던 검찰과 경찰이 그들의 주무기인 물대포와 최루액도 동원해서 강제진압을 하지 않은 채 하세월로 대치만 이어가는 무정부상태를 이어간 것도 설명이 가능합니다. 국민의 관심을 세월호참사의 본질에서 한참은 벗어나도록 만드는데 충분한 시간을 끌었다고 판단한 뒤, 금수원에 진입해서는 낮잠이나 자고 사진이나 찍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행태를 보인 것도 설명이 가능해집니다. 애당초 유병언 검거를 위해 금수언에 들어간 것이 아니니까요.






의문의 1등항해사가 목숨이 위급한 상황에서도 국정원과 통화했던 것과 자격미달의 이준석 선장이 행적이 의문투성이였던 단원고 교감과 함께 해경의 집으로 빼돌려진 것도 설명이 가능해집니다. 세월호 선원(블랙박스 회수가 목표였다는 것이 파파이스의 주장)과 승객들을 확실하게 구별할 수 있음에도 해경이 선장과 교감, 선원들만 구한 채 승객 구조에 방관으로 일관하고, 세월호에 진입하지 않은 것도 설명이 가능해집니다. 이것으로 하나의 퍼즐조각이 제자리를 찾게 됐습니다. 



세월호참사의 희생자 수색을 늦추고 또 늦추기 위해 해경과 언딘 유착설을 흘리고, 유족들이 마지막 한 명을 찾을 때까지 수색을 멈추지 않겠다며, 박근혜가 유족들에게 약속한 것도 결국은 세월호 인양을 늦추기 위함이었다고 보입니다(파파이스가 밝혀낸 것에 따르면, 외부의 힘이 가해지지 않는 한 급변침이 불가능한 세월호의 L자 항적을 증명해줄 수 있는 유일한 증거인 거대한 돛이 잘려 있다고 한다). 



이렇게 세월만 흘려보내는 것은, 국정원이 세월호의 실소유자라는 또 다른 증거들이 발견되지 못하게 만들고, 운이 좋으면 모든 증거들이 유실될 수 있게 만들기 위함입니다. 해경이 수중에서 벌어진 작업에 대한 비밀유지각서를 일반 잠수사들로부터 받아낸 것도 설명이 가능해집니다(세월호참사를 다룬 파파이스 영상들을 참조하면 그날의 진실들이 무엇인지 확인할 수 있다).  





두 번째는 국정원문건의 발견으로 군까지 동원한 검경의 무능력하기 짝이 없었던 유병원 체포 실패와 대국민 사기쇼를 벌였던 것을 설명할 수 있습니다. 국정원이 세월호의 실소유주고 청해진해운은 들러리에 불과하다면, 이명박 정부 때 노후선박의 규제완화가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교육부에서 선박을 이용한 수학여행을 장려해 세월호 장사를 노골적으로 지원했던 것도 설명이 가능해집니다. 정치검찰과 경찰이 실질적인 국가서열 2위인 김기춘과 초법적 기관인 국정원을 상대로 적극적인 수사를 펼칠 수 있겠습니까?



그것도 이 나라의 최고 지배엘리트들과 국가권려기관, 정부의 모든 부처, 해피아와 선박업계 전체가 부패와 비리의 사슬로 연결돼 있는 초대형 사건을 원리원칙대로 수사할 수 있는 의지를 보일 리도 없습니다. 지난 100일은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을 때부터 이 모든 것을 음모론으로 격하시켜 사태의 본질을 진흙탕 속으로 쑤셔박는 방법을 강구하고, 이를 이행하는 시간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검찰과 경찰이 국민적 질타를 받으면서도, 이미 한 달 전에 유병언 변사체 발견을 황교안 법무부장관으로부터 보고받았을 것이 분명한 (보고 받지 않았다면 그것이 더 큰 문제가 된다. 이들이 대통령인 박근혜를 허수아비로 본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무려 5번이나 질타를 받았으면서도 유병언을 체포할 수 없었습니다. 절묘한 방식으로 죽은 유병언의 사체를 발견하고도, 식별 자체가 불가능하도록 한 달 동안이나 숨겼던 것도 설명이 가능해집니다. 



이들의 비정상적인 행태는 유병언의 사체에서 어떤 사인(국정원 문건이 발견되면서 타살이 유력해진 상황이다)도 발견될 수 없어야 하기 때문에, 그래야 영구 미제사건으로 남겨둔 채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 미국유학파들이 독점하고 있는 지배엘리트들의 장기집권을 위한 국가 개조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당장 행정고시로 채용하는 공무원의 수를 반으로 줄이고, 외부에서 충원(비즈니스 우파의 5대법칙 중 하나인 정부업무의 민영화)하겠다고 했는데, 가난하고 빽 없는 사람들이 무슨 수로 5급공무원을 대체할 수 있는 인력이 될 수 있단 말입니까? 



이런 과정을 거쳐 세월호참사는 부와 권력을 가진 자들의 엄청난 기회로 탈바꿈됩니다. 이것은 인류 역사에서 언제나 되풀이돼왔던 방식이어서, 노무현 같은 서민의 대통령이 나오고, 동시에 국회의 다수당도 될 때만 원상복귀가 가능해집니다. 이 땅의 기득권 세력들이 그렇게도 집요하게 퇴임한 노무현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고가고, 온갖 불법을 동원해 문재인 후보를 떨어뜨린 것도 이 때문입니다. 문재인은 노무현 대통령의 민정수석과 비서실장을 하면서 이 땅의 지배세력들이 어떤 아킬레스건을 가지고 있는지 정확히 파악하고 있을 것이므로. 





세 번째는 세월호 참사 100일에 맞춰 집권세력이 내수경제 침체와 과도한 보상 및 특혜, 세월호참사의 피로감을 운운하며 대대적인 프레임 전환을 시도한 것이 한달 전에 발견(박지원 의원에 따르면 이보다 전일 수도 있다고 한다)하고도 쉬쉬하고 있었던 유병언 사체를 언론에 오픈하는 시기에 맞춰 진행된 것도 설명이 가능해집니다. 유병언이 식별불가능한 사체로 발견된 것에 대해서는 몇 개의 글에서 다루었기에 여기서는 생략하겠습니다.





네 번째는 유병언 조력자들과 구원파 핵심인원들의 이해할 수 없었던 움직임도 설명이 가능해집니다. 그들이 검경만이 아니라 언론에도 노출된 상태에서 유병언 사체가 있던 지역으로 움직일 수 있었던 것도 설명이 가능해집니다. 유병언의 사인이 무엇이던 간에 세월호의 실소유주가 국정원이라면, 구원파 입장에서는 세월호 참사와 상관없는 자신들의 재산을 지켜야 할 필요가 있었을 것입니다. 





이들이 유병언과 그의 일족을 따랐을지언정, 그를 신에 버금가는 교주로 떠받들었던 것이 아니라 뛰어난 사업 수완을 지닌 종교지도자로 따랐다면, 유병언 일족이 그들의 생각보다 몇십 몇백 배도 넘는 재산을 축적하고 빼돌렸다는 사실을 세월호참사를 통해 알게 됐다고 해도 유병언의 죽음만 확인하면 그들 소유의 재산은 지킬 수 있으니 그 이상을 바랄 이유도 없습니다. 그들은 처음부터 유병언을 지키려했던 것이 아니라 그들의 재산을 지키기 위해 정부(특히 김기춘과 국정원)와 싸웠을 수도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자마자 구원파가 악마의 집단이 된 것도 보이지 않는 손, 그러나 국민이 얼마든지 확인이 가능한 손의 지휘 아래 전광석화처럼 진행된 것도, 그들로부터 집단적인 반발을 불러일으키기 위함이었다는 것이 짝을 맞출 수 있는 퍼즐의 일부로 들어옵니다. 검찰 고위간부가 금수원을 방문해서 검찰의 향후 일정을 알려준 사상 유례를 찾을 수 없는 또라이 짓을 한 것도 충분히 설명 가능하고요. 





다섯 번째는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에 없었다는 풍문도 설명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몇 가지 팩트가 추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에 이번 글에서는 다루지 않겠습니다. 이 또한 국정원이 세월호 참사의 실소유주라는 국정원문건이 발견되면서 설명이 가능해진 것인데, 세월호 운항을 통해 벌어들인 돈이 어디로 흘러들어 갔는지 입증할 수 있는 단초가 마련됐기에 야당이나 세월호특별법에 따라 구성될 세월호특위가 밝혀야 할 것들입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조사가 제대로 이루어질 수 알 수 없기 때문에 음모론의 형태로라도 추측할 수밖에 없습니다. 세월호참사의 배후에 있는 것들이 현 집권세력과 이 땅의 지배엘리트 네트워크의 거의 모든 것들이어서, 한국전쟁 이후의 최대 참극인 세월호참사의 진상규명을 통해 (채동욱처럼) 최대한도로 발라서 드러내야 합니다. 안철수와 김한길이 공동대표로 있는 새정치민주연합이 어떤 정도의 투쟁을 보여줄지 지켜보면서 글의 강도도 올릴 생각입니다.


 



이밖에도 두세 가지를 추가로 설명해야 하는데 제가 너무 지쳤습니다. 탐욕과 광기로 얼룩져 있는 세상에 대해 계속해서 글을 쓴다는 것이 간암 재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힘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멈출 수 없는 것은 세월호참사의 유족들과 아직도 수습되지 못한 9명의 실종자는 물론, 지난 대선의 최대 피해자였지만 그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지만(안철수와 김한길 공동대포와 친노 패권주의를 팔아먹고 사는 비주류들의 압박 때문에, 대선에서 패한 문재인 후보가 의혹조차 제기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는 것이 최근에야 밝혀졌지만), 세월호참사에 관해서는 한 발짝도 물러설 수 없음을 분명히 한 문재인 의원의 말없는 움직임에 조금이라도 힘을 실어주기 위합니다.


  

무엇보다도 죽은 아이들을 이 상태로 하늘나라로 보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생존한 학생들이 세월호참사의 트라우마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려면 침몰 원인의 규명과 책임자 처벌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합니다. 유족들이 나머지 삶을 이어갈 수 있으려면, 세월호특별법이 수사권과 기소권이 부여된 상태로 제정돼야 합니다. 그렇게 되지 않는다면 여야의 합의를 국민들이 나서 깨버려야 합니다. 그것은 대한민국의 주인인 국민의 뜻에 반하기 때문이며, 국회는 국민의 뜻을 반영하는 것 때문에 온갖 권한이 주어진 대의의 공간이기 때문입니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1. 사실론 2014.07.28 13:51

    음모론이라서 다행이지 사실이라면 어떻게 하라고



먼저 세월호 '고의침몰설'이 파파이스의 끈질긴 노력 속에 정점에 이르고 있는 것에 경의를 표합니다. 유족에게 직접 들은 세월호의 미스터리한 출발부터,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오보의 행진, 국정원 실소유주 논란을 거쳐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 차원에서 진행된 세월호특별법 무력화, 세월호유족에게 빨간색 칠하기, 세월호추모집회의 폭력화 유도, 안철수 탈당쇼에 가려진 세월호특위의 청문회, 유족마저도 차단하는 의문투성이의 세월호 인양에 이르기까지 세월호참사가 대중의 관심에서 사라졌다가 지겨운 것이 됐습니다. 


세월호 청문회를 외면한 지상파3사의 박근혜 눈치보기와 패륜적인 종편의 빨갱이 타령 속에서 아직도 수습되지 못한 9명의 희생자는 세월호 합동분양소에서조차 명패로만 남아 있습니다. 이런 롤러코스터 같은 부침 속에서도 세월호참사의 진상규명에 전력해온 파파이스의 노력과 수없이 많은 시민들의 노력은 대한민국이 헬조선으로 추락하는 속도를 줄이고 반등의 에너지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런 노력들의 총합이 '세월호 고의침몰설'까지 이른 지금, 국정원의 세월호 실소유주 논란을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총 3편의 글에 담아본 그날의 논란들을 기억의 저장소에서 호출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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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에 새로운 차원이 문이 열렸습니다. 프레시안 보도에 따르면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위원회(가족대책위)는 25일 오후 광주지법 목포지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약 2개월간 바닷물에 잠겨 있던 세월호 업무용 노트북을 복원해서 법정에서 직접 열어보고 확인했다"며 "증거 보전 신청을 한 노트북 컴퓨터의 하드디스크 포렌식 결과 한글 파일 형태의 '국정원 지적 사항'이라는 파일이 발견됐다고 밝혔습니다.

                                                 



2013년 2월 26일에 작성돼 2월 27일에 최종 수정된 것으로 알려진 이 문건은 '선내 여객구역 작업예정 사항'이라는 제목으로 약 100여 건의 작업 내용과 작업자 이름 등이 기재돼 있습니다. 이 문건은 2012년 10월경에 청해진해운이 사들인 것으로 알려진 세월호의 증축작업을 국정원의 지시에 따라 진행됐다는 것을 뜻합니다. 세월호가 첫 운항에 나서기 보름 전에 증축을 마치도록 본사 차원에서 작업지시를 내린 것과 다를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필자는 부정했지만, 그래서 어리석었던 것이 증명됐지만 인터넷을 파다하게 채웠던 음모론의 일부가 실체(이것에 대해 국정원은 부정했다)에 다가가는 좁은 문은 열린 것으로 보입니다. 가족대책위도 세월호의 실소유주는 청해진행운이나 유병언과 그의 가족이 아니라 국정원일 수 있으며, 최소한 세월호 증축과 운항에 깊숙히 관여했다는 합리적인 증거라고 주장했습니다. 

                                              



프레시안 보도에 따르면 "총 5장인 이 문건에는 구체적으로, 천정 칸막이 및 도색 작업, 자판기 설치, 분리수거함 위치 선정, 바닥 타일 교체, 샤워실 누수 용접, 배수구 작업, CCTV추가 신설 작업, 해양 안전 수칙 CD 준비, 천정 등 수리, 침대 등 교체, 세월호 직원들의 3월 휴가 계획서, 2월 작업 수당 보고서 등을 작성해 보고하도록 지시했으며, 환풍기 청소 작업, 조립 작업, 로비 계단 트랩 이물질 제거 작업, 탈의실 수납장 신설 등까지 지적을" 한 것으로 나와 있습니다. 


유병언의 죽음이 확정되고, 그의 아들도 체포됐다는 것에 온 국민의 관심이 쏠리고 있을 때 세월호 재판에서는 핵폭탄급 진실이 터져나왔지만, 언론과 방송에서 거의 보도되지 않아 철저히 묻혀 버렸습니다. 일부 언론에서는 세월호 운항 관리 규정의 '해양사고 보고 계통도'에 따라 이루어진 일이라 문제될 것이 없다고 하지만, 이 문서의 내용은 사고가 일어나기 전에 작성된 것이라 세월호 참사에 따른 보고 계통도와는 전혀 상관이 없습니다. 





국정원이 미래의 일을 예측하는 능력이 있어, 세월호가 얼마 운항하지도 못하고 침몰될 것을 알았다면 이런 문건들을 작성해서 보고받을 이유가 없습니다. 이는 마치 범죄를 저지른 자가 내가 범인이라며 부인할 수 없는 증거를 남긴 것과 같기 때문입니다. 음모론의 내용처럼, 세월호의 실제 주인인 국정원이 적정한 때가 되면 배를 침몰시켜 원하는 바(각종 음모론의 주장처럼, 그것이 정치적 목적이던, 거액의 보험금이던, 핵 관련 것이든)를 얻으려고 했다면 이런 문건을 남겨둘 이유가 없습니다.  


파파이스 팀들이 수없이 반복된 영상 분석을 통해 발견한 것처럼, 세월호 선원으로 보이는 자가 정체불명의 인물에게 세월호참사의 기록들이 담겨있는 것으로 보이는 물체(선박에 장착된 블랙박스 같다)를 빼돌리는 장면도 국정원 실소유주 논란이나 세월호 고의침몰설에 무게를 실어줍니다. 박근혜가 그렇게도 테러방지법 통과에 목매는 이유도 국정원의 중앙정보화를 이루기 위함도 있지만, 세월호참사의 진상규명을 불가능하도록 만들기 위함일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복원된 선원의 노트북에서 나온 문건들로 해서 국정원이 세월호 실소유주가 아니라 '해양사고 보고 계통도'에 따라 일상적인 업무를 처리한 것이라는 국정원의 주장은 신뢰성을 잃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가족대책위가 수사권과 기소권이 있는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는 것도 그간의 경험으로 볼 때 국정원을 상대로 제대로 된 (성역 없는) 수사를 감행했던 특검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번 문건의 등장(파파이스 팀이 발견한 방송화면과 미국 CNN의 보도영상까지 더해야 한다)으로 인해 하나의 음모론이 완성될 것 같습니다. 필자의 지식과 관련 전문가의 자문을 총동원해도 세월호참사의 전 과정이 의문투성이였는데, 국정원 문건으로 인해 그 동안 난마처럼 얽혀 있던 여러 가지 의문점들이 하나로 합쳐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에 관해서는 이어지는 글에서 다루겠습니다. 


중요한 것은 수사권과 기소권이 없는 특별법이 제정되면, 특히 수사권이 없는 특별법이 유족과 시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여야 합의로 제정되면, 새누리당과 족벌언론을 중심으로 세월호 참사를 천안함 폭침과 묶어 빨갠색을 칠하는 전가의 보도를 이용해 사태의 본질을 호도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실제로 세월호참사를 바다에서 일어난 일종의 대형교통사고라고 하면서 배상과 특혜의 문제로 변질시키는데 성공한 집권세력의 프레임 전환이 대성공을 거둘 수도 있습니다.


세월호특별법에 성역 없는 조사가 가능하도록 강제적인 수사권이 부여되지 않는다면, 더 이상 안철수와 김한길 체제의 새정치민주연합을 믿을 수 없으며, 세월호참사의 진상규명을 위한 힘겨운 투쟁을 이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항공기가 추락했을 때 블랙박스 해독에만 최소 6개월에서 최대 2년이 걸릴 수 있다는 것을 고려할 때, 세월호참사가 일어난지 100일 밖에 안 되는 상황에서 천문학적인 배상이니, 국가유공자에 해당하는 특혜니 하면서 집권세력이 단 3일만에 전환에 성공한 조중동프레임에 따라 진실에서 멀어지는 출구전략을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세월호 유족들과 함께 해주십시오. 국회가 아닌 거리에 민주주의와 정의가 있다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너무나 분명합니다.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 새누리당과 보수언론들, 국정원과 정치검찰, 권력의 도구로 변질된 야만공권력에 맞서 이 나라의 주인이 누구인지 알려줘야 합니다. 최소한의 양심과 보편적 정의를 인정하는 사람이라면, 무려 250명에 이르는 아이들의 죽음을 회피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필자도 건강이 좋아지는 데로 세월호 촛불집회에 참석하도록 하겠습니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유병언의 죽음이 확정된 날을 전후로 해서 새누리당이 본래의 모습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유병언의 죽음을 영구미제사건으로 만드는데 성공한 전날의 오전에는 심채철의 카톡이 돌아다녔고, 대낮에는 어버이연합과 엄마부대의 세월호 유족에 대한 폭력이 발생했고, 당일의 자정에 지나자마자 유병언의 변사체가 발견됐고, 저녁에 새누리당은 수사권이 있는 세월호 특별법을 무산시키기 위한 프레임 설정을 공공연히 밝혔습니다.  


 

 


국과수가 유병원이 법적으로 사망했음을 밝히면서도 사인을 불명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유병언 관련 수사는 이것으로 사실상 종결됐습니다. 이는 또한 세월호 참사의 진실규명이 영구미제(최소한 보수 정권 기간 동안)로 남는다는 것을 뜻합니다. 검-경 책임론이 불거지는 것은 당연한데, 이로써 박근혜 대통령과 김기춘 비서실장은 최종 책임의 크기가 바람과 함께 사라졌습니다.    


 


 

김재원 새누리당 원내부대표는 JTBC 특집토론에 나와 세월호 참사를 보상과 특혜의 문제로 격하시켰습니다. 주호영 의원은 세월호 참사가 기본적으로 교통사고라고 말했습니다. 어버이연합과 엄마부대로 대표되는 보수단체의 폭언과 폭력도 기본적으로 보상과 특혜의 문제를 걸고 널어진 것입니다. 그 출발은 심재철 의원의 카톡이었고, 보수언론을 중심으로 이것이 확대재생산 됐습니다. 

 

 

 


이들의 교활함과 치밀함이 얼마나 무서운지는 세월호 참사의 보상을 천안함 폭침과 동일한 적용을 하겠다는 것입니다. 세월호 참사와 천안함 폭침은 성격이 완전히 다른 사건인데, 집권세력은 죽은 것으로 확정된 유병언을 북한의 침략과 동일한 수준으로 변질시켜 버림으로써 책임의 소재를 대통령과 청와대로 향하는 것을 차단하려고 획책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별도의 글로 다루겠지만, 이들의 프레임 설정 능력은 야당의 무력함과 어우러져 최상의 결과를 도출했습니다.    

 

 

 

 

문제의 발단을 제공한 자가 안산이 지역구인 새정치민주연합의 전해철 의원이었다는 것이 분통이 터질 일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세월호 유족들이 요구하는 수사권과 기소권이 있는 세월호 특별법이 무산돼서는 안 됩니다. 새누리당과 보수세력 전체에 빌미를 제공한 전해철 의원은 세월호 참사의 피해자들에게 보다 많은 보상과 혜택을 주고 싶겠지만, 유족의 뜻을 묻지 않았기에, 다음 번 선거에서 그 대가를 치르면 됩니다. 

 

 

 

 

단 3일 만에 세월호 참사에 대한 정치적 프레임이 수사권과 기소권이 있는 특별법에서 보상과 특혜의 문제로 재정립시킨 새누리당과 보수언론들의 프레임 설정 능력은 전광석화처럼 이루어졌습니다. 필자가 그 동안 유병언 관련 글을 추가로 쓰지 않은 것도 그의 죽음이 확정된 다음에 세월호 참사의 출구전략이 어떻게 설정될지를 지켜보기 위해서였습니다. 

 

 

 

 

이제 수사권과 기소권이 있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은 전해철 의원의 또라이짓 때문에 물건너 갔습니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 문제가 거대 양당이 주도하는 한,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이 가능한 특별법은 제정되지 않습니다. 세월호 특별법에 대한 보수세력들의 의견이 완전체를 이룬 상황에서 여야의 TF팀을 통한 수사권과 기소권이 부여된 특별법 제정은 불가능하게 됐습니다.    

 

 


 

 


단 3일 만입니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의 정치적 프레임이 침몰 원인의 진상규명과 재발방지에서 보상과 특혜의 차원으로 격하된 것이. 안철수와 김한길 공공대표가 모든 판을 깨고 거리로 나서지 않는 이상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은 4월16일에서 영원히 멈춰버린 채 저 차가운 바다 속에 수장된 상태로 남아 있을 것입니다. 보수화될 대로 보수화된 대한민국의 현실에서 좌우과 균형을 이루며 민주주의로 돌아올 수 없습니다. 

 

 



 

 

하지만 어제 폭우가 내리는 중에서도 청와대 앞에서 특별법 제정을 촉구한 문재인 의원을 비롯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 세월호 유족의 단식농성에 참여한 여성 의원들, 김제동과 김장훈의 천만 개의 바람 운동, 세월호 유족들의 단식농성과 전국보도행진 등에서 우리는 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지금 이 땅의 민주주의는 국회와 청와대에 있지 않고 길거리에, 광화문에, 서울시청 앞에, 팽목항에 있습니다.  

 

 

 

 

7월 재보선은 하나의 정치 이벤트에 불과합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압승한다고 해도 현재의 지도부가 유지되는 이상 달라질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를 이루는 것은 정부도 국회도 아닙니다. 그들은 국민이 뜻에 따라 행동해야 하는데 그리하지 않기 때문에 나라의 주인이고 권력의 원천인 국민이 나서 이를 관철시켜야 합니다. 


 

 

 

유병언의 죽음이 확정되고 그의 장남이 체포된 이후 국민의 마음을 파고드는 온갖 통치술의 정치경제학적 조치들이 난발될 텐데, 그렇게 하루에 하루가 더해지면 세월호 참사도 유병언의 죽음처럼, 장준하 선생의 타살의혹처럼, 경찰의 댓글사건 축소의혹처럼, 개표 조작 의혹처럼 영구미제사건으로 남게 됩니다. 우리가 당장 굶어죽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당장 부자가 되는 것도 아닌데, 그저 민생, 민생하면서 새누리당과 보수언론의 프레임에 매몰되면 단 한 명의 희생자 영혼도 하늘라로 보낼 수 없습니다. 

 

 



 

 

헌데 오늘 유병언의 장남인 유대균이 너무나도 맥없이 체포됐습니다. 마치 경찰과 서로 연락을 취하고 있었다는 듯이, 세월호 선장을 해경이 숨겨줬던 것처럼 경찰도 유대균을 구원파 일부와 성난 민심으로부터 보호해주고 있었지만 더 이상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는 듯이 체포됐습니다. 그리고 오늘 세월호 법정에서 국정원이 세월호의 실소유주일 수도 있다는 증거가 나왔습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세월호 특별법을 기존의 특검법 수준에서 새누리당과 합의할 것이라고 알려졌습니다. 세월호 참사의 출구전략이 본격적으로 가동되는 것이 아니라 이미 끝났다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지 정확히 100일 기점으로 해서 이 모든 것이 일사천리로 진행됐습니다. 그래서 다음 글은 국정원의 세월호 실소유 여부에 대해 다루어볼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무려 36년에 걸친 일제 강제합병의 기나긴 질곡에서 빠져나온 대한민국은 무서운 속도로 성장을 이루었다. 그 속도가 얼마나 빨랐으면 성장을 얘기할 때면 언제나 '압축'이란 단어를 먼저 꺼내야 했다. 국민들은 지도층들이 선정한, 가난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절대 명제 앞에 일제 강제합병과 별반 다를 것이 없는 권위주의 독재와 군부 독재라는 질곡의 30년을 또다시 감수해야 했다. 



 

 

일제 강제합병이 외부에 의한 억압과 착취의 경험이었다면, 권위주의와 군부 독재는 내부에 의한 억압과 착취의 경험이었다. 외부에서 내부로 통치의 주체만 바뀌었을 뿐 대다수의 서민들은 경제 성장과 물가 상승이 서로 상쇄되는 가운데 식민지의 역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경제 규모는 수백 배 커졌지만 극소수의 상류층과 절대 다수의 중하위층의 불평등은 좁혀지지 않았다.

 

 

 


상류층을 이루는 인적 구성이 조금 바뀌었을 뿐, 일제 강제합병 시절에 부유했던ㅡ또는 그 기간 동안 부를 축적한ㅡ가문의 후손들이 여전히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만일 4050세대의 길고 긴 민주화 투쟁이 없었다면 각종 불평등은 지금보다 더 벌어졌을 것이며, 작금의 불평등에 대해 분노하고 시정을 요구할 수도 없을 것이다. 사회경제적 평등과 정치적 자유에 대한 DNA는 그렇게 이어지고, 또 다른 역사로서 응축되고 기록된다.  

 

 

 


게다가 비슷한 기간 동안 '압축'적인 경제 성장을 이루어낸 나라들도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많다. 독일과 스페인을 비롯한 상당수의 유럽국가와 일본 및 대만 같은 나라가 비슷한 기간 동안 비약적인 경제 성장을 이루었다. 권위주의와 군배 독재 동안 '한강의 기적'이니, '압축성장'이니 하면서, 통치 엘리트들이 교육과 언론을 동원해 국민들을 세뇌했기 때문에 알지 못했을 뿐이다.  

 

 

 

 

비록 1030세대들에게는 민주화라는 것이 희화되는 대상으로 전락했지만, 4050세대들이 흘린 피와 땀이 없었다면 그들은 민주화를 희화할 기회도 주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20세기의 위대한 석학이었던 발터 벤야민은 〈역사의 개념에 대하여〉에서 "역사적으로 파악된 것의 영양이 풍부한 열매는, 귀중하지만 맛이 없는 씨앗으로서의 시간을 그 내부에 간직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록 신자유주의 20년 동안, 특히 이명박근혜로 이어지는 7년 동안 그간의 노력들이 허사가 되버렸지만 경제 규모 세계 10위권에 이른 '영양이 풍부한 열매' 속에는 '귀중하지만 맛이 없는 씨앗으로서의 시간'이란 민주화 투쟁의 피와 땀이 간직되어 있다. 모든 세대는 그 시대가 강요하는 지배층의 이데올로기에 맞서 사회와 가족과 이웃과 친구들을 지켜왔다. 

     

 

 

'모든 아이는 부르주아로 태어난다'는 말처럼, 지금의 1030세대는 물질적 풍요와 넘쳐나는 자유를 부르주아처럼 가지고 태어났다. 비록 IMF 환란 이후 이런 호사는 사라졌고, 사회와 가족이 해체됨에 따라 4050세대보다 고단한 삶을 보내야 할지도 모르지만, 이명박근혜 7년 동안의 민주주의 퇴행과 세월호 참사에서 깨달았듯이 4050세대의 피와 땀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은 불의한 권력과 구조적 부정의에 대한 분노와 저항에서 분명하게 드러난다. 

 

 

 

 

이명박은 압축성장의 경제적 아이콘이었고, 박근혜는 박정희의 유산을 물려받은 정치적 아이콘이었다. 그리고 이 두 사람이 새누리당을 기반으로 정권을 연속해서 잡은 지난 7년 동안 대한민국은 끝없는 몰락을 거듭하고 있다. 4050세대의 피와 땀의 결과였던 민주주의가 근본부터 흔들리며 무능하고 무책임한 통치자와 새누리당과 보수언론이 대한민국을 침몰시키고 있다.


 

                  

                  

 

세월호 참사와 의료민영화는 우리 모두에게 선택하라고 말하고 있다, 외부에 의한 식민지가 내부에 의한 식민지로 통치의 주체만 바뀌는 역사의 반복을 언제까지 허용할 것이냐고. 우리가 진정으로 잃어버린 시간이 민주 정부 10년인지, 아니면 이명박근혜의 보수 정부 7년인지? 이런 상태로 3년을 이어갈 것인지? 저 차가운 바다 속에 우리의 아이들을 영원히 수장시킬 것인지? 우리의 후대에게 벗어날 수 없는 절망을 넘겨줄 것인지?

 

 

 

 

'모든 시대는 앞으로 다가올 시대를 꿈꾼다'고 했다. 하지만 이명박근혜 보수 정부 7년 동안 우리는 앞으로 다가올 시대에 대해 어떤 꿈도 꿀 수 없게 됐다. 대한민국은 '어버이와 엄마'라는 단어를 내세운 자들이 폭력을 휘두르는 나라가 됐다. 세월호 참사를 교통사고라고 말하는 자들이 대한민국을 통치하고 있다, 거짓과 탐욕, 민생과 성장, 자본과 권력의 이름으로. 

      

        

 

  1. 2016.01.16 20:26

    보상금 안 받았지 않나요? 뭐 얼마 지급하겠다 발표만 나왔지 유족들 다들 어려운 상황이라는데.

    • 늙은도령 2016.01.16 20:48 신고

      10년이고 100년이고 진상규명이 이루어질 때까지 계속해서 싸우겠다고 합니다.
      그분들도 누가 대통령이 돼야 자신들의 염원이 풀릴 것인지 알지만 말을 못하고 있어요.

  2. 교육 2016.01.16 20:28

    우리가 이렇게 말한다고 달라지는게 있겠습니까.. 학교수업서 정치얘기하는 선생은 좌파선생으로 몰아가고 전교조니 뭐니 해서 부정적 인식만 잔뜩 끼고 정치는 안중에도 없게 만드는것이 현 대한민국 학굔데... 교육부터 바뀌지않는 이상 안 바뀔 겁니다.

    • 늙은도령 2016.01.16 20:50 신고

      그것에는 동의합니다.
      교육부가 가장 큰 이익집단이자 기득권입니다.
      이들을 박살내 재편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교육부는 악마의 기득권입니다.
      그러나 여기서 투쟁을 멈출 수 없음도 우리의 숙명과도 같은 것이겠지요.
      우리가 포기하는 순간이 마지막입니다.


 

 

양자역학과 나노과학, 유전공학은 초미세먼지와 조우하며 새로운 형태의 전염병과 신종질환을 양산할 위험성을 동반시키고 있다. 지그문트 바우만의 《고독을 잃어버린 시간》에서 인용된, 마샤 에인절의 《뉴욕 북 리류》의 2009년 1월 15일자 기사는 갑자기 ‘위험해진 세상’에 대한 한 가지 단서를 제공해준다.

 

 

최근 몇 년 동안 제약회사들은 시장을 더 확장할 수 있는 보다 새롭고 극히 효율적인 방법을 완성시켰다.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약들을 홍보하는 대신에, 오히려 자신들의 약들에 적절하게 들어맞는 질병들을 홍보하기 시작했다. (새로운 전략은) 미국인들에게는 오로지 단 두 가지 종류의 사람들만이 있다는 사실을 납득시키는 일이다. 약물 치료를 필요로 하는 의학적인 상태를 지닌 사람들과 반면에 바로 자신도 약물을 필요로 하는 상태라는 사실을 아직 알지 못하는 사람들 말이다.

 

 

이쯤을 전후로 해서 의료계와 제약 산업은 새로운 수요 창출을 극대화해 이윤을 추구하는 마케팅 전략에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의사의 묵인 하에 제약회사들은 자신들의 우월한 권력을 활용해, 평균수명이 늘어나는 만큼 건강에 대한 관심사가 커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지금보다 건강하게 살려면 자신들의 약들을 먹고, 균형 잡힌 몸을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피트니스에 매달리며, 조금만 몸이 이상해도 병원을 찾는 것이 최상의 방법이라는 인식을 심는데 성공했다.

 

 

                       

                                                    개인부담율이 가장 높은 나라가 미국이다

 

 

약의 효능이 질병의 호전에 대해 약속할 필요는 없으며, 의료행위를 받는 사람들이 정말로 심각한 상태인지, 아니면 그저 여러 가지 통증 중 하나에 불과한지에 대해서는 전혀 따지지 않는다. 하나의 약이 효과를 보이지 못하면 다른 약을 먹으면 되고, 깨알 같은 전문용어로 써 있는 부작용들이 일어나면, 그것을 줄이는 다른 약을 먹거나 가격 대비 효과가 형편없는 의료행위의 도움을 받으면 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우리가 일상적으로 참는 데 익숙한 고통도 최근에는 질병으로 재정립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의료시장의 규모는 급속도로 커진다. 여기에 자본주의의 악마이자 모든 경제학 이론을 파괴하는 의약품 광고(거의 모든 광고가 그러하다)가 끼어든다. 이들은 시간이 흐르면 저절로 나아질 것들을 질병으로 규정한 후 자사의 약을 복용하면 지금 당장 통증과 아픔이 끝날 것이라 유혹한다. 각종 피임약 광고는 섹스의 범람을 불러 관련산업의 매출을 올림과 동시에 의도치 않은 임신의 규모를 계속해서 늘렸고 늘리고 있다, 경제 악화로 복지가 갈수록 줄어드는 상황에서. 

 

 

사후 피임약은 제대로 작용하지 않는 경우도 많고, 호르몬 등이 교란되는 부작용까지 생각하면 여성의 육체를 조금씩 망가뜨린다. 의도치 않은 임신의 상당 부분이 10대에 몰려 있어 낙태시술이 지속적으로 올라간다. 마찬가지로 미혼모도 늘어나 사회적 비용의 지출이 꾸준히 확대된다. 이런 과정에서 새로운 병들이 추가된다. 기존에 있던 병들이 이름을 바꿔 방송을 타면, 환자는 새로운 병명을 받아들이고 병원을 찾으며 똑같은 효능을 가진 신약이 불티나게 팔린다.    

 

 

                             

갈수록 의료비지출은 늘어날 것이다ㅡSBS <최후의 권력>에서 인용

 

 

최근 유행처럼 번져가고 있는 ‘위식도 역류(필자의 어머니의 지병인 역류성 식도염)’는 예전에는 속쓰림이었으며, 온갖 형태로 나타나는 생리통과 그 징후가 너무나도 특이해 이해하기도 어려운 자신감 상실 같은 것들마저 불길하게 들리는 병명으로 재정립돼, 긴급하게 의학적 치료가 필요한 질병처럼’ 변경됐다. 임파선 과잉수술에 대한 논란도 이것과 동일한 것으로 의료민영화의 새로운 젖줄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새로운 작명을 기다라고 있는 오래된 병들이 줄을 서있다.   

 

 

최근에 들어서는 ‘사회불안장애’나 필자가 겪었으나 이제는 99% 극복한 ‘공황장애’가 만연되고, 삶의 질 악화에 따른 만성적인

스트레스에 따른 ‘만성적인 수면장애’와 ‘누구나 걸리는 우울증’ 등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면, 제약업계는 준비를 끝낸 ‘불안-홍보 캠패인’을 지속적이고 대규모로 진행한다. 특히 끝이 보이지 않는 장기적인 경제침체를 탈출하기 위해서 전 세계적으로 ‘의료민영화’를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어, 이런 추세를 막는 것이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다.

 

 

이 지점에서 의사와 약사의 이익 배분이 등장하고 초국적 제약회사와 첨단의료기기 제작업체와 전 세계적 판매상, 의료관광과 거기에서 발생한 관광수입 분배를 매개로 관광업계와 항공업계, 보험업계와 거대 금융자본들이 이들(의사와 약사, 또는 대형병원 등)과 손잡고 각국 정부에 어마어마한 로비를 벌인다. 법을 제정하거나 규제를 풀 수 있는 정치인에게 후원금이 몰려들고, 각종 향응과 비공식적인 특혜가 주어진다. 재정이 열악한 지방정부는 이들의 로비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특히 초고령사회와 초위험사회의 도래는 의료민영화만큼 돈이 되는 사업도 없다. 이 문제에 대한 이익집단과 국민 간의 전쟁은 갈수록 이익집단 쪽으로 기울고 있다. 거의 모든 의료대란이 상당 부분 짜고 치는 고스톱 형태로 진행되는 것처럼. 과잉진료가 넘쳐나는 미국의 경우 의사가 파업을 하면 치료 중에 죽은 환자의 수가 급감했다는 역설적인 통계로 밝혀졌다. 그 이유에 대해 로렌스 호로비츠 박사의 《의학적 운명의 자율 관리》에서 도움을 받아보자.

 

 

제왕절개수술 본연의 목적은 위험에 처한 아기의 목숨을 구해 내는 것이며, 이 목적은 성취되었다. 그러나 제왕절개수술은 외과수술 과정의 하나로, 임의적 선택의 하나로 일상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에는 심각하고 불필요한 위험을 수반하게 된다. 제왕절개수술을 받는 여성들의 사망률은 자연분만의 경우보다 두 배에서 네 배에 이른다.

 

 

이번에는 닐 포스트만의 《테크노폴리》에서 도움을 받아보자. 엑스레이, CT를 마구 찍어대는 한국의 경우에도 똑같이 적용되는 내용이라서 더욱 중요하다. 갑상선암을 두고 벌어지는 과잉진료와 수슬에 대한 의학계의 논쟁도 동일한 내용이다. 의사가 말하지 않는 것들이 여기에서 주로 나온다. 현대의 의사들에게 히포크라테스의 선서란 예수님·공자님 가라사대 만큼 고리타분한 것에 불과하다. 보다 많은 환자에게 보다 많은 영리행위만이 최고의 목적이다.  

 

 

년 약 7만8천 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내과용이나 치과용으로 찍은 엑스레이 때문에 암에 걸린다. 한 세대에만 234만 명 이상이 암에 걸렸다는 추산이 나온다

 

 

병을 치료하기 위해 병원에 왔다가 죽음의 질병을 얻게 된다. 의료시장의 규모는 그만큼 늘어난다. 이런 현상은 영리만 추구하는 병원과 제약업체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불량의학》과 《의사들이 말해주지 않는 것》, 《의학과 문화》, 《의학과 기술의 지배》 등의 책들을 통해 알 수 있듯이, 의사와 환자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문진의 시간은 엄청나게 줄었고, 그 사이에 각종 의료기기를 동원한 수치와 보다 많은 투약, 보다 자주 이루어지는 수술 등이 자리하게 됨으로써 환자의 건강은 의료기술이 발전할수록 의료비 지출이 폭증하고, 그와 정반대로 각종 신규 질병에 위협받는다.

 

      

           

                                선진국 중 최악의 의료후진국인 미국ㅡwww.equalitytrust.org.uk 에서 인용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의료비를 지출하면서도, 그 반도 지불하지 않으면서도 건강에 관한 모든 면에서 높은 안정성을 보여주고 있는 일본(2012년 이전)에 비해 미국의 건강 관련 각종 수치는 선진국이라고 전혀 얘기할 수 없을 정도로 최악의 상황이 된 것도 이 때문이다. 게다가 미국의 경우 개인파산자의 대부분이 의료비를 감당하지 못한 사람들이라는 사실도 의료민영화가 초래할 미래의 현실을 가장 잘 보여주고 있다.

 

 

전 국민을 상대로 한 건강보험이 실시되지 않으면, 부와 위험의 불평등이 중첩되는 새로운 사회적 계급들의 삶은 19세기로 돌아가고 말 것이다. 의료에 관련된 여러 가지 연구와 통계를 이용한 닐 포스트만의 《테크노폴리》의 도움을 또다시 받아보면, 의료행위와 의학기술에 내포된 경제논리의 실체를 확인할 수 있으며, 이것이 곧 건강보험에 관한 한 세계 최상위에 속하는 대한민국을 포함해 다른 나라들의 미래가 될 가능성이 높은 천박한 미국의 실상을 들여다 볼 수 있다.

 

 

미국의 의사들은 영국의 의사들보다 1인당 평균 6배나 많은 심장질환과 이식수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의사들이 진찰을 위해서 행하는 검사의 횟수는 프랑스, 독일, 혹은 영국보다 많다. 미국의 여성들은 유럽의 여성보다 2배에서 3배나 많은 자궁적출수술을 받고 있으며, 미국에서 이 수술을 받는 사람의 60퍼센트가 44세 이하이다. 미국의 의사들은 유럽의 어느 나라보다 많은 전립선수술을 한다. 미국은 제왕절개수술에서도 업계의 선두에 서 있어, 다른 나라들보다 50에서 200퍼센트 이상 많은 시술이 이루어진다. 미국 의사들은 수술을 피하고 약물치료를 선택하는 경우에도 다른 나라의 의사보다 훨씬 많은 양의 약을 사용한다. 그들은 영국 의사들보다 항생제를 2배 이상 많이 처방한다. 유럽의 의사들은 세균에 의한 감염이 분명하고 상태가 심각한 경우에만 항생제를 사용하는 데 반해, 미국 의사들은 세균감염으로 보이면 별 고민 없이 항생제를 투여한다. 미국 의사들은 환자들에게 훨씬 많은 양의 엑스레이 사진을 찍도록 한다. 어떤 방사선 학자는 엑스레이의 사용 정도를 조사하는 중, 5장이면 충분했을 환장에게 50장에서 100장까지 엑스레이를 찍은 사례들을 발견하였다. 다른 조사에 따르면, 임상자료를 분석해 본 결과 엑스레이를 전혀 찍을 필요가 없거나 연기해도 좋은 환자가 2/3에 달했다고 한다.

 

 

기술발전과 의료행위를 철저히 경제적 논리에 의거하는 미국의 현상을 보면서 우리는 현대성의 폭력적 행태(신자유주의 합리성에 따른 맥도날드화로 표현할 수도 있다)가 사회의 모든 곳에 침투해 있음을 알 수 있다. 최근 한국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의료민영화의 논리도 결국 이윤추구 행위의 정당화와 극대화에 있다. 의료민영화가 진행된 태국의 경우에는 국민의 건강보험체제가 무너져, 극빈자를 국가가 돌봐주는 미국과는 달리 극빈층의 사망률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이들은 필요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병원의 높은 문턱을 넘지 못해 길거리에서 죽어가기 일쑤다. 

 

 

의료민영화는 미래의 마지막 먹거리가 수명은 늘어나지만 갈수록 약해지는 육체와 불안전한 정신과 스트레스에 쩌들어 있는 신경 등이라는 것이 분명해지면서, 더욱 맹렬하게 국민국가의 건강보험체제를 위협하고 있다. 어쩌면 인류는 병에 걸리지 않는 것이 장수하는 유일한 방법이 될 수도 있다. 지금까지 신자유주의 합리성이 지나간 자리에는 수없이 많은 주검들이 널브러져 있었으니, 대한민국 국민이라고 해서 예외가 될 수 없다.

 

 

원희룡은 당장 의료민영화라는 지옥의 문을 닫아라! 

 

 

  1. 2014.07.25 10:36

    비밀댓글입니다

  2. 참교육 2014.07.26 05:51

    유병언을 가지고 소설을 쓰고 있는 동안 실질적인 의료님영화조치인 영리법인을 행정조치라는 이름으로 시작했더군요.
    사악한 집단입니다. 박근혜로 인해 전국민이 불행해집니다. 비극입니다.

  3. 의료민영화 찬성 2014.07.26 14:21

    님하 이미 병원은 민영화된지 오래요... 솔직히 병원 중 비영리단체같이 돈 안보고 운영하는 곳 국립이나 시립밖에 없어요. 현실을 인정해야죠. 글고 의료보험만 민영화를 안하면 상관 없죠. 막말로 오바마가 손댈려는게 의료보험이지 의료재단이 아니잖아요. 의료민영화 반대하는게 의사 밥통 지킬려 그러는 거잖아요. 솔직히 병원 원장이 의사가 아니라 물리치료사든 간호사든 조무사든 일반인이든 뭔 상관이에요? 진료보고 치료하는 사람만 의사면 되죠...

    • 한심 2014.07.27 08:40

      미국에 살아 보셨나요?
      이게 얼마나 무서운지 모르시죠?

    • 한심 2014.07.27 08:40

      미국에 살아 보셨나요?
      이게 얼마나 무서운지 모르시죠?

  4. k 2014.07.26 19:01

    저도 관심있어 이분야를 조금 알고 있습니다.비영리법인의 자회사 영리사업허가는 사실상 의료민영화의 첫단추입니다. 반대하는 국민적호응이 없어 아쉽습니다.

  5. Komnenos 2014.07.26 21:48

    의료민영화를 반대하시는분들을 보고 그저 "아 당연히 반대해야 되는일이지" 라고만 생각하며 그냥 지나쳤던 과거가 부끄어워지는 글입니다. 하지만 그걸 원하고 가장 친한 형님들을 설득하고 싶어도 너무나도 힘들더군요 ... 답답한 세상입니다.

  6. 지니 2014.07.27 01:14

    이명박이 대통령된 이후 정말 이건 아니다 싶었는데 2012석연치 않은 대선결과유ㅓ 세월호 사태 이후 정말 기본적인 원리 원칙도 지켜지지 않는 이 사회에 오만정이 다 떨어져 이민 준비중입니다

  7. 하모니 2014.07.27 07:49

    의료공영화의 단점은 아시나요?

  8. 고대립 2014.07.31 13:58

    이 글은 장황하기는 하지만, 논점이 잘 안 보이네요. 제약회사, 의사, 약사, 그리고 정권의 관계, 그리고 시민들의 관계에 대해서 더 고민해 보시는 게 어떠신지요? 이익을 누가 볼 것인가만 살펴보더라도 그 중심에 어디에 있는지, 그 정점에 서있는 제약회사와, 정권과의 관계가 항상 같지는 않을텐데, 여론몰이만으로 정책을 바꿀 수는 없지요. 많이 아쉽습니다. 의료민영화가 끔찍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지만, 이렇게 단선적인 비판이라면 의료민영화 과정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현상들, 제 계층, 계급간의 발생과정을 제대로 설명하고 풀어내긴 힘들겠죠.

  9. 의료민영화 찬성 2014.08.28 16:29

    님은 그냥 막연히 의료민영화가 되면 무조건 서민들 의료비 부담이 증가할거라했죠? 전 그말에 반박하는게 병원 재단하고 건강보험재단은 별개라 말했습니다. 근데 늙은 도령님은 무작정 이유도 없이 저보고 공부해오라하며 의료민영화 반대한다고 했어요. 그건 님이 의료계에 무지해서 잘 못 안거라 생각합니다. 의료법에서는 병원 은 무조건 의사면허를 가져야만 병원을 설립할 수 있다하는데 그걸 바꾸는게 민영화에요. 글고 의료비 상승이 일어날수없는게 건강보험재단이 보험료를 내주기때문에 의료비가 상승하질 않는거에요. 보험에서 규정한 치료대로해야 보험이 적용되기때문에 의료비가 상승이 안되는겁니다. 글고 이미 부자들은 vip룸이라고 병원에서 따로 진료받고 다하는데 님은 혼자 시대에 뒤쳐져서 하향평준화를 하려하는군요. 전세계적으로 의료산업을 자유경쟁시키는데도요. 님을 보니 꼭 흥선대원군 이하응이 생각납니다.

    • 늙은도령 2014.08.28 19:27 신고

      이래서 제가 제대로 공부라라는 것입니다.
      의사 면허를 가진 자만이 병원을 설립할 수 있다는 것은 법인병원일 경우 주주의 관계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삼성을 이건희가 황제경영을 했는데 지분이 1.8%입니다.
      게다가 등기이사도 아닙니다.
      세상이 그렇게 단순한줄 아십니까?
      세계에서 민영화를 추진한 나라들의 예를 찾아보고 공부하십시오.
      미국과 태국의 예와 대처가 왜 실패했는지, 그 당시의 영국의 법은 어떠했는데 실제로는 어떻게 해서 문제가 됐는지, 그래서 다시 국영화를 할 수박에 없었는지, 이런 것들을 공부하십시오.
      저는 최소한 의료민영화에 관한 책을 여섯 권이나 읽었고, 친구와 선후배 친구들, 의료노조들과 의료민영화에 대해서 현장의 얘기도 들었습니다.
      정부의 법과, 기업이 어떻게 빠져나가는지에 대해서도 공부했고, 저 또한 사업을 했기 때문에 그런 것들을 너무나도 잘 압니다.
      그렇게 기본적인 공부를 한 다음에 서로 토론을 해야 얘기가 됩니다.
      님은 그런 것을 전혀 공부하지 않은 채 단편적인 지식을 가지고 말합니다.
      토론이 될 것 같습니까?
      저는 지금도 외국 사이트를 뒤지며 의료민영화와 영리화에 대해 공부하고 있습니다.
      의료 관련 사이트들은 널려 있습니다.
      그런 기본적인 공부를 한 다음에 토론하십시다.

      글을 쓰면서 제 주관적인 생각을 가지고 쓰는 줄 아시는 것도 문제입니다.
      저는 글에 해당 책 제목도 분명히 밝혔습니다.
      또한 의료민영화와 영리화에 대한 논쟁에 대해서도 글에 올렸습니다.

      의료비가 어떻게 상승하느냐고요?
      약값은 정해져 있지만 병원에서 어떤 약을 쓰느냐에 따라 가격이 변합니다.
      의료민영화를 하면 필요없는 검사들이 늘어나고 돈이 되는 수술 등에 집중하기 때문에 다른 곳에서는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비슷한 방식을 취해야 하기 때문에 의료비가 상승합니다.
      그렇게 의료비가 상승하면 건강보험료가 오르거나, 의료보험으로 보장하는게 줄어듭니다.
      그러면 개인들은 사적 보험을 들여야 의료보장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의료비와 사적보험을 들어야 합니다.
      미국에서 매년 개인파산자의 90% 정도가 의료민영화 때문에 나옵니다.
      과잉진료가 넘쳐나고, 의사가 파업하면 오히려 환자사망율이 줍니다.
      의료민영화가 상향평준화라고요?
      공부 좀 하십시오.
      의료민영화해서 상향평준화됐다면 의료비지출로 따져 미국이 일본이 4배인데, 의료서비스의 질은 일본이 미국보다 2배 이상 높습니다.
      즉 8배의 차이가 납니다.

      제가 공부하라고 한 이유는 스스로 노력해서 아는 지식이 진짜이고 님이 제대로 공부하면 저와 토론할 이유도 없기 때문입니다.
      몸에 좋은 말은 듣기 거북합니다.
      그러나 그것이 발전에 도움이 됩니다.
      그래서 공부하라 햇습니다.
      그런 다음에 현장의 얘기를 들어보고, 그런 다음에 다른 나라의 예도 살펴보고, 정부와 사무장병원, 일반 병원, 대형병원고 중소병원 등의 얘기를 들어보고, 최후로는 의료노조의 얘기와 간호사들의 얘기도 들어봐야 합니다.
      그래야 기본적으로 정부 정책에 대해 확신을 갖고 비판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냥 생각나는대로 기분에 내켜 쓰는 것이 아니고요.

      자유경쟁이 세상을 발전시켰다는 주장은 어떻게 나오는지요?
      지금의 각종 불평등과 점점 사라지는 정규직 일자리, 늘어나는 빚, 일부 재벌과 금융자본에만 돈이 몰리는 것, 지구온난화, 기상 이변, 대지의 오염, 생태계 파괴, 만성질환의 증가, 대지의 사막화, 원전 폭발 등등 세계적인 전문가와 석학들이 21세기 이내에 인류가 멸망할 수 있음을 경고합니다.
      그것이 무한경쟁을 통해 자유방임 시장경제를 밀어붙인 지난 40년만에 일어난 일들입니다.
      자유경쟁을 하면 무슨 발전이 이루어집니까?
      전 세계의 통계를 모두 활용할 수 있게 된 1990년대 말부터 인류의 발전은 1973~75년을 사이로 멈췄다는 것이, 그리고 평균적으로는 퇴행하기 시작했다는 연구들이 속출되고 있습니다.
      님은 시장논리를 강조하는 1%가 방송과 언론을 통해 세뇌한 것에 넘어가 진실이 무엇인지 제대로 파악하지도 못하는 상태입니다.
      지금 1030세대가 왜 이렇게 어렸습니까?
      님의 말대로 발전을 해왔다면요?
      경제규모가 커졌는데 왜 빈곤층이 늘어납니까?
      전 세계 슈퍼리치를 1300명 정도로 보는데 그들의 자산이 지금처럼 독점적인 적은 인류 역사상 한 번도 없었습니다.
      상위 1%가 전체 자산의 반을 차지한 적도 없습니다.
      자유경쟁을 무한대로 했기 때문에 인류가 여기까지 온 것입니다.

  10. slumber 2017.06.10 19:29

    제약회사와 의사들의 욕심때문에, 시민들만 피해를 보내요. 우리나라도 의료 민영화 이야기가 많았는데, 정권이 바뀌고 나서는 쏙 들어갔내요.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치매 치료에 대해 많이 지원해주겠다고 했는데, 이러한 의료 복지 정책들이 초고령사회에 진입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더 확대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길을 걸어가는 사람만이 길의 지배력을 알며, 비행기를 타고 가는 사람에게는 그저 쭉 펼쳐져 있는 평야에 불과한 지형들로부터 마치 병사들을 전선에 배치하는 지휘관의 호령처럼 원경들, 전망대, 숲 속의 공터, 굽이굽이 길목마다 펼쳐진 멋진 조망을 불러낼 수 있다. 


                                                        ㅡ 발터 벤야민의 《일방통행로》 중  <중국 도자기 공예품> 에서 인용




진실이 더 이상 진실일 수 없고, 거짓이 더 이상 거짓일 수 없는 세상에서 신뢰의 씨앗은 싹을 틔울 수 없다. 번성하는 것은 진실과 거짓의 교접이 만들어낸 음모의 외피가 던져주는 권력적 타락이며, 왜곡과 선동으로 점철된 비이성과 비정상의 광기이다. 이 모든 불신지옥의 책임은 당연히 통치자와 그 주변의 저급한 욕망과 탐욕의 발산에 있다. 거짓된 것의 번성이다. 

         




이런 극도의 타락과 혼란 속에서, 마침내 깨어나기 시작한 국민들은 빠른 속도로 진실과 정의에 다가가고 있지만, 1987년의 6.10항쟁 이후 수평적인 연대의 힘과 꿈꾸는 자의 열망에 대해 더 이상 믿지 않는다. 그들은 극한 경쟁과 탐욕의 폭주에 길들여져 왔기 때문에 그 속도가 주는 위압감에 갇혀 주어진 공간에서만 서성거리며 꿈을 옥죄는 절망을 먹고 산다.



자유는 사방이 막힌 벽이라, 용기를 내지 못하는 사람은 다람쥐 체바퀴 도는 삶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행동하지 않는 한 그 너머의 세상이란 상상 속에서조차 끔직한 지옥일 뿐이다. 갇힌 자들은 언제나 그곳에서 한 줌의 자유마저 박탈당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에 짓눌려 자발적 복종의 노예로써 살아가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악은 그렇게 번성하고 진실과 정의의 시체더미 위에 거짓과 탐욕은 그들만의 천년 왕국을 건설한다. 빛과 어둠의 경계에서, 그 흐릿한 잔상의 떨림 속에서 딱 한 발만 움직이면 새로운 세상이 기다리고 있는데, 그것이 아득한 거리처럼 느껴지는 것은 길들여진 자의 불행이자 끈질긴 속성이다. 



                

                                                   김경렬 화백의 홈페이지에서 인용



문은 언제나 열려 있었다. 거리도 한 걸음이면 충분하다. 변화는 늘 그렇게 시작된다. 두려움이란 실체가 없는 허상의 시공간이며, 변화를 거부하게 만드는 원천이자 새로운 출발을 가로막는 스스로의 장벽이다. 길은 내가 걷고 있으면 길인 것이고, 너와 내가, 그래서 우리가 함께 걸으면 모든 길이 역사가 된다. 길의 끝에 천길 만길의 벼랑이 있다 해도 끝까지 가봐야 그것이 세상이 끝인지, 벼랑 너머에 또 다른 길이 있는지 알 수 있다.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다는 고정관념이, 벼랑 너머의 세상에 도달하려면 한 걸음이면 충분하다는 것을 믿지 못하게 만든다. 지레짐작해 발을 내딛는 용기를 내지 못하면 우리는 과거의 악몽과 실패의 연속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오늘이 어제의 복사판이라면 내일이란 아무런 의미도, 가치도 없는 시공간의 연장에 불과하다. 



우리는 오늘을 살지만, 그것이 내일로 연결될 것을 믿는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라. 모든 변화가 변하는 중에는 아직 변한 것이 아나라 해도, 그래서 변화가 끝나야 비로소 변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해도, 변화를 두려워하면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 길에 들어서지 않으면 어떤 길도 길이 아니며, 끝에 이르지 않으면 다른 길이 있음도 알 수 없다.   



시작이 반이라 하는 것도 시작을 해야 반인 것이지, 시작도 하기 전에 시작이 반이라고 위안을 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모든 변화는 첫 번째 걸음이 있어야 시작된다. 때로는 계산하지 않고 부딪쳐야 한다. 돌다리도 두들겨야 하지만, 두드리다 돌다리가 무너지면 영원히 쳇바퀴를 돌듯이 같은 공간에 갇혀 있어야 하며, 한 줌의 자유에 평생을 바쳐야 한다. 

 


                                                        영화 빠삐용의 한 장면



나는 자살만 생각하던 시절에 다시 출발했다. 아무런 계획도 없었고, 그저 알고나 죽자는 마음 뿐이었다. 그것이 오늘까지 이르렀고, 이제는 수많은 책에서 얻은 지혜와 성찰이 아우성을 치고 있다. 순간순간마다 내 낡은 두뇌의 한편에서 푸른빛이 새롭게 일어나 자유롭게 떠돌며 모든 곳으로 통하는 길을 만들고 있다. 그 퍼득거림이란!  



늦었다고 생각하는 순간이 가장 빠르다는 말이 있듯이, 첫 걸음을 떼야 그 다음 걸음이 가능하다. 행동하기 전에는 어떤 결과도 주어지지 않는다. 새로운 것과 도전에 열려 있는 마음과 용기만 있다면 누구든 어느 곳이라도 갈 수 있으며, 그 과정의 올바름에서 멀어지지 않으면 어떤 결과라도 창출할 수 있다. 



무한경쟁을 부추기는 세상이 타인은 지옥이라고 말하며, 한 줌의 자유라도 지키라 하지만, 한 걸음만 움직이면 다른 세상이 있고, 그곳에 이른 내가 지옥이라 여겼던 타인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다. 연대와 신뢰는 그렇게 시작된다. 모든 인간적인 관계의 출발과 진실한 우정도 그러하다. 우리는 우리 안에 거울 신경을 가지고 있어서 타인의 눈으로 나를 보고, 나를 통해 타인을 해석한다. 



  


그러는 중에 우리는 다름으로써 평등해지고, 평등함으로써 자유의 폭을 늘릴 수 있다. 인류라는 공존과 상생의 장이 이런 과정을 통해 탄생했고, 어제와 다른 오늘이 내일로 이어질 수 있었다. 내가 닫힌 공간에서 다람쥐 쳇바퀴 돌며 한 줌의 자유에 집착할 때 타인이 지옥인 것이며, 내가 열린 공간으로 나설 때 타인은 내가 되어 영원한 동반자로 함께 할 수 있다. 



불확실성이 커진 세상에서 시작은 늘 어렵기만 하지만, 변화를 두려워하면 영원히 닫힌 세상에서 열린 세상으로 나갈 수 없다. 승리가 보장된 전투에서 명예란 존재하지 않듯이, 변화의 불확실성에 승리의 배당부터 계산하면 두려움의 몫은 더욱 커진다. 누구든 변화를 두려워하면 어떤 출발도 불가능해진다. 시작이 반인 것이 이 때문인데, 일단 저질러놓고 보는 것이 때로는 훌륭한 시작이 되기도 한다. 



두려움을 떨치는 것, 두려움에 굴하지 않는 것, 그것이 시작이며 모든 변화는 그렇게 역사가 된다. 길은 내가 걷고 있어서 길인 것이지, 누가 먼저 걸어갔고, 다음에 누가 걸어올 것이기 때문에 길인 것은 아니다. 우리는 지금 그런 마음으로 촛불을 들었고, 거악을 상대로 진실과 정의를 되살리고 있으며, 그렇게 새로운 역사를 창조하고 있다. 우리는 끝내 승리할 것이며 진정으로 자유로워질 것이다. 성지는 그 끝에 있으리라.   





  1. 초록손이 2014.07.24 16:29

    저급한 그들의 욕망으로 점점 지옥이 되어 가는 듯 합니다..희망을 찾아야겠습니다.

    • 늙은도령 2014.08.08 03:14 신고

      네, 희망을 놓은 순간이 끝입니다.
      우리가 먼저 굴복하지 않으면 저들이 먼저 지치기 마련입니다.

  2. 태봉 2014.07.24 18:31

    늙은도령님의 맘이 절절하게 느끼지네요
    저도 많이 배웁니다 많은 가르침 부탁드립니다

  3. 백순주 2015.09.15 13:41 신고

    "두려움을 떨치는 것, 두려움에 굴하지 않는 것, 그것이 시작이며 모든 변화는 그렇게 역사가 된다."
    우아~ 너무 멋있는 말씀이셔요.
    두려움이 늘 앞서는 사람이었는데 도전을 하며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출발이 가장 쉬운 일인 것을 해 보지도 않고 너무 많은 에너지를 뺏겼다고요. 시작했기에 알 수 있는 것들이 많다는 것을요.

    변화는 그렇게 시작되고 행복은 그 곳에 있었어요.
    감사해요~^^

    • 늙은도령 2015.09.16 05:27 신고

      축하합니다.
      늘 출발하면 알 수 있는데 출발하기 전에 너무나 많은 걱정을 합니다.
      그럼으로서 우리는 변화의 기회를 놓치곤 합니다.
      삶이란 모든 순간이 선택이고, 그럴 때마다 우리는 조금씩은 변하고 새로운 출발을 합니다.
      그것을 깨달으면 세상에 두려울 것이 많이 줄어듭니다.
      인간이란 존재는 출발하는 존재입니다.

  4. nixy 2018.06.06 08:33

    참으로 감사히 배우며 읽었습니다.



근혜 정부가 드디어 의료 민영화 재앙의 문을 열었습니다. 유병언의 죽음이 확정된 어제(22일)는 청와대가 의료민영화를 가능하게 만든 두 가지 행정조치의 입법예고가 끝난 날입니다. 박근혜 정부가 의료민영화를 허용하는 법률 개정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할 것 같자, 행정 가이드라인과 시행규칙 개정이라는 행정조치를 동원해서 국민의 뜻을 물어보지도 않은 채 의료민영화를 밀어붙였습니다.   


                                                                      다음이미지 캡처

 

박근혜 정부가 입법예고를 마친 두 개의 행정조치는 하나는 병원의 영리 자회사 설립 가이드라인이고, 나머지는 병원 부대사업 대폭 확대 방안입니다. 법 개정이 아닌 행정조치라는 편법을 동원한 이 두 가지 영리사업의 허용은 한국 의료제도를 통째로 바꾸는 의료민영화 조치입니다. 대형 법인병원일수록 사실상의 의료민영화가 상당히 진행된 상태에서 박 정부가 허용한 두 개의 행정조치는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갔습니다.  

 

 

세월호 참사가 이익을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라도 하는 기업의 탐욕을 정부가 허용해준 것 때문에 발생했음에도, 참사에서 아무것도 배우려 하지 않는 박근혜 정부는 유병언의 죽음이 확정된 날 의료민영화 작업을 마무리지었습니다. 박 대통령이 TV로 생중계된 대국민담화에서 눈물을 흘리면서 말한 국가 개조라는 것이 이런 것이었나 봅니다. 성형수술을 하기 위한 중국의 관광객이 늘어나자 자국민의 의료는 뒷전으로 밀려났습니다. 


                                                                                           구글이미지 캡처


유병언의 죽음에 가려진 두 개의 행정조치 중 첫째인 영리 자회사 설립 가이드라인은 법인병원 투자자에게 수익을 배분할 수 없도록 비영리로 규제해왔는데, 어제 입법예고를 마친 가이드라인으로 인해 이것이 봉인해제 됐습니다. 이제는 이 비영리병원들이 외부인의 투자를 받아 영리행위를 할 수 있는 자회사를 만들 수 있게 됐습니다. 외부인으로부터 투자를 받았으니, 이익의 최대화를 통한 수익 배당이 가능해졌습니다.  

 

 

박근혜 정부는 모회사(기존의 법인병원)을 비영리로 묶어 두었고, 몇 가지 제한조치를 통해 자회사(영리병원)와 엄격하게 분리시켰기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합니다. 즉, 기존의 건강보험제도 하의 대국민 의료 수준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란 뜻입니다. 하지만 최대의 배당을 받는 것이 목적인 외부의 투자자들이 검증이 전혀 안 된 자회사만 보고 투자를 할까요, 아니면 이미 검증이 끝난 모회사의 능력을 보고 투자를 할까요?     

 

 

당연히 모회사를 보고 자회사에 투자합니다. 모회사와 자회사가 별도의 회계를 하도록 하면 이익의 흐름이 단절된다고 정부는 주장하는데, 그렇다면 수없이 많은 대기업 집단들의 모회사는 어떻게 돈을 벌 수 있을까요?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의 독립적인 해외법인들의 이익이 본사와 무관하게 집행될 것 같습니까? 애플과 나이키의 기록적인 수익률은 또 어떻게 나올 것 같습니까? 

 

 

회계장부를 조작하는 방법은 수백 가지가 넘습니다. 국경을 빛의 속도로 넘나드는 자본이 회계장부 하나 때문에 발목이 잡힌다면 작금의 불평등은 일어나지도 않았을 것이며, 오로지 현지투자만 해야 합니다. 박근혜 정부의 주장은 눈 가리고 아웅하는 수준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거대 로펌처럼 거대 회계법인들을 정부가 엄격하게 관리감독해서 모든 것이 해결된다면 자본주의는 탄생조차 못했을 것입니다. 영리자회사는 100% 모병원의 영리화로 이어집니다. 이것에는  영리자회사를 둔 모병원이라면 단 하나의 예외도 없습니다. 

 

                                                                       민중의 소리에서 인용


두 번째 행정조치인 병원의 부대사업도 마찬가지입니다. 병원의 부대사업에 대한 규제를 대폭 완화해 병원의 수익을 높여주겠다는 박근혜 정부의 병원 개조론은 한 마디로 의료민영화의 꽃입니다. 병원은 병을 진찰하고 치료하는 곳인데 지금까지의 부대사업인 장례식장과 주차장, 식당과 카페 등의 운영을 넘어 의료 등 생활용품 판매업과 식품 판매업, 헬스클럽, 목욕장, 수영장 등이 있는 관광호텔과 의원이 들어 설 수 있는 의료관광호텔도 허용해주었습니다.

 

 

게다가 모든 종류의 부동산 임대업도 허용해주었습니다. 부동산 활성화를 이렇게 좋아하고 사랑하는 정부는 생전 처음인데 이 정도가 되면 병원이 주업인지, 부대사업이 주업인지 헷갈릴 판입니다.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진 것이 박근혜 정부가 밀어붙인 의료민영화의 실체인데, 이 과정들이 세월호 실종자 수색과 유병언의 체포에 국민적 관심을 돌려놓은 상태에서 진행됐습니다. 그 화룡점정이 유병언의 죽음이 확정된 어제였습니다.  

 

 

정말 대단하지 않습니까, 기존의 건강보험체제를 뿌리부터 뒤흔들 수 있는 일을 법 개정이 아니라 행정조치(가이드라인과 시행규칙 개정)로 이루어낸 것이? 언론들의 보도에 따르면 무조건 진행해야 하는 의미 있는 공청회도 없었다고 합니다. 국민의 의견수렴 과정도 없었습니다. 아, 기발한 의견수렴 과정이 있었네요.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기 전에 박 대통령이 '규제는 암 덩어리'라며 개최한 규제개혁 토론회가 있었습니다.  

 

                                                            규제개혁 토론회ㅡ구글이미지 캡처


노무현 대통령 때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방송시간을 마음대로 늘려가면서 생중계로 진행된 규제개혁 토론회에서 보바스 병원장이 민원을 제기했던 적이 있습니다. 보바스 병원장이 민원을 제기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뒤에 40개 병원장의 의겸수렴이 있었다고 합니다. 이는 이해당사자 중에서 수익을 거두는 쪽의 의견만 수렴한 꼴입니다. 그날의 규제개혁 토론회에는 국민이란 없었습니다.

 

 

우리나라는 OECD가입국 중 의료비지출 상승률이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로 압도적인 1위입니다. 병상수가 인구증가 대비 9배에 이르고, 모든 가입국이 의료기술과 첨다장비, 로봇수술의 발달에 힘입어 병원 부분의 의료비 지출을 줄이는데 국가적인 노력을 기울인 것에 비해 한국과 터키만이 정반대의 길로 갔습니다. 의료민영화를 도입한 태국의 경우에는 건방보험체제가 무너져 최악의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당연지정제가 폐지되면ㅡ다음이미지 캡처            

 

입법예고가 끝난 두 개의 행정조치 때문에 의료비지출이 늘어나면 건강보험의 재정이 급격히 나빠질 수 있으며 이럴 경우 건강보험제도의 핵심축인 당연지정제가 무력화됩니다. 건강보험을 적용하지 않는 병원들이 갈수록 늘어날 것이기 때문입니다. 미국처럼 돈이 없는 사람들은 병이 나면 알아서 대처해야 합니다. 현재 대형병원들은 환자 한 명 당 3분의 면담을 목표로 이익 극대화에 올인하고 있는데 여기에 두 개의 행정조치가 더해지면 미국보다 더한 나라가 한국이 될 것입니다. 

 

 

보수 정부 10년 동안 대한민국은 어디로 향하고 있을까요? 4대강공사에 원전비리, 세월호 참사에 의료민영화까지, 한국판 잃어버린 10년의 끝에는 어떤 모습의 대한민국이 자리하고 있을까요? 하긴 세월호 유족들에게 '자식 팔아 거액의 보상금을 챙겼다'고 말하는 자들이 '어버이와 엄마'라는 미명 하에 폭력과 폭언도 서슴지 않는 것이 현재의 대한민국이니 이보다 더 야만적일 수는 없겠지요.  

 

 

 

의료민영화가 정말 무엇을 뜻하는지 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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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하모니 2014.07.23 09:58

    회계조작이란게 그렇게 싶다면
    비영리법인이라는 제도가 큰 의미가 없음
    비영리 법인도 회계조작으로 영리법인처럼 운영하는게 너무나 쉽거든..

  3. 앙녀 2014.07.23 11:01

    10년전 새누리당이 외쳤던 [잃어버린 10년]은 서민들의 10년!!
    지금 우리가 외치고 있는 [잃어버린 10년]은 권력인의 10년!!

  4. 느린날 2014.07.23 11:13

    재미있는 소설이네요

  5. ㅇㄴㅁㅇ 2014.07.23 12:32

    뭐라도 되는 양 소설이니 뭐니 운운 하지 말고
    그냥 있는 그대로 바라보시길.

  6. ㄱㅇ 2014.07.23 13:13

    이렇게 국민이 살기 힘들어지는 나라에, 누가 대한민국에 살고 싶을것이며, 누가 출산을 하고 싶을까요!!!

  7. 만세만세만만세 2014.07.23 13:21

    드뎌, 의료업을 미끼로 대기업 호텔업을 할수있게되었네요,

  8. 삼성반대 2014.07.23 15:00

    바꾸네가 밀고 있는 사업 중에 삼성과 연관된 사업이 바로 의료 민영화 입니다.
    삼성의 미래의 먹거리 사업이 의료 서비스 입니다.
    이것을 위해 법을 교묘하게 이용하여 의료 민영화를 밀고 있지요.
    삼성 이재용이에게 재산을 물려줄 때도 법을 교묘하게 이용하여 재산을 물려주었지요.
    이것은 삼성이 잘하는 짓꺼리지요.
    바꾸네는 나라를 삼성에게 판매하는 짓을 알고 있을까요?
    수첩에 그런 것은 적혀있지 않은 관계로 아마 모를 꺼라 생각합니다.
    탐욕스런 삼성의 마수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바꾸네는 정신차려서 이따위 짓꺼리를 할 것이 아니라, 아이를 키우기 쉽게하여 젊은이들에게 출산을 장려하는 정책을 해야합니다.
    이것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밝히는 것이라는 것을 어서 알아야 합니다.
    정신차리고 국민의 말에 귀를 열어라. 박근혜 대통령!!!

    • 흑파 2014.07.23 18:20

      정확히 파악하셨군요.
      의료민영화는 대기업 특히 삼성을 위해 추진하는 사업입니다.
      국민을 먹거리로 삼는 정책이지요.
      박근혜의 모든 정책이 다 그렇지만요.
      경제살리기도 그렇고.
      경제민주화는 없어졌고.ㅎ

  9. 문은희 2014.07.23 17:31

    어떻게 해야 할가요?의료계쪽은 오늘부터 파업한다고 하는데.. 국민들이 앉아서 불구경만 해서는 안될거 같아요

  10. 박상현 2014.07.23 19:58

    불쌍한 국민 !뱀의 세치혀에 놀아나다 드디어 큰일 첫다!허허허 ~그저 웃지요!

  11. J 2014.07.23 21:11

    와... 진짜 이런대도 아직 지지자들이 있다는게 믿어지지 않네요.. 다들 아픈 곳도 없으신건지. 이런 말도 안되는 정책을 펴는 곳이 우리나라 제 1 당 이라는게 믿겨지지 않네요. 국민을 위한 나라가 아니에요.

  12. 청풍 2014.07.23 22:05

    멍청한 국민들 80프로 이상은 의료민영화가 뭔지도 모를겁니다. 먹고사는것 당장의 눈앞에만 관심있고 시키는것만 말잘듣고 하는국민들. 왜그리 조상들이 침략을 많이 받았는지 요즘 사람들을 보니 알겠더군요..참으로 통탄할 일입니다. 이모든게 우리 자식들에게 피해로 갈겁니다.

  13. ann 2014.07.23 23:05

    나참 누가유병언죽었데

  14. 2014.07.23 23:32

    비밀댓글입니다

  15. 줄거리 2014.07.24 00:47

    썅년

  16. 유니 2014.07.24 02:20

    꼭꿈같은얘기를접하니분노를어떻게삭힐까요ㅜㅜ
    우리세대민영화는안될줄알았습니다..

  17. 전제진 2014.07.24 06:08

    망했네ㅎ

  18. 참교육 2014.07.24 06:26

    새누리당과 박근혜는 재앙입니다.
    한번 만들어진 민영화는 되돌리기 어렵다는 사실이 더욱 그렇습니다.
    5. 16쿠데타에 이어 역사에 길이 남을 제 2의 쿠데타입니다.

  19. 도율파파 2014.07.24 06:30

    저또한 분을못이겨 청와대 계시판에 욕하고왔습니다 너무억울하고 화가납니다 이번재보선도 보니 참 할말이없더라구요 대체뭘그리 국민한테 잘해줬다고 또 여당을 뽑아주려는건지 너무한심합니다 진정 망국으로 가야 정신을 차릴건지 휴

  20. 뮹뭉묵목몽묭 2014.07.25 08:11 신고

    의료민영화.. 절대로 되서는 안됩니다.!

  21. 밝은돌 2014.07.26 18:39

    미친. 정신나간 여편네가 온 나라를 힘들게 하네요.. 몰아내야 하는디. 쩝..



유병언 죽음에 대한 두 개의 글에서 미처 다루지 못한 것을 다뤄 보겠습니다. 두 개의 글에서 다루지 못한 의혹을 간단히 살펴보고, 세월호 참사와 유병언의 목숨값이 국가와 국민의 GDP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어제(22일)는 병원이 호텔과 수영장 등 부대사업을 확대할 수 있도록 한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 입법예고 마감일이기도 했습니다.

 

 

입고 있는 옷이 고급이었다면 발견 당시 유병언일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시신이 80% 가까이 부패했다는데 옷이 찢어지지 않았다면 벌레들이 와서 18일 만에 그렇게 만들었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유병언 사체에서 수없이 많은 벌레들이 발견됐어야 합니다. 이에 대한 설명이 나온 것이 있습니까?

 

                                                    유병언 변사체 발견장소ㅡ이데일리에서 인용

 


이것 하나만으로도 자살이나 병사, 사고사는 설명이 불가능해집니다. 친필 메모의 내용과 비교해도 자살을 했다는 것은 말이 안 됩니다. 타살이라면 농약이나 독약 밖에 없는데 이럴 경우 사체에 독성물질의 성분이 남아 벌레들이 80% 이상 사체를 갉아먹을 수 없습니다. 독극물의 고통이 엄청났을 텐데 편안한 대자로 누어 있었다는 것도 설명이 안 됩니다. 최소한 독극물이 흘러들어가 오염시켰을 위장과 창자 등이 벌레의 공격으로부터 무사했어야 합니다. 변사체가 발견되면 사인에 대한 조사는 제일 먼저 이루어지는 것 아닙니까? 유류품들을 기준으로 한 신분조회도 마찬가지고요. 



유병언의 조력자에 의해 살해를 당했거나, 당시 현상금사냥꾼이 많았으니 그들에 의해 저질러졌을 가능성이 있는데 이럴 경우 유병언이 20억의 현금을 들고다녀야 가능한 일이 됩니다. 20억의 현금이면 사과박스가 몇 개가 필요할까요? 현상금사냥꾼이 현금 20억을 취하기 위해 유병언을 죽였다면 그의 시신을 그렇게 방치할 리가 없습니다. 이제 남은 가능성은 유병언의 조력자들인데, 지금까지 알려진 정보를 종합하면 그럴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습니다. 그들이 현금 20억을 빼돌리기 위해 유병언을 죽였다면 구원파 신도들의 보복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총 4억원이 두 상자 가득입니다.

 


상상을 최대로 늘려보면, 유병언의 재산을 차명으로 지니고 있던 자들이 킬러를 고용해 살해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제 능력으로는 설명이 불가능한데, 도대체 킬러가 유병언 근처에 어떻게 접근할 수 있었으며, 어디서 죽였을까요? 상상할 불허하는 방법으로 죽였다면 사체를 길거리에 버려놓을 이유가 있을까요? 자신의 존재가 추적될 수밖에 없는데 이는 전문적인 살인청부업자가 취할 방법이 아닙니다. 



자, 이쯤되면 국정원이나 정부 차원에서의 암살이 남았는데 이것도 가능성이 제로에 가깝습니다. 가진 능력의 부족 때문이 아니라, 만에 하나 일이 잘못됐을 때 국정원과 정부가 책임져야 할 부담이 조직 해체나 탄핵을 넘어섭니다. 이는 전형적인 음모론의 형태로, 사실에 가까운 음모론을 물타기 할 때 사용됩니다.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음모론을 흘려 사실에 가까운 음모론마저 허황된 것으로 만들어버리는 방법인데 각 분야의 초일류 엘리트들의 추문을 감추는데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것도 오리무중입니다.

 


제가 궁금한 것은 수사권과 기소권이 있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의 가능성입니다. 유병언의 죽음에 대한 정치적 파장이 세월호 특별법 제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금까지의 사례들을 기준으로 하면 매우 부정적입니다. 더욱 환장할 노릇은 그 동안 세월호 희생자 수색과 유병언 체포에 사용된 비용과 국민들이 치러야 했던 사회적 비용을 계량화하면 수십조에 이르는 경제적 효과(마이너스 효과)가 될 것이란 사실입니다.

 

 

김연아의 우승이 지니는 경제적가치가 수조 원에 이르고, 어떻게 나왔는지 전 세계 경제학자들이 궁금해 하는 G20 개최의 경제효과가 20조에 이른다는 경제연구소와 정부의 발표를 기준으로 하면, 국가와 국민이 치러야 했을 비용이 수십조가 아니라 수백조에 이를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이 모든 직·간접적 비용들이 국가와 국민의 GDP에 포함돼 경제성상률과 1인당 GDP를 상승시킵니다. 

 

 

 

세월호 참사와 유병언 체포처럼, 국가와 사회, 국민에게 피해를 준 부정적인 사건들이 만들어내는 모든 비용들이 계량적으로 환산돼 GDP 산정에 포함됩니다. 노벨경학상 수상자들이 쓴 《GDP는 틀렸다》라는 책을 보면 이런 내용이 자세히 나와 있습니다. 실질적으로는 마이너스 성장에 해당하지만 계량화를 하면 플러스 성장으로 바뀝니다. 세월호 수색과 유병언 체포를 위해 사용된 국민의 세금이 환수되지 못해도 이미 집행됐기에, 그 액수 만큼 GDP는 상승합니다. 

 

 

 

오직 수치상으로만 GDP는 산정되기 때문에 박근혜 대통령 재임 기간의 경제성장률에 이 모든 것들이 포함됩니다. 통치를 못해도 비용만 산출되면 업적으로 둔갑하는 것입니다. 통계의 환상이 불러오는 착시효과가 이것이며, 압축성장의 후유증을 해결하는 비용이 경제성장률에 포함되는 것과 동일합니다. 최경환 신임 부총리가 공적 부분의 부채와 민간 및 가계 부채가 위험수위를 넘었는데도, DTI와 LTV를 풀어주면 시중의 자금 유동성이 높아져 수치상의 GDP는 올라갑니다.

 

 

 

미시적으로는 박근혜 정부 동안, 거시적으로는 박 정부 시절의 투자가 긍정적 효과를 거둬 다음이나 그 다음 정권에서 늘어난 부채를 해결할 수 있다면 박 정부의 업적이 됩니다. 반대로 늘어난 부채를 해결하지 못하면 그 피해는 다음 정권이나 그 다음 정권으로 넘어가고, 최종적으로는 미래 세대에게 전가됩니다.

 

              

                                   미국경제성장률보다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더 중요하다ㅡ조선비즈에서 인용  



 

헌데 작금의 세계 경제는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 경제의 앞날에 경고등이 켜진 상태이고, 미래세대에게 개방된 양질의 일자리도 갈수록 줄어들고 있습니다. 재벌과 대기업, 고소득자와 고자산가, 금융소득자와 불로소득자에게 고율의 세금을 부과해 보편적 복지와 사회안전망을 강화하지 않으면 미래 세대가 겪어야 할 고통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납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집권 여당은 보편적 복지와 사회안전망 강화를 포퓰리짐이니, 사회주의니, 빨갱이니 하면서 핏대를 세우는 것을 넘어 종북으로 몰아가니, 보편적 복지는 먼 나라의 얘기입니다. 그들의 시선으로 보면 유럽의 선진국들은 모두 다 종북 세력이 확실합니다. 그들이 하늘처럼 떠받드는 미국만 해도 우리보다 복지예산의 비율이 훨씬 높습니다. 이들의 기준으로 하면 미국도 종북 세력이 다스리는 나라입니다.

 

 



 

게다가 박정희가 잘한 유일한 업적인 건강보험체제를 뿌리 채 흔들 수 있는 의료민영화가 오늘로 해서 사실상 결정됐습니다. 그것도 법률을 고치는 방법이 아닌 시행령을 동원해 편법과 꼼수로 사실상의 의료민영화가 확정됐습니다. 박근혜 정부가 일하는 것을 보면 이명박 정부보다 더 사악하기 그지 없습니다. 나쁜 통치보다 무지한 통치가 더욱 위험하다고 했는데, 박근혜 정부는 무지함 뒤에 교활함을 숨기고 있습니다.  그래서 유병언 죽음이 확정된 날이 더욱 절묘해지는 것입니다.

 

 

미국산 소고기수입 전면개방에 반대했던 촛불집회가 광우병 괴담에 놀아난 종북 세력의 선동으로 귀결난 현실에서, 4.19나 6.10항쟁 같은 일이 일어날 가능성도 없고, 7월재보선에서 새누리당이 압승하면 세월호 정국도, 의료민영화도 사실상 종료되는 것입니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을 위해 특별법 제정을 포기할 수 없기 때문에 단식농성을 국회와 광화문, 시청 등지에서 계속하고, 거리에서는 시민들에게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청원서를 받을 것입니다.

 

 

 

문제는 유병언이 죽은 마당에 세월호 특별법 제정이 필요없지 않느냐며 보수 단체들의 시위가 릴레이로 일어나고, 폭력의 강도가 높아지는 것입니다. 이럴 경우 또 다른 피해가 발생할 수 있고, 이는 희생자의 영령과 유족들에게 치유할 수 없는 상처를 남깁니다. 허면 세월호 참사의 진실규명을 위해 반격의 기회란 없는 것일까요? 잘못된 것을 제자리로 돌려놓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요?

 

 

 

있습니다, 우리가 조금만 더 옳지 않음에 대해, 바르지 않음에 대해, 지나친 탐욕에 대해, 의도적인 거짓말에 대해, 폭력을 앞세운 일방통행에 대해, 불의한 공권력의 행사에 대해, 정치인의 무책임한 행태에 대해, 통수권자의 무능에 대해 '아니요'를 말하기만 해도 잘못된 것을 제자리로 돌려놓을 수 있고, 세월호 참사에 응집돼 있는 대한민국의 구조적 부정의를 바로잡을 수 있습니다.  

 

 

 

  1. 저기 2014.07.22 22:59

    유병언을 증오순위 0순위에 그와 결탁한 사람을 1순위 고위 공무원 2순위 현정권 사람 3순위로 보고 비판을 해야죠. 상식적인 순위를 두고 현정권을 증오 순위 0순위에 두니 보통사람들이 어지 당신들 생각에 동의 하겠습니까? ㅎㅎ



앞의 글에서 유병언 죽음의 방식이 절묘하다는 것과 죽음이 확정된 시간이 절묘하다고 한 이유를 빼먹었습니다. 글이 너무 길어질 것 같아 앞의 글을 수정하지 않고 두 번째 글로 올립니다. 어차피 밤을 꼬박 세웠으니 유병언 죽음에 대해 끝장을 보고 잠자리에 들까 합니다.



 

 

유병언 죽음의 방식이 절묘하다는 것은 DNA검사라는 방법이 아니고는 확정할 수 없다는 것에 있습니다. 유병언으로 추정되는 사체에서 DNA검사를 위한 시료를 새로 채취해 검사를 하지 않는 이상 그의 죽음을 확정지을 수 있는 기관은 국과수밖에 없습니다. 유병언 가족들이 DNA검사를 다시 하자고 할 리도 없기 때문에 유병언이 죽음에 이른 방식의 절묘함은 검증이 불가합니다.  

 



따라서 국과수의 검사결과에 기반해 이후의 일들이 진행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칼자루는 이미 박근혜 정부로 넘어갔습니다. 유병언의 시신이 가짜라는 증거가 나오지 않는 이상 그의 죽음을 뒤집을 방법이 없습니다. 즉 미군에 의해 살해되기 전에 다수의 음성녹음을 통해 자신의 건재함을 알렸던 빈 라덴과는 달리 영원히 도피해야 할 유병언이 자신의 생존을 알릴 가능성이 눈꼽 만큼도 없기 때문에 그의 죽음은 이것으로 확정됐습니다. 


                                         

 


재미 있는 사실은 빈 라덴의 은신처가 발견된 것도 DNA검사를 통해 이루어졌다는 것입니다. 그 과정은 제가 제일 싫어하는 방송이 된 MBC에서 다루었기 때문에 구글이미지를 검색한 사진으로 대신할까 합니다. 이제는 별 것까지 다 평행이론을 만들려고 하니, 필자의 추론도 한계에 이른 것 같습니다. 밖은 이미 훤하게 밝은 상태이고.  

 

 

어느 날 문득, 외국의 어느 외진 곳에서 유병언과 똑같이 생긴 사람을 봤다고 한들 우리나라 검찰이 빛의 속도로 날라가 그를 잡아올 방법도 없습니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사법부의 판결이 종결되고,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가 다 지나간 뒤라면, 그것도 새누리당이 정권을 재창출한 다음이라면 더 이상의 진상규명이 진행될 가능성이 제로에 가깝습니다. 세월의 힘도 가볍게 볼 수 없는 것도 하나의 이유가 될 것입니다. 



  

 

                                

                                 
                               

                             


유병언의 죽음이 확정된 시간이 절묘하다는 것도, 자정이 지나자마자 언론과 방송에 노출됐다는 것입니다. 상당수의 사람들이 내일의 일상을 위해 잠에 들었을 것이고, 설사 깨어 있다고 해도 언론과 방송이 필자처럼 꼬박 밤을 세워 유병언의 죽음을 되돌릴 수 없는 수준까지 몰고갈 것이이기에 유병언 죽음이 확정된 시간이 절묘하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유병언 변사체의 신빙성에 조심스러워 하던 방송들이 죽음의 확정으로 바뀌었습니다.   



                                                                                위싱턴포스트의 보도


뉴욕타임즈 세월호 보도


 

우리와 밤과 낮이 다른 유럽과 미국 등의 언론과 방송들이 특종보도를 하기 시작했기에 유병언의 죽음을 되돌릴 방법은 사라진다고 봐야 합니다. 외신들조차 유병언의 죽음을 보도한 마당에 이 모든 것이 해프닝으로 밝혀진다면 후폭풍을 감당할 조직은 세상 어디에도 없기 때문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이나 하야까지 번질 가능성이 높은데 그 정도의 모험을 할 만큼 검찰과 경찰, 국과수가 어리석지 않습니다. 

 

 

글을 쓰면서도 유병언이 죽은 방식이 절묘하다는 생각만 강해집니다. 제가 한 방향만 바라봐서 추론의 과정이 일방적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실체적 진실과 추론의 결과를 헷갈릴 수도 있지만, 지금까지 주어진 정보들로 추론해 본 결과는 달라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앞의 글에서도 글의 마무리를 삼국지의 내용으로 했듯이 유병언의 죽음은 '죽은 공명이 산 중달을 물리치다'로 압축하는 것이 적절해 보입니다.   





 

허면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를 위한 국가 개조는 물건너 간 것으로 봐야 할까요? 박근혜 정부가 그들의 필요에 따라 세월호 참사 이후를 이끌어간다고 해도, 그리고 그 결과에 만족할 수 있는 요소들이 상당수 들어 있다면 세월호 침몰원인은 영구 미제로 접어드는 길만 남은 것일까요? 세월호 유족과 진실규명을 원하는 국민들이 할 수 있는 것이 남아 있기는 한 것일까요? 

 

 

그리고 7월 재보선의 결과는 어떻게 나올 것이며, 향후 2년 동안 정치권력의 잘못을 심판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수단인 선거가 없는데 세월호 유족과 우리가 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일이 무엇이라도 남아 있기는 한 것일까요? 입에서 단내가 날 정도로 밤을 꼬박 세워 방송을 보고 인터넷을 뒤지며 두 편의 글을 썼지만, 그 다음에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습니다. 세뤌호 특별법 제정을 이끌어나갈 뱡법이 떠오르지 않습니다.

 

 

 

P.S. 며칠 내로 의료민영화가 사실상 확정된 날인 오늘에 대해 다루겠습니다. 유병언의 죽음을 확정한 이유 중 하나가 의료민영화를 숨기기 위함도 있는 것 같으니까요.

 

  1. 하모니 2014.07.22 11:13

    ㅇㅇ

  2. 하모니 2014.07.22 11:39

    행동하는 민주열사 한분이
    유벙언과 손잡고 세월호 침몰시켜
    박근혜 정권에 심대한 타격을 주고
    증거인멸을 위해 유벙언 골로 보낸게 아닐까요?

    • 오상윤 2014.07.22 18:52

      어쩜 상상력이 그런 쪽으로 발휘되시나요
      선택한 어휘들 보니 참 안타깝습니다
      사실파악도 핵심논지파악도 부족한데 단어까지 안습이니

  3. 박윤재 2014.07.22 13:12

    저는유병언이자살할이유는전혀없다고보고애초에잠적할이유도없다는겁니다~고위관직에있는사람들이유병언돈을먹었다면더더욱이그렇죠
    죽인자나도피시킨자나유병언이세상에나타나면안되기때문인거죠~

  4. 독일장교 2014.07.22 13:55

    또 음모론에 카더라 통신이군요? 아닌듯 썼지만 편향되셨구요....시간 참 많으신가 봅니다.

  5. 권성윤 2014.07.22 16:05

    의료민영화법안의 예고기간이 오늘로 끝나는 시점에 묘하게 유병언이 죽었군요ㅎ 언론이 떠들면 거의 사실로 받아들이는 대중들인데...참 전 님의 의견에 동의합니다

  6. 아롱 2014.07.22 17:07

    지겨워...정말 밝혀낼자신없으면 카더라 음모론좀그만들고나왔으면 지긋지긋 물귀신들

  7. 이니스 2014.07.22 20:04

    6월에 발견한 시신응 보관 했다가 77777
    유병언 시신의 DNA 는 무엇에 쓰는 물건일ㄲ????
    그렇게 보관 해 두었다가 7월 보궐 선거에 써먹을 머리를 쓰는 쪽을
    ㅕ반대당은 절대 절대 발 뒷 꿈치도 못 따라 갈 것 입니다

  8. 4월의라라 2014.07.22 21:29 신고

    에휴~

  9. 어쨌든 2014.07.22 21:31

    지긋지긋한 세상입니다.

  10. 한량 2014.07.22 23:47

    아...알맹이 없다...제목에 혹했구만..

  11. 킁거만들꺼얌 2014.07.23 01:53 신고

    자정에 언론에 노출된건 하나도 절묘할게 없습니다
    솔직히 너무 폭주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군요

    이글에서 '절묘하다'라는 근거로 대는 것이
    1. 자정에 노출시켜 사람들이 자는 시간에 언론에서 유씨의 죽음을 확정짓는다
    2. 해외의 시차를 이용해 해외언론이 특종보도를 하게하여 유씨의 죽음을 확정

    둘다 너무나 어이없는 허무맹랑한 얘기입니다
    애시당초 잘못된 생각에서 출발해서 완전히 삼천포로 갔다는 얘기죠

    그 잘못된 생각이란..
    유씨의 죽음을 확정지을려고 언론들을 이용했다는 건데
    이건 무슨 토론해서 결론 도출하는게 아닙니다
    아침에 발표하던 점심에 발표하던 저녁에 발표하던 걍 확정입니다
    무조건 확정입니다. 그러니까 발표하는 겁니다.

    해외시차도 아무 상관없습니다. 낮에 하면 외국기자들은 밤이라서 못들을 것 같습니까?
    무슨 조선시대에 봉화피우는 것도 아니고;;
    애시당초 특종조차 아니죠.. 한국의 나쁜소식에 혈안인 일본조차 유병언 기사따윈
    어디 파묻혔는지 보이지도 않고 기차사고가 메인인데

    뭐 몇몇건에 대해 의심스럽기도 하고 그에대해 얘기해볼 수 있는건 당연한데
    그것도 근거와 설득력을 가지고 얘기해야지
    이게 맘에 안든다고 말도 안되는 것에 일일이 소설쓰면 안되죠

    • 킁거만들꺼얌 2014.07.23 12:12 신고

      아니 글에선 유병언의 뉴스를 특종얘기로 말해놓고
      갑자기 과거에 세월호 사건이 일어날 당시에 유명했다는 말은 왜 나오나요
      확실히 세월호 참사 자체는 당시에 이슈였죠

      하지만 지금에 와서 세월호사건에 연루된 어느 부정부패 외국인 사업가에
      대해 님이 말하는 그 유수의 언론중에 관심 가지는 언론이 없습니다만?
      님이야 말로 정말 찾아보고 말하는지 모르겠군요
      제가 뉴욕타임즈, BBC, 일본야후는 이미 찾아봤습니다만
      bbc 정도만 아시아코너의 가장 밑에 간신히 텍스트로 유병언이 죽었다고 할뿐
      아마 워싱턴포스트, 르몽드, 로이터 전부 유병언은 취급도 안하거나
      어디 구석에 있을겁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글에선 분명히 유병언의 죽음 뉴스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고
      이미 특종으로 다루고 있다고 전혀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마치 팩트인양 호도하고 있습니다

    • 늙은도령 2014.08.13 02:08 신고

      어느 구석에 있어도 보도된 것입니다.
      외국의 유수 언론에 유병언의 죽음이 보도되는 것은 외신란을 뒤져보면 알 수 있습니다.
      또한 유럽과 미국의 언론과 방송들이라 했지 어디에 외국의 유수언론이라고 했는지요?
      유수언론이라는 표현이 어디에 나왔는지 밝혀주시죠.
      글을 수정하지 않았으니 그것에 답하시죠.
      그렇지 못하면 님의 아이디를 차단하겠습니다, 거짓말을 한 것 때문에.



경찰이 6월12일에 발견한 부패한 시신이 유병언이라면 그의 죽음에 대해 어떤 추측을 하는 것은 의미 없는 일입니다. 18일 만에 신원을 알 수 없고 지문이 발견될 수 없을 만큼 부패한다는 것은 과학적으로 설명이 불가능한 일입니다. 도주 중에 자살을 했을 가능성은 없으니 사고사나 타살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시신의 상태를 알 수 없으니 이 또한 추측에 불과하지만, 유병언의 죽음이 타살인지, 사고사인지, 자살인지 밝히는 것도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타살이라면 유병언이 갖고 있었다는 수십억의 돈 때문이라고 하면 그만이고, 사고사라면 고령에 병력을 갖고 있었다는 것으로 돌리면 그만이고, 자살이라면 더 이상 도망갈 곳이 없어서 그랬다고 하면 그만입니다.  

 



 

이것으로 유병언의 장남인 유대균도 변사체로 발견될 가능성이 높아졌는데, 이들 부자의 죽음이 도피조력자에 의해 저질러졌다면 세월호 정국에서 벗어날 수 있는 시간은 조금 길어지게 되지만, 세월호 유족과 구원파와 국민의 분노가 살인자에게 퍼부어질 가능성만 높아질 뿐입니다. 그의 죽음이 미스테리 할수록 유병언의 죽음은 영원히 미제 사건으로 남아 있을 것입니다. 다음 정권에서 특별조사위원회 꾸려져 재조사를 한다 해도 달라질 것은 없어 보입니다. 



이런 추론은 장준하 선생의 죽음이 지금까지 미제 사건으로 남아 있는 것에서 얼마든지 유추가 가능합니다. 온갖 음모론과 추측들이 난무하고, 검찰의 후속 수사에 의해 유병언 죽음에 관한 비밀이 밝혀진다고 해도 세월호 침몰 원인이 밝혀지는 것도 아닙니다. 모든 혐의자들과 심지어는 그의 자식들도 유병언(과 그의 장남)에게 모든 책임을 돌릴 것이기 때문입니다. 



세간에 떠돌던 유병언 리스트는 하나의 해프닝으로 끝날 것이고, 그 리스트에 올라 있던 여야의 국회의원들은 두 다리 뻗고 잘 수 있게 됐습니다. 구원파들은 검찰이 가압류를 해두었던 재산들을 지킬 수 있게 됐고, 정부는 유병언 체포와 수색에 들어간 돈을 국민의 세금으로 메우는 것 이외에는 할 수 있는 법적인 수단이 없습니다. 검찰은 유병언(과 장남)의 죽음으로 인해 공소권 없음으로 끝을 낼 수밖에 없습니다. 



                                                                      장준하 선생 유골

 


오히려 구석으로 몰릴 대로 몰린 검찰도 위기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세월호가 침몰하는 동안 단 한 명의 승객도 구조하지 못한 해경을 해체하듯이 검찰을 해체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검찰총장이 모든 책임을 지고 물러나면 검찰 조직도 궁지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부패한 관피아들 몇 명만 처벌하면 국민의 비판도 비껴갈 수 있을 것입니다.  

 

 

초등수사 미숙과 체포에 이르기까지 검찰의 무능력에 대한 책임을 누군가는 져야 하는데 모든 책임을 지고 검찰총장이 물러나면 그만입니다. 아직도 정확한 진실이 알려지지 않은 채동욱 검찰총장을 찍어냈을 때도 검찰이 입은 타격은 거의 없었습니다. 검찰총장이 모든 책임을 지고 물러나면 검찰로 향하던 국민의 질타는 방향을 잃게 됩니다. 

 

 

당분간은 유병언의 죽음과 관련된 소식이 언론과 방송을 도배할 것이고, 그러다 보면 향후 정국에 가장 큰 영향력을 지닌 7월 재보선이 권은희 후보를 크게 흠집낸 상태에서 도래합니다. 그렇다면 투표율이 어떻게 될 것 같습니까? 당연히 30~40%대에서 머물 것이고, 투표율이 낮을수록 새누리당에게 유리합니다.

 

 

7월 재보선의 승패와 상관없이 유병언의 리스트에 올라 있다고 알려졌던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은 두 다리 뻗고 잠을 잘 수 있게 됐습니다. 유병언 리스트가 언론의 표적에 올랐다가 순식간에 사라진 것처럼 7월 재보선도 그렇게 끝날 것이고, 4월16일부터 지속되온 세월호 정국도 끝에 이르게 됩니다.    




 


검찰이 6개월짜리 구속영장을 신청한 날, 어버이연합과 엄마부대가 세월호 유족들에게 폭력을 행사한 날,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안 여야의 TF가 새로 구성된 날, 세월호 유족의 단식농성이 또 다른 비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게 높아진 날, 검찰이 무려 6개월에 이르는 구속영장을 청구하기로 한 날, 뜬금없이 유병언의 메모가 언론에 알려진 날에 유병언의 죽음이 확정됐다는 것입니다. 



이로써 여야가 더 이상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뒤로 미룰 수 없는 상황에서 유병언의 죽음이 공식화됐습니다. 단원고 생존학생들이 1박2일에 걸친 도보행진의 여파가 점차 커져가고 있었고, 350만 명이 서명한 특별법 제정 청원서에 이어 2차 청원 움직임이 구체화되고 있었으며, 미국산 소고기수입 전면개방에 버금가는 대규모 집회의 움직임이 전국적으로 퍼져나가고 있었다는 것까지 더해지면 유병언 죽음이 공식화된 것은 세월호 정국을 이것으로 끝내자는 것과 다를 것이 없습니다.

 



 

유병언 부자는 살아 있어도 죽어 있는 것과 같은 상황이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들만이 알고 있을 것이라고 추측되던ㅡ추측되도록 유도되었다 해도ㅡ세월호 침몰에 관련된 진실이 허공 중으로 사라져버렸다는 데 있습니다. 세월호 수색에 동원된 헬기가 추락해 탑승한 공무원 5명이 순직했고, 곳곳에서 공공연히 세월호 피로감을 드러내고 있는 현재의 시점에서 유병언까지 죽었으니 세월호 유족들의 특별법 제정 요구가 동력을 상실할 수밖에 없습니다. 



세월호 침몰 원인에 대한 획기적인 증거가 발견되거나, 세월호가 침몰하던 당시에 박근혜 대통령이 만만회를 만나고 있었다는 증거가 나오지 않는 이상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한 동력이 되살아날 가능성은 매우 낮아졌습니다. 유병언의 죽음이 확정됐고(최종 확인까지는 시간이 더 걸리겠지만) 그의 장남도 죽었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세월호 참사는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큰 미제 사건으로 남은 채 끝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세월호 희생자와 유족들, 생존학생들에게만 피해가 돌아갈 뿐 관련 당사자들이 모두 다 이익이 돌아가는 방식으로 세월호 참사는 막을 내리게 됐습니다. 이 모든 것이 저의 추측에 불과하지만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과 성역 없는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를 위한 국가 개조는 박근혜 정부에게 전적으로 의존하는 것 이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7월 재보선에서 새누리당이 압승하게 되면 무엇으로 특별법 제정의 동력을 이어갈 수 있겠습니까?  

 

 

정말로 유병언의 죽음의 방식과 그의 죽음이 확정된 날과 시간, 시신의 상태가 절묘하기 그지없습니다. 마치 제갈공명처럼 뛰어난 지능의 소유자가 추호의 빈틈도 없이 짜놓은 계획대로 움직이는 것처럼. 유병언의 죽음을 삼국지에 나온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으로 이번 글을 마칠까 합니다. 

 

 

죽은 유병언이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원하는 모든 국민을 엿 먹였다.   

 

 


  1. 여강여호 2014.07.22 09:17 신고

    지금 기자회견을 보고 있는데
    당최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지문이 유병언 게 맞다는데
    오늘 새벽에 대조했다네요.
    그동안 뭐했을까요?....
    처음 발견 당시 유류품도 유병언 것인줄 몰랐다니..
    도피한 장소 근처에서 발견된 시신이면 가장 먼저
    유병언일 가능성을 의심하는 게 인지상정일텐데....
    암튼 오히려 시신이 발견됐다니까 떠도는 음모론에 관심을 갖게 되네요.



비궁으로 돌아가고 있다. 한 번은 운명과 맞서 보고자 또 돌아가고 있다. 내가 스스로 버린 전설 속으로, 그 하늘 밖의 하늘로 돌아가고 있다. 운명은 본질은 그런 것이다. 몸에 맞지 않는다고 벗을 수 있는 옷이나,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지울 수 있는 화장 같은 것이 아니다. 내가 운명 속으로, 그 틀어짐을 향해 돌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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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강성(浙江省) 남부에 위치한 천목산(天目山)! 그 동쪽 입구에서 계곡을 따라 팔백여 장 안으로 들어가면 지금껏 인간의 발길을 허락하지 않은 계곡이 있다. 그곳은 지금까지 누구도 들어가본 적이 없기 때문에 그 이름조차 없었다. 해서 이곳에 들어가지 못하고 멀리서 바라보기만 하던 천목산 인근의 사람들이 언제부터인가 이곳을 아예 무명곡이라 부리기 시작했다.



일년 내내 온난다우한 기후로 인해 유난히 높게 자란 나무와 온갖식물과 독충들이 비림지를 형성해 세상과의 단절이 더 깊어졌는데 그런 이곳에 이십 년 전 하나의 가옥이 들어섰다. 가옥은 대여섯 명 정도가 머물면 적당할 크기였고, 그 앞과 뒤로는 수백 평에 이르는 인공분지와 검으로 깎아 만든 듯한 인공절벽이 자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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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분지는 그 구조가 연무장과 비슷했고 실제 무공을 수련한 흔적이 곳곳에 널려 있었다. 만년한철로 만든 듯한 다양한 높이와 굵기의 기둥에는 검, 장, 지, 권, 각 등 갖가지 무공으로 베고 차고 때린 흔적들이 즐비해, 한 때 이곳에 무공수련을 하던 사람이 있음을 증명했다. 그 옆에는 수많은 형태의 화강암과 돌, 나뭇가지와 풀, 흙과 모래, 늡지와 인공천, 소형 가옥과 루, 돌담과 궁궐 등 강호의 모든 지반을 그대로 축소한 것 같은 수련장이 마련돼 있었고, 그 위로 만년한철의 기둥처럼 수없이 많은 족적들이 찍혀 무공수련의 흔적을 말해주었다.



검으로 깎아 만든 듯한 인공절벽은 칠백여 장 높이로 지면과 수직으로 맞닿아 있었고, 정상에서 이백 장부터는 아예 거꾸로 만들어져 있어, 상승경공을 펼쳐야 오를 수 있었다. 이곳에도 예외 없이 무공수련의 흔적들이 가득했다. 하지만 그런 무공수련의 흔적을 제외하면 이곳에는 수 년간 사람의 왕래가 없었던 듯 세월의 흔적을 말해주는 잡풀과 먼지, 곤충과 벌레들만 가득했다.



헌데 이곳은 모든 면에서 류심환과 불혼이 무영에게 무공을 가르치던 화월곡과 비슷했다.그런 이곳에 사람의 소리가 들렸다.



“근 팔 년만이군.”



감회에 젖은 듯한 음성으로 말한 사람은 바로 류심환이다.



“주군… 드디어 비궁 연무장에 돌아왔습니다.”



불혼이 감격에 겨운 소리로 답했다. 



“허허, 이것으로 천 년의 역사가 다시 여기에서 일어나겠지요.”



도혼이 그들의 희망을 얘기했다.



“여기가 주화입마에서 깨어났을 때 제가 들었던 비궁의 연무장이구나.”



무영의 해맑은 소리가 그들 사이에서 낭랑하게 울렸다.



“아저씨가 여기서 무공 수련을 했다면서요.”



이번에 무영은 제법 어른스러운 말투로 류심환에게 물었다. 무영의 소리에는 이곳에 대한 궁금증과 앞날에 대한 기대감이 함께 들어 있었다.



“그랬었지. 하지만 앞으로 네가 무공 수련을 해야 할 곳이야.”



류심환이 무영의 손을 잡은 팔을 반쯤 들어올리며 무명곡 안을 가리켰다.



“그럼 내일부터 제가 태극일심제천요결을 연마하겠네요.”



무영도 발끝을 들어 무명곡 안을 들여다 보며 말했다.



“심법과 함께 각종 무공 수련도 본격적으로 시작해야지.”



류심환이 비궁의 연무장 안으로 달려가려는 그의 손을 놓으며 말했다.



“정말이에요? 야호!! 신난다.”



무영이 지른 환호성이 그가 서있는 곳에서 출발해 무명곡을 거쳐 천목산 전체로 메아리 쳐 퍼저나갔다.



                                                                                    다음이미지에서 인용

                                                              


하남성 성도 정주에 자리한 청운장. 천상천의 내궁인 이곳에 적색 기운의 신형 하나가 기척도 없이 날아들었다. 신형은 달빛 아래에서도 보이지 않았지만 적색을 띠었다. 그 신형은 내궁에 들어오자마자 천주의 거처인 천궁을 향해 날아갔다.

그는 화월곡에서 도혼에게 패한 천이다. 신형이 적색 기운을 띈 것은 그가 혈전을 치르면서 흘린 피가 도포에 묻었기 때문이다. 그가 천궁의 입구에 이르자, 몸이 공중에 떠 있는 상태에서 잠시 호흡을 가다듬었다.



“천주, 천입니다.”



그는 삼재라고 말하지 않았다. 그의 음성에 잠시 안에서 인기척이 나더니 얼마 안 있어 검강인의 음성이 들렸다.



“들어오너라.”



그의 말투가 상당히 무거워져 있었다. 그가 천주에 오른 후 달라진 몇 가지 변화 중 하나였다.



“존명.”



나즈막한 소리로 답한 그의 신형이 입구에서 사라졌다. 도혼과의 혈투에서 큰 내상을 입고 멀리 떨어진 이곳까지 쉬지 않고 달려왔지만, 순간적으로 몸을 옮기는 그의 경공과 은형술은 여전했다. 그가 태사의에 깊이 앉아 있는 검강인 앞에 내려섰다.



‘일년 반 만에 나타나서 보여주는 몰골이라니? 그리고 혼자만…?’

“오랜만이군. 헌데 상태가 말이 아니군. 자네가 그 정도면 검무영과 그의 조력자는…”



검강인이 태사의에서 조금 상체를 일으키며 말끝을 흐렸다. 천 보고 뒤를 이으라는 뜻이었다.



“실패했습니다. 저만… 도망쳐 왔습니다.”



천이 검강인의 행동에 반응하지 않은 채, 텅 비었으며 기복조차 없는 음성으로 보고했다. 그것은 삼재의 첫째로서 천이 보여주었던 무색무취의 이전 느낌과 분명 달랐다.



“뭐?! 실패했다고…!”



말과 동시에 검강인의 눈이 커졌다. 그의 음성에 들어 있던 거만함의 무게가 대부분 사라졌다.



“다시 보고하라. 자세히! 하나도 빼지 말고.”

“말씀 드린 대로 저만 도망칠 수 있었습니다.”

“지와 인이 죽었다는 말이냐? 누구에게? 검무영과 그의 조력자는어떻게 됐고…?”



천의 똑 같은 대답에 검강인이 성질을 참지 못하고 연달아 질문을 내뱉었다. 참목(讖木 : 신령으로 자란다는 나무)으로 만든 태사의의 받침대가 그가 움켜쥔 악력에 의해 산산히 부서졌다.



“죽었습니다. 단 한 명에게. 검무영은 보지도 못했고, 조력자는 지와 인을 죽인 자 외에 한 명만 봤습니다.”



천이 지와 인이 죽던 모습을 떠올리며, 천천히 또박또박 검강인이 한 질문의 순서대로 대답했다. 그의 음성에 들어 있는 건조함이 죽은 자의 말보다 더 으시시 했고, 그의 눈빛도 적색을 띄었으나 그것은 산 자의 것이 아니었다



"감히!"



검강인이 너무 건조하여 오히려 극도의 분노와 회한을 담은 듯한 천의 대답에 소리를 지르려다 멈췄다. 문득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어차피 일어난 일이야. 시위를 떠난 화살은 돌아오지 않아. 다음 화살을 다시 날리면 돼. 삼재의 전신(前身)을 그에게 알려주자. 그때 죄를 벌해도  늦지 않아.’



검강인이 태사의의 받침대에서 손을 떼며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자세한 내용은 서면으로 보고하고 나를 따라오라.”



검강인인 태사의 뒷벽에 화려하게 조각돼 있는 용의 여의주를 손으로 눌렀다. 그러자 벽면이 천천히 움직이더니 정확히 구십 도를 돌았고 그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 나타났다. 이 공간은 천상천 천주만의 비처(秘處)로 천상천의 일급비밀과 비전 무공서들이 있는 곳이었다. 검강인이 그 안으로 들어섰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천이 몸을 일으켰다.



“존명!”



                                                             감숙성ㅡ다음이미지에서 인용



감숙성 룽시분지 남쪽의 진령(秦嶺)산맥과 동쪽의 육반(六盤)산맥이 갈라지는 지점, 수많은 산들과 계곡 중에서 태고 이래 사람의 발길이 한 번도 닿지 않은 귀현곡의 가장 깊숙한 비림 속. 오랜 시간 침엽수와 낙엽들이 쌓여 나무와 바위를 덮었고, 수많은 퇴적물들로 세월의 깊이조차도 짐작하기 어려운 이곳. 티끌만치의 빛도 스며들지 않을 정도의 칠흑 같은 어둠이 겹겹이 처 있고, 막 떨어진 낙엽마저 바람이 흔들지 못할 정도로 극도의 정적이 유지되고 있는 암흑천지. 그 북쪽 가장 은밀한 곳에 하나의 동굴이 있다.



입구가 엄청나게 큰 바위로 막혀 있고 넝쿨과 잡풀, 퇴적물이 그 위에 덮여 있어 발견하기도 힘들지만 무엇이든 그 동굴에 들어가거나 나온다는 것은 아예 불가능해 보였다. 물론 그 동굴 안에 누군가 있다는 것은 상상조차 허락되지 않는 일.

헌데… 그 동굴 안에서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는 아득한 심연에서 나온 것 같았었는데 순식간에 동굴 입구에 다다랐다.



구구구긍!



소리는 점점 커지더니 동굴을 무너뜨릴 듯 강력해졌다. 동굴 안에서부터 시작된 울림은 강력한 진동으로 자라더니, 마치 계곡 전체를 무너뜨릴 듯 파죽지세로 퍼져갔다.



번쩍!

콰앙! 쾅! 쾅!



진동에 의해 계곡에 하나 둘씩 금이 갔고 그 틈 사이로 빛이 가득 쏟아져 나왔다. 순간 모든 시간이 먼저 멈춘 듯 하더니 엄청난 폭음이 들렸다. 비림 전체가 진저리를 치고 날카로운 비명을 지르며 들썩이기 시작했다.



콰아앙! 쾅!

슈우욱! 슉!



폭발과 함께 사방으로 돌덩이들이 튕겨나갔다. 동굴의 입구 일장 정도의 절벽이 산산조각 나면서 강렬한 광채가 뚫고 나왔다. 광채 일부는 동굴 위 수십 장 밖에 커다란 구멍을 내면서 용암처럼 솟구쳐 올랐다. 거기서 나온 빛들로 비림 안이 가득 채워졌고 직선으로 솟아서는 계곡 밖의 암천으로 날아 올랐다. 비림에서 천공까지 수 만개의 빛이 일직선으로 뻗어 마치 하늘까지 뚫을 듯했다. 



천지개벽이 이러했을까. 빛의 그 광오함이란! 빛은 공간을 뚫고 암천으로 가는 길목마다 엄청난 크기의 진공을 만들었고 그 진공 속으로 주변의 공기가 맹렬하게 빨려들었다. 이윽고 거대한 회오리가 일어 비림의 퇴적물과 깨진 바위들을 닥치는 대로 삼켰고, 허공에 띄워서는 맹렬하게 돌려 그대로 치솟아 파천황의 기세로 계곡을 휩쓸고 갔다. 그 뒤로 최후의 굉음이 터졌다.



콰---앙!!!!!!!!

우지직! 쩌억!



폭발과 함께 동굴 입구와 천 길 계곡의 일부가 빛에 의해 갈라져 반으로 쪼개지면서 계곡의 한 쪽 면이 그대로 주저앉았다. 그곳에서 수없이 많은 거대한 바위더미가 쏟아져 내렸다. 그 사이를 붉은 광채 덩어리가 섬전처럼 부딪치더니 그대로 뚫고 하늘로 치솟았다.



텅!텅!!

슈욱!!!



엄청난 기세의 빛 덩어리는 사방에서 떨어지는 돌덩이와 바위를 그대로 부딪치면서도 눈으로 쫓아가기 힘들 정도의 속도를 냈다. 태초에 빛이 우주 간의 가득한 혼돈을 가르며 퍼져갔듯, 그 형상은 수없이 쏟아져 내리는 거대한 바위더미를 그대로 뚫고 나갔다. 그것은 인간이 아닌 악마만이 뿜어낼 수 있는 호신강기, 극한의 절대마강(絶大魔剛) 그 자체였다.



헌데 그 빛 덩어리는 믿을 수 없게도 인간의 형상을 띠었다. 감숙성 룽시분지 남쪽의 진령(秦嶺)산맥과 동쪽의 육반(六盤)산맥이 갈라지는 지점, 태고 이래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귀현곡, 그 가장 깊숙한 비림 속에서 경천동지의 사건이 일어났다. 



“크하하하! 드디어 이루었다. 초마인(超魔人), 그 절대마기의 경지를!"



인간의 형상을 한 빛 덩어리 속에서 커다란 웃음이 터져 나왔다.



크하하하-!!!

크하하하-!!!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무명곡의 첫 새벽, 류심환이 불혼과 도혼을 불렀다.



“주군 무슨 일이신지요?”



불혼은 주군의 갑작스런 부름이 왠지 불안했다. 자신만이 아닌 도혼도 불렀고 지금은 축시를 넘어서고 있었다.



“무영의 상태로 볼 때 심결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데는 일년 정도면 가능할 것입니다. 도혼은 내일부터 무영에게 가르칠 각종 무공에 대한 계획을 짜 차질 없이 진행해 주십시오.”



당연히 도혼이 고개를 끄덕였다. 무영에게 무공을 가르치는 일이었고 절대 그가 마다할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 일 때문에 자신과 불혼을 부를 주군이 아니었다.



“속혼이 아이 세 명을 이리로 보낼 것입니다. 말씀 드렸듯 삼혼의 뒤를 이을 아이들로 무영의 조력자가 될 것입니다. 아이들 중 처음의 세 명에게 삼혼의 무공을 전수하시고 만약 그 이상의 아이들이 보내지면 그들에게도 무공을 가르치시되 그 중 가장 한 명을 선발해 파천태극무검을 전수할 수 있게 기초를 다져주십시오.”



류심환의 말이 이에 이르자 불혼과 도혼은 동시에 소리쳤다.



“주군! 파천태극무검은 천외천의 후인만이 익힐 수 있는 것입니다. 어찌 그런 명을…”



그들로서는 하늘이 무너져도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들에게 천외천의 후인은 주군 하나로써 족했고 그것은 천외천의 준엄한 율법이었다.



"나를 믿으시죠. 믿고 그냥 따라주세요."



류심환은 그들이 경악할 정도로 놀라는 모습을 보며 잠시 말을 멈추더니 아주 작게 웃었다.



'아! 또 저 웃음이다. 저 웃음이야…'



그들은 주군의 웃음을 보면 그냥 무너지는 특성이 있었다. 류심환도 이를 알고 있기에 그렇게 웃었다.



“…”



불혼과 도혼이 꿀먹은 벙어리처럼 그저 류심환만 쳐다 보았다. 



‘주군이 무엇인가 결심했고 또한 변하셨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들은 혼란스러웠지만 주군의 웃음이 다시 자연스러워졌기에 그저 멍하니 있을 수밖에 없었다. 헌데, 오늘은 연타석이다.



“불혼께 말씀 드렸던 것처럼 비궁에 다녀올 생각입니다.”



마침내 주군이 비궁을 얘기했다. 그들이 매일 같이 기원하고 속을 태웠던 비궁이 마침내 주군의 입에서 나왔다. 두 사람의 눈에 격정의 물결이 몰아쳤다. 



'주군이 비궁에 들 것을 결심했기에 파천태극무검을 전수하라 하셨구나.'

“주군…!!”

“허면… 천외천을?”



그들이 마음이 저 먼저 나와 류심환의 속내가 무엇인지 확인하지도 않은 채, 그 마음 속에 담아 두었던 격동의 말만 모습을 드러냈다.



“천외천은 아닙니다. 그냥 비궁에 다녀 오겠다는 것입니다. 천하를 구하는 방법은 제가 정할 테니 두 분은 믿고 따라오시면 됩니다.”



류심환이 그들 마음의 격정을 냉정하게 잘랐다. 그의 음성은 서릿발처럼 준엄했고 매몰찼다. 불혼과 도혼의 몸이 류심환의 말에 그대로 경직되더니 그들의 격정과 함께 평생의 갈망도 한 순간에 사라졌다. 그저 멍한 눈빛으로 류심환을 쳐다보았다. 그들로서는 도통 주군의 뜻을 헤아릴 수 없었다. 주군은 비궁을 얘기하면서 천외천은 아니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아무리 주군이라 해도 천외천의 전통 모두를 뒤엎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일년 정도 걸릴 것입니다. 지금 떠나니 무영에게 잘 말해주십시오. 그럼 부탁 드리겠습니다.”



말이 끝남과 함께 류심환이 몸을 일으켜 그대로 사라졌다. 불혼과 도혼이 이의를 제기하면 오랫동안 그들을 설득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불혼과 도혼을 부를 때 이미 모든 준비를 마친 뒤였다. 이는 또한 그들에게서 더 이상 천외천에 대한 언급이 나오지 못하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잠시 목석처럼 멍하니 있던 두 사람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주군에게 왜 그래야 하는지를 물어보고 따져야 했는데, 그런 기회조차 놓쳐다. 또다시 주군의 웃음에 당한 것이었다. 



'주군의 웃음만 보면..'

'아, 저놈의 불가사의한 웃음만 없다면..'



불혼과 도혼은 불만이 가득했지만, 한가지만은 분명했다. 그들은 그것을 굳게 믿었다.



일년! 



그 기간이면 무슨 일이든 가능하다, 주군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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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과 월의 몸이 흔들리자 그들은 이미 허공 중에 있었고, 전음의 내용대로 각자 두 번의 초식을 연달아 펼쳤다.



“합!”

“차앗!”



은과 월이 일갈했다. 은의 외침과 함께 두 개의 비도가 은린비류절명의 마지막 두 초식, 은린비류단지와 은린비류단천가 가공할 위력을 드러내며 류심환을 향해 빛살처럼 폭사됐다. 두 비도는 그의 손을 떠나는 순간 하나는 지면에서 한 치 정도의 거리를 둔 채 날아갔고, 나머지는 지하공간의 가장 높은 곳까지 오른 상태에서 직선으로 날아갔다. 이는 하나의 동선이 둘로 갈라져 발사된 것으로 류심환의 일 장 앞에서 앞의 것은 위로 치솟아 올랐고, 뒤의 것은 위에서 아래로 폭사됐다.



쉬익!

슈욱!



두 비도가 두 가지 금속성 공명을 일으켰다. 그것은 햇살처럼 눈부셨으나 밑의 비도는 만년화강암의 바닥을 둘로 갈랐고(斷地), 위의 비도는 천장을 하나의 선으로 양단했다(斷天). 그렇게 단지와 단천을 실현한 비도는 류심환의 일장 앞에서 단명(斷命)으로 교차하려 했다. 



그 순간 월이 자신의 비전 절기인 월성만천비침폭(月星萬天秘針暴)의 마지막 두 초식, 월륜비침과 사월비침을 류심환에게 발사했다. 발사된 삼심 개의 비침은 눈으로 인식할 수 없는 속도로 회전해 삼십 개의 월륜처럼 커지더니 삽시간에 류심환의 주요 혈도를 파고들었다. 이어 여덟 개의 비침이 지하공간으로 스며든 달빛에 숨어 그의 기경팔맥을 끊기 위해 흔적도 없이 파고들었다.



쇄액!

팟!팟!팟!



지하공간이 온통 월의 비침으로 가득했고 그 중 여덟 개는 달빛 그 자체였다. 그들의 은형술이 비침에도 그대로 응용된 것이다. 그들의 합공은 무신이라도 피하기 힘들 것 같았다. 허나, 류심환은 작은 원을 허공에 그리듯 그저 왼손을 한 번 돌렸다. 일극무원결의 수비식 제 삼초의 후반부 망(網)을 펼친 것이다. 드디어 완성된 일극무원결이 모습을 드러냈다.



순간, 그의 손끝에서 수천 가닥의 기운이 일어나더니 순식간에 그의 앞에 하나의 기막(氣幕)이 펼쳐졌다. 얇고 투명한 기막에 월륜 같은 월의 비침이 걸렸다.



윙! 윙!



비침은 기막을 뚫을 듯 앞으로 밀고 나갔지만 순가락 한 마디 정도 전진한 상태에서 멈춰 계속해서 헛돌았다. 앞으로 나가려는 힘과 그것을 막으려는 힘이 정면으로, 그러나 부드럽게 부딪쳤다. 류심환은 그렇게 기막에 막혀 제자리에서 도는 비침의 원리를 확인한 후 기막의 위력에 수빅식 제 사초 파(破)의 원리를 실자 기막이 하나의 강기로 변하며 그 자리에서 회전하는 비침과 부딪쳐 무수히 많은 파열음을 일으켰다. 비막의 반탄력에 비침들이 가루처럼 부서졌다.



츠!츠!츠! 스스스스.



가루가 된 비침이 돌던 속도를 이기지 못해 바람이 거의 지하공간임도 먼지처럼 휘날렸다. 동시에 그는 자신의 애검 여의청명검을 뽑아 하나의 초식을 펼쳤다. 그가 여의청명검을 손에 든 것은 검강천과의 마지막 비무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단천령태극검류(斷天靈太極劍流)!

태극어검파천류(太極馭劍破天流)!



파천태극무검의 두 절초가 여의청명검(如意淸明劍)에 의해서 펼쳐졌다. 비록 몇 평 안 되는 지하공간이었지만 두 절초는 주인의 분노를 아는지 천지를 뒤엎을 듯한 위력으로 쌍비의 합공을 그대로 덮어버렸다. 



'하늘의 령을 자르고 태극의 힘으로 검이 날아 하늘을 무너뜨린다.'



그 위세 앞에서 은과 월의 합공의 묘리는 그것이 어떤 것을 만들어낸들 의미가 없었다.



펑!! 펑!!!!

촤르르르!!!!



거대한 위력의 초식들이 충돌했지만 협소한 지하공간임에도 불구하고 그리 큰 소리가 일어나지 않았다. 쌍비의 합공을 류심환의 초식이 아예 삼켜버렸고 그대로 그들을 향해 날아왔다. 눈을 뜨고 직접 보고도 믿을 수 없는 광경, 쌍비가 경악했다. 그 순간 검기의 일부가 그들의 몸을 강타했다.



허나, 베지 않았다. 나머지 검기는 초식을 펼칠 때부터 아예 의도된 듯 그냥 그들을 스쳐 비밀장소의 벽면에 부딪쳤다.



쩌어억! 쩌억!



비밀장소가 곳곳에 금이 가기 시작했고,



텅! 터엉!



은과 월이 검기에 튕겨 떠 있는 상태에서 그대로 뒤로 날아갔다.



“크악!”

“커억!”



허나, 두 충돌의 바로 직전 첫 번째와 두 번째 사이에서 두 개의 빛이 일었고 두 번째 충돌이 일어난 바로 그 순간, 한 개의 빛이 추가로 발사됐다. 이는 은과 월이 전음으로 약속한 대로 그들의 절초를 정확한 순간에 정확한 위치로 폭사시켜 발생한 현상이었다. 



만폭천하무형침과 은도비류탈천혼!



혼을 담은 월과 은의 두 비전절기가 류심환조차 예상하기 힘든 순간에, 뜻밖의 위치에서 폭사돼 왔다.






"허나, 너희가 무슨 무공을 펼친다 해도."



그들 공격의 절묘함과 그 가공함에도 불구하고 지금 류심환의 분노 앞에서 그들의 합공이란 애당초 존재할 수 없었다.



"대가를 받는 것에 변화란 없지. 일단 검을 들게 만든 첫 번째 대가부터."



그의 말은 이곳 비밀장소에서 존재할 수 있는 것은 그의 결심을 깨드린 대가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 첫 번째 결과에 대한 확인만이 남았다는 뜻이었다. 그렇게 류심환의 검기에 의해 허리가 활처럼 휜 채 날아가 비밀장소의 울퉁불퉁한 벽면에 부딪쳐 튕겨나오며 쌍비가 했던 생각은 그와 달랐다. 이런 생각의 차이는 류심환이 말한 대가에 대한 쌍비의 잘못된 이해였지만 그때까지도 그들은 그것을 분명하게 깨닫지 못했다.



퍽! 텅!

“커억! 우웩!”

“크악! 컥, 커억!”



은과 월이 신형이 벽면에 부딪쳐 다시 나무조각처럼 튕겨지며 이번에는 꾸역꾸역 피와 내장조각들을 게워냈다.



“헉, 헉, 커억! 허나… 승리는…”



다시 한 번 선혈을 쏟아내며 월이 힘겹게 말을 이었다. 튕겨져 바닥에 내팽겨진 그는 바닥을 수 차례나 구른 후에 멈출 수 있었고 힘겹게 몸을 일으킬 수 있었고 이루 말할 수 없는 통증이 허리로부터 시작해 온몸으로 퍼졌지만 피투성이 입술의 한 쪽 끝을 위로 올리며 힘겹게 말을 꺼낼 수 있었다.



"승리는…"

‘은 사형의 묘책이 둘 사이의 완벽한 호흡을 통해 저놈의 미간과 목젖, 명문을 파고 들었어.’



월은 미소의 끝에 이런 모습이 비쳤고, 확신했다.



“승리는… 우리의 것이다. 이것으로…헛!”



순간, 그의 말을 자르며 두 가지 것이 동시에 자신의 귀와 눈으로 들어오고 보였다. 먼저 소리.



“월 사제… 허억, 마지막으로 말했던 것… 크으윽! 지금 당장…”



그것은 분명 은 사형의 음성이었는데,



둘째 빛.



번쩍! 번쩍!



월은 두 번 보였으나, 보였다고 느낀 것이 맞는 것 같았다. 자신은 그것이 무엇인지 몰랐고 어디서 나온 것인지도 알지 못했다. 그것은 류심환의 펼친 평범한 초식, 그냥 빠른 검이다. 그는 은과 월의 목숨을 거두어 대가를 받는 마지막 초식으로 검법의 기초 동작 중 하나인 일반 쾌검식을 펼쳤다. 그냥 빠르게 뻗으면 되는 그런 수준의 초식. 그가 말한 극도의 공포, 그 시작은 이랬다.



화경(化境)에 이른 초절정 고수의 생명을 거두는데 가장 초보 무사의 쾌검식을 택함으로써, 죽는 순간은 물론 죽어 저승에 가서도 그 억울함을 잊지 못하도록 만들려는데 그 의도가 있었다. 도망갈 기회를 주었는데 그들은 거부했고, 영원히 들지 않으려 했던 검을 들게 만들었으니,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분명히 알려주면 됐다. 


  

"때론 공포란 지극히 평범한 것에서 오지. 검기로 너희를 베지 않은 이유를 지금부터 깨닫게 될 거야."



처음에는 은과 월이 그가 한 말의 의미를 알지 못했다. 그 순간 갑자기 양 팔과 어깨가 연결되는 곳에서 극한의 통증이 밀려왔다. 두 번의 번쩍거림이 만들어낸 결과가 이것이었다.



투둑! 투둑!



소리가 들린 곳에서 그들이 확인 한 결과는 조금 전만 해도 자신들 몸에 붙어 있었던 네 개의 팔이었다.



"으아악!"

"커억!"



눈이 본 것을 뇌에서 인식하자 그들의 입에서 비명이 터졌고 쌍비는 그 비명이 자신들 팔이 몸에서 분리되며 발생한 극한의 통증에서 나왔음을 그제서야 인식했다. 그가 말한 극도의 공포가 다시 한 걸음을 나갔다.



"이것으로 무영을 위험에 이르게 한 대가는 받았다. 다음은."



번쩍!



여지없이 빛이 일었고 이번에 쌍비는 그것을 볼 수는 있었다. 처음에는 너무 경망 중이라 그것이 단순히 빠르게 뻗은 검이라는 것을 어렴풋이 느꼈을 뿐이지만 이번에는 분명하게 볼 수 있었다. 류심환의 검이 단순히 아래로 그어져 자신들의 다리가, 조금 전 팔과 똑같은 수순으로 몸에서 떨어지는 것을, 그 허접한 과정이 주는 결과를 볼 수 있었다.



투둑! 툭!



소리와 함께 네 개의 다리가 몸과 분리됐고 잠시 그대로 서있다가 피를 사방으로 뿌리며 툭 꺾이더니 그대로 접혔다.



"으아악!"

"크아악!"



참으려 해도 터지는 비명은 분명 자신들이 지른 것이 지겹게도 이 놈의 신경이란 것이 자리가 잘려나간 곳으로부터 또 한 번의 극한 통증을 배달했다. 비명은 그래서 터졌다. 이번에는 덤으로 자신의 몸 덩어리가 떨어져 바닥과 부딪치는 느낌을 신경이란 놈이 순간의 차이로 뇌에게 보냈다. 그들의 신경은 끝까지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다한 것이다. 그 끝에 자리한 것은..



"크아아악!"

"크악!"



비록 충격은 앞의 것들보다는 작았지만 그들의 입에서 나온 것들 중 가장 큰 비명소리였다. 그 비명와 섞이며 류심환의 말이 흘렀다. 



"이것으로 삼혼에게 검을 들지 않겠다고 맹세했던 것을 깨뜨리게 만든 두 번째 대가는 받았다. 다음은 마지막 것 중의 하나."



쉬익!



이번에는 빛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의 검이 의식만 남아 있다면 누구나 볼 수 있을 정도로 천천히 다가와 월의 목을 힘으로 밀어 자르더니 그 다음에야 인을 향해 움직였다.



스윽!

툭! 데구르르.



월의 머리가 그의 목에서 떨어져 나왔고, 잘린 부위에서 피가 분수처럼 터졌다. 신기한 것은 목이 잘린 후에도 월의 비명이 나왔다는 것이다. 은이 보기에 분명 월은 그의 목이 잘린 후에 비명을 질렀다.



"크아악! 끄윽!"



이것이 월이 이승에서 했던 마지막 말과 역류하는 기혈 때문에 일어난 트름이다. 그나마 눈도 감지 못했고, 그것은 그가 느낀 극도의 공포를 말해 주었다. 감지 못한 눈에 아직 기능이 있는지 월은 자신의 잘려진 팔과 다리, 몸 덩어리가 들어왔다.



'씨팔!'



"내 아버님에게 약속한 속죄의 고행을 지키지 못한 대가다. 다음은 최후의 하나."



은은 류심환이 뭐라고 하는 지도 알아듣지 못했다. 그는 류심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미 극도의 공포에 빠져 인식마저 정지했다. 바닥에 쓰러진 상태에서 팔과 다리마저 잘려나가 꿈틀도 할 수 없었지만 자신의 목에 느르게 검이 파고들었을 때 그가 느꼈던 공포는 그래도 피해 보겠다는 듯 신경이란 놈에게 신호를 보냈다. 근육 몇 개가 안간힘을 썼다. 한 두개는 움찔한 것 같은데 먼지 하나 움직이지 않았다.



그것이 공포였다. 죽어서도 반응하는 삶에 대한 본능적인 퍼득임 같은 것이 공포였다. 상대가 말한 공포란 기능의 모든 것이 정지된 몸이라도 자율신경이 반응해 꿈틀거리기라도 하는 그 처절함이었다.



푸욱!



상대의 검이 자신의 목에 박혔다. 그것은 단순히 힘으로 찌르는 동작이었고 은은 그 묵직한 검의 손잡이 정도에 있었던 시선이 목에 무엇인가 걸린 듯한 느낌으로 변할 때 형언키 어려운 통증과 함께 그의 모든 감각이 종료됐다. 아쨌든 그는 죽음의 원인을 쉽게 이해할 수 있어서 죽어서도 잘 기억날 것 같았다.



그 다음에 류심환의 말이 들렸다. 이번에도 지랄맞게 신기한 것은 자신이 죽은 뒤에도 그의 말이 들렸다는 사실이다.

그것은 공포가 극을 넘어 죽은 뒤에도 가져가게 하고 말겠다는 그의 말을 자신에게 마지막으로 상기시켜 주었다. 그의 의도는 이것이었다.



처음에 대부분의 검기를 흘려버리고 베지 않은 채 검등으로 자신의 가슴을 쳐 튕겨낸 것이 지금까지의 공포를 느끼게 해기 위함이었음을 비로소 깨달았다.



"자신의 어머님도 지키지 못한 놈이, 검을 들어 사람을 죽였으니 그 뻔뻔함을 용서할 수 없어서 최후의 대가가 필요했어. 이것으로 내가 검을 든 대가의 처음이 끝났고. 저승에 가서 너희 문파 사람들을 기다려라. 오래 걸리진 않을 거야. 저승가는 노잣돈은 너희가 느낀 공포야."



류심환이 은의 목에서 검을 뽑았다.



쩌억! 쩍!



비밀장소의 곳곳에 간 금이 갈라지더니.



콰아앙!



엄청난 폭발음과 동시에 비밀장소의 지하공간이 무너져 내렸다. 그 사이를 유영하듯 류심환의 신형이 빠져나갔다.



'내 죽어 하늘에 가면 너희에게 죄를 고하여 그 대가를 치루겠네. 그것이 너희가 느낀 공포의 수천 배라도 달게 받겠네. 허나, 이제부터 나는 운명과 정면으로 맞서 싸울 것이네. 하지 않으면 모를까, 일단 시작했으니 끝을 봐야지.'


-----------------------


초가에는 황기건중탕이 끓는 냄새가 가득했다. 무영은 깊은 잠에 빠져 평안해 보였다.



“수고하셨네요.”



류심환이 문을 열고 들어오면서 말했다. 불혼은 조금 전 가옥이 무너져 내릴 때 결전이 끝났음을 알았다. 승패는 애초에 걱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궁금하지도 않았다. 그에게는 생각보다 결전이 너무 늦게 끝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였다.



“주군께서 수고하셨지요. 저야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인데.”



불혼이 자리에서 일어서며 신하의 예를 취했다. 자리에서 일어나는 불혼을 보며 류심환이 담담하게 운명과의 일전을 선포했다.



“비궁으로 가겠습니다. 준비를 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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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영은 이미 의식을 잃고 쓰러질 때 주화입마에 빠져들었다. 불혼은 그런 무영을 안고 비밀장소를 빠져 나온 뒤 전력으로 달려 화월곡 서편 가장자리 숲풀 속에 가려진 작은 모옥으로 들어섰다. 이곳은 류심환이 무영의 수련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각가지 탕약과 약재, 약초, 내단, 해독용 독 등을 마련해둔 장소다. 



모옥 안으로 들어온 불혼은 그 중심에 위치한 치료 용 침상 위에 조심스럽게 무영을 내려놨다. 그는 이곳으로 오면서 주군의 지시대로 자신의 불력을 무형의 단전과 폐쇄돼 가던 기경팔맥과 주요 혈도로 주입해 최대한 주화입마의 진행을 늦췄다. 



하지만 급작스러운 공력의 상승으로 한 번 역류하기 시작한 기혈은 이미 단전과 기경팔맥에 상당한 타격을 가해 무영의 상태는 촌각을 다툴 정도로 위중했다. 불혼은 다시 류심환의 전음을 떠올렸다. 화월곡 동쪽 입구에서 가옥으로 날아갈 때 류심환이 만일을 대비해 자신에게 해주었던 얘기, 그 말들을 하나씩 떠올렸다.



‘무영이 태극일심제천요결을 운기하다가 만에 하나 주화입마에 빠지면 이는 급격한 공력의 증진으로 인한 증상일 것입니다. 그럴 경우 저보다 불혼이 그의 치료를 맡는 것이 낫습니다. 아시다시피 무영이 지금 익히고 있는 심법 때문입니다.

우선 무영의 후단전에 불혼의 불력을 삼 푼 정도 주입하여 제가 열어놓은 최소한의 기경팔맥의 통로를 따라 역으로 소주천 시켜주십시오. 백회, 천추, 명문, 회음 등 주요 혈도는 일단 폐쇄시킨 상태 그대로 두고 다섯 푼 불력 중 일 리씩을 혈도마다 남겨 두십시오. 그런 후 불혼의 불력 삼 할을 후단전에 다시 넣어 이번에도 같은 방법으로 소주천을 시키십시오. 이때 새로 주입한 삼 할의 불력이 소주천을 하기 위해 각 혈도를 지나갈 때마다 혈도마다 일 리씩 남겨둔 불력으로 폐쇄된 혈도를 잠시 여는데 사용하십시오. 그러면 소주천이 가능할 것이고 무영의 몸 곳곳에서 이미 녹아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을 천상무극독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그 독을 삼 할의 불력을 이용하여 제가 기경팔맥과 주요 혈도마다 저장해둔 극음진기와 극양지기로 유도해 태울 수 있는 것은 먼저 태운 뒤 남은 독은 다시 얼려야 합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불혼의 선천기기도 사용해야 할 지도 모릅니다. 그 경우 선천지기의 음기가 함께 흘러 들어가지 않도록 조심하셔야 합니다. 이는 천양천단의 효능이 양기이기 때문이며 이것이 준동하면 천상무극진기도 같이 움직일 것이고 이렇게 되면 무영은 절명하게 됩니다. 따라서 극도의 정밀함을 유지해야 합니다. 추호의 빈틈도 보여서는 안됩니다. 삼 할의 불력은 저의 극음지기와 함께 저장해 두었다가 모든 치료가 끝난 후에 다시 회수하시면 됩니다. 일단 여기까지 무사히 진행되면 다시 불력 삼 푼을 주입하여 소주천을 한 번 더 진행시키되 무영이 주화입마에 빠지기 직전, 자신의 새 내력으로 들어섰던 양광이현(陽光二現)의 초입을 똑같이 재현해야 합니다. 그래야 무영의 발전단계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이를 위해 삼 푼의 불력을 그의 새 내력에 넣는 것입니다. 소주천은 그 뒤에 진행하시면 됩니다.'



불혼은 류심환의 지시대로 극도의 긴장을 통해 집중에 집중을 더해 자신의 불력을 무영의 몸에 주입해 치료를 해나갔다.

이런 치료과정에서 자신의 내력이 줄어들고 그것 때문에 공력에 문제가 생긴다 해도 그것은 중요치 않았다. 지금 그에게 치료를 멈추게 할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리고 그것이 극도의 정밀함을 유지해햐 하는 이번의 치료과정을 무사히 마치게 하는 원동력이 됐다. 



'이번에는 기경팔맥 전체를 평시의 속도처럼 통과시키되 무영의 복원된 내력이 무리 없이 소주천을 하게 되면 최소한 그것으로 무영의 축기가 팔 할 이상 재생될 것입니다. 그에 이르면 초기치료는 끝을 맺게 됩니다. 그럴 경우 무영의 생명은 지장이 없으니 불혼도 대주천을 하여 소모된 내력을 회복하고 다음 치료에 들어가십시오.’



불혼은 류심환의 전음을 여기까지 떠올린 후 그대로 시행했다. 그의 말대로 치료과정에서 천상무극독이 준동하기는 했지만 다행히 자신의 불력으로 그것을 유도해 기경팔맥의 임시공간에서 모두 얼렸다. 하지만 초기치료가 무리 없이 진행됐다 해도 무영의 상태는 완전히 주화입마에서 벗어난 것은 아니다. 이제야 악화되는 것을 막고 겨우 주화입마에서 빠져 나오기 위한 초입에 들어섰을 뿐이다. 



천상무극진기와 천양천단은 흥분한 상태였고 천상무극독 또한 호시탐탐 기회를 노렸다. 승부는 지금부터였다. 불혼은 급히 대주천을 시행해 자신의 기력을 어느 정도 회복시켰고 그 즉시 주군의 다음 말을 떠올렸다.




  리얼킴의 홈페이지에서 인용




“너희가 누구인지 묻지 않겠다. 나로 하여금 검을 들게 한 대가를 치루면 된다. 반 각의 여유를 주겠다."



류심환이 은과 월의 가운데에 서서 그들에게 말했다. 그가 반각의 여유를 쌍비에게 준 이유는 그들이 내상을 치료할 기회를 주기 위함이다. 그는 절대 검을 들지 않겠다는 자신의 결심을 무너뜨린 쌍비에게 너무 쉬운 죽음을 허락할 수는 없었다. 내상을 치료해 정상을 회복한 상태에서 가장 공포를 느끼며 죽게 만들 작정이었다.



그러면서도 류심환은 상대가 도망가기를 바랐다. 누군가를 죽이는 일은 무사의 승부세계라 해도 영혼에 나쁜 기억으로 남고, 일종의 죄의식 비슷한 것을 만들기 때문이었다.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것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점점 강해졌다. 류심환은 상대가 대결을 피하고 도망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상대에게 위압적으로 느껴질 정도의 강도로 말을 했다. 그리고 한 가지 일을 더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일각의 시간을 끌어야 했다. 



"내 손에 검을 들게 한 그 순간이 너희의 삶이 끝난 순간이다. 너희가 누구이며 어디 소속인지 알 생각도 알 필요도 없다. 서있는 자리에서 생의 마지막이 시작되게 하되 극도의 공포를 느끼며 그 끝에 이르게 하겠다. 너희 배후에 누가 있던, 내가 검을 들게 한 대가를 그들 모두가 내 검에 죽어가며, 자신의 순서를 기다리며, 죽은 뒤에도 후회하게 만들겠다. 그 배후가 신이라 해도 죽는다. 이것으로 너희가 소속된 문파는 멸문에 이르는 첫 걸음을 뗐다. 이제 반각의 반이 흘렀다."



그의 음성은 건조했으나 그 안에서 느껴지는 분노는 음공을 쓰지 않았음에도 쌍비의 살을 파고들어 내장을 자를 듯 했다. 류심환은 지금이라도 상대가 도망가기를 바랐다. 어차피 비궁으로 가면 저들은 무영이 최고의 수준에 이를 때까지 찾아내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가 준 여유로 인해 쌍비의 몸은 내상을 치료하고 기력을 회복해 갔지만 그의 말 한 마디 마디마다 전해오는 살기에 그들의 영혼은 극도의 두려움을 느껴야 했다. 그것은 정말 신이라도 벨 듯한 극한의 살의(殺意)였으며 분노가 드러낼 수 있는 최대의 기도였다. 쌍비는 류심환의 말처럼 갈수록 극도의 공포를 느꼈다.  



'있을 수 없는 일이야. 내가 공포를 느끼다니… 하지만 이 터질 듯한 두려움은..?'



류심환이 말한 대로 은이 상당한 공포를 느꼈다. 그의 기력이 회복될수록 공포의 강도도 커졌다. 은의 눈빛이 기력을 회복할수록 그 빛을 잃어 갔다. 월도 같았다. 피할 수 있다면 이 자리를 피하고 싶다는 생각이 무의식 저편에서 꿈틀거렸지만 은과 월은 그것을 의식적으로 짓눌렀다. 그것은 무사로서, 지금의 경지에 오른 자신들이 용납할 수 없는 것이었다.



'저자는 누군가? 신이라도 벨 것 같은 저자는 누군가? 말 하나로만 천하의 쌍비를 이렇게 흔들어대는 저 자는 누군가?'



"반각이 됐다. 이제부터 대가를 받겠다."



류심환이 내상 치료를 끝내고 기력을 회복한 쌍비를 보며 천천히 떠올랐다. 도망갈 기회를 줘도 저들은 도망가지 않았다. 자신의 방식을 이해하지 못했다 해도 압도적인 기운을 실어 말을 했고, 1각이라 시간을 주었으면 충분히 상황을 파악해 다음을 노렸어야 했다. 



류심환은 바람에 깃털이 떠오르듯 그렇게 떠올랐다. 그것은 경공도 신법도 아닌 그의 몸 자체가 저절로 떠오르는 것이었다. 류심환 자체가 떠오르는 성질을 가진 물체 같았다. 은과 월은 일곱 살 때 처음 무공을 익힌 이래 결단코 이 같은 모습은 본 적이 없었다. 이렇게 떠오르는 것이 불가능하지만 않지만 그러려면 내공이 사용이 어머어마하기 때문에 상대에게서 강한 내공의 사용이 느껴져야 하는데 은과 월은 전혀 그런 느낌을 찾을 수 없었다. 



[사제, 우리는 그의 상대가 아니야. 무엇으로도 그를 이길 수 없어. 도망갈 순 없는 일이잖아?]

[당연하죠!]

[좋아. 그러면 각자의 절기로 합공을 펼치되, 연환식의 마지막 두 초식을 연달아 펼친 후 각자 자신의 비전절기를 다시 시전하는 것으로 하자. 동시에 상대의 초식과 우리의 합공이 충돌하는 첫 시점과 그 순간과 거의 동시에 일어날 두 번째 충돌의 그 찰나지간의 사이에 사제의 비침이 하나가 더 격발돼야 해. 비침은 당연히 만폭천하무형침(萬爆天下無形針)이야. 나 또한 은린비류절명(銀鱗飛流絶命)의 마지막 두 초식을 합공의 일환으로 펼친 뒤 첫 번째 충돌이 일 때 한 번, 두 번째 충돌이 일어날 때 다시 한 번 은도비류탈천혼(銀刀飛流奪天魂)을 추가로 날릴 거야. 이렇게 총 일곱 번의 공격을 연속으로 펼치자. 앞의 합공은 미끼니까, 그가 미끼를 물도록 만들어야 해. 그러기를 바라자고. 실패하면 동귀어진으로 가고.]



은이 월에게 전한 긴 전음의 끝에 동귀어진(同歸於盡)이란 말이 나왔다. 월의 눈빛이 순간적으로 흔들렸다.



[은 사형, 동귀어진…이라 함은 설마.]



그의 전음도 눈빛처럼 흔들렸다.



[그래, 사제. 몸을 터뜨리는 거야. 기신정폭참공멸(氣身精暴懺公滅) 말이야. 그것 외에는 없어. 저자를 죽일 수 있다면 공멸도 마다하지 말자고. 으드득! 말 하나로도 내 자존심을 무너뜨린 자, 반드시 죽일 거야. 내 몸을 터뜨려서라도 반드시 죽일 거야, 저 놈을!]



격한 분노를 들어내며 이를 갈았지만, 그것은 일종의 자신을 향한 주문이었다. 대결에 앞서 두려움을 갖고 임한다면 백전백패가 명확관화하고, 그것은 무사로서의 자존심에 치명적 상처를 남길 것이었다. 오늘의 목표는 무영이었지만, 그를 돌보고 있는 자의 수준이 저 정도라면 그부터 죽여야 다음을 도모할 수 있을 터였다.   



그렇게 은의 마지막 전음이 이어졌고 그의 의지를 안 이상 월도 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어차피 은이 자신을 죽일 것이다. 은이란 사형은 그런 사람이었다. 패배를 죽음보다 싫어하는. 그리고 자신의 뜻에 거스르는 자는 모조리 제거해버리는, 그런. 월은 자신의 피 속에 자리한 마기를 극한으로 끌어올렸다. 선택의 여지가 없다면 최강의 공격으로 갈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상황이 개 같지만 저 놈의 잘난 혀라도 잘라 버립시다. 씨불헐!]



그의 전음이 끝나는 순간.



[셋!]



그들이 전음으로 수를 셌고



"갈!!"



동시에 외쳤다. 극도의 두려움을 털어내며 그들의 신형이 흔들렸다.



“너희처럼 내 전음도 끝났고, 이제 대가를 받겠다.”



뜬금 없는 말을 한 류심환의 신형이 공중에서 그대로 그들을 향해 튕겨졌다. 일각의 시간을 끌어야 하는 이유가 불혼에게 전음을 하기 위해서였다. 


----------------------------------


[이제부터가 가장 중요한 파괴된 단전의 회복입니다. 이번 무영의 주화입마는 새 내력의 급격한 상승으로 발생했기 때문에 단전에 남아 있는 천상무극진기와 천양천단의 효능이 극도로 예민해졌을 테니 그것들을 자극하지 않은 채 회복된 무영의 새 내력이 머물었던 단전을 회복시켜야 합니다. 우선 무영의 새 내력에 태극일심제천요결에 따라 불혼의 불력 오 할을 주입시킨 후 파괴된 단전의 혈관을 먼저 치유하십시오. 이어 단전과 직접 연결된 기맥과 주요 혈맥들의 찢어진 부위를 봉합하십시오. 이 과정은 금침대법보다 더 정밀해야 합니다. 이번에도 각 봉합된 자리마다 일 리씩의 불력을 남겨둬 다음 과정에 대비해 두십시오. 여기까지 끝나면 단전은 회복된 것이니 무영의 새 내력과 그속에 내재시킨 오 할의 불력을 단전에 안착시키십시오. 그 후 회복된 내력의 일 푼만 갖고 대주천을 진행하십시오. 대주천이 진행되는 동안 각 혈도와 기경팔맥의 주변에 남겨둔 불력과 극음지기가 오히려 방해가 될 수 있으니 특히 이에 주의하셔야 합니다. 그렇게 대주천이 안전하게 진행되면 그것으로 치료는 끝납니다. 그 다음은 무영의 몸이 알아서 할 것입니다. 그때까지 수고를 부탁 드립니다.]



불혼은 류심환이 알려준 이 모든 과정을 완벽하게 실행했다. 중간 중간 일할의 불력에도 독이 반응하기도 했고 대주천을 진행하는 동안 천상무극진기와 천양천단의 효능이 수시로 준동하려 해 불혼의 마음을 극도도 졸이게 했지만 그의 극도의 집중이 무사히 대주천을 마칠 수 있게 만들었다.



그러자 무영의 몸에서 정상적인 반응들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새 내력이 아직 회복되지 않은 이 할의 축기마저 되살리며 혼절 직전의 자신의 상태로 돌아갔고 점점 속도를 높여 그의 몸을 유영해 나갔다. 그 흐름은 소우주의 흐름과 같았고 그 뒤에 대주천이 수십 회 이어지자 무영의 몸은 물론 그의 안색까지 정상으로 돌아왔다. 그것을 확인한 불혼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 다행이다. 주군도 대단하고 무영도 놀랍다. 그 짧은 순간에 치료방안을 내놓고 무영의 몸은 이미 오래 전에 요결의 상승원리에 근접해 있었다. 대단하다, 두 사람 모두."



그의 감탄이 여기에 이르렀을 때 갑자기 무영의 상태가 돌변했다. 온몸의 핏줄이 있는 대로 서고 혈맥들이 부풀어 올랐다. 안정을 찾은 호흡도 빨라졌고 심장의 박동 또한 터질 듯이 빨라졌다. 주화입마가 다시 진행되는 것 같았다.



“엇! 이는… 주화입마!”



불혼이 소리치며 무영의 단전과 주요 혈도를 향해 손을 뻗었다. 동시에 류심환에게 전음을 보냈다.



[주군! 무영의 상태가 갑자기 주화입마로. 이를…]

[그대로 두십시오!]



불혼의 전음을 다급히 끊으며 류심환이 소리쳤다. 그는 주화입마가 다시 시작된 것으로 착각한 불혼의 행동을 순간적으로 예상했고 이를 저지하기 위해 급히 소리친 것이다. 깜작 놀란 불혼이 이미 무영의 단전과 주요 혈도에 가 있던 손을 급히 뗐다.



[무영의 무의식과 몸이 태극일심제천요결을 이루고 있는 것입니다. 안심하십시오. 그보다는 이제 무영도 절정 고수의 반열에 들어선 것입니다. 앞으로 일,이 년 정도 더 요결을 수련하면 천상무극진기와 천양천단의 효능도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불혼! 무영은 당신의 첫 제자입니다. 축하합니다.]



불혼은 무영의 상태가 호전돼 마음이 너무 좋은 상태였는데 그가 자신의 첫 제자라는 주군의 말을 듣자 갑자기 가슴 속이 뜨거워졌다. 그것은 무영을 자신의 첫 제자로 인정해준 주군의 배려 때문이기도 했고 위험한 고비를 이겨낸 무영의 대견함에 대한 자신의 애정이 주인의 허락도 없이 격랑쳤기 때문이다.



[주군…, 저의 첫 제자라니요. 가당치도 않습니다. 허허허, 그래도 무영의 상태가 회복돼 즐거울 따름입니다. 모든 것이 주군의 덕입니다. 허허허, 이 늙은이야 그냥 따랐을 뿐이지요. 허허허.]



불혼의 가슴이 먹먹해졌다. 어렸을 때의 주군을 가르쳤던 것 이외에 다른 사람과의 접촉은 한 번도 갖지 못했던 삶에 무영의 등장은 활력이자 고마운 선물이었고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보물이었다.  



[수고하셨습니다. 무영을 위해 황기건중탕과 천황보심단을 준비해 주십시오. 그럼 이만, 대가를 받을 시간이라서.]



여기까지가 은과 월이 전음을 주고 받을 때 류심환이 불혼과 나누었던 전음의 내용이었다. 쌍비에게 했던 뜬금 없었던 말이 이것을 의미했다. 



'대가를 받을 시간이라고…?'



불혼 역시 그의 뜬금 없는 마지막 말에 고개를 갸웃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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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심환이 화월곡 입구에 거의 다라랐을 때 불혼도 동쪽 입구를 막 벗어났다. 그들은 전력을 다해 가옥을 향해 날아갔고 그 속도는 가히 빗살을 떠올릴 정도였다. 두 명의 침입자, 은과 월도 이 것을 감지했다.



“두 명이 이곳으로 와. 엄청난 속도야. 시간이 별로 없어. 부숴!”



은이 말함과 동시에 자신이 공력을 양 손에 담았다. 월 또한 자신의 공력 팔성을 양 손에 실었다. 그들은 내가중수법 상의 중력(重力)을 그들의 합공인 어중력압산멸천(馭重力壓山滅天)에 실어 문을 부술 생각이었다. 이는 거대한 건물의 기둥을 무너뜨릴 만큼 위력이 막강한 내력장이었다.



“한 번에 부서야 해. 파(破)!"”



은이 외쳤다.



"합!"

월이 뒤를 이었다. 그때 무영은 이미 류심환과 불혼의 전음을 연속해서 듣고 있었다.



[지금부터 무조건 내 말대로 해. 가부좌를 틀고 앉아. 불혼이 불러주는 대로 따라 해.]



무영이 들은 전음은 류심환에 의해 시작됐다.



[불혼, 지금부터 무영에게 태극일심제천요결을 전음으로 가르치십시오. 이 전음을 무영도 듣고 있으니 당장 실시하세요. 무영도 그렇게 하고.]



그는 전음으로 무영과 불혼에게 동시에 전음을 보냈다. 그는 화월곡을 향해 돌아오는 도중, 최근 뒷골이 땡기는 느낌을 받았음에도, 그것이 침입자로 인해서 나타난 현상임을 눈치채지 못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그들이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 채 고도의 은형술을 썼다 해도 자신이 존재 자체를 감지하지 못했을 정도면 삼혼에 못지않은 고수라는 뜻이었다. 당연히 비상수단을 강구해야 했고 그것을 무영과 불혼에게 동시에 전음으로 보냈던 것이다. 



[불혼 할아버지의 말을 따라 해. 어렵겠지만 단전에 있는 새 내력을 확인하고 모든 정신을 그곳에 모아라. 내 곧 도착하니 걱정하지 말고. 넌 할 수 있어. 불혼, 시작하세요.]



처음 갑작스런 류심환의 전음에 무영은 깜작 놀랐지만 그의 말대로 가부좌를 틀었다. 그때 불혼의 전음이 들렸다.



‘불혼 할아버지야!’



무영의 귀가 쫑긋 움직이더니 표정이 조금 더 밝아졌다.



[할아버지야. 주군의 말씀대로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에 잘 따라야 해. 항상 평정심을 유지하되 일단 운기가 시작되면 담력정쾌(膽力精快)해야 해. 먼저 화월곡을 오르던 순간들을 떠올리며 너의 단전에 있을 새 내력을 천천히 유영시켜 기해혈에 이르게 해. 그 다음에 회음으로 보내고 명문을 거쳐 다시 기해혈에 이르게 해. 그렇게 기경팔맥을 따라 일주천을 시켜. 그런 후에…]



불혼의 전음은 그렇게 일각 정도 계속됐다. 무영은 가부좌를 튼 상태에서 불혼의 가르침 대로 새 내력을 운기했다. 그러자 단전의 구석에 불안정하게 있던 새 내력이 단전에서 나와, 느리지만 처음으로 일주천을 하는 데 성공했다. 단전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던 천상무극진기와 천양천단의 기운이 미세한 반응을 보였지만 큰 문제는 없었고 일주천을 하는 동안 천상무극독도 그 자극에 일부가 녹았지만 류심환이 주요 혈맥마다 내장해둔 극양진기가 이를 태웠다. 



그런 후 불혼의 지시대로 전신 기경팔맥과 주요 혈도에 새 내력을 보냈고 한 번 일주천을 해내자 점점 속도를 높여 열 번의 일주천을 한걸음에 이뤄냈다. 그러자 새 내력이 단전의 공간을 조금 넓히며 처음으로 단단하게 자리했다. 비록 천상무극독의 활동과 천상무극진기의 요동이 심해 통증이 만만치 않았지만 그는 운기를 위해 이를 참았다. 



운기를 할 때마다 혈관에서는 바늘을 찌르는 듯한 통증이 계속됐지만 무영은 이를 악물고 이를 참았다. 온몸에서 땀이 비오듯 했고 그의 도포가 식은 땀에 흥건히 젖을 즈음 비로서 무영은 양광이현(陽光二現)에 이르는 초입에 섰다. 아슬아슬한 순간이 그렇게 이어졌다.



[…지금부터는 수련과정 중 돌의 위치에 따라 움직였던 것과 그 후에 일어난 변화를 떠올려. 화월곡을 오르는 것이 심결의 기본원리라면 이것은 상승원리에 가까워. 단전에 자리한 새 내력을 그것에 맞춰 일주천 시켜. 그런 후에도 문제가 없다면 일주천을 멈추지 말아. 단, 천상무극독과 천상무극진기, 천양천단의 효능이 급격하게 반응하면 운기를 즉시 멈춰야 해, 알았지.]



불혼의 전음이 다시 이어졌고 무영은 그에 따라 다시 새 내력을 단전에서 끌어올렸다. 그는 분명 조금 전보다 내력의 위력이 커진 것을 느꼈다.



‘화월곡을 오르면서 인체의 주요 혈도와 혈맥, 그 흐름의 원리와 작동의 효능을 깨달았어. 태극에서 음양, 오행을 거쳐 십방에 이르면 그곳에 태극이 있어. 이것이 운기의 원리야. 그 뒤에 일어난 수 많은 흐름의 변화와 응용은 상승원리로 가는 심결임을 짐작했었는데 이제 그게 명료해졌어.’



불혼의 지시대로 운기를 하며 무영은 태극일심제천요결 상에 기술된 태극무한진기의 실체를 조금씩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그가 점점 심결의 상승원리에 빠져 들면서 이해의 정도가 깊어 갔다. 그 속도란 류심환과 불혼의 경공만큼 빨랐다.


---------------------------- 


‘무릇 기란 태극에서 시작하여 태극으로 돌아오지만 그 과정에서 삼라만상의 생성과 소멸이 들어 있다. 그 원리를 깨달아 물아일체(物我一體)에 이르니 나 또한 나를 잊는다. 이제 무상의 경지에서 새 내력을 진기와 합친다. 이제부터 내가 진기가 되고 진기가 내가 된다.’



무영이 좌망(坐忘)의 경지에 이르자 그 깨달음이 요결의 상승원리, 그 정수에 점점 가까워졌다. 헌데, 다시 단전에서 끌어올린 새 내력이 갑자기 용틀임을 하면서 기경팔맥을 폭주해 갔다. 그 속도와 위력이 너무 빠르고 강해 그대로 임독양맥에 부딪쳤다.



순간, 엄청난 충격이 무영의 모든 혈관과 신경을 터뜨릴 듯 폭발했고 어느 순간 하나의 거대한 기운이 되어 낙뢰처럼 모든 혈도를 강타한 후 단전으로 파고들었다. 무영의 눈에 섬전 같은 빛이 일었다. 동시에 그의 의식이 순식간에 암흑천지로 빠져들었다. 이는 내공의 발전 단계가 한꺼번에 일어나 몇 단계를 갑자기 뛰어넘을 때 나타나는 증상이었다. 이를 급히 다스리지 못하면 주화입마에 빠진다.



무영은 새 내력을 완벽히 진기화 되지 않은 상태에서 대주천을 시도하는 우를 범했다. 자신이 생기자 욕심을 낸 것이다.



“안돼! 정신 차려!!!”



불혼의 다급한 외침이 들렸고,



[제가 침입자를 맡을 테니 불혼은 무영을 돌봐주세요.]



침착한 류심환의 전음이 그의 귀속으로 스며들었다. 순간.



콰앙!!!



무영의 단전과 비밀장소의 입구에서 서로 다른 폭발음이 터졌다. 하나는 무영만이 들을 수 있었으나 그 자신은 인식하지 못했고 다른 하나는 은과 월이 들었으며, 류심환과 불혼은 둘을 다 들었고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했다. 



[무영아, 정신 차려!!]



불혼의 다급한 전음이 꺼져가는 무영의 의식을 향해 날아들었고, 비밀장소 입구의 폭발에 따른 파편들이 무영을 향해서 날아들었다. 류심환이 가장 걱정했던 것도 이것이었지만 운기만 제대로 되면 무영이 이를 버틸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결국 경솔했어. 무영을 비밀통로로 빠져나가게 해야 했었어. 비궁으로 보냈어야 했어.'



                                                         

                                                          김경렬 화백의 홈페이지에서 인용



“여기에 있었군요. 형님, 크흑…”



오천신룡의 첫 째인 일협이 슬픔 가득한 음성으로 말했다. 나머지 네 명도 멍하니 맏형의 부패한 시신만 내려다 봤다. 일년의 걸친 추적 끝에 오천신룡은 마침내 오천협룡의 첫 째이며 자신들의 맏형인 일룡의 시신을 찾았다. 일년 전 한천일빙세를 대성한 오천신룡은 고향을 떠나 오천협룡을 찾아 다녔고 오일 전 산서의 외진 지역에서 그들의 흔적을 찾을 수 있었다.



그런데 유골은 네 개밖에 없었다. 오천신룡은 유골과 근처에 흩어진 여러 가지 흔적들을 종합할 때 이 유골들이 일룡을 제외한 나머지 네 명 형님들의 유해임을 알 수 있었다. 그들은 유골의 상태로 볼 때 여기에 없는 일룡도 치명상을 면치 못했을 것이고 움직였다 해도 멀리 가지 못했을 것이라 판단했다. 수색이 이어졌고 오일이 흐른 지금 그들은 유해가 있던 곳에서 사십여 장 떨어진 절벽 밑에서 일룡의 유해를 찾았다.



그런데 일룡의 유해가 특이하게도 머리만 남고 나머지는 재로 변해 사라진 듯 흔적조차 없었다. 머리는 제 모습을 갖추고 있었지만 완벽하게 얼려진 상태였다. 일협이 생각에 잠겼다. 일룡의 처참한 모습에 그를 아버지처럼 따랐던 막네의 울음은 그칠 줄 몰랐고 자신의 마음도 찢어질 듯 저려왔지만 그는 맏형의 의도를 빨리 알아내야 무엇이든지 간에 다음을 도모할 수 있다고 판단했고 그래서 생각에 잠겼다. 일룡의 의도를 풀 단서를 찾아야 했다.



‘혹시…?’



무엇인가 방법을 찾은 듯한 그가 느닷없이 한천마결의 심결인 빙혈한천심결을 일으켰다. 그리고 그 기운을 일룡의 머리에 보내 공중으로 띄웠다. 그러자, 얼어 있던 일룡의 머리가 서서히 녹더니 사라지기 시작했다.



“어헛?”



이를 본 일룡이 다급히 기운을 회수하려 했다. 하려 했는데… 한 줌의 재로 바람에 날려가는 일룡의 머리에서 하나의 음성이 떠올랐다. 그가 사지를 버림으로써 만들 수 있었던 빙어(氷語)를 자신의 심령에 남겨두었고 그것이 한천마결의 기운과 만나게 되면서 스스로 녹아 허공 중에 퍼진 것이다.



“이 얘기를 너희가 듣는다면 내가 죽었음이다. 억울하지만 그렇다고 돌릴 수는 없다. 원수의 무공은 천상지무와 관련이 있다. 복수를 하되 그 보다 먼저…”



일년 반을 홀로 얼어 있던 것이 한천마결의 기운을 만나 한 번 녹아 내리자 일룡의 빙어는 그 안에 담아둔 회한의 크기만큼 거침없이 이어졌다. 허나 시각이 흐를수록 그 크기와 뚜렷함은 점점 줄어들었다.



“…역천마곡의 후예를 찾아라. 한천마결의 진정한 원류가 어디인지 밝혀내고 한천일빙세와 천상지무, 역천마곡 간의 비밀을 밝히도록 해라. 원수…는…그때…갚아…도…늦…지……”



않.다.



이 마지막 두 글자는 끝내 그들에게 들리지 않았다. 일룡의 마지막 심령이 재가 되어 완전히 날아가 버렸기 때문이다.


-----------------------


은과 월이 둔기에 머리를 맞은 듯 쓰러지는 무영을 보았다. 헌데 무영을 향해 날아갔던 입구의 잔해들이 그의 몸에서 튕겨졌다. 그들은 그것을 무시한 채 무영을 향해 지풍을 발사해 그의 천령개와 단전을 노렸다. 지풍으로 잔해를 튕겨낸 류심환이 다시 두 번의 지풍을 발사해 침입자의 지풍을 향해 발사했고 허공섭물을 펼쳐 무영의 몸을 일으킨 뒤 이형환휘(以形換位)를 펼쳐 삽시간에 무영의 곁에 내려서는 불혼에게 넘겼다.



펑! 펑!



은의 무영탈혼지와 월의 월령지가 무영의 천령개와 단전에서 한 치 정도 떨어진 거리를 두고 류심환의 태극일섬과 충돌했다. 은과 월의 지풍은 태극일섬의 위력을 감당치 못해 방향이 직각으로 꺾이며 비밀장소의 벽면에 그대로 박혔고 류심환의 태극일섬은 방향을 틀어 은과 월을 스쳐갔다. 그 순간 불혼이 무영을 안고 부서진 문을 향해 날아올랐다.



‘한 놈은 우리의 지풍마저 무력화시켰고 아이를 일으킨 뒤 땡초한테 넘겼어. 땡초는 아이를 안고 순식간에 밖으로 빠져나갔고. 예상보다 그들이 빨랐어. 엄청나게 강한 놈들이야.’



자신의 지풍이 벽면에 박히는 소리와 목을 스쳐간 지풍이 벽면에 부딪칠 쯤 은이 반 장 정도 공간이동을 하면서 자신의 절기인 은린비류절명(銀鱗飛流絶命)의 은린섬류와 비류절단혼을 연속해서 펼쳤다. 두 개의 비도가 빛의 속도로 류심환의 중회와 기해혈을 파고들었고 이어서 여덟 개의 비도가 기경팔맥의 출발점을 노렸다. 은의 초식에는 거의 변화가 없었지만 그 속도의 절륜함은 쾌초 중의 일절이라 해도 부족했다. 절정 고수라 해도 보는 순간 이미 그의 몸을 관통했을 정도로 빨랐다.



월은 은이 두 번째로 발사한 여덟 개의 비도가 그의 손을 떠나는 순간 불혼이 나간 문으로 몸을 날렸다. 그가 일단 경공을 펼치자 특별한 움직임도 없이 부서진 입구로부터 스며든 달빛에 숨어 들듯 그의 몸이 사라졌다. 그 수법의 가벼움이나 속도는 삼재와 우열을 가르기 힘들었다.



“어림없지. 여기서 끝을 본다.”



류심환은 오른손을 한 바퀴 돌린 후 앞으로 뻗어 파천태극무검의 초식 중 가장 빠른 일검삼결파천류(一劍三決破天流)를 펼쳐 은의 절초를 상대했고 월이 밖으로 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왼손으로 태극뇌력파황권(太極雷力破荒券)을 격발해 비밀장소의 입구 전체를 강타했다.



챙! 팅!팅!!!!



은의 비도가 류심환의 검기와 둘 사이의 중간에서 부딪쳤다.



"컥!"



은은 자신의 비도가 산산히 부서지는 것을 보며 짧게 비명을 토했다. 그와 동시에 그의 신형이 뒤로 주르르 미끄러지듯 밀려났다.



‘내가 먼저 날렸는데 중간에서 부딪쳤어. 비도도 산산히 깨졌어. 헌데, 상대는 미동도 없어.’



내장이 끊어질 듯한 통증과 함께 위험을 느낀 은이 밀려나는 탄력을 이용해 비밀장소의 벽을 왼 손으로 탁 치며 신형을 직각으로 날린 후 다시 비류절단혼과 그 다음 초식인 은린참을 연속해서 펼쳤다. 같은 순간 은은 자신의 시선 일부에 입구 전체가 한꺼번에 무너져 내리는 것이 걸렸다.



쾅!

콰르르릉!



류심환의 권강에 강타당한 입구 천장이 수천 조각으로 쪼개지며 한꺼번에 무너져 내렸고 그것으로 비밀장소의 통로는 완전히 막혀버렸다. 그 파편 중 일부가 월을 향해 날아갔다.



“합!”



월이 다급하게 소리치며 손을 흔들어 자신에게 날아든 돌들을 쳐냈다.



탁!탁!탁!



그는 그 반탄력을 이용해 그 자리에서 백팔십도 회전을 한 뒤,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경공을 펼쳐 뒤로 물러났다.

그렇게 그는 한지 몇 장 정도의 아슬아슬한 차이로 무너져 내리는 만년화강암의 바위덩어리들을 피할 수 있었다. 동시에 그가 쳐낸 돌들이 여러 개로 깨져 사방으로 튀어나갔다.



‘단 한 번의 권이었어!’



자신은 돌들을 여러 조각으로 깨뜨렸을 뿐이지만 상대는 단 한 번의 권으로 천장 전체를 산산이 무너뜨렸다. 그것만으로도 공력의 차이가 뚜렷하게 드러났다. 월의 눈빛이 처음으로 무채식을 잃었다. 물론 그런 변화는 언제나 나타났을 때보다 빠르게 사라졌지만 그가 무공을 익힌 이래 이 정도 변화는 한 번도 없었다.



‘게다가 은 사형이 은린참까지 펼쳤고….’



탕!탕!!!!

팟!팟!!!!



총 스무 번의 충돌음이 일었고 빛의 파편들이 무수히 생겨나 지하공간이 순간적으로 환해졌다. 헌데 믿을 수 없게도 은의 절초 중 서열 삼 위의 은린참이 협소한 지하공간에서 처참히 파괴됐다. 비류절단혼의 여덟 개 비도와 함께 은린참의 열두 개 절대 비도가 산산조각났다.



'…그것마저 실패했어!'



월의 눈빛이 다시 한 번 흔들렸다.



“크윽!!!”

울컥! 울컥!



은의 입에서는 삼킬 수 없었던 비명과 함께 한 사발 가량의 선혈이 물컹물컹 쏟아졌다. 그의 몸이 심하게 흔들리는 것을 봐서 단전에도 상당한 타격을 입은 듯했다. 자신의 비도가 수백 조각의 파편이 되어 비밀장소의 벽면에 박히는 것을 지켜보면서 은의 눈빛에 뚜렷이 하나의 감정이 돋았다.



생전 처음 느껴보는 낯설은 느낌, 그들이 남들에게 주기만 할 것이라고 믿었던 것, 두려움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무채색 눈빛은 더 이상 의미 없을 터, 그 결과가 하나의 단어로 떠어르며 그의 눈빛이 적홍색으로 변했다.



사(死)!



피빛 글자 하나.



“내가 무공을 쓰게 만든 이상 그것이 무엇인지 분명히 보여주겠다.”



류심환이 파천태극무검의 제 이초 일검파천만변류(一劍破天萬變流)로 은의 공격을 무산시키고 그에게 치명상을 입힌 후 그들의 한 가운데로 천천히 들어서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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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이지?”



화월곡의 진동 때문에 무영이 잠에서 깨어났다. 잠결 중에 강한 진동을 느껴 평소보다 두 시진 정도 이르게 깨어났다.

이런 진동은 그가 이곳에 온 처음이었다. 괜히 느낌이 좋지 않았다. 무영은 본능적으로 불혼이 있을 만한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의 시선이 머문 곳엔 달빛만 교교했다. 어렴풋한 느낌이었지만 늘 자신보다 먼저 깬 불혼이 그곳에서 묵묵히 자신을 지켜주었다. 헌데, 지금은 그가 없는 것 같았다. 아니, 없었다.



"어? 없네?"



무영은 그곳에 불혼이 없음을 확인한 후 좋지 않은 예감이 들었다. 무영은 예감이 불안으로 커짐을 느꼈다. 그것은 무영이 아무리 뛰어난 천재고, 불혼의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다 해도 아이라면 누구나 갖는 본능적인 반응이다. 



"으흡."



무영은 자신도 모르게 숨을 크게 들이켰다. 새벽의 찬 기운이 혈관을 타고 온몸으로 퍼져나갔다. 그에 따라 불안도 가라앉기 시작했다. 



'일단, 아저씨를 만나 보자.'



마음의 평정을 찾은 그는 진동의 원인부터 확인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무영은 자신의 방 바로 옆에 있는 류심환의 방으로 향했다. 그는 그의 방문 앞에 이르러 몇 번 헛기침을 했다. 하지만 안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다시 한 번 기척을 내봤지만 방에서는 여전히 반응이 없었다.



'아저씨도 없네? 이상해?'



류심환도 없었다. 게다가 이 정도 기척이면 불혼이 없다 해도 도혼과 속혼은 자신의 기척을 들었을 것인데 그들이 기거하는 방에서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다 나갔나? 정말 이상하네?”



류심환에 삼혼까지 모두 자리에 없다는 것은 어린 그가 생각해도 좋은 일보다는 나쁜 일일 가능성이 높았다. 무영은 문을 밀고 밖으로 나가려던 자신의 걸음을 멈췄다. 이 시간에 그들 모두 방에 없다는 것이 예외적이기도 했지만 그것보다 자신의 몸 속에 내재해 있던 것이 그들을 대신해 위험을 알렸기 때문이다. 무영은 문에 손을 댄 채 잠시 자신의 내부에 신경을 집중했다.



'단전에 있는 천상무극진기가 움직이는 것 같은데?. 왜, 이러지? 이런 현상은 처음인데, 대체 왜 이러지?'



무영은 잠시였지만 자신의 내부에서 의지와 상관없이 움직였던 진기의 반응이 평상 시와 다른 점이 마음에 걸렸다. 이유에 대해 생각해야 했다. 



‘왜 이러지?'



무영이 문에서 손을 뗐다.



‘저절로 천상무극진기가 반응하고, 아저씨와 할아버지들도 없어. 무슨 일이 일어난 게 분명해. 화월곡의 진동도 그것 때문에 일어난 것 같아. 아저씨와 할아버즈들을 움직일 정도면 위험한 상황이 맞는 것 같아.’



무영은 그렇게 판단했고 판단이 서자 그는 급히 자신의 방으로 가서 아버지의 유품인 승천제마검과 천상천의 신패를 들고 나왔다. 



‘위험한 상황이라면…’



무영은 가옥의 구조를 설명하며 류심환이 자신에게 들려 주었던 말이 떠올랐다.



“어떤 일이 있어도 나와 삼혼 중 한 명은 네 주변을 떠나지 않아. 만일 네가 부르거나 볼 수 있는 거리 안에 아무도 없을 경우, 무조건 몸을 숨겨라. 가옥에 마련해둔 비밀장소에 들어가 절대 나오지 말고. 한 시진이 넘도록 우리 중 누군가가 너를 찾지 않는다면 그곳에 숨겨둔 지도를 갖고 거기에 표시된 비밀통로를 따라 화월곡을 벗어나거라. 지도 상에 나온 천목산의 입구에 이르면 거기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거라. 거기에 너를 보내는 일이 없기를 바라지만, 만일을 대비해서니까 항상 이를 명심해야 해, 알았지?”



생각이 이에 이르자 무영은 망설임 없이 주방으로 걸음을 옮겼다. 승천제마검을 든 손에 자신도 모르게 힘을 가했다. 자꾸 본능적으로 반응했던 천상무극진기에 신경이 쓰였다. 


---------------------------


삼재는 어떻게든 움직여야 했다. 그들이 보지 못했던 세 개의 도강이 그들의 정수리를 향해 날아들었기 때문이다. 그들이 천상천 최대 비밀병기라 해도 어떤 수라도 쓰지 않는다면 그것으로 생을 마치는 일 외엔 할 것이 없었다. 



‘허나, 이런 수 앞에서는…’



천의 눈빛이 예의 무심을 잃어버렸다. 무엇에도 꿈적도 않던 평정심이 처음으로 깨졌다. 그것은 생소했지만 자신들을 보는 다른 사람의 표정에서 드러난 것과 같은 느낌이었다. 



'이런 것이었나? 두려움이라는 것이.'



헌데, 사라졌던 그의 무심에서 두려움을 뚫고 솟아나는 생각이 하나 있었다. 무심의 두께는 그저 얻은 것이 아니었다.

려움을 느끼자 그의 무심이 그대로 있지 않았다. 그에게 한가지 무공의 기본 원리를 보내주었다. 그것을 자신의 의식이 받자 한가지 생각이 떠올랐고 그는 지체 없이 그 생각을 이행했다.



[반탄력!]



지와 인에게 천의 외침이 전해졌다, 전음으로.



[그것을 이용해서?]



예상도 하지 못했던 사형의 전음이 외침처럼 자신의 귀에서 터지자 천에게 지 또한 전음으로 그뜻을 물었다. 천이 막 그 뜻을 전하려 할 때.



“야합!”



기합과 함께 삼재의 막네, 인이 세 개의 도강에 자신의 머리를 그대로 들이밀었다.



[사형들 피하십시오!]



그의 전음이 머리를 들이민 다음에 천과 지에게 들렸다. 그들의 눈동자에 도강 속으로 몸을 날리는 인의 모습이 투영됐다.



퍼억!

후드드득!



인의 머리가 수박 깨지듯 터져버렸고 피와 뇌수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왔다. 두개골과 뇌의 조각들이 사방으로 튀었다. 그것은 도혼이 발사한 세 개의 도강 중 한 개가 인의 머리를 관통해 일어난 결과였다. 그런 결과는 한 개의 도강이 인의 복부를 뚫고 지나갔을 때도 비슷하게 일어났다. 산산조각 난 내장이 터져 나왔고 뒤를 이어 적홍의 피가 물컹물컹 쏟아졌다. 도강에 부딪친 그의 몸이 보여준 결과는 거기까지였다. 



그렇게 인이 생을 마쳤다. 문득 땅에 떨어진 그의 뇌 일부와 내장 조각이 꿈틀거렸다. 인이 마지막으로 할 말이 있는 것 같았다.



‘부디 생명을 보존하시어 저들을 처단하고 천상천에 삼재가 있었음을 천하에 알려 주십시오.’



그렇게 그의 생각이 천과 지의 눈에 맺혔다.






'인 사제, 자네 생각도 그러했는가…'



[사형만은 꼭! ]



인의 뇌와 내장 조각의 꿈틀거림이 멈추는 순간 터질 듯한 천의 두 눈에 그의 전음과 함께 지가 몸을 날리는 것이 보였다. 지도 인처럼 도혼의 도강에 몸을 날린 것이다. 그는 인의 복부를 관통해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도강과 천을 향해 격발된 나머지 하나의 도강을 향해 손을 뻗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의 바람은 실현됐다. 비록 그 바람의 대가로 자신의 옆구리 대부분과 어깨 부위부터 오른손이 몽땅 잘려나갔지만 그는 천에게 향하던 검강의 위력과 방향을 조금 줄이고 틀 수 있었다.



“크윽!”



그의 입에서 외마디 비명이 터졌고 눈에는 핏발이 섰다.



“크아악! 이놈! 이 죽일 놈!”



그는 제대로 속도도 나지 않는 경공을 펼쳐 도혼에게 달려들었다. 초식의 원리를 잊어버린 그의 도가 도혼을 향해 거칠게 휘둘러졌다. 천 사형이 몸을 피할 수 있는 시간을 벌려면, 그래서 자신과 인 사제의 복수를 하려면 자신은 그 초식을 펼쳐야 했다. 하지만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죽을 힘을 다해 도를 휘두르는 것, 그것 외에는 할 것이 없었다.



‘사형 반드시 탈출을. 저는 인 사제와 함께.’



인에 이은 지의 뜻밖의 행동에 당황한 도혼은 지의 막무가내 식 공격을 흘려버리며 자신의 복마도장을 들어 지의 가슴을 가격했다. 그는 자신의 손속에 상대에 대한 사정을 두지 않았다. 그의 행동이 천을 위한 희생이라면 단 한 번의 공격으로 그의 명을 끊는 것이 상대에 대한 무사된 도리였기 때문이다.



퍽!

우드득!



지의 가슴을 강타한 복마도장이 안으로 움푹 들어갔다. 그것이 다였다. 지는 맞는 순간 절명했기에 입에서 비명도 튀어나오지 않았다. 그의 몸은 그대로 몇 장을 날아가 지면에 곤두박질 치더니 몇 차례 구르다가 멈췄다. 짧게 그의 몸이 인의 뇌와 내장 조각처럼 꿈틀거렸다. 인과 다른 것이, 그 꿈틀거림은 그의 영혼이 자신이 머물던 곳에서 빠져나가려 지의 몸을 터는 것 같았다. 이 모든 것이 도혼의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



“나머지 한 사람을 위해서입니다.”



그때, 류심환의 음성이 도혼의 귀에서 나즈막히 들렸다. 도혼이 천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사제! 크흑!”



그는 막 화월곡을 벗어나고 있었다. 무심하기만 하던 천의 눈빛이 이글이글 타올라 그의 경공이 그리는 선을 피빛으로 물들였다. 직선으로 날아가는 그의 몸에 나뭇가지가 수없이 부딪쳤다. 그것들은 그의 호신강기에 튕겨나가 그의 얼굴에 닿지는 않았지만 천은 눈 한 번 깜박이지 않았다. 나무가 앞을 가로막아도 그는 그대로 부딪칠 생각이었다.



“찾아가겠다, 지옥까지라도. 사람의 형상이되 너희들을 죽일 때까지 짐승으로 살아가겠다. 기다려라. 반드시 네놈들을 찾을 테니.



우드득! 우드득!



천의 외침이 짐승의 울부짖음이 되어 화월곡을 떠돌았다. 그의 비통함은 그가 토해낸 외침이 너무 멀어져 거의 들을 수 없을 정도로 아득해지면서 그 마지막 한 자가 끝날 때까지 도혼과 류심환의 귀에서 생생하게 퍼득거렸다.



“돌아가죠. 이곳도 더 이상 있을 곳이 못 되는 모양입니다. 돌아가 다음을 논의하죠.”



류심환이 이미 사라진 천을 그래도 추격하려는 도혼을 말리며 화월곡으로 돌아가자고 했다. 자신들은 이미 적에게 노출된 것이다. 순간, 그의 미간이 좁혀졌다.



삐!



미세하지만 소리가 들렸다.



‘비밀장소가 열렸다.'



생각과 동시에 그곳에서 그의 신형이 사라졌다. 그는 만일을 대비해 비밀장소를 만들었고 그곳의 문이 열리면 자신만이 알아듣게 박쥐가 내는 소리와 흡사한 것이 발생하도록 장치했다. 그 소리가 들린 것이다. 자신이 화월곡을 비운 지금 그것이 울렸고 이는 무영의 곁에 불혼마저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



'내내 뒷골을 댕기던 느낌이 이것이었어. 무영의 곁에 불혼이 없는 것으로 보아 그도 이를 느꼈음에 틀림 없어. 누군가? 느낌 정도만 내게 틀킬 뿐 화월곡 안으로 들어올 수 있는 자가 누군가?'



그가 가장 우려했던 상황이 발생했다. 도혼 쪽이 더 급하게 느껴졌던 것도 이것에 대한 반작용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돌이킬 수 없는 자신의 실책이 될 수도 있었다. 그의 신형이 빛보다 빨랐다.



'무영에게 무슨 일이 생겼어.'



이곳은 화월곡의 북쪽 입구에서 오리(五里) 이상 떨어진 곳. 천상천의 비밀병기 삼재의 두축이 무너지는 순간, 그때 무영이 위험에 빠졌다. 자신이 마련한 비밀장소가 류심환을 지켜줄 수 없을 만큼 침입자의 능력이 강한 것 같았다. 


-------------------------


“가옥 쪽이야. 판단을 잘못했어.”



불혼이 비로소 적의 위치를 파악했다. 그는 동쪽 입구에 거의 다 도달했을 때쯤에야 자신의 실책을 깨달았다. 이곳에 비밀리에 침입자 자들이라면 목적은 단 하나였고 이곳에 이르기까지 그들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면 답은 단 하나였다.



‘무영의 곁을 떠나지 말았어야 했어. 주군이 그리도 신신당부 했거늘. 큰일이야!’



자신의 실책을 깨닫자마자 그는 가옥으로 방향을 틀었지만 불혼의 마음은 다급함을 넘어 불안이 극에 달했다. 무엇이던지 간에 그가 불안을 느낀 것은 구십 평생에 이번이 처음이었다. 전력을 다해 경공을 펼쳤지만 떨어진 거리는 직선으로 사리(四里), 평상 시대로 간다면 육리(六里)에 이른다. 무조건 직진만 하겠지만, 이 정도 거리라면 침입자들이 충분히 무영을 죽이고도 남을 시간이었다.



‘화월곡 내부까지 들어온 자들이면 최소한 몇 일은 지켜 봤을 것이고 주군과 도혼, 속혼이 자리를 뜬 것을 알고 있을 터, 무영의 곁에 있어야 했어.’



불혼의 미간이 겹칠듯 좁혀졌다. 주군조차도 그 존재를 느끼지 못했다면 은형술이 아무리 뛰어나도 그들은 상상을 불허하는 고수가 당연했다. 불안한 생각이 자꾸 떠올랐지만 그는 자신이 도착할 때까지 무영이 무사하기만을 기원했다. 

을 향해 날아가는 그의 옆으로 한 번에 수십 장씩 화월곡의 풍경이 지나갔다. 그의 이마에 몇날의 격전을 치룬 듯 자꾸 땀이 맺혔다.


-------------------------


“방에 없습니다.”



두 명의 침입자 중 한 명의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는 허공 중에서 나와 가옥 안을 떠돌았다. 이미 전음은 풀었지만 그들은 여전히 은형술을 풀지 않았다. 아마 그들에게는 그것이 더 편한 모양이었다.



“월(月) 사제, 주방 쪽이야.”



이번엔 사형으로 보이는 자의 말이 들렸다.



“주방 쪽이요?”



말없이 사형이란 자가 턱으로 한 곳을 가리켰다.



“그렇군요, 은(隱) 사형. 한 명이네요. 어린 놈 같고.”



월이란 자의 음성이 모골이 송연하게 흘러나왔다.



“크흐흐흐, 쥐새끼 한 마리가 있음이야.”



은이라 불린 자가 이번에는 무영이 들으라고 자신의 말을 주방으로 날렸다.



“야아옹~ 꼭꼭 숨어라.”



월이 그 뒤에 노회한 살기를 슬쩍 얹었다. 무영의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심장박동이 갑자기 빨라졌다. 자신을 발견한 침입자가 극도의 공포감을 조성하려는 듯 자신을 향해 대놓고 말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소리에는 약간의 내력도 들어 있었다.



‘어떻게야 하지? 아저씨도 불혼 할아버지도 돌아오지 않은 것 같은데…’



그 나이의 아기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느낄 수밖에 없는 두려움이 그에게 밀려들었다.



‘침착해야 해. 생각하자, 어떻게 할지를.’



그는 아홉 살의 어린 나이였지만 두려움에 대항해 스스로 마음을 다잡아 최대한 안정시켰다. 다시 한 번 숨을 깊게 들이켰다.



‘아저씨가 반 시진을 기다려도 아무도 나타나지 않으면 비밀통로로 나가라 하셨어. 그래 맞아. 그러면, 이 비밀장소는 쉽게 들어올 수 없다는 뜻이야. 저들이라고 다를 건 없을 거야. 최소한 반 시진은 그럴 거야. 아저씨가 그랬다면, 반 시진은 안전할 거야. 일단 진정하고 아저씨를 기다려 보자.’



그의 생각이 이에 이르자 양껏 들이킨 공기가 혈관을 따라 온몸으로 흘렀고 그속에 있던 차가운 지하의 기운이 두려움을 진정시키며 뇌를 맑게 해주었다. 그러고 보니 반 시진은 그리 긴 시간이 아니었다. 아니나 다를까, 밖에서 소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왜 안 열리지?”



은이란 자의 음성이었다.



“사형, 그냥 부수고 들어갑시다.”



월이란 자가 답답한 모양이었다.



“그들이 들을 수 있어. 헌데 단단하기가 만년한철보다 더 해. 조금만 더 문을 여는 장치를 찾아보자.”



은도 답답했지만 그렇다고 문을 부셔 굳이 사단을 일으킬 필요는 없었다.



“…”



무영의 귀에 월의 대답이 들리지 않았다.



‘아저씨 말대로야. 저들은 쉽게 들어오지 못해.’



무영은 일단 마음이 놓였다.출입구는 만년한철보다 단단하다 했다. 조금만 있으면 아저씨가 돌아올 터, 냉정함을 유지하며 침입자의 동태를 지켜볼 일이었다.



'일단, 아저씨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자. 반 시진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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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 뭘 그리 속닥거려? 다시 시작해야지.”



도혼이 삼재를 향해 도발적으로 말했다. 그들은 서로 전음을 주고받는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무영을 탈출시킬 때 그가 물리쳤던 오천협룡과의 대결도 생각났다. 



'저자가 전음을... 상관없어. 무조건 이겨야 다음이 있으니까.'

“……”



천은 도혼의 말에 아무런 반응도 보여주지 않았다. 그의 회색빛 눈동자는 여전히 초점이 없었다. 그는 도혼이 뭐라 하던 상관하지 않았다. 도혼은 그런 천을 보며 정말 수련이 잘 된 자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다.



‘대단한 놈… 하지만  거기까지야.’

“받은 것은 반드시 돌려줘야 하는 법.”



말과 함께 도혼이 그 자리에서 떠올랐다. 주군이 준 기회, 두 번의 실수란 있을 수 없다. 길게 끌거나 꼼수를 부릴 일도 아니다. 전력을 다해 상처난 자존심을 회복하고, 새롭게 깨달은 것을 실천으로 보여주면 된다. 도혼은 떠오른 상태에서 복마도장을 한 번 흔들었다.



“좀 전의 것이 이거였어. 초식이란 놈도 자존심이 있어서 껍데기 세 개라도 베야겠다나.. 뭐, 그런 이유로 해서.”



지-잉!



그렇게 도혼이 초식의 운결을 떠올리니 복마도장에서 공명이 일었다. 공명이 파문을 일으켜 메아리로 퍼져나가려 하는데 도혼이 사라졌다. 그가 있던 곳에는 복마도장만 떠있었다. 그와 함께 공명마저 사라졌다.



'이기어검!'



공명이 사라진 곳에서 검법의 정수가 펼쳐졌다.



“…”



여전히 천에게서는 아무런 변화도 일지 않았다. 검법의 최고의 경지가 펼쳐졌다 해도 그에게는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지라고 해서 천과 다를 이유는 없었다. 인도 그러했는데 그의 입에서 단어 하나가 툭 떨어졌다. 그가 말한 것은 분명했는데 소리가 들리는 곳에 원래부터 맴돌고 있던 말 같았다. 사람이 말을 뱉었음에도 무심하기가 이보다 더 할 수 없었다.



“이기어검류…”



그의 말이 허공 중에 홀로 맴돌다 저절로 사라졌다. 거기에는 아무런 감정의 변화도 들어 있지 않았다. 절정의 고수라도 평생에 한 번 보기도 힘들다는 이기어검류가 펼쳐졌음에도.



'지랄 맞기는…'



도혼의 검미가 좁혀졌다. 이번에는 공중에 떠있던 그의 복마도장도 공명처럼 사라졌다. 그 자리에는 하나의 기운만이 떠있었다. 그 기운은 복마도장을 닮은 듯도 했고 한 자루의 도를 보는 듯도 했다. 원래부터 그곳에는 도혼도 없었고 복마도장도 없었던 듯했다.



“……”



검법의 최고의 정수가 펼쳐졌었도 천의 눈빛에는 어떤 변화도 일지 않았다. 그의 무념의 상태는 도혼도 진저리 칠 만큼의 깊이를 간직하고 있었다. 하지만 천을 비롯해 지와 인의 마음 속으론 가늠하기 힘들 정도의 두려움이 휘몰아쳤다. 이런 이기어검류는 보기도 처음이지만, 들어보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모르는 것은 언제나 공포의 근원이다.  



‘어떻게 저런 경지를.. 전에 싸웠던 상대보다 한 수 위야. 승리하려면.. 파천이기어검류에 뭐라도 더해야 해.’



천은 이런 생각을 했고, 지와 인도 똑같은 생각을 했다. 최강의 합공을 선택했지만, 도혼 다음에는 상상할 수도 없는 또 다른 자가 있다. 생각하기도 싫지만, 어쩌면 이곳에서 생을 마감해야 할지도 몰랐다. 





번쩍!

 


도처럼 떠 있는 기운 속에서 빛이 일었다. 천의 무심은 도혼이라고 해도 두려울 정도의 평정심이었다. 빛은 그런 도혼의 생각이 들어 있는 것 같았다. 그것이 먹혔을까…



'이기어천류가 아니라 심검(心劍)인가?'



처음으로 지에게서 반응이 나왔다. 그의 심연 같은 무상의 눈빛 속에 작은 떨림이 일었다. 그도 심검을 알고는 있었지만 이렇게 직접 보기는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그것이 그의 무념 속으로 작은 파문이 일으켰고 눈빛의 작은 떨림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그것은 생겼을 때보다 빠르게 사라졌다.



‘심검이라면, 더할 것은 이거야!’



밖으로 나오지 않았고 눈빛으로 드러내지도 않았지만 지의 반응을 보면서 도혼은 한가지 생각을 떠올렸고 지체없이 실행에 옮겼다. 그 순간 복마도장이기 보다는 도에 가까워 보이는 기운이 바람에 흔들려 출렁거렸다. 이는 도혼이 한 것이 아니라 심검의 기운이 그냥 바람에 흔들린 것 같았다. 인의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 하지만 인은 달랐다.



“심검, 그 이상이야.”



인의 평정심이 무념의 상태에서 살짝 흔들렸다. 그 말로써 비로소 그가 거기에 존재하는 실체 같았다. 삼재의 최대 강점, 그 한 귀퉁이가 무너지려 했다. 바람에 흔들리는 기운 뒤에서 순간적으로 강렬한 빛이 떠올랐다. 심검처럼 보이게 이기어검류에서 빛을 발산시킨 것이 먹혀들었다. 저들은 합공을 취할 것이지만, 그 이전에 작은 균열이라도 일으키면 최상일 터였다.   



‘지금!’



지에 의해서 인으로 이어진 반응을 지켜보던 도혼이 마치 바람 따라 흔들리는 것처럼 위장하던 기운을 그대로 격발시켰다. 도강이 삼재를 향해 해일처럼 일었다. 그와 동시에, 아니, 그 바로 직전에 천이 전음으로 인에게 소리쳤다.



[갈! 눈속임이다.]



천이 인에게 전음을 보내는 동시에 그대로 날아올랐다. 허나 그는 인에게 정신 차리라고 갈을 외치기 직전에 한가지 전음을 먼저 보냈다. 그는 거의 동시에 두 종류의 전음을 시전했다. 하나는 지에게로 갔다.



[가!]



천의 명령에 지가 날아올랐고, 그에게 간 천의 전음은 천상천 비전 음공인 천상밀음공이었다. 지의 비상은 천이 날아오르는 것과 동시에 이뤄졌다. 뒤를 이어 인이 날아올랐고, 그에게 시전된 천의 전음은 상대의 마음 속에서만 들리는 전음밀입어(傳音謐入語)였다.



[이검발 일도참!]



천의 전음이 두 명의 사제에게 전해졌을 때 도혼의 도강이 삼재에게 빗살처럼 날아들었다. 도가 펼친 파천이기어검류의 도강이란 그 빠르기를 가늠하기 힘들 정도였다. 도혼은 삼재와의 대결을 오래끌 생각이 없었다. 그것은 상처난 자존심 때문이기도 했지만, 상대의 합공이 최고의 위력을 띠기 전에 대결을 끝내는 것이 최고의 선택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징! 징! 징!



도혼이 펼친 도강을 드러난 그대로 보면 하나였는데, 삼재가 느끼기에는 여섯 개였다. 헌데 류심환의 눈에는 아홉 개가 들어왔다. 



"합!"



천과 지의 검에서 두 개의 검강이 격발됐다. 같은 순간 인의 도에서 한 개의 도강이 폭사됐다. 먼저 펼친 두 개의 검강은 격발되자 마자 폭발해 사방으로 퍼지더니 천지 간에 천라지망을 펼쳤다. 그것은 도혼의 시선 전체를 덮어버렸고 그런 중에 두 개씩 두 번의 격발이 다시 이뤄졌다. 



팟팟!



앞의 두 개는 도혼의 도강 세 개와 충돌했고 뒤의 두 개는 그 사이를 파고들어 도혼의 나머지 세 개의 도강과 부딪쳤다.



콰앙! 쾅!



천지를 가를 듯한 두 번의 충돌이 일었다. 그 여파로 화월곡 입구가 통째로 흔들렸고 충돌이 일어난 주변 십 장이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멀리 떨어져 대결을 지켜보던 류심환의 장삼이 흔들릴 정도로 강력한 충돌이었다.



콰광! 쾅! 쾅!



여진이 계속됐고 엄청난 회오리가 일었다. 그 사이에서 서로 다른 세 가지 소리가 흘러나왔다.



“크윽!”

“컥!”



천과 지의 입에서 어쩔 수 없는 신음이 터져 나왔다. 기혈이 크게 흔들렸고 그들의 몸이 바위에 부딪친 돌처럼 튕겨나갔다. 그 뒤로 선혈이 유성처럼 폭발해 허공 중에 붉게 퍼졌다.



“헉!”



도혼의 입에서도 삼재와 비슷한 신음이 터졌다. 그 역시 충돌의 반탄력에 몸이 활처럼 휘더니 주르르 뒤로 밀려났다.

려나기 시작한 지점으로부터 선혈이 점점이 이어졌다. 이제 인의 차례였다. 그의 도강이 도혼의 몸을 관통하면 됐다.

찰나 지간보다 더 짧은 시차를 두고 격발됐던 그의 도강이 도혼의 생을 거두면 됐다. 천과 지의 생각은 그랬다. 인이라고 그들과 다를 것은 없었다. 그의 판단도 도혼의 죽음에 패를 걸었고 그만큼 자신의 초식은 천과 지의 합공과 절묘한 조화를 이루었다. 



이검발 일도참(二劍發 一刀斬)!



두 개의 검이 먼저 발사되고 뒤를 이은 하나의 도가 상대를 참한다. 그들에 의해 펼쳐지고 나니 초식의 이름 그대로였다.

그들이 무수히 연습해 이제는 호흡처럼 자연스러운 것. 삼재의 생각은 그랬다. 이것으로 도혼의 삶은 더 이상 이승의 것이 아니었다. 



'크윽.. 피해가 심하지만..'

'우리가 이겼어!'



천지인 삼재는 아주 짧은 시간 동안 그렇게 생각했다.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서 다음 공격도 펼칠 생각이었다. 하지만 류심환은 그들의 생각과는 달랐다. 그의 눈에는 아직 도혼의 도강 세 개가 남아 있었다.



“도혼의 승.”



류심환이 돌아서려 했다. 이것으로 도혼의 자존심도 제자리로 돌아왔다. 그때 삼재의 눈에도 비로소 세 개의 도강이 보였다. 그 차이란 설명이 불가능할 정도 짧았지만 억겁보다 긴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었다. 




"핫!"

"얍!"



천지인 삼재가 젖 먹던 힘까지 더해 몸을 흔들었다. 어떻게든 반 보라도 움직여야 했다, 죽지 않으려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어떻게 이런 공격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분명 도혼이란 놈이 격발한 도기란 6개가 분명했거늘. 천지인 삼재는 이 모든 것을 믿을 수 없었다. 



------------------------ 


두 명인 것은 확실했다. 불혼은 화월곡의 동쪽 입구에 가까워질수록 침입자의 수는 분명해졌다. 그때 화월곡 전체가 크게 흔들렸다.



“도혼인가?”



불혼이 북쪽 입구를 쳐다보았다. 하지만 그쪽에 더는 신경을 쓸 수 시간이 없었다. 화월곡 안으로 침입한 자들의 수는 분명해졌지만 그들의 움직임이 그의 예상을 훨씬 넘어섰댜.



‘주군도 그곳으로 간 것 같고. 걱정할 일이 아니야.’



불혼은 이것으로 그쪽 사정에 대해서는 궁금중을 닫았다. 주군이 그곳으로 갔으면 그것으로 상황 종료다. 그렇다면 그곳보다는 자신이 책임져야 할 이곳이 문제였다. 불혼은 침입자가 그가 죽인 검강윤에 결코 뒤지지 않은 고수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것도 각각이 그렇게 느껴졌다. 자신의 공력을 최대한 끌어올려 침입자의 흔적을 쫓았는데, 침입자의 움직임이 좀처럼 잡히지 않았다. 



'이건..'



불혼은 그들 움직임의 은밀함이 마치 공기와도 같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 말고도 침입한 자가 있는 모양이네?]

[상관 있겠습니까?]

[하긴… 검무영만 잡으면 되지.]

[오늘로 끝내죠. 천상천의 적통을 찾아다니는 것을.]



희미한 달빛 아래 어둠보다 더 어둠 같은 두 개의 인형이 가옥으로 다가가고 있었다. 그들은 달빛에 몸을 숨긴 채 가옥과의 거리를 좁혔다. 하지만 그들이 지나간 곳에서 공기의 흐름조차 변하지 않았다. 그들은 달빛과 함께 화월곡 내의 바람에도 몸을 숨겼기 때문이다. 



이것만 보아도 그들은 삼재의 은형술과 경공에 결코 뒤지지 않았다. 주변의 것들을 활용하는 면에서는 오히려 그들보다 앞선다는 것이 맞을 것 같았다. 그런 경지에 이른 자들이었지만 주변에 아무도 없는 것을 알면서도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것이 그들의 신중함을 말해주고 있었다.



헌데… 불혼의 방향이 그들과 반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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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혼은 자신의 미간과 심장을 향해 빛살처럼 날아오는 두 가닥 강기를 느꼈다. 하나는 지(地)가 펼진 가는 검강으로 자신의 미간을 노렸고 나머지 도강은 인(人)이 펼친 것으로 자신의 심장을 관통할 듯 날카롭게 파고들었다. 그의 눈에 잔상처럼 시작된 검강과 도강이 낙뢰처럼 강력한 것이 되기까지 눈 한 번 깜박일 시간도 허락하지 않았다.

 

 

도혼은 본능적으로 손을 흔들고 몸을 틀었다. 복마도장도 흔들었다. 그의 뇌와 신경, 근육은 그렇게 결정해서 그의 두뇌에 전달했고 그와 동시에 본능적으로 반응하려 했다. 그는 현의천도류 중 가장 빠르며 위력이 있는 파천이기어검류를 상대의 공격을 막기 위해 펼쳐야 했다. 그래야만 반격의 단초라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와 인의 검강과 도강은 단순히 속도에만 치중한 기습초식이 아니었다. 두 사람이 펼친 강기는 지의 독문 비공인 섬승지탈혼류(閃昇地脫魂流) 제 삼초 지섬(地閃)과 인의 유령취혼도법 제 사초 취혼(取魂)에  의해 격발된 것으로 빠르기와 강력함을 고루 갖추고 있는 천하의 절초였다. 게다가 두 가지 서로 다른 속성을 갖고 있으면서도 하나의 합공으로 위력이 배가되는 것은, 두 절정고수들이 오랜 수련을 통해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도록 만든 오랜 수련의 결과였다.

 

 

‘피하기에는 늦었다!’

 

 

도혼의 눈빛이 크게 출렁거렸다. 자신의 미간과 심장을 향해 뇌전처럼 폭사된 검강과 도강을 피해내기는 이미 늦었다. 검강과 도강의 완벽한 조화는 그의 시선 속으로 죽음의 전령처럼 다가왔다. 너무 빨라서 모습조차 볼 수 없던 죽음의 전령이 그에게 전한 한 마디 말이 뇌리 속에서 선명하게 떠올랐다.

 

 

종(終)!!!

 

 

‘허나, 어떤 것이든…’

 

 

해야 했기에 도혼은 무너지는 마음을 억지로 붙잡고 파천이기어검류를 끝까지 펼쳤다. 할 수 있는 한 최대한의 내공을 초식의 운결에 따라 복마도장에 실었다. 실었어야 했다, 도혼이 생을 연장하려면 그래야 했다. 그 나락의 순간, 천의 신형이 다시 흔들렸다. 지의 검강과 인의 도강을 대처하기 힘든 상황에서 천마저 공격에 나선 것이다. 그가 펼친 백색의 검기가 지와 인이 비워놓은 공간을 향해 발사됐다. 이로써 그들의 첫 번째 합공이 완성됐고 도혼에게는 이를 막아낼 여력이 없었다.

 

 

‘클! 이렇게 가는가?’

 

 

도혼이 보기에 삼재의 합공은 완벽했다. 이 정도의 합공이라면 그들이 자신의 생명을 거둬 가는 것은 합당할 터였다. 최선을 다하지 않은 것이 후회될지언정 무인으로써 부끄럽지 않은 최후라 그리 억울할 것도 없었다. 비무 중에 무인이 죽는 것은 하늘의 별이 뜨고 지는 것과 같고, 무공이 절정에 올랐다 한들 언제나 패자가 될 수 있음은 강호의 근본 원리였다.

 

 

하지만 주군을 생각하니 자신의 죽음보다 마음이 더 무거웠다. 천외천의 문도 열지 못한 상황에서 주군을 비궁(秘宮)에도 모시지 못하고 떠난 것이 못내 아쉬움으로 남을 것 같았다. 무영의 성장을 지켜보는 즐거움도 더는 볼 수 없음도 아쉬웠고.

 

 

'내 미간과 심장을 파고드는 각각의 검강과 도강이 길을 열고 목젖을 관통하는 나머지 검기가 길을 관통해 간다. 각각의 위치와 속도, 강도가 완벽한 조화를 이루었다.'

 

 

문득 죽음의 입구에서 도혼은 삼재의 공격이 하나의 원리를 이루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삼재검의 제 일초 절명(絶命)이라 하지.”

 

 

천이 도혼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듯이 말해주었다. 도혼이 고개 대신 눈을 깜박이려 했다, 알았다고. 헌데 뭔가 상황이 급변했다.

 

 

캉! 캉!.. 텅!

 

 

삼재검의 제 일초 절명이 자신의 목숨을 앗아가려 하는 직전에, 세 번의 날카로운 충돌음이 일었다. 두 번은 완벽히 동시에 일어났고, 하나는 찰나지간의 시차를 둔 채 일어났다. 강철이 날카로운 쇠에 긁히듯 날카로운 소리가 사방으로 찢어지며, 그것과 함께 삼재검의 강기가 산산히 깨져 수없이 많은 빗살로 변해 사방으로 튀었다.

 

 

팟팟팟!!!!

 

 

그리고 파편의 일부는 강기가 발사된 곳으로 튕겨졌다, 도혼을 목숨을 파고들던 속도보다 수배는 빠른 속도로. 그 느닷없음은 무공의 신이라고 해도 피할 수 없는 그런 속도로 이루어졌다.  

 

 

“컥!” “컥!” “크윽!”

 

 

세 마디 날카로운 비명이 터졌다. 천지인 세 명의 입에서 거의 동시에 터져나온 비명은 상황이 급변했음을 의미했다.헌데 이것들은 미간과 심장이 관통되고 목이 잘리며 생을 다하는 도혼이 질러야 했던 비명과는 차이가 있었다. 즉, 삼재의 목숨을 거둬갈 정도는 아니었다. 그 처음에 천지인 세 명은 옆구리와 어깨, 허벅지를 강타한 파편의 의미를 파악할 수 없었다.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뭐지?'

'어떻게 이런 일이?'

 

 

삼재는 모두 헷갈렸다. 분명 이것이 아니었다. 들려야 할 것은 하나의 비명이면 족했다. 그들의 계획대로라면 절대 이것은 일어나선 안 되는 일이었다. 도혼의 미간이 뚫리고 심장에 구멍이 나면서 붉은 피가 폭죽처럼 터져야 했으며 목젖을 기준으로 그의 머리가 몸과 분리됐어야 했다. 그런데, 정작 신음은 도혼이 아니라 자신들의 입에서 나왔다.

 

 

도혼도 상황이 이해 안 되기에는 그들과 다를 바 없었다. 이생에서 저승으로 떠나는 일만 남았다고 생각했는데, 그래서

초식의 이름을 알려준 천에게 알았다고 눈이라도 깜박거렸는데 자신은 죽지 않고 멀쩡히 살아 있었다. 그들이 펼친 초식, 절명이 자신을 죽음에 이르게 한 것이 아니라 그들에게 절망적인 결과를 만들었고 자신에게는 신명나는 일이 됐다, 상당히 창피하기는 했지만.

 

 

'혹시?'

 

 

도혼은 분명 눈을 또다시 깜박거리고도 살아 있었으니 이유가 있을 터였다. 오히려 마지막에 펼치려 했던 파천이기어검류와 허공만 휘저은 복마도장만 멀뚱해졌을 뿐이다. 누군가 삼재와의 결투에 끼어들었고, 세상에 그럴 능력이 있는 사람은 단 한 명 뿐이었다.

 

 

"아!"

 

 

도혼의 눈빛이 크게 흔들렸다. 알 수 있었다. 이 모든 것을 이제는 알 수 있었다. 오직 한 사람, 그분만이 이를 가능케 할 수 있다. 절대의 수준에 올랐으면서도 그 능력을 취하지 않은 단 한 사람, 자신의 주군만이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을 할 수 있다.

 

 

도혼은 자신의 옆으로 내려서는 주군의 인기척을 느꼈다. 너무나 익숙해서 죽어서도 잊을 수 없는 투명하면서도 깊이를 알 수 없는 슬픔이 담긴 기도. 그저 옆에 서있는 것만으로도 그 존재감이 하늘같은 사람, 주군이 자신의 옆으로 내려섰다.

 

 

“많이 늦지는 않았군요.”

 

 

류심환이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말했다.

 

 

“…주군.”

 

 

도혼의 입에서 한 호흡을 거른 음성이 흘러나왔다. 순간적으로 격해지는 감정을 다시르기 위함이었다. 나이를 먹을 만큼 먹었는데도, 두 눈에 차오르려는 치기 어린 습기가 감정의 둘레에서 어슬렁거렸다. 죽음에서 벗어나서가 아니라 주군이 자신을 염려해 이곳까지 왔다는 사실이 늙어버린 마음을 저리게 했다. 어슬렁대던 놈들이 감정의 입구를 찾아내 기어코  습기로 차오르려는 물기를 억지로 막아버렸다.

 

 

‘허허… 늙으면 귀에서도 눈물이 난다고 하더니…’

 

 

“오늘 일진이 별로인 것 같습니다.”

 

 

류심환이 도혼의 어깨를 자신의 어깨로 툭 치며 말했다. 그의 입가에는 잔잔한 미소가 어렸다. 헌데 그 웃음이 어색하지 않았다. 이런 행동도 처음이지만, 미소가 어색하지 않은 것도 처음이었다. 도혼은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있었다. 

 

 

'허허.. 저 미소라는 게..'

“허리가 말이 아닙니다. 죽을 지경이에요.”

 

 

도혼이 너스레를 떨었다. 표현이 불가능할 만큼 고마웠지만, 죽을 만큼 창피하기도 했다. 그만큼 깨달음도 컸다. 죽는 날까지 다시는 이런 실수를 범하지 않을 터였다.  

 

 

“제가 빠져도 될 듯 한데, 직접 끝을 보시지요?”

 

 

류심환이 도혼에게 실수를 만회를 기회를 주었다. 그는 그렇게 도혼과 얘기를 나누는 중에도 시선을 삼재에게 고정한 채 그들이 반격할 기회를 차단했다. 도혼의 무공이 얼마나 강한지 너무나 잘 알기에 자신이 직접 삼재를 상대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무너진 자존심이야 다시 만회하면 그만인 것, 도혼은 그럴 능력을 넘칠 만큼 갖고 있었다.

 

 

“주군만 허락하신다면…”

 

 

도혼이 옆구리에 묻은 피를 아무렇지 않은 듯 털면서 주변의 혈도를 무심하게 짚었다. 주군의 배려를 그가 모를 리가 없었다. 그에게 있어 삼재와의 대결은 지금부터가 진짜였다. 도혼은 그렇게 상처난 자존심을 피와 함께 털면서 천지인 세 명에게 시선을 돌렸다.

 

 

“허락하지 않을 이유라도 있겠습니까? 그럼, 너무 기다리게 하지는 마시구요.”

 

 

류심환이 미끄러지듯 뒤로 물러섰다. 그러면서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음… 시간차 공격은 볼만한 자들이네."

 

 

헌데 그의 중얼거림은 도혼에게만 들렸고 삼재에게는 들리지 않았다. 류심환이 자신에게 중얼거리듯 한 말에 내가밀음전어공(內稼密音傳語功)이란 최상승의 음공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그것은 도혼이 죽음 직전에 깨달았던 것과 동일했다.

 

 

"되게 당했습니다."

 

 

도혼이 중얼거리듯 답했다.

 

 

'저 자였군.'

 

 

류심환과 도혼을 말없이 바라보던 천이 고개를 끄덕였다. 분명 도혼을 잡았다고 확신했던 그 순간 상대가 펼친 검기에 자신들이 당했음을 인정해야 했다. 도혼을 향해 격발했던 자신과 사제의 합공이 그의 검기에 의해 튕겨나갔고 상처를 입은 것을 깨끗이 받아들였다. 지와 인처럼 자신도 당했지만 부인할 수 없는 자명한 패배였다. 자신과 사제들은 그가 펼친 검기의 반탄력을 감당해내지 못했다. 

 

 

'어쩌면 이곳에서..'

 

 

천은 불길한 생각이 떠올랐다. 지혈한 어깨에서 다시 피가 터졌다. 생각보다 상처가 깊었다. 천은 흘러내린 피가 옷을 적시고 팔과 다리로 흘러내리는 막지 않았다. 지와 인의 입가에선 선혈도 보였다. 파편에 내공까지 실려 있었다는 사실에 천은 두려움이 밀려왔다. 무공을 배운 이래 이런 무공도 처음이었지만, 두려운 마음이 드는 것도 처음이었다. 전대의 천주 검강천을 제외하면 이런 압도적인 위세를 보여주는 무인은 그의 기억 속에 자리하지 않았다.

 

 

‘대체 이 자는…?’

 

 

천은 제법 심한 상처에도 도혼의 옆에 내려선 류심환을 무심한 듯 회식빛 시선으로 쳐다보았다. 단 한 번의 검기로 천상천의 절대병기인 자신들을 이토록 처참하게 만든 무인이라니, 대체 저 자는 누구란 말인가?

 

 

“결국 우리는 네 가지를 예상하지 못했어.”

 

 

천이 특유의 무채색인 기복 없는 음성으로 말했다.

 

 

“하나는 이렇게 우리 곁에 가까이 접근할 때까지 그 낌새조차 눈치채지 못할 정도의 고수가 또 있었다는 사실, 두 번째는 눈치를 챘다 해도 상대의 초식이 생각보다 먼 곳에서 펼쳐졌다는 사실, 세 번째는 검기의 파편은 되돌릴 수 없었지만 이미 과거가 됐다는 것, 네 번째는 우리가 알았다 해도 그것을 막고 반격할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는 것.”

 

 

그랬다. 설사 류심환의 등장을 알았다 해도 천지인 삼재가 그가 튕겨낸 검기의 파편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이 중요했다. 이미 일어난 일을, 일이 일어나기 전으로 되돌릴 방법이 없었는 것처럼, 작금의 결과는 자신들의 힘으로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해서, 목숨을 내려놓고 싸워야 최소한의 승산이 있다는 거야."

 

 

말없던 천이 공개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드러냈다. 그 경지조차 알 수 없는 고수 앞에서 두 번도 아닌 세 번째 실수는 죽음을 의미했다. 말을 좀처럼 하지 않던 천이 길게 상황을 설명한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이는 지와 인이 충분히 알아듣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천의 회색빛 눈동자가 무심함을 되찾았다. 사제들이 평시의 상태로 돌아온 것도 느낄 수 있었다. 그의 의도는 이것으로 이루어졌다.

 

 

[합공의 후반부로 간다. 준비해.]

 

 

천이 지와 인에게 전음으로 명했다. 지와 인도 이미 준비에 들어갔다. 그들이 펼친 검강과 도강이 산산이 조각났을 때부터 지와 인은 다음 초식을 준비했었다. 그때는 무엇이 문제였는지 알 수 없었지만

 

 

-------------------------

 

 

무영이 천천히 눈을 떴다. 그는 류심환이 나간 문을 말없이 응시했다.

 

 

‘아저씨의 고마움에 보답을 해야 할지… 말로는 할 수 없지만 아저씨는 저의 부모이자 스승이에요. 제가 천상천의 차기 천주라 해도 한 번은 꼭 그렇게 부를 게요. 그렇게 부르는 날이 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게요.’

 

 

무영의 눈빛이 깊게 침잠해 갔다.

 

 

‘도혼 할아버지도 무사하길 바래요. 불혼 할아버지, 어디선가 보고 계시지요. 늘 저를 지켜주신 것 고마워요. 저 최고가 될 거에요.’

 

 

무영은 자신의 침실 한 편의 어둠을 힐끗 봤다. 거기 어디쯤 답답한 어둠에 갇힌 채 불혼 할아버지가 있을 터였다. 무영은 눈을 감고 누운 상태에서 자신의 내력을 가늠해 봤다. 단전에 아직 완전한 공간이 확보된 것은 아니지만 그 속으로 새로운 내력이 들어갈 날이 얼마 남지 않았음은 알 것 같았다. 그는 상상 속에서 자신의 내력을 일주천시켰다.

 

 

청기(淸氣)를 최대한 들이 쉬어 혈관마다 골고루 퍼뜨리고 회전시켜 다시 돌아온 탁기(濁氣)를 내뿜었다. 이러기를 수십 번, 그제야 무영은 상상을 멈추었다. 그리고 다시 잠을 청했다. 아직 새벽이 오기에는 조금 이른 시간, 붉은 여명은 산 정상을 향해 진군을 계속했고 대지 뒤편에서 몸을 드러내려 했으며, 바다의 수면 밑에서 부글부글 끓고 있을 것이었다. 어둠은 힘에서 밀림을 알았는지 철군을 준비하며 다시 돌아올 기약을 대지와 하늘에게 분명히 했으리라.

 

 

무영이 곧 깊은 잠 속으로 빠져들었다. 그때 불혼이 어둠에서 나와 무영의 침상 곁에 섰다. 잠시 그를 내려다 보던 불혼이 가옥 밖으로 몸을 날렸다. 그의 발걸음이 조심스러웠지만 황망했다.

 

 

'누군가 화월곡 안으로 들어섰어. 두 명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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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태봉 2014.07.22 17:17

    잘 봤습니다 나오는 문장들이 만화방에서 보던 무협지의 글귀라기 보단 하나의 시 같네요
    멋있습니다^^


우리시대의 영웅으로 떠올랐던 집권여당과 보수 세력의 권은희 먼저털이가 극성을 부리네요. 털어서 먼지 나오지 않는 사람이란 없다고들 하는데, 노무현 대통령을 죽음으로 내몰았을 때 했던 저인망식 먼지털이로 권은희 후보에게 맹폭을 가하고 있습니다. 이런 논란이 북한 전문매체인 TV조선이나 체널A, 유병언 전문매체인 MBN 등이 아닌 뉴스타파의 의혹제기가 더욱 컸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언론의 정론직필과 저널리즘이란 우리들과 저들이라는 이분법적 시각으로 접근하는 것이 아닙니다. 정치·경제·사회 전반에 대한 특정 성향을 띨 수는 있겠지만, 그렇다고 특정 세력에 유리한 일방적인 내용만 보도하면 뉴스타파가 위의 매체들과 무엇이 다를 것이 있겠습니까? 

 

 

특히 불의한 정권들에 맞서 정의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권은희 후보에게 세상이 알지 못하는 어떤 문제가 있는지 파고드는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경찰의 내부고발자로서는 우리시대의 영웅이며, 정의와 진실에 있어서는 어떤 양보와 타협도 없다며 국가권력기관들에 맞서 고결한 투쟁을 벌인 것은 시대정신에도 부합하지만, 인류의 보편적인 가치 구현에도 합당한 용기 있는 행위입니다.

 


 

 


하지만 상상도 할 수 없는 압력과 위협, 회유에 굴복하지 않은 내부고발자가 아닌 현실 정치인으로서의 권은희는 일반적인 현실 정치인보다 보다 엄정한 잣대로 검증받아야 합니다. 그녀는 정의와 진실을 위해 힘겨운 투쟁을 벌인 내부고발자라는 명성이 아니었으면 전략공천을 받을 이유가 없었습니다. 그것만으로도 내부고발자로서의 희생과 고통에 대한 대가는 충분히 받은 것입니다.

 

 

따라서 뉴스타파가 정치인 권은희로서의 자격을 따지기 위해 검증하는 것은 결코 잘못된 것이 아닙니다. 내부고발자가 아닌 예비 국회의원으로서의 권은희에게 어떤 결격사유라도 있다면 그 처음에 가혹할 정도로 확실하게 털고 가야 합니다. 백신이란 늘 부작용을 동반하는 것처럼, 우리시대의 영웅이었던  권은희 후보가 겪어야 할 정치적 백신은 혹독할 수밖에 없습니다.

 

 

권은희 후보는 이제 한 명의 예비 국회의원에 불과합니다. 냉혹하게 말하면 300명의 국회의원 중 한 명이 될 가능성이 높은 초보 정치인입니다. 그녀가 지닌 상징성과 용기 있는 행동 때문에 상당히 폭발력 있는 정치인으로 커갈 수 있는 가능성은 상당히 높은 것은 사실입니다. 여자 노무현이 오버랩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분명 잠재력이란 면에서 권은희로 상징되는 시대정신은 잘 다듬으면 세상을 비추는 보석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권은희 후보가 국회의원이 된다고 해서 국정원 댓글사건에 대한 경찰의 축소의혹사건이 고등법원과 대법원의 판결에 영향를 줄 수도 없습니다. 그 이유는 공무원이 자신이 직무하던 당시에 얻은 정보를 자료를 이용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국정원 댓글사건이라는 국가권력기관의 민주주의와 헌정질서 파괴행위의 실체를 밝히는 일은 진수미와 장하나 의원처럼 당찬 여인들도 얼마든지 있습니다.  

                                                      왜 만나는지요?


  

문제는 권은희 후보에 얽힌 논란 때문에 세월호 특별법 제정 무산이 묻혀버린 것입니다. 양당 대표의 회담에서도 특별법 제정이 무산됐다면, 7월재보선의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이런 상태가 유지될 것을 의미합니다. 새로운 TF가 구성됐다고 해서 특별히 달라질 것은 없습니다. 심재철의 카톡이 공개된 이상 그가 위원장으로 있는 세월호 특위는 어떤 역할도 할 수 없고, 정치적 수명도 다했습니다.

 

 

아이들의 죽음 앞에서 국정조사에 이어 특위마저 파행으로 점철된 상황에서 세월호 유족들은 단식농성 이외에는 특별한 저항수단이 없습니다. 그들이 국회와 광화문 등지에서 단식농성을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데, 이들이 더위를 버티지 못하고 탈진하면 또 다른 비극이 일어날 같아 걱정이 태산입니다. 아직도 실종자가 남아 있는 상황까지 고려하면 그들은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한계상황에 직면해 있을 테니 말입니다.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박근혜 정부와 집권 여당의 행태가 정말 잔인하기 그지 없습니다.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및 재발방지 대책이 있어야 아이들의 죽음을 받아들일 수 있을 텐데, 이렇게 특별법 제정을 하세월로 미루다 보면 세월호 피로감이 커지는 만큼, 유족들이 입어야 할 피해는 눈덩이처럼 늘어납니다. 그들은 진상규명이 이루어지지 않는 이상 단식농성을 풀 수도 없습니다. 

 


                                      

      

심재철의 카톡에서 어버이연합과 엄마부대의 짐승 만도 못한 짓거리까지 세월호 유족들과 생존학생들을 향한 수구꼴통들의 폭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김장훈에 이어 김제동이 천만 개의 바람 운동을 시작했지만, 수사권과 기소권이 있는 특별법이 제정되면 어떤 파장이 일어날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박근혜 정부와 청와대, 새누리당의 삼각편대가 세월호 특별법 통과를 받아들일 리 없습니다.

 

 

7월재보선에서 새누리당이 전패하지 않는 이상ㅡ이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ㅡ국민들이 들고 일어나지 않는 이상 답이 없어 보입니다. 권은희 후보의 남편에게 쏟아지고 있는 각종 의혹에 빠져드는 것은 조중동과 보수 세력의 프레임에 걸려드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모든 방송들이 이를 부추기며, 국민과 네티즌들을 정치적 계산이 난무하는 깊은 수렁 속으로 끌어들이고 있습니다.


 

                                           

 

자식이 왜 죽었는지도 모른 채 일상의 삶으로 돌아갈 수 없는 세월호 유족들의 단식농성이 한계상황에 이르고 있습니다. 오늘 따라 찌는 듯한 더위가 야속하기만 하고, 글을 쓰는 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내 자신이 너무 무능력하기만 합니다. 아직도 이승을 맴돌고 있을 아이들의 영혼과 바다 깊은 곳에 갇혀 있는 실종자들, 1박2일에 걸친 도보행진으로 그 동안의 부담과 억눌린 슬픔을 조금이라도 덜었던 생존학생들은 또 어찌하란 말입니까? 


  1. 문경호 2014.07.22 14:29

    권후보 문제제기가 조중동을 비롯한 보수언론이 아닌 믿고보는 뉴스타파에서 시작됐다는점이 여러가지 복잡한 생각을 하게합니다.
    언론의공정, 형평성에서 보면 이해가되나 왜 늘 진보쪽 사람들은 이렇게까지 정의로운지, 왜 그들처럼 더럽게 하지는 않는것인지 한편으로는 실소를 머금게되네요
    권후보의 의혹이 위법은 아니더라도 도덕적으로는 이미타격을 입었고 야권과 진보세력또한 그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논리를 적용시키기에 부족함이 없네요.
    직업적으로 정치세태를 연구할 시간적 여유가없는 저로서는 생계와 정국이 모두 스트레스기만 합니다.


심재철 의원이 퍼날랐다는 카톡을 보면, 새누리당이 세월호 특별법 제정에 어떤 스탠스를 취하는지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민간인 불법사찰 특위의 위원장을 맡아 회의를 단 한 번도 열지 않았던 심재철 의원이 세월호 국정조사 특위위원장을 맡은 것도 수사권이 부여된 특별법 제정을 무산시키기 위함이라는 것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습니다. 국회에서 여성의 나체사진을 감상하던 심재철 의원이 새누리당을 대표해서 총대를 맨 것입니다.

 

 

                                                                    심재철의 카톡 내용

 

 

심재철로 대표되는 새누리당의 어깃장에 자식을 먼저 저승으로 보낸 세월호 유족들이 반발하며, 단식농성에 들어간 것은 필연의 코스이자 새누리당의 덧입니다.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자식이 정부와 어른들의 잘못으로 세월호라는 탐욕의 공간에 갇힌 상태에서 바다에 수장돼 죽었는데, 세월호 침몰 원인도 알 수 없다면 어떻게 이를 받아들일 수 있겠습니까? 사고 당일 국민의 생명을 보호할 의무가 있는 통수권자는 대체 어디에 있었답니까? 


 

                              이 자는 TV조선, 채널A, 아이뉴스, YTN, KBS 등에 토론자로 출현하는 황장수다.

 

 

새누리당이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파탄시킨 이후, 세월호 피로감을 만든 당사자들이 정부와 새누리당인 데도 새누리당의 바톤을 이어받은 어버이연합과 엄마부대들이 짐승보다 못한 폭언을 퍼부으며 단식 중인 세월호 유족들을 욕보였습니다. 그들은 심지어 자식을 팔아 장사를 하느냐는 폭언도 서즘지 않았습니다. 경찰은 이를 제대로 저지하지도 않았고, 제지할 의지도 없었고, 제지할 능력도 없었습니다.   

 

 

                              자신이 인간이 아닌 짐승임을 밝힌 수구꼴통과 이를 방치하는 민중의 지팡이

 

 

억만금의 보상이요? 의사자 지정이요? 대학 정원외 특례입학이요? 아이가 부모보다 먼저 죽었는데, TV를 통해 세월호가 침몰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동안 정부는 단 한 명도 구해내지 못했는데 그딴 것들이 무슨 소용이란 말입니까? 대한민국이 세월호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떠들어 댄 사람들이 누구였습니까? 세월호 유족이 원하는 것은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그리고 비슷한 사고의 재발방지이지 자식의 목숨을 팔아 호의호식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생존학생들의 바람도 이것이다.

 

 

국가 개조는 정부와 정치권이 할 일이지만 세월호 유족들에게는 왜 자신의 아이들이 속절없이 죽어갔는지 그 이유라도 알아야 나머지 삶이라도 살 수 있는 것입니다. 그들이 바라는 것은 국민의  따뜻한 위로도, 고마운 성금도 아닙니다. 정부의 보상금도 제2, 제3의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아이들의 이름으로 공익재단 설립에 쓸 것이지 유족들이 먹고 살기 위해서 쓸 것이 아닙니다. 


 

                                                이처럼 유족과 생존학생들을 안아줘야 합니다.

 

 

온갖 방송에서 퇴출되는 불이익을 당한 김제동이 다시 거리로 나섰습니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천만인 서명 운동을 하기 위해서입니다. 비록 세월호는 저 차갑고 어두운 바다에 갇혀 있을지라도 우리 모두의 가슴 속에서 다시 우리의 아이들을 실고 여행을 떠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세월호 유족들이 하루라도 빨리 일상의 삶으로 돌아갈 수 있으려면, 대한민국이 아이들의 희생을 통해 돈보다 사람이 우선인 세상이 되려면 세월호 특별법 제정이 시급합니다. 


압도적인 무력을 바탕으로 한 이스라엘 군대의 가자기구 맹폭으로 팔레스타인 사망자와 부상자들이 무려 10,000명에 이르고 있다. 최근에는 지상군도 투입됐기 때문에 팔레스타인 사상자는 눈덩이처럼 늘어날 수밖에 없다. 사상자의 대부분이 하마스 무장대원이 아닌 민간인이어서 이스라엘 군대의 일방적 살육행위는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전쟁범죄다.

 

 

영국의 총리였던 처칠은 "사랑과 전쟁에선 무엇이든 가능하다"고 말했지만,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주민들에 대한 이스라엘 군대의 일방적인 살육행위는 히틀러의 나치가 유대인의 절멸을 목표로 자행됐던 홀로코스트와 다를 것이 없다. 이들의 목표는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몰아내거나, 죽은 것과 다름없는 상태로 만드는 것이어서 나치의 홀로코스트와 동일하다. 

 

 

헌데 이스라엘 군대가 국제사회의 비난과 아랍국가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이런 살육행위를 강행할 수 있는 뻔뻔함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미국을 제외하면 최고의 군사력을 지닌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높은 벽으로 둘러싸은 것도 모자라 하마스 무장대원의 땅굴을 핑계로 일방적인 살육행위를 자행할 수 있는 것은 크게 4가지 요인에서 나온다.


 

                                                                                         연합뉴스에서 인용

 

 

첫 번째는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로 대표되는 이스라엘 집권 여당의 극우적 호전성이다. 많은 학자들이 이스라엘을 국가가 군대를 지휘하는 것이 아니라 군대가 국가를 지휘하는 나라라고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들은 아랍 전체와 싸워도 승리할 수 있는 압도적인 군사력을 보유하고도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항시적인 전쟁을 유도한다. 한국의 보수세력이 북한의 호전성을 연일 떠들어대는 것과 동일한 메커니즘이다. 

 

 

두 번째는 미국의 정계를 사실상 지배하고 있는 유대인 고리대금업자들의 정치경제학적 이해득실이다. 압도적인 정치자금으로 최강의 군사대국인 미국의 정계를 좌지우지하는 이들이 없다면 이스라엘의 일방적인 살육행위는 계속될 수 없다. 국제사회의 제재가 가시화되자 24일 이스라엘을 방문해 변함없는 지지를 표명한 블름버그 전 뉴욕시장 같은 정치인들도 다수 포함돼 있다.

 

 

이들이 아랍 국가들과 국제사회의 비난으로부터 이스라엘을 지켜내는 이유는 전 세계로부터 돈을 빨아들이는 고리대금업의 추악함을 무마하기 위함이자, 월가를 지배하고 있는 악마의 고리대금업을 계속하기 위해서다. 이들이 자신의 뿌리인 이스라엘을 지킨다는 명분을 내세우지 못하면 미국의 정계를 지배할 수 있는 정당성이 사라지며, 전체 인류의 피(돈)를 빨아먹고도 미국이란 제국 뒤에 숨어 영원한 돈놀이를 이어갈 수도 없다.

 

 

이스라엘이 항시적인 전쟁상태를 유지해야 최소한의 돈으로 미국의 정계를 지배할 수 있으며, 악마의 고리대금업을 계속할 수 있다. 이스라엘의 건국에 극히 미미한 자금만 투자하고도 이스라엘 건국의 든든한 후원자인 것처럼 행동한 로스차일드 가문처럼. 유대인이 대학살을 당했다고 해서 대학살을 자행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전 세계를 최악의 경제위기에 빠져들게 만든 것도 사실은 이들이다.  


 

                                              세계금융자본의 반을 가지고 있다는 로스차일드 가문


 

세 번째는 무한한 진보를 역설하며 밀어붙인 개발과 성장의 담론이 한계에 이르자, 유대인 고림대금업자의 새로운 먹거리로 등장한 전 세계적인 폭력시장의 확장이다. 2차세계대전과 냉전시대가 끝난 이후 인류는 크고 작은 전쟁에서 한시도 벗어난 적이 없었다. 전쟁이란 곧 천문학적인 돈이 투입되는 폭력시장이다.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여 개발한 첨단무기들과 재래식 무기들이 창고에 처박혀 있는 이상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게다가 개발과 성장담론의 후유증이 2008년 금융 대붕괴로 최정점에 이른 이후, 세계 경제 차원에서 새로운 먹거리가 등장하지 못한 상태다. 그렇다고 해서 2차세계대전처럼 전 세계의 흥망성쇄가 걸려 있는 대규모전쟁을 일으킬 수도 없는 일이다. 소련과 동독 및 동유럽의 붕괴로 냉전시대도 끝났다. 무기의 발전은 비약적이어서 대륙 단위의 전면전은 공멸의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다.  

 

 

헌데 아이러니하게도 부정적 세계화 덕분에 대륙과 국가 차원의 부의 불평등, 지구온난화와 대지의 사막화, 환경오염과 생태계파괴 등이 발생함으로서 인류가 살 수 있는 대지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선진국을 제외한 세계 곳곳에서 크고 작은 국지적 분쟁들과 내전들이 끊임없이 일어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때문에 아프리카와 남미를 중심으로 거대한 규모의 폭력시장이 형성됐다.

 


 


갈수록 확장되고 있는 폭력시장이 인류 전체의 성장을 견인하지 못할망정 유대인 고리대금업자를 중심으로 한 거대 금융자본들의 배는 충분히 만족시킬 만했다. 애당초 이스라엘의 상대가 안 되는 팔레스타인 하마스 무장대원을 상대로 한 일방적인 살육전은 베냐민 네타나휴로 대표되는 극우 정당이 이스라엘을 계속해서 통치할 수 있는 최상의 방법이자, 폭력시장의 확대라고 할 수 있다.

 

 

이스라엘은 나토를 빼면 유일한 군사 동맹이고 중동에 있는 항공모함이라고 하지 않던가. 미국 군산복합체의 최대 먹거리가 이스라엘과 일본임은 수십 년 전부터 확인된 것이니, 양국의 군사행위는 미국을 먹여살리고 있는 최강의 축인 군산복합체의 이익에도 부합한다. 미국이란 제국의 먹거리는 몇 개밖에 남지 않은 것도 고려해야 한다.

 

 

아랍국가들의 반발과 국제적인 비난은 미국 정부가 막아줄 것이기에, 목표한 것을 달성하고 나면 일방적인 살육을 멈추면 된다. 이럴 경우 패자인 하마스 무장대원들은 복수를 다짐할 수밖에 없고, 이에 따라 크고 작은 테러들이 양산된다. 그것이 끝에는 국가 차원의 무력충돌로 이어지고, 수많은 민간인들이 부수적 피해로 취급되며 살해당한다. 또 다른 테러가 일어나고, 이렇게 폭력의 악순환이 계속된다.

 

 

폭력시장이여 영원하라, 그로 인해 우리의 번영도 영원할지니! 

 

 

이제 마지막으로 살펴봐야 할 요인이 하나 남았다. 이는 예수 이전의 유대인의 종교이자 폭력적인 기독교의 기원으로 작용하고 있는 구약성서에서의 야훼 하느님이 유대민족에게 약속했던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인 가나안과 얽혀 있다. 이는 별도의 글로 다루겠지만, 종교가 정치와 사회와 만나는 곳에서는 언제나 피바람이 불기 마련이다. 정교분리가 헌법에 명시되는 이유도 이것을 막기 위해서다.   

            

 


모든 기본입자에 질량을 부여하기 때문에 ‘신의 입자’로 불리는 힉스입자에 대해서는 앞선 글에서 어느 정도 설명을 드렸습니다. 오늘은 힉스입자가 어떻게 다른 입자들에게 질량을 부여하는지에 대해 설명 드릴까 합니다. 그 전에 힉스입자의 발견에 대한 글의 말미에 남긴 것을 설명하기 위해 경상대학교 물리교육과 조교수인 이강용이 중앙일보에 기고한 글을 올립니다.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LHC에서 발견된 힉스 보존은 힉스가 예측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당시 힉스와 다른 사람들이 해결하려고 한 것은 강한 핵력이었다. 그러나 이번에 발견된 입자는, 미국의 스티븐 와인버그가 1967년에 전자기력과 약한 핵력을 하나의 이론으로 기술하는 표준모형의 방정식을 만들면서 약한 핵력에 힉스 메커니즘을 적용해서 나타나는 힉스 입자다. 게다가 대칭성이 깨질 때 전자와 같은 물질이 질량을 얻는 과정은 힉스 메커니즘과는 상관없이, 와인버그가 만든 표준모형에서 처음 나타나는 것이다. 그러니까 이번에 발견된 힉스 보존의 정확한 모습을 제안한 사람은 사실 와인버그다.

 

 

물리학에서 말하는 “장(field)이란 운동하는 물체들에 영향을 미치는, 공간의 비가시적 성질”을 말합니다. 즉 입자는 존재하는 물질이기에 눈에 보이지만 입자들의 운동으로 만들어지는 장이란 눈에 보이지 않다는 뜻입니다. 우리가 MRI를 찍을 때 기기 내부에서 발생하는 지구 자기장의 1만 배 이상이나 되는 자기장을 볼 수 없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대신 인 인체 내부 사진은 필름 같은 형태로 나타나기 때문에 우리(주로 의사)는 내부에 어떤 문제가 생겼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입자들은 아무런 성질도 갖지 않고 특별한 목적도 없이 존재합니다. 기본입자들로 이루어진 원자(전자가 하나인 수소원자는 제외)까지 이런 경향은 동일합니다. 하지만 이런 원자들이 모여 분자를 이루는 화학반응(원자의 최외각을 돌고 있는 전자들이 양자비약을 통해 다른 원자의 궤도로 들어가면 두 원자의 상태가 변해 다른 원자와의 화학적 결합이나 분리를 이루는 것)이 일어나면 비로소 성질을 갖게 됩니다. 이처럼 어떤 현상을 만들어내는 공간적 개념이 물리학에서 말하는 장이라고 보면 됩니다.

 

 

마찬가지로 전류(전자의 흐림) 때문이 아니라 누적된 전하(에너지 준위)에 의해 전기장이 생기듯이 힉스장도 힉스입자와 다른 기본입자 간의 양자역학적 운동과 반응이 일어나는 장입니다. 물리 법칙들을 결정하는 이런 장들은 입자들의 운동과 반응, 숫자와 밀도, 환경에 의해 변화하기 때문에 물리법칙들 역시 변합니다. 특히 가상입자들이 실험을 통해 새로운 기본입자로 발견될 때마다 물리법칙들도 일정 부분 변합니다.

 

 

마찬가지로 서스킨드의 《우주의 풍경》에 나온 것처럼, 다양한 우주가 존재할 수 있습니다. 또한 다양한 우주마다 작용하는 물리법칙들도 다를 것입니다. 이처럼 모든 우주가 동일하지 않다는 것이 ‘인류원리(지금의 내가 살고 있는 우주가 내가 볼 수 있고 경험할 수 있는 물리법칙에 의해 생긴 유일한 행성이라는 원리)’의 근간을 이루고 있습니다. 즉,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는 전체 우주에서 유일하다는 뜻입니다.  






위의 설비가 이만큼 길게 만들어진 것이 입자가속기이다ㅡ구글이미지 인용

                                                                                                    

 

허면 힉스장이라는 개념은 어떻게 해서 나왔을까요? 사실 힉스장을 발견하기 전까지 물리학자들이 만든 표준모형은 수학적으로 정합적인 결과(주어진 조건에서 벗어나지 않는 결과)가 나오지 않습니다. “힉스장이 없는 경우 파인만의 규칙들은 무한대 또는 심지어 음숫값의 확률 같은 무의미한 결과들”이 나옵니다. 즉, 빅뱅시 방출된 기본입자들로는 만들어낼 수 없는 무한대의 우주나 모든 물질이 존재하지 않는 반우주가 나옵니다. 무한대의 우주를 형성할 입자의 수와 에너지의 양이란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니까요.

 

 

 

입자들에 질량을 부여하는 힉스장이 없으면, 기본입자들은 (질량이 없는 에너지 덩어리를 방출해 운동의 동력을 만드는)은 광자에 의해 제멋대로 움직이거나, 또 다른 광자를 흡수하지 못하는 한 움직이지도 못할 것입니다. 이럴 경우 우주를 만들어낸 물질, 반물질, 암흑물질도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물론 정반대의 결과도 이론적으로 가능합니다. 어떤 과학자도 영원히 그 비밀을 풀 수 없겠지만. 

 

 

다시 말하면 힉스장이 없으면 모든 물질을 이루는 기본입자들은 에너지적 성질만을 갖게 되기 때문에 물질의 성질을 절대 가질 수 없습니다. 이럴 경우 존재하는 것은 단 하나도 없는 텅 빈 우주가 됩니다. 양자역학의 핵심 원리인 불확정성의 원리에 따르면 모든 기본입자들은 입자적 성질(위치)과 에너지적 성질(궤도)을 동시에 갖는데 이중에 하나를 선택하면 나머지는 소멸되기 때문입니다.

 

 

이럴 경우 물질의 최소단위인 기본입자는 질량적 성질은 사라진 채 에너지로만 존재하기 때문에 어떤 물질도 만들어내지 못합니다. 이를테면 완벽한 무의 상태로 귀결됩니다. 모든 우주에는 오직 에너지만 존재할 뿐이지 물질적 근거가 되는 입자는 단 하나도 없는 완벽한 무의 상태가 됩니다. 더욱 쉽게 말하면 선풍기로 바람을 만들었는데 선풍기가 없는 것과 같습니다. 현상은 있는데 존재는 없는 시공간, 즉 신조차 존재할 이유가 없는 완벽한 무를 말합니다.

 

 

                                                                      다음이미지에서 인용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물리학자들은 기본입자들에게 질량을 부여할 수 있는 무엇인가가 필요했고 힉스 교수가 힉스입자의 존재를 추론해낼 수 있었습니다. 이로써 파인만이 만든 기본입자들의 표준모형에서 빈 상태로 있는 마지막 공간이 채워지게 됐습니다. 뉴턴역학과 상대성이론으로는 풀 수 없는 우주 탄생의 신비에 다가갈 수 있는 양자역학의 기초공사가 마무리된 것입니다.

 

 

원래 일반 상대성이론을 발견한 아인슈타인은 자신의 발견한 우주상수를 설명하며 아주 미미한 우주에너지(양자요동에 의해 발생하는 극히 미세한 에너지)가 우주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나 작기 때문에 아예 무시해버렸습니다. 그는 광자론을 통해 빛의 성질(입자와 에너지)을 밝혔으면서도 그것이 양자역학의 핵심 원리인 불확정성 원리와 같다는 것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습니다.

 

 

아인슈타인이 판단하기에 양자요동이 만들어내는 에너지(우주의 70%를 이루고 있는 에너지로 너무나 작아 어린아이 입김보다 작을 것이다)의 총합이 너무나 미미할 뿐만 아니라, 그 과정이 너무나 불명확해 우주의 법칙을 계산 불가능한 우연에 의존하는 것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말년의 그는 양자역학과 일반 상대성이론을 통합해 양자중력(끈이론의 핵심)이란 대통일 이론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지만 결과를 내놓지는 못했습니다.

 

 

 

사실 빅뱅이라는 우주의 탄생 원리도 베타원리와 불확정성의 원리만 가지고도 어느 정도 설명이 가능하니 그 우연의 연속을 받아들이기에는 우주의 질서와 아름다움에 대한 아인슈타인의 애정이 너무나 컸을 것입니다. 물리학자들은 곧잘 E=MC2이라는 공식처럼 우주의 법칙을 아름답게 표현하려는 성향을 보이는데 아인슈타인도 이런 면에서는 다르지 않았습니다.

 

 

                                                      

                                                                                     한겨레신문에서 인용

 

 

다시 힉스장으로 돌아와서, 물리학에서는 크게 두 개의 장이 있습니다. 하나는 전기장과 장기장처럼 “그 장들이 공간의 각 점에서 크기뿐만 아니라 방향도 가지고 있는” 벡터장(vector field)합니다. 반면에 크기는 있지만 방향이 없는 양을 나타내는 스칼라장이 있습니다. 힉스장은 자기장과 매우 비슷하지만 기본적으로 스칼라장에 속합니다.

 

 

 

질량이 관성과 같고 힘을 가속도로 나눈 것이 질량이듯이, 기본입자를 이루는 “전자, 쿼크, W와 Z 보손과 같은 입자들의 실제 질량은 힉스입자들의 흐름(힉스장)을 통과할 때 그것들이 어떻게 운동하느냐에 따라 결정”됩니다. 즉 힉스입자들의 흐름은 빛의 속도로 움직이는 기본입자들의 속도에 변화를 줌으로써 입자들마다 개별적인 관성을 부여합니다. 관성은 질량과 같음은 앞에서 말씀드렸고요.

 

 

기본적으로 스칼라장에 속하는 힉스장을 각종 기본입자들이 통과하게 되면 힉스입자들의 흐름에 의해 각각의 관성을 갖게 되는데 이것이 곧 기본입자들에게 질량을 부여하는 것과 같은 것이 됩니다. 빛의 속도에서는 어떤 질량도 갖지 못하는 순수한 에너지적 성질만 갖지만 속도에 변화를 줘 조금이라도 느려지면 입자적 성질인 질량을 갖게 되는 것입니다.

 

 

 

바로 이런 방식으로 힉스입자가 원자를 이루는 기본입자들에 질량을 부여하기 때문에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신의 입자라고 하는 것입니다. 결국 양자역학의 탄생은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이론과 광자론이 없었으면 몇십 년은 미뤄졌을 것입니다. 물리학에 대한 전문적인 교육을 받지 않았지만 인류 역사상 최고의 천재로 추앙받는 아인슈타인의 위대함이 여기에 있는 것이지요.

 

 

시간이 되는 대로 파인만의 표준모형과 인류원리에 대한 글을 올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 땅의 정치인들이 도와주기만 한다면.  

  1. 태봉 2014.07.21 13:10

    제가 50프로나 이해할 수 있을까 모르지만 글 너무 재미나게 읽었습니다^^
    마지막 멘트 이 땅의 정치인들이 도와주어서 늙은도령님이 빨리 글을 오려야 그럴 가능성이..^^

  2. 태봉 2014.07.21 13:14

    패스워드를 모르겟네요
    오타 수정 합니다
    ........늙은도령님이 빨리 글을 올리 수 있을텐데 그럴 가능성이...^^

  3. 요셉 2015.06.07 07:07

    "물리학에 대한 전문적인 교육을 받지 않았지만 .... 천재로 추앙받는 아인슈타인의 위대함이 여기에 있는 것이지요"
    좋은 글입니다.
    그러나 아인슈타인은 물리학과 출신으로 학부때부터 남다른 두각이 보이기 시작했었다는 군요.
    고등학교 수준의 물리학 기본만 있으면 누구든지 힉스이론은 이해되지 않겠습니까?

    • 늙은도령 2015.06.07 20:18 신고

      그럴 수도 있습니다.
      힉스 이론은 힉스장과 기본모형에 대한 이해가 있으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물론 베타원리와 불확정성의 원리도 함께 알아야 하겠지요.

  4. 어니 화이트 2015.06.07 20:04

    저 또한 관심있는 내용이었습니다
    어렵지만 지식의 즐거움은 느낄수 있었습니다

    • 늙은도령 2015.06.07 20:19 신고

      조금이라도 쉽게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는데 쉽지 않습니다.
      물리학에 대해 추가로 얻은 정보를 글로 옮겨야 하는데 시간이 부족하네요.

  5. 백순주 2015.08.14 06:33 신고

    김용택 선생님께서 제 블로그를 만들어 주시면서 선생님 블로그를 링크해 두셨는데... 그 이유를 여기와서 알게 되었습니다.
    이제사 운영에 요령이 생겨 허덕임에서 빠져나와 마실도 다녀요~^^
    여기서 계속 머물러 빠져 나갈 수가 없네요. 참 매력 넘치는 분이십니다.
    방문록을 찾을 수 없어 여기에 글 남깁니다.
    저도 자연과학도입니다.

    • 늙은도령 2015.08.14 16:58 신고

      반갑습니다.
      저는 자연과하도는 아니고 기본적으로 세상을 이해하려면 물리학과 화학, 분자생물학, 진화론, 뇌과학, 생명공학 등은 어느 정도 알고 있어야 판단했기 때문에 취미로 공부한 것입니다.
      목표는 대학원생 수준에서 박사 사이입니다.
      독학으로 하려니 힘드네요ㅎㅎㅎ



축시(丑時 : 01시부터 03시까지) 경 류심환이 무영이 잠들어 있는 방으로 들어섰다. 하루 종일 무공 수련에 매달린 무영은 피곤했던지 곤한 잠에 빠져 있었다. 하얗던 얼굴이 거의 이년에 걸친 수련 기간 동안 햇볕에 타서 제법 구릿빛을 드러냈다. 아직도 투명한 느낌이 더 강했지만 이 상태로 간다면 1, 2년 후에는 청년 무인의 모습이 그의 피부에 자리 잡을 듯했다. 자신이 처음 만났던 날의 검강천처럼.

 

 

‘모든 것이 빨라. 신체 발달도 무공 진전도. 열 살 아이가 보여줄 수 있는 게 아니야. 천상무극독 때문에 선천지체의 이점도 누리지 못하는데도 발전 속도가 이 정도라면..’

 

 

불혼 뿐만 아니라 그에게도 무영의 발전을 지켜보는 것은 즐거운 일이었다. 아무런 것에도 마음을 두지 않았던 그에게 검강천과의 약속을 핑계로 무영을 가르친다는 것이 그랬고, 자신을 가르쳤던 불혼이 다시 무영을 가르치는 것에 생기가 돌아 마치 회춘한 듯 이리 뛰고 저리 달리는 그의 표정 하나, 동작 하나하나가 또한 그랬다.

 

 

하지만 그를 정말 들뜨게 하는 것은 무영을 통해 때없이 드러나는 자신의 어린 시절이다. 멀리서 무영이 맹목적일 정도로 수련에 매달리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그는 문득 무영처럼 오직 무공수련에만 매달렸던 자신의 어린 시절 모습이 떠올랐다. 그 우연한 날의 한조각 구름 같던 기억이 무영에게 투영되면서 어린 시절의 하루하루가 생생하게 살아났다. 아무것도 걱정할 것 없었고, 오로지 한가지에만 매달리면 됐던 시절의 순간들이 기억의 모옥에서 나와 자꾸 무공수련에 전념하는 무영과 겹쳐졌다.

 

 

‘내가 저랬을까? 하나의 단계를 넘을 때마다 나도 아이처럼 웃었을까? 내 주먹질과 발길질이 저랬을까?’

 

 

류심환은 무영을 지켜보면서 기억의 조각들이 하나씩 되살아나 무영과 함께 손을 뻗고 발을 차며 온종일 화월곡을 돌아다니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하지만.. 나처럼 무영이도..’

 

 

류심환은 회상을 이것으로 접고 지금은 자신이 해야 할 일에 집중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자꾸 도혼에게 신경이 갔다. 그의 무공을 확신하면서도 오늘따라 자꾸 마음이 쓰였다. 며칠 전부터 뒷골을 댕기는 것이 영 마음을 편치 않게 했다.

 

 

‘대체 이 느낌은 뭐지? 뭔가 놓친 건 아니겠지?’

 

 

류심환은 자꾸 불길한 생각이 떠오르게 하는 잡념을 밀어내며, 무영의 침상에 앉아 서둘러 그의 몸을 풀기 시작했다. 그는 무영의 수련 첫 날 밤부터 수련을 통해 뭉쳐진 근육을 풀어주었고, 조금이라도 어긋난 뼈나 늘어난 인대 등이 있으면 제 자리를 찾아주거나 치료해주었다. 이런 과정은 그가 매일같이 되풀이 했던 것이고 이를 통해 무영의 근골은 아침이면 늘 최상의 상태로 회복되곤 했다.

 

 

류심환의 내공은 끝을 알 수 없는 경지에 이르렀기 때문에 무영을 위해 펼치는 벌모세수가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았다. 물론 마르지 않는 샘물이 없듯이 벌모세수가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류심환이 입는 내공의 손실은 조금씩 늘어날 터였다. 거대한 모래사장에서 한 가마니 정도의 모래가 쓸려나간 정도에 불과하지만.

 

 

그렇게 충분히 무영의 피로를 풀어준 류심환은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그는 내공을 좀 더 끌어올려 무영의 혈도를 하나씩 짚어가며 혈맥을 따라 천상무극독의 상태를 확인했다. 자신이 각 혈마다 공간을 만들어 배치해 놓은 극양지기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확인했으며 만에 하나 천상무극독의 일부라도 녹을 징조가 보이면 자신이 만든 공간으로 유도해 즉시 얼려버렸다. 무영에게 내공을 담아둘 수 있는 단전이 생겨, 스스로 일주천을 할 수 있기 전까지는 이런 방식으로 천상무극독의 준동을 막는 것이 최상의 방법이었다.

 

 

수련의 피로를 풀어주는 것처럼 매일 밤 류심환은 벌모세수와 추궁과혈을 응용한 내공 치료를 반복함으로써 무영이 새로운 내력을 단전에 안착시킬 때까지 안전하게 보살폈다. 그의 이런 노력은 악착같은 무영의 의지와 어우러져 상승작용을 일으켰고 무영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해 갔다. 무영의 발전이 점진적이 아니라 비약적인 것도 이런 류심환의 안배가 밑바탕이 됐다.

 

 

‘일취월장을 논하라 하면 무영을 보라.’

 

 

그는 이렇게 말하고 싶었다. 불혼도 이와 같음은 더할 나위도 없을 것이고.

 

 

“오늘은 이것으로 됐고. 아무래도 도혼에게 가봐야겠어.”

 

 

류심환은 마음속으로 해도 말을 입 밖으로 토해냈다. 그만큼 마음이 급했던 것이다. 이런 경우는 생전 처음이었다.

 

 

 

 

                                                                    다음이미지에서 인용

 

 

“제법이군."

 

 

도혼이 있던 자리로 지와 인이 내려서는 것을 보면서 천이 오른손을 흔들어 도혼을 향해 다섯 번 연속 지풍을 격발시켰다. 그와 동시에 왼발 끝으로 현무귀혼진을 이루고 있던 돌 하나를 튕겨 발등으로 찼다. 그런데 마지막 지풍을 발사하던 순간과 돌을 차 올려 도혼을 향해 차는 동작 사이에 천의 왼손 약지가 머리털만큼 미세하게 흔들렸다.

 

 

슉! 슉!

 

 

지와 인이 발사한 다섯 개의 지풍 중 앞의 네 개가 최단 거리로 도혼의 복부를 노렸고 마지막 한 개의 지풍은 중간에서 돌과 스치더니 미세하게 방향을 틀어 도혼의 무릎을 노렸다. 지풍의 영향을 받은 돌도 방향을 틀어 도혼의 명문혈을 파고들었다.

 

 

‘멋지다!’

 

 

천의 공격을 본 도혼의 생각은 이랬고.

 

 

“그 정도로는 안 되지!”

 

 

막상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생각과는 달랐다. 그가 말을 끝났을 때, 그는 이미 오른손을 흔든 뒤였다. 도혼 특유의 장풍이 지와 인의 공격을 향해 날아갔다. 동시에 도혼은 왼손 약지를 천이 한 것과 똑같이 흔들었다. 허나 그의 흔들림은 한 번이 아니라 두 번이었다.

 

 

펑! 펑!

 

 

도혼의 장풍은 지와 인이 격발한 네 개의 지풍과 부딪쳤고.

 

 

틱!

 

 

도혼의 약지에서 발사된 지풍 중 하나는 그의 명문혈을 파고들던 돌을 쳐냈다. 극미한 시차를 두고 발사된 나머지 지풍은 천의 약지에서 격발된 파천무형지(破天無形指)와 충돌했다. 파천무형지는 무림 역사상 최강의 지풍으로 꼽히는 것 중에 하나였지만 도혼의 지풍도 그에 못지않았다.

 

 

퍽!

 

 

허무한 소리만 남긴 채 천하의 파천무형지가 흔적없이 사라졌다. 충돌의 파장 때문에 주변의 공기가 격랑쳤지만, 어지간한 나뭇가지에 달려 있는 잎 하나 흔들지도 못할 정도에 불과했다. 그것은 마치 망망대해에 돌멩이 하나가 떨어진 것을 연상시켰다.

 

 

 

‘저 놈은 모든 것을 봤어. 게다가 나와 똑같은 방법으로 응수했어. 그것도 한 번이 아닌 두 번의 지풍을 발사해서.’

 

 

도혼의 응수를 본 천의 눈빛이 미약했지만 처음으로 변화가 있었다. 물론 변화의 사라짐이 너무 빨라 과연 그런 것이 있었는지 분간할 수 없음은 당연했다. 하지만 도혼 정도의 수준에 이르면 그런 극미한 변화도 놓치지 않는 법, 그 찰나지간의 끝에서 도혼의 웃음이 미세하게나마 투영됐다.

 

 

“자네가 약지로 했으니 나 또한 그렇게 했는데 마음에 드나? 자네의 저급한 수가…”

 

 

투영된 웃음에 실려 도혼의 말이 비릿하게 흘러나왔지만 지와 인의 입장이 천과 똑같을 수는 없는 법.

 

 

“너에게는 저급했을지 모르겠지만 사형의 수는 이렇게 이어지지.”

 

 

도혼의 말을 자르며 지와 인의 발이 지면을 박찼다. 그랬던 것 같은데, 도혼이 인식했을 때에는 그들은 이미 자신의 코앞에 이르러 있었다. 그들의 엄청나게 빠른 경공에 놀랄 틈도 없이 자신을 삼켜버릴 듯한 거대한 손만 네 개에 이르렀다. 지와 인이 펼친 것은 비전의 금나철혈수였다. 그 안에 들어오는 모든 것들을 산산조각내는 것으로 유명한 최고의 절수 중 하나였다.

 

 

‘그럴 줄 알았어!’

 

 

도혼이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상대의 경공은 인정하지만 그렇다고 금나철혈수를 선택한 것까지는 아니었다.

 

 

“이크, 급하기도 하셔! 몸소 오시다니. 허나, 두 번은 안 되지. 같은 방식으로는.”

 

 

도혼의 말이 다 나오기도 전에 그는 기다렸다는 듯이 허리를 수직으로 꺾으며 복마도장으로 우측 지면을 때렸다. 그 반발력에 의해 도혼의 몸이 그 상태 그대로 좌측으로 반보 정도 옮겨졌다. 마치 공간이동을 보는 듯 이동의 중간에 몸의 변화가 전혀 없었고, 너무 빨라서 그의 신형이 조금 전의 자리에도 남아 있는 듯했다. 동시에 그의 왼 손목이 좌우로 각각 두 번 까딱였다.

 

 

슉! 슉!

 

 

두 번의 장풍이 발사됐고 다시 두 개의 장풍이 연이어 도혼의 손에서 격발됐다. 동시에 복마도장으로 지면에서 돌 한 개를 튕겨 천을 향해 격발시켰다. 이 모든 움직임이 하나의 동작 같이 이뤄졌고, 그것이 이뤄지자 섬전이 따로 없었다.

 

 

“좀 전에 배웠지, 자네에게.”

 

 

도혼이 이번에는 천을 향해 빛살처럼 날아가는 돌을 보며 말했다.

 

 

펑! 펑!

 

 

먼저, 그러나 거의 동시지만 지와 인이 뻗은 네 개의 금나철혈수가 도혼의 장풍과 정면으로 충돌했다. 최고의 경공을 동반한 금나철혈수는 그들의 장점을 살린 묘수의 절정이며 극강의 절기였지만. 이를 예상한 듯한 도혼의 반격에 검과 도를 쥔 그들의 손아귀는 여러 갈래로 찢어질 듯 저렸다. 상대의 완벽한 반격에 그들의 눈빛에 흔들림이 일어났고, 바로 그 순간에 그들의 흔들림은 경악으로 발전했다. 금나철혈수를 뚫고 다시 두 개의 장풍이 그들을 덮쳤기 때문이다. 손아귀의 통증을 다스리기도 전에 도혼의 독수가 살귀처럼 그들을 파고들었다.

 

 

"어헛!"

"허걱!"

 

 

다급한 외침이 지와 인의 입에서 터져 나왔고.

 

 

'당했어!'

 

 

지와 인의 눈빛에 공포라는 이름의 어둠이 피어났다.

 

 

'허나, 늘 그랬듯 천 사형을 믿을 수밖에. 사형이 움직였을 거야. 하나의 공격이 남아 있어.'

 

 

지와 인의 눈빛 속에 천에 대한 신뢰의 빛이 들어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생각보다 더 큰 헛바람을 토해내야 했다. 도혼의 장풍에서 상상치도 못한 극강의 도기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건 또 뭐야?’

‘어떻게 이런 일이?’

 

 

지와 인은 도저히 믿을 수 없는 도혼의 살수에 기절초풍할 지경이었다. 상대가 아무리 고수라도 이런 방식의 공격이 가능할 것이란 상상조차 못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놀라면 내가 미안하잖아.”

 

 

사실 도혼은 상대가 만만치 않다는 생각에 두 번째 장풍에 현의천도류(玄意天刀流)의 제 일초 제마일도탈혼류의 원리를 전용했다. 그는 천의 공격을 받을 때부터 지와 인의 움직임을 주시했고 기회가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을 예감했다. 그래서 초절정 고수들 사이에서는 좀처럼 이루어지지 않는 방식을 선택했다. 결전의 초반부터 자신의 독문 비공으로 곧바로 들어갔던 것이 그의 선택이었다. 그리고 이런 역발상은 그의 기대만큼 주효했다.

 

 

퍽! 퍽!

 

 

두 번의 강력한 마찰음이 일어났고.

 

 

“컥!”

“크악!”

 

 

지와 인의 입에서 터져 나온 두 번의 묵직한 신음소리가, 도혼이 격발시킨 돌의 이탈로 효능이 사라진 현무귀혼진에 맞춰 본래의 모습을 드러낸 화월곡 입구 가득 울려 퍼졌다. 도혼의 공격에 제대로 당한 지와 인이 일장이나 튀경나갔다.

 

 

“컥!”

“울컥!”

 

 

일장 밖에서 겨우 신형을 추스른 그들이 한 모금의 선혈을 토해냈다. 지와 인이 도혼의 장강에 타격을 당한 순간 본능적으로 움직이지 않았다면 그 자리에서 절명했을 것이다. 아직 품어야 할 여인네가 널려 있고, 들이킬 술들이 넘칠 정도로 남아 있음에도.

 

 

“이런 낭패가!”

 

“한 수 뒤졌어, 제기랄!”

 

 

지가 급히 장풍을 맞은 오른쪽 가슴 주변의 주요 혈도를 짚어 기와 혈류의 진동을 막았다. 인 또한 자신의 왼쪽 가슴 주변의 주요 혈도와 단전을 짚었다. 그들은 그렇게 기혈의 역류를 막고 단전을 보호했다. 지와 인은 도혼의 공격에 두 말할 필요가 없을 만큼 완벽하게 당했다. 둘이 토해낸 피만 해도 몇 사발은 될 터였다.

 

 

하지만 무수한 연습을 통해 이룩한 것은 몸에 익숙해져 하나가 되고 그렇게 익숙해진 것은 무의식에 자리해도 본능처럼 살아난다. 그것은 절대 거짓말을 하지 않고 위기를 반전시킬 믿음으로 승화된다. 지와 인이 희망하는 단 하나의 가능성은 남아 있었다.

 

 

'조금 늦었지만 천 사형이 움직였어. 우리의 승리야.'

 

 

지와 인의 바람은 이랬지만.

 

 

퍽!

 

 

막상 들려온 소리란 기대와는 달랐다. 그 소리란 지와 인이 기대했던 것이 아니라, 도혼이 천의 몸에서 발생하리라 기대했던 마찰음이었다. 그러나 천의 입에서는 도혼이 기대했던 그런 신음소리는 새나오지 않았다.

 

 

‘어? 관통했을 텐데…’

 

 

순간, 도혼이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속도로 몸을 틀었다. 이번의 마찰음은 도혼이 천을 향해 복마도장으로 지면을 쳐서 날린 돌이 그의 어깨를 관통하는 소리였고, 피가 튄 것으로 보아 적중했음은 확실했다. 하지만 그의 예상과는 달리 자신이 튕겨 격발시킨 돌이 천의 어깨를 관통했음에도 천은 그대로 몸을 날린 것이었다. 천 또한 도혼을 잡기 위해 그 정도의 희생은 감수해야 한다고 판단했고, 지와 인이 기대했지만 그것과는 조금 다른 방법으로 도혼의 의표를 찔렀던 것이다.

 

 

‘이런, 방심했어!’

 

 

도혼의 입에서 나지막한 신음이 새나왔다. 천은 최악의 경우 동귀어진도 감수하겠다는 마음으로 살수를 펼쳤던 것이다. 이를 도혼이 눈치챘을 때는 천의 검이 도혼의 허리를 관통한 뒤였다.

 

 

푸욱!

“크윽!”

 

 

도혼은 신음과 함께 자신의 허리를 관통한 천의 자명검 위로 붉은 선혈이 방울방울 맺혀 떨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참을 수 없을 만큼 강력한 통증이 도혼의 신경체제를 가로질렀다.

 

 

투둑!

 

 

점점이 맺히던 선혈은 하나로 뭉쳐지더니 한 줄기 선을 수직으로 그으며 땅에 떨어졌다. 도혼의 반응이 아무리 빠르다 해도 천의 자명검을 능가할 수 없었다. 도혼이 자신의 수가 적중했다고 생각하는 바로 그 순간 천의 공격도 함께 이루어졌고, 돌을 피하지 않은 채 관통당함을 감수했으며, 그것으로 이겼다는 도혼의 마음에 생긴 승리의 여유라는 미세한 간격을 놓치지 않았던 것이다.

 

 

“사제들의 당한 것 이상으로 돌려줘야 사형 소리를 듣지 않겠어?”

 

 

목숨을 건 천의 도박은 적중했다. 그는 극미한 틈을 이용해 자신의 절초인 자하극검의 제 삼초 섬(閃)을 펼쳤고, 초식의 이름처럼 빠르게 도혼의 허리를 파고들었다. 그것만이 아니었다. 도혼의 눈동자에 지와 인의 신형이 흔들리는 것이 언뜻 들어왔다. 그런 잔상이 시선의 끝에 걸렸다, 마치 저승사자처럼.

 

 

‘늦었어, 피하기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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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태봉 2014.07.20 21:51

    재미있게 잘 보았습니다 늙은 도령님은 참 재주가 다양하십니다 시도 잘 쓰시고 소설도 잘 쓰시고 지식의 깊이와 넓이에 감동 먹었습니다 근데 좀 이해하는데 쉽지는 않지만요^^
    주말 마무리 잘 하세요^^

  2. 솔숲향기 2014.07.21 09:53

    무협소설 쓰시는군요.



이번 글에서는 진화론에 나오는 최적화와 최대화 개념에 대해 다루어보겠습니다. 또한 시간이 나는 대로 이 두 개의 개념과 뗄래야 뗄 수 없는 애덤 스미스와 리카도의 노동가치설과 마르크스의 노동가치설의 차이에 대해서도 다루어보겠습니다. 이번 글에선 진화론를 이해하는데 주요한 단서를 제공하는 최적화와 최대화 개념에 대해서 다룰까 합니다.

 

 

 

보통 우리는 최적화와 최대화를 동일한 개념으로 알고 있는데 사실은 둘의 개념은 정반대입니다. 이는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인 유전자》가 공전의 히트를 치면서 책의 제목에서 주는 선입관이 상당한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입니다. 《자발전 진화》라는 책을 보면 리처드 도킨스와 다윈을 비판하는 내용이 나오는데 비교해서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 적자생존이란 의미에서의 최적화

 

진화론의 핵심 논리이자 거의 전부인 것처럼 알려진 최적화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다윈의 『종의 기원』을 요약하면 “유전적인 변이를 수반한 계획적인 번식은, 축적될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광범위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입니다. 보통 유전적인 변이란 대부분의 진화를 추동하는 돌연변이를 말하는데, 수만~수십만 분의 1의 확률로 일어나기 때문에 가우스 종형곡선의 꼬리 부분(롱테일)에 해당한다고 보면 됩니다.

 

 

보통 돌연변이가 일어나면 거의 대부분은 채택되지 않습니다. 방사선에 피폭되면 일어나는 돌연변이가 인간의 목숨을 위협하는 것처럼 대부분의 돌연변이는 다음 세대로 유전되지 못합니다. 이를 나쁜 돌연변이라 한다면 다음 세대로 유전되는 돌연변이도 있는데 이것이 진화를 추동하는 좋은 돌연변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물론 돌연변이에 나쁘고 좋음은 없지만, 돌연변이가 인간은 물론 자연과 환경에 적합하지 못하면 당대에서 도태되고 반대의 경우에는 유전돼 진화를 이어갑니다. 이런 방식으로 살아남은 돌연변이 유전자는 진화의 기억을 담아두는 유전자풀에 안착함과 동시에 다른 유전자들과의 상호 작용 속에서 모든 생명체를 최적화된 형태로 이끌어갑니다. 

 

 

이렇게 장기간에 걸쳐 일어나는 진화를 누적적 자연선택이라고 하며 만일 하나의 생명체가 자신의 진화를 계획할 수 있을 만큼 오래 살면 어떤 결과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 다윈과 도킨스의 공통된 견해입니다. 도킨스의 《눈먼 시계공》을 보면 “유전적인 변이를 수반한 계획적인 번식은, 축적될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광범위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개념에 대해 보다 정확히 알 수 있습니다.

  

 

                                               리처드 도킨스의 최고 걸작



▲ 적자생존이 승자의 진화를 말하는가?

 

허버트 스펜서가 정립한 적자생존이란 개념은 다윈의 진화론을 왜곡해서 나온 것으로, 주어진 자연환경(인류에 적용하면 사회가 된다)에서 살아남은 승자가 진화의 과정을 통해 후대로 전승된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유전자 차원에서 말하면 모든 유전자에 대한 모든 유전자의 투쟁에서 승리한 것들이 후대의 진화를 이어간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다윈의 『종의 기원』에서 "지구상에 살아남은 종은 가장 강하거나 가장 지적인 종이 아니라 변화에 가장 잘 적응한 종"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힘 세고 포악한 종은 멸종하고, 착하고 배려하는 종은 생존한다"고도 말했습니다. 허버트 스펜서의 적자생존과 약육강식이란 개념은 『종의 기원』에는 나오지 않습니다.  

 

 

적자생존의 본래의 뜻을 왜곡해서 ‘적자가 곧 승자’라는 의미로 사용한 허버트 스펜서의 사회진화론은 다윈의 진화론을 홉스의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과 병치시켜 무한경쟁과 적자생존 및 약육강식의 정글을 탄생시켰습니다. 스펜서의 사회진화론은 제국주의 시대의 팽창주의(식민지 확대 경쟁)를 정당화한 강자의 논리에 불과합니다.

 

 

이 때문에 국가와 자본의 결탁이 자연의 법칙인양 호도됐습니다. 한나 아렌트가 《전체주의의 기원》에서 ‘신은 언제나 승자와 함께 한다’는 적자생존의 논리를 비판한 것도 동일한 맥락입니다. 스펜스의 사회진화론이 우파의 전체주의인 히틀러의 나치와 히데키의 군국주의로 이어졌고, 좌파에서는 스탈린의 전체주의로 이어져 인류에게 치유할 수 없는 최악의 범죄를 저지르게 된 것입니다.   

 

 

 

월가의 현인인 탈레브가 《블랙 스완》에서 말한 것처럼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영웅이나 전사의 후예보다 적당한 타협을 한 평범한 사람들의 후예들이 더 많이 살아남았습니다. 적자생존은 승자에게 진화의 기회를 주는 것이 아니라 멸종의 기회를 주었습니다. 실제로 생태계의 서열구조를 보면 승자만이 살아남은 것이 아니라 각자의 환경에서 적정한 환경에 적응한 종들이 살아남았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일대일로 싸워서는 이길 수 없지만 연대를 하면 어떤 강자도 물리칠 수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필자가 어느 영화평론가가 말했던 Little, Low, Lean, 즉 작고 낮은 사람들이 서로 기대는 것만큼 아름다운 것이 없다는 말을 가장 좋아하는 것도 약육강식이나 적자생존은 자연의 법칙에 어긋나기 때문입니다.   


 

     

                                                            


▲ 이기적인 유전자로서의 최대화

 

리처드 도킨스에 따르면 유전자들은 수없이 많은 다른 유전자와의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자신의 능력을 최대화하는 경향이 있다고 했습니다. 누적적 자연선택과 돌연변이로 만들어진 유전자들이 유전자풀에 입성해 다른 유전자들과 경쟁하거나 협력해서 다음 세대에 전해지려면 최대한 이기적인 행태를 통해 살아남아야 합니다.

 

 

자살유전자 같은 경우에는 자신이 후대에 전해지기 위해 생명을 단축시키는 행위까지 서슴지 않습니다. 예를 들면 인간의 수명이 길어질수록 자살유전자는 힘을 잃게 돼 유전자 풀에서 쫓겨나 진화의 역사에서 사라질 수도 있습니다. 오직 생존해 다음 세대에 전해지는 것이 유일한 목적인 유전자의 입장에서는 진화의 결정체인 종의 생명마저 단축시키기 위해 자신의 능력을 최대화하려 합니다.

 

 

바로 이런 특성 때문에 리처드 도킨스는 진화라는 과정이 유전자 차원에서 보면 지극히 이기적이라고 말한 것입니다. 개별 유전자는 필요하다면 다른 유전자의 기능을 최소화시키고, 자신의 힘을 최대화시키기 위해 또 다른 유전자와 담합해서 자신의 특성과 반대되는 유전자를 퇴출시키기도 합니다. 이것이 자기보존의 차원에서만 행위하는 이기적인 유전자로서의 최대화를 의미합니다.


 


                                                  


  

▲ 인간이란 종의 이타적 특성

 

유전자가 이기적이라 표현했던 리처드 도킨스의 영향을 논외로 한다고 해도 유전자의 이기적인 면은 진화론의 시조인 다윈조차 고민했던 부분입니다. 다윈은 『종의 기원』에서 진화의 핵심이 적자생존(유전자 차원과 종으로서의 차원 모두에서)으로 오독되기 쉬워, 그것만으로는 인간의 도덕성과 이타적 본성을 설명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다윈은 『인간의 유래』에서 인간의 사회적이고 도덕적인 기질이 인류의 성공적인 진화를 가능하게 했다는 견해를 밝힙니다. 그는 특히 “공동선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많은 부족들의 ‘충성심, 애향심, 복종, 용기, 동정심’을 인류 진화의 성공 요인으로 지목했습니다. 이타적인 유전자의 특성이 인간이란 종이 만물의 영장의 자리에 오르도록 만든 일등공신이란 것이란 뜻이지요.

 

 

칼 세이건은 이미 고전의 반열에 오른 《코스모스》에서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생명의 본질은 우리를 만들고 있는 원자들이나 단순한 분자들에 있는 게 아니라 이 물질들이 결합되는 방식에 있다.” 즉 그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원자로 이루어진 유전자도 이기적인 행태가 아닌 진화를 위해 서로 협력하는 이타적인 방식에 의해 지금의 인류를 창조했다고 것입니다.

 

 

서로 협력하여 복잡하고 거대한 생명들을 만들어내는 유전자의 이타성이 진화의 본질이라는 뜻이고 이것은 리처드 도킨스의 주장과 일치합니다. 물론 브르스 립튼의 《자발적 진화》는 정반대로 말하고 있지만, 유전자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종의 차원에서도 똑같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양자역학이 고전물리학(뉴턴역학과 상대성이론이 대표적이다)의 도움이 없이는 우주의 법칙을 모두 다 설명할 수 없는 것처럼 말입니다. 



                                             다윈 진화론을 박반하는 후생진화론의 핵심

 


▲ 현대의 차원에서 본 유전자의 최적화와 최대화

 

다윈의 진화론을 입증하려면 생명체를 이룰 수 있는 원소들로 최초의 복제자가 탄생하던 순간을 재현할 수 있어야 합니다. 현대물리학과 유기화학 및 무기화학, 분자생물학 등이 발전함에 따라 우주의 탄생부터 계산이 불가능한 확률이 겹치고 겹치면서 지구라는 행성이 최초의 유기체가 탄생해서 살아갈 수 있는 환경으로 진화를 해왔음이 밝혀졌습니다. 높은 온도와 방사능, 유해가스들이 생명체가 살 수 있는 수준까지 안정화된 것입니다.    

 

 

하지만 현대과학은 최초의 유기체인 첫 번째 복제가 탄생할 수 있는 환경인 ‘원시 스프’의 재현에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가장 진화된 유인원에서 현재의 인류 사이에 어떤 진화의 비밀이 있었는지도 밝혀내지 못했습니다. 이 두 가지 이유 때문에 신의 창조론은 여전히 유효한 상태입니다. 어쩌면 ‘원시 스프’의 재현에 성공하고, 유인원에서 인류로 비약했던 진화의 비밀을 푼다고 해도 신의 존재는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이번 글의 주제가 창조론과 진화론을 비교하며 무엇이 진실인지 가리는 것이 아니라 이에 관한 글은 시간이 되면 별도로 다루겠습니다. 하지만 어떤 것을 믿던 간에 중요한 것은 인간이라는 종이 가진 이타적 본성에 있습니다. 인류학에서 밝혀진 것들을 참조하면, 인간은 자연 상태에서도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을 하지 않았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유전자의 최적화와 최대화는 개별 유전자들이 이기적인 성질과 이타적인 성질을 동시에 지녔다는 점에서 둘 다 사실입니다. 이 두 가지 상반된 성질 때문에 인간은 보다 지적인 생명체로 진화할 수 있었고, 처한 환경에 따라 적자생존의 원리를 실현할 수 있었습니다. 인간이 종으로서 이기적인 것에 치중하면 세상은 위험에 빠져들고 반대로 이타적인 것에 열중하면 세상은 행복해집니다. 삶의 필요와 욕구, 공존과 연대가 탐욕과 욕망, 독점과 무한경쟁으로 대체되면 최악의 세상인 신자유주의가 됩니다.

 

 

필자가 분장생물학이나 진화생물학의 전문가는 아니지만 진화와 관련된 수십 권의 책을 읽으면서 내린 결론은 유전자 차원에서는 이기적인 성질이 중요하지만, 종이란 차원으로 넘어오면 이타적인 성질(새누리당 빼고)이 더욱 중요해진다는 사실입니다. 우리 몸만 해도 천조 개에 이르는 세포가 서로 협력하고 있기 때문에, 지적이며 영적인 활동까지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유전자의 이타성도 우리가 잊어서는 안 되는 소중한 진화의 결과입니다.

 

 

물론 대한민국을 말아먹고 있는 극좌와 극우들은 제외됨을 밝혀둡니다. 그들은 진화도 가끔은 역방향으로 일어날 수 있음을 증명하는 살아 있는 증거이기 때문입니다. 최근의 대한민국에서는 무한경쟁과 승자독식을 떠받드는 보수의 DNA가 최대화 경향을 보이고 있지만, 사회경제적 평등에 기반한 다양한 자유를 지향하는 진보의 DNA는 최적화도 이루지 못하고 있습니다.

 

 

미셀 푸코에 따르면 국가란 개인화와 전체화의 두 가지 경향이 서로 충돌하고 반응하고 교차하는 곳입니다. 이 둘을 자유방임 시장경제 하에 통합시킨 신자유주의 통치가 일반화된 이후로는 모든 사회 환경이 사적 독점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보수우파(박근혜 정부 뒤에 자리한 시장자유주의 세력)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는데, 이는 자연의 법칙과 신의 섭리에서도 벗어난 탐욕의 결과에 불과할 뿐입니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앞의 글에서 이어 두 번째 의문에 대해서 얘기하겠습니다. 전파망원경으로 우주배경복사를 관찰하면 어느 방향에서도 균일하게 팽창 중임을 알 수 있습니다. 무한히 팽창하는 우주를 만유인력과 상대성이론으로 설명할 방법이 없게 되자 현대물리학자들은 모든 우주 행성들이 질량이 없는 무한히 길고 탄력이 어마어마한 끈 같은 것으로 이어져 있다는 이론을 들고 나왔습니다. 이른바 끈이론이 바로 그것인데 이것 때문에 우주의 팽창이 문제없이 일어나고 언젠가는 수축할 것이라고 합니다.

 

 

반대로 입자물리학에서는 우주의 팽창 문제를 밀도의 문제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현재의 우주의 나이는 137억 광년에 이르는데 이 기간 동안 우주는 팽창해왔지만 추측 가능한 우주의 크기로 볼 때 우주 전체가 일정 밀도 이상(임계밀도)이 되면 수축할 수밖에 없습니다. 풍선이 일정한 크기까지 부풀다가 터지는 것처럼 우주에 존재하는 중력의 범위 내에서 최대치까지 팽창하다 우주 전체의 크기가 임계점에 이르면 수축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우주는 폭발해서 사라져버리기 때문에 질량불변(과 에너지보존)의 법칙처럼 나머지 법칙들마저 깨져버립니다. 기본입자들이 모두 사라지고 무한의 에너지만 남은 상태란 존재할 수 없습니다. 기본입자라 하는 것이 더 이상 나눠지지 않는 최후의 단계를 의미하기 때문에 이런 입자들이 사라져 순수한 에너지로 변하면 어떤 물질도 만들어지지 않는 절대 무의 상태가 됩니다. 이는 물리학의 모든 발견들이 의미가 없다는 뜻이기 때문에 우주라는 다차원적 시공간 자체가 물리학의 법칙 밖으로 사라져버립니다. 


         

 

 

따라서 우주 전체의 임계밀도가 우주의 팽창 에너지보다 작으면 우주는 영원히 팽창하고 반대의 경우에는 우주가 수축하기 시작합니다. 둘이 동일하면 팽창은 멈추지 않지만 속도는 갈수록 느려져 제로에 무한히 접근합니다. 팽창하는지 안 하는지 애매모한 지경에까지 이르는 것입니다. 이런 모순된 난제들을 풀기 위해 나온 것이 앞에서 언급한 질량 없는 끈으로 연결된 행성이라는 현대물리학이 꿈꾸는 최종 통일이론(만류인력+상대성이론+양자역학) 중 하나입니다.  

 

 

아무튼 우주의 팽창이 한계에 이르면 수축할 수밖에 없다는 이론은 차치하더라도, 아직도 우주가 팽창 중이라면 우주의 끝이라는 지평선까지의 공간의 온도가 일정한 것을 설명할 방법이 없습니다. 빛보다 빠른 어떤 것이 지평선까지의 공간에 자리 잡고 있어서, 우주 팽창에 따른 공간의 변화에 대비하지 않는 한 균일한 온도를 유지한다는 것이 설명 불가능해집니다.

 

 

이런 불가해한 상태를 타개하기 위해 나온 것이 빅뱅 이후 빛보다 빠른 아주 짧은 팽창 기간이 있었다는 가설입니다. 특이점에서 빅뱅이 일어났을 때 중력과 팽창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세밀하게 조정된 상태였기 때문에 10의 37승에서 10의 33승 분의 1초 동안에 양성자보다 작은 크기에서 10의 26승 배(골프공 크기 정도)만큼 크기가 커졌다고 합니다. 배수로만 따지면 어마어마한 팽창이지만 골프공 만큼 작은 공간이라 중력과 팽창이 거의 완벽한 균일성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이때 정립된 팽창의 법칙(균일함을 유지하는 초대칭성을 가진)이 이후의 팽창 과정에 적용됐다는 것입니다. 측정 가능한 우주의 끝인 지평선까지 우주의 밀도가 10만분의 1 정도의 오차 내에서 균일한 것을 설명하려면 이런 가설 외에는 무엇으로도 설명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인플레이션 팽창이 정설로 굳어졌습니다. 이 찰나 같은 시간 동안 힉스입자가 존재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왜냐하면 그때가 아니면 우주 전체를 채우고 있는 온갖 물질과 반물질, 에너지를 설명할 방법이 없으니까요.   

 

 

또한 이 기간 동안에는 특수상대성이론에 의해 빛보다 빠른 팽창이 가능했기 때문에 지평선까지 먼저 도달한 어떤 것이 있었으며 그 사이에 완전 진공 상태의 암흑 공간(시공간이 휘어져 발생한 공간으로 초대칭성을 특성으로 한다)이 자리하게 됐습니다. 완전 진공 상태의 암흑 공간이라 해도 거기에는 극소수의 기본입자들이 있으며 그들의 양자요동에 의해 일정한 온도를 갖는 균일한 공간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모든 방향으로 완벽한 대칭성을 띠며 팽창하는 우주가 빛의 속도에서 한계밀도에 이르는 속도까지 느려지며 지평선에 다다르면 그때부터 우주는 수축을 시작합니다. 우주가 수축을 시작하면 모든 지평선에서 팽창이 시작된 특이점으로 다가가는 과정에서 그 안에 있는 행성들은 지평선에서 가까운 순서로 폭발해 물질과 반물질을 이루는 기본입자들과 우주 에너지로 분해됩니다. 우주 팽창 시에는 이런 것들이 모여 또 다른 행성과 온갖 은하를 구성합니다.

 

 

당연히 지구도 똑같은 운명에 처할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그 전에 지구의 생명이 다해 백색왜성으로 변해가다 지구 중심에 자리한 수소와 헬륨의 융합 반응에 의해 핵폭발이 일어나면 지구의 표면까지 거대한 균열이 생깁니다. 이럴 경우 핵폭발로 생긴 공간을 채우기 위해 지구의 핵 주변의 것들부터 무너져 내리고 마침내 지표면까지 이런 충격이 가해지면 초신성처럼 폭발해버립니다. 

 

 

이렇게 지구가 행성으로서의 생명이 다하게 되면 우리의 후손들이 우주의 수축에 때문에 태양계가 사라지는 것을 목격하진 못할 것입니다. 지구가 폭발하기 전에 혹시 여러 개의 은하가 사라지는 것은 볼 수도 있겠지요. 최소한 지구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살고 있다면 말입니다.

 

 

아무튼 우주 팽창의 모든 법칙들이 적용될 수 있는 미세 조율의 시기가 있었고 그것이 인플레이션 기간이며 이때 조정된 비율에 의해 지평선까지의 공간이 균일한 분포와 온도를 유지할 수 있게 됐습니다. 비록 제가 이렇게 글로 우주의 역사를 설명하고 있지만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차원이 4차원(3차원+시간=상대성이론)을 벗어나지 못하는 관계로 우주의 팽창 모습을 정확히 전달해드릴 방법은 없습니다.

 

 

초기 우주가 타원형의 달걀 같았을 것이라고 물리학자들은 주장하지만 그것이 중요한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우주의 탄생 신비가 밝혀지면 지구라는 행성의 나이가 한계가 있기 때문에 그 전에 새로운 인류의 터전을 잡기 위한 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빅뱅의 에너지에 의한 팽창을 어느 정도 재현할 수 있게 되면 무한 에너지 창출이 가능해집니다. 어쩌면 지구 같은 행성도 만들어낼 수 있거나 시공간을 굴절시켜 공간이동이나 시간여행을 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럴 경우 인류의 진보는 영원불멸할 수 있으며 비로소 인간이 신의 모습을 본 따 창조된 유일한 존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상상해 봅니다. 물론 이것은 저만의 생각이니 물리학을 전공하는 분들은 딴지를 걸지 않기를 바랍니다. 상상은 개인의 자유이고 물리학의 본질이니 제게 주어진 만큼의 지식을 기반으로 한껏 상상의 나래를 펼쳐본 것에 불과합니다.

 

 

우주의 팽창을 이해하려면 초대칭성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데 이는 레너드 서스킨드의 《우주의 풍경》을 보시면 도움이 될 것입니다. 스티븐 와인버그의 《최종 이론의 꿈》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물론 앞글에서 인용한 브라이언 그린의 《우주의 구조》도 상당한 도움이 될 명저 중의 하나입니다. 우주의 역사를 이해하려면 ‘인류 원리’도 반드시 습지해야 합니다. 스티븐 호킹의 《시간의 역사》를 보면 도움이 되실 것입니다. 이강영의 《LHC, 현대물리학의 최전선》도 대단히 유익합니다. 그밖에도 매우 많은 책들이 있지만 이것으로 줄일까 합니다.

 

 

이 정도 되면 물리학 서적을 출판하는 회사에서 광고 하나쯤 들어와도 되는데 아무 소식이 없네요. 저의 글 거의 대부분에 각종 분야의 책들이 언급되는데 깜깜 무소식이네요. 아무튼 독서 자체가 너무 즐거운 일이고 그것을 통해 얻은 지식들을 풀어놓는 것에 재미가 있으니 스스로 사서하는 고생이지만 힘닿는 데까지 아이를 나볼랍니다... 아, 아니 가볼랍니다.

 

 

 

P.S. 행성이 형성됐다 사라지듯이 은하의 차원에서 생성과 소멸이 일어나며 마찬가지로 우주의 차원에서도 탄생과 죽음이 있습니다. 즉 허용된 나이가 있다는 것입니다. 현대물리학자들의 계산에 따르면 350~400억 광년 정도(제 기억이 정확하지 않아 나중에 확인해 보겠습니다)로 알려지고 있는데 우주에 존재하는 물질과 암흑물질, 우주에너지의 총합에 따른 계산에서 나온 것이라고 합니다.

 

 

우주가 팽창을 계속하려면 거대한 에너지가 필요한데 우주 전역에 퍼져 있는 각종 물질과 반물질로 해서 마찰이 발생하고 그에 따라 에너지가 소모되기 때문에 팽창의 속도는 느려집니다. 이런 식으로 속도가 제로에 이르면 팽창이 멈춥니다. 그 다음에 수축하는 것은 중력의 법칙 때문에 피할 수 없는 과정인데 만약 팽창과 중력이 동일하다면 팽창은 멈추지 않게 되는데 이럴 때는 우주가 완벽한 진공상태여서 아주 극미한 저항도 일어나지 말아야 합니다. 

 

 

헌데 확률적으로 완전진공 상태란 존재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우주를 관찰하고 분석하고 계산한 결과 완전진공이란 존재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완전진공이라 해도 그것은 일정한 시공간을 의미하는데 그런 시공간을 어떠한 에너지원도 없이 유지한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 됩니다. 바로 이 점 때문에 양자요동(전자의 물리량인 스핀과는 다르다)에 의한 에너지와 끈이론이 나올 수 있는 배경이 되었습니다.

 

 

현대물리학은 이처럼 퍼즐을 맞추는 것처럼 각종 발견과 원리들 사이에 비어 있는 공간을 채워나가는 과정에 다름 아닙니다. 그렇다보니 온갖 물리학들이 새롭게 탄생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기도 합니다. 다만 그렇게 탄생한 물리학들을 계속해서 끌고 나가려면 어마어마한 돈이 투입돼야 하는데, 이것이 NASA나 CERN으로 하여금 해프닝(때로는 데이터 조작)으로 끝나는 발견과 연구결과를 발표하는 경우를 만들어냅니다. 투입된 자금 대비 결과물이 나와야 계속해서 지원을 할 명목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이때 행정관료들의 못된 행태들이 개입하게 됩니다. 

 

 

인문계열의 논문표절이 타인의 논문에서 문장을 베끼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이과계열에서는 데이터 조작이 논문표절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둘 다 용납될 수 없는 부정행위이지만 후자보다 전자가 더욱 비열한 행위입니다. 며칠 내로 논문표절을 다룬 글을 올릴 생각입니다. 반 정도 써놓은 상태인데 우리나라에서 얼마나 표절이 만연해 있고 그것을 관례적으로 묵인하고 있는지 밝히겠습니다. 한스 그라스만의 책들을 보면 CERN이나 물리학계의 부정에 대해서도 일부의 예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