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소설

제28장 ㅡ 무영 경지에 오르다2 ‘물러선 적이 없었잖아. 부딪치자. 뭐가 되도 되겠지.’ “합!” 무영은 일성을 지르며 다섯 번째 감각인 태의 전반부 순상평(땅 위에 부드럽게 서있는 것)과 함께 압상평(壓狀平, 여기서는 압진평으로 땅에 압력을 가해 자세를 고정시킨다)까지 펼쳐 바닥의 진동을 힘으로 눌렀다. 그 힘에 그의 두 다리는 발목까지 바닥에 박혔고 그 진동을 타며 그는 그 상태에서 발기의 자세를 갖춘 후 앞을 향해 왼손을 두 번 뻗었다. 그의 왼손은 일극무원결 상의 수비식 제 삼초, 그 후반부 망(網)과 제 사초 파(破)를 연속해서 펼쳤다. 나머지 오른손으로는 공격식 제 삼초 분이발(分移發)을 펼쳐 그의 등뒤로 파고드는 다섯 개의 검을 상대했다. 그 모습이란! 격렬한 진동에 따라 위아래로 흔들리면서도 평형을 유지하고 선 그 부드럽.. 더보기
제27장 ㅡ 무영, 경지에 오르다1 무영은 이 장 옆으로 새롭게 생긴 통로로 들어서기 위해 그 입구에 섰다. 이번에는 통로의 안이 아예 처음부터 암흑천지였다. 그는 처음부터 일극무원결의 다섯 가지 감각 중 시(視)의 전반부 투시(透視)와 두 번째 감각 이(耳)의 전반부 지성(知聲)를 사용해야 했다. 투시는 어둠 속을 자신의 손바닥 보듯 하거나 수백 장 떨어진 벌레를 볼 수 있으며, 수백 개의 침이 동시에 발사 되도 그 흐름을 따라갈 수 있는 초절정 안공과는 달리, 그것이 어떤 것이던 간에 그 흐름의 원리까지 들여다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격이 달랐다. 이는 일극무원결의 공수 초식을 뒷받침 하는 다섯 감각 중 하나인 시(또는 시각:視覺)를 어둠에 가장 적절하게 변형시킨 것이다. 절정의 투안공을 쓰면 이런 암흑천지에서도 어지간한 흐름은 다 잡아.. 더보기
제26장 - 무영의 비상4 이것이었을까? 운명이 나에게 안배한 것이. 과거란 지나갔기 때문에 그것이 운명이었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미래마저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한다면 인간의 의지는 어떤 역할을 할 것이며, 나는 삶의 주체로서 자유롭다고 말할 수 있을까? 모든 것이 운명이었다고 말해야 한다면 무엇이 내것이고, 지금 이 순간에 여러 가지 방법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나는 누구이며, 내가 내 삶의 주체가 될 수 없다면 살아있다고 한들 무슨 의미가 있는가? 하지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있다. 운명이 내 의지와 선택을 비틀었다면 나 또한 운명에 맞서 비틀 수 있다는 것, 그것조차 운명이 안배한 것이라 해도 나는 비틀 수 있고 비틀 것이다. 과거는 지나갔기에 과거이고, 미래는 도래하지 않았기 때문에 미래이다... 더보기
제25장 ㅡ 무영, 지원군을 얻다 “우리의 합공은 사상합일생결(四象合一生訣)이라 하지. 지난 삼 년간 수련의 모든 것이 녹아았지. 네가 이를 상대하려면 한가지 밖에 없을 거야. 그걸 알길 바라네.” ‘부디 그러하기를 바라네…’ 구정회가 말을 마치자 마자 네 명은 각각 사상의 자리로 이동했다. 그 이동의 속도와 동작은 정연했고 그들이 사상에 이르자 각기 하나씩의 기운이 일어났다. 태양, 소양, 태음, 소음 등 네 가지 기운은 서로 조화를 이루며 순환하더니 마침내 사생합일생결의 위력을 드러냈다. 류심환은 담담한 표정으로 그들이 만들어낸 기운의 흐름을 지켜봤다. 우주의 조화를 담아낸 그들의 사상합일생결은 물 흐르듯 부드러웠고 불처럼 격렬하다가도 이내 대지처럼 견고한 흐름을 보였지만, 그것이 거대한 파도로 넘어가면 엄청난 위력을 발휘할 터였다... 더보기
제24장 ㅡ 무영의 비상3 비궁 연무장을 내려다 보는 불혼과 도혼은 순간순간이 놀라움이요 감탄의 연속이다. 한 번 연무장에 들어섰다가 나올 때에 이르면, 무영은 태극일심제천요결의 오의에 대한 이해가 갈수록 늘어 그에게 쌓이는 제천태극진기의 깊이는 인간의 속도를 넘어서기 일쑤였다. 무영이 무명곡의 인공절벽을 평지 거듯 올라서는 그는 마지막 이백 장을 손으로 잡고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달려서 정상까지 올랐다. 거기엔 신법의 원리도 들어 있었지만 거꾸로 달려도 떨어지지 않을 정도의 속도를 다리가 냈고, 무영이 몸을 공기처럼 비웠기 때문에 가능했다. 가옥 앞, 뒤의 연무장에서 물 흐르듯 각종 기둥과 인공기문들의 온갖 변화에 완벽히 대처하는 것을 보면, 그의 신법과 각종 무공에 대한 이해가 이제 상승원리에 들었음을 말해줬다. 딛고 .. 더보기
제23장 ㅡ 무영의 비상2 “극(極)이란 무엇인가? 존재하는 모든 것은 하나의 지향점을 추구한다. 그것이 힘(力)이던, 생각(念)이던, 성향(氣)이던, 마음(心)이던 그것들이 이르고자 하는 지향점은 같다. 결국 끝(極)에 이르고자 하지. 주어진 것에서 최후의 지향점에 이르는 것, 그것이 극이다.” 무영이 가부좌를 틀고 태극일심제천요결에 따라 제천태극진기(制天太極眞氣)의 원리를 떠올렸다. 현재 무영의 단전 일부에는 회복된 그의 새 내력이 주화입마를 치료 하는 과정에서 그의 혈도와 기경팔맥에 저장시켜 놓은 불혼의 불력(佛力)을 흡수해 안전한 상태로 머물고 있었다. 그 불력의 근원을 이루는 것이 제천태극진기였고, 무영은 지금 그 진기를 운용하려는 것이다. “그 극은 움직여 양(陽)을 생성하고 양이 차면 음(陰)을 만들고 이를 통해 삼라.. 더보기
제22장ㅡ무영의 비상1 비궁으로 돌아가고 있다. 한 번은 운명과 맞서 보고자 또 돌아가고 있다. 내가 스스로 버린 전설 속으로, 그 하늘 밖의 하늘로 돌아가고 있다. 운명은 본질은 그런 것이다. 몸에 맞지 않는다고 벗을 수 있는 옷이나,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지울 수 있는 화장 같은 것이 아니다. 내가 운명 속으로, 그 틀어짐을 향해 돌아가고 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절강성(浙江省) 남부에 위치한 천목산(天目山)! 그 동쪽 입구에서 계곡을 따라 팔백여 장 안으로 들어가면 지금껏 인간의 발길을 허락하지 않은 계곡이 있다. 그곳은 지금까지 누구도 들어가본 적이 없기 때문에 그 이름조차 없었다. 해서 이곳에 들어가지 못하고 멀리서 바라보기만 하던 천목산 인근의 사람들이 언제부터인가 이곳을 아예 무명곡이라 부리기 시작했다... 더보기
제21장ㅡ 류심환 검을 들다3 은과 월의 몸이 흔들리자 그들은 이미 허공 중에 있었고, 전음의 내용대로 각자 두 번의 초식을 연달아 펼쳤다. “합!” “차앗!” 은과 월이 일갈했다. 은의 외침과 함께 두 개의 비도가 은린비류절명의 마지막 두 초식, 은린비류단지와 은린비류단천가 가공할 위력을 드러내며 류심환을 향해 빛살처럼 폭사됐다. 두 비도는 그의 손을 떠나는 순간 하나는 지면에서 한 치 정도의 거리를 둔 채 날아갔고, 나머지는 지하공간의 가장 높은 곳까지 오른 상태에서 직선으로 날아갔다. 이는 하나의 동선이 둘로 갈라져 발사된 것으로 류심환의 일 장 앞에서 앞의 것은 위로 치솟아 올랐고, 뒤의 것은 위에서 아래로 폭사됐다. 쉬익! 슈욱! 두 비도가 두 가지 금속성 공명을 일으켰다. 그것은 햇살처럼 눈부셨으나 밑의 비도는 만년화강암의.. 더보기
제20장 ㅡ류심환 검을 들다2 무영은 이미 의식을 잃고 쓰러질 때 주화입마에 빠져들었다. 불혼은 그런 무영을 안고 비밀장소를 빠져 나온 뒤 전력으로 달려 화월곡 서편 가장자리 숲풀 속에 가려진 작은 모옥으로 들어섰다. 이곳은 류심환이 무영의 수련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각가지 탕약과 약재, 약초, 내단, 해독용 독 등을 마련해둔 장소다. 모옥 안으로 들어온 불혼은 그 중심에 위치한 치료 용 침상 위에 조심스럽게 무영을 내려놨다. 그는 이곳으로 오면서 주군의 지시대로 자신의 불력을 무형의 단전과 폐쇄돼 가던 기경팔맥과 주요 혈도로 주입해 최대한 주화입마의 진행을 늦췄다. 하지만 급작스러운 공력의 상승으로 한 번 역류하기 시작한 기혈은 이미 단전과 기경팔맥에 상당한 타격을 가해 무영의 상태는 촌각을 다툴 정도로 위중.. 더보기
제19장ㅡ류심환, 검을 들다1 류심환이 화월곡 입구에 거의 다라랐을 때 불혼도 동쪽 입구를 막 벗어났다. 그들은 전력을 다해 가옥을 향해 날아갔고 그 속도는 가히 빗살을 떠올릴 정도였다. 두 명의 침입자, 은과 월도 이 것을 감지했다. “두 명이 이곳으로 와. 엄청난 속도야. 시간이 별로 없어. 부숴!” 은이 말함과 동시에 자신이 공력을 양 손에 담았다. 월 또한 자신의 공력 팔성을 양 손에 실었다. 그들은 내가중수법 상의 중력(重力)을 그들의 합공인 어중력압산멸천(馭重力壓山滅天)에 실어 문을 부술 생각이었다. 이는 거대한 건물의 기둥을 무너뜨릴 만큼 위력이 막강한 내력장이었다. “한 번에 부서야 해. 파(破)!"” 은이 외쳤다. "합!" 월이 뒤를 이었다. 그때 무영은 이미 류심환과 불혼의 전음을 연속해서 듣고 있었다. [지금부터 .. 더보기
제17장ㅡ무영의 위기3 “무슨 일이지?” 화월곡의 진동 때문에 무영이 잠에서 깨어났다. 잠결 중에 강한 진동을 느껴 평소보다 두 시진 정도 이르게 깨어났다. 이런 진동은 그가 이곳에 온 처음이었다. 괜히 느낌이 좋지 않았다. 무영은 본능적으로 불혼이 있을 만한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 그의 시선이 머문 곳엔 달빛만 교교했다. 어렴풋한 느낌이었지만 늘 자신보다 먼저 깬 불혼이 그곳에서 묵묵히 자신을 지켜주었다. 헌데, 지금은 그가 없는 것 같았다. 아니, 없었다. "어? 없네?" 무영은 그곳에 불혼이 없음을 확인한 후 좋지 않은 예감이 들었다. 무영은 예감이 불안으로 커짐을 느꼈다. 그것은 무영이 아무리 뛰어난 천재고, 불혼의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다 해도 아이라면 누구나 갖는 본능적인 반응이다. "으흡." 무영은 자신도 모르게.. 더보기
제16장ㅡ무영의 위기2 “어이, 뭘 그리 속닥거려? 다시 시작해야지.” 도혼이 삼재를 향해 도발적으로 말했다. 그들은 서로 전음을 주고받는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무영을 탈출시킬 때 그가 물리쳤던 오천협룡과의 대결도 생각났다. '저자가 전음을... 상관없어. 무조건 이겨야 다음이 있으니까.' “……” 천은 도혼의 말에 아무런 반응도 보여주지 않았다. 그의 회색빛 눈동자는 여전히 초점이 없었다. 그는 도혼이 뭐라 하던 상관하지 않았다. 도혼은 그런 천을 보며 정말 수련이 잘 된 자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다. ‘대단한 놈… 하지만 거기까지야.’ “받은 것은 반드시 돌려줘야 하는 법.” 말과 함께 도혼이 그 자리에서 떠올랐다. 주군이 준 기회, 두 번의 실수란 있을 수 없다. 길게 끌거나 꼼수를 부릴 일도 아니다. 전력을 다해.. 더보기
제15장 - 무영의 위기1 도혼은 자신의 미간과 심장을 향해 빛살처럼 날아오는 두 가닥 강기를 느꼈다. 하나는 지(地)가 펼진 가는 검강으로 자신의 미간을 노렸고 나머지 도강은 인(人)이 펼친 것으로 자신의 심장을 관통할 듯 날카롭게 파고들었다. 그의 눈에 잔상처럼 시작된 검강과 도강이 낙뢰처럼 강력한 것이 되기까지 눈 한 번 깜박일 시간도 허락하지 않았다. 도혼은 본능적으로 손을 흔들고 몸을 틀었다. 복마도장도 흔들었다. 그의 뇌와 신경, 근육은 그렇게 결정해서 그의 두뇌에 전달했고 그와 동시에 본능적으로 반응하려 했다. 그는 현의천도류 중 가장 빠르며 위력이 있는 파천이기어검류를 상대의 공격을 막기 위해 펼쳐야 했다. 그래야만 반격의 단초라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와 인의 검강과 도강은 단순히 속도에만 치중한 기습.. 더보기
제14장 - 화월곡의 침입자 축시(丑時 : 01시부터 03시까지) 경 류심환이 무영이 잠들어 있는 방으로 들어섰다. 하루 종일 무공 수련에 매달린 무영은 피곤했던지 곤한 잠에 빠져 있었다. 하얗던 얼굴이 거의 이년에 걸친 수련 기간 동안 햇볕에 타서 제법 구릿빛을 드러냈다. 아직도 투명한 느낌이 더 강했지만 이 상태로 간다면 1, 2년 후에는 청년 무인의 모습이 그의 피부에 자리 잡을 듯했다. 자신이 처음 만났던 날의 검강천처럼. ‘모든 것이 빨라. 신체 발달도 무공 진전도. 열 살 아이가 보여줄 수 있는 게 아니야. 천상무극독 때문에 선천지체의 이점도 누리지 못하는데도 발전 속도가 이 정도라면..’ 불혼 뿐만 아니라 그에게도 무영의 발전을 지켜보는 것은 즐거운 일이었다. 아무런 것에도 마음을 두지 않았던 그에게 검강천과의 약속을 .. 더보기
제13장 - 류심환의 두 번째 안배 무영의 수련과정을 면밀히 지켜보던 류심환은 무영이 모든 수련과장을 한달음에 해내면서도 땀 한 방울을 흘리지 않자 그를 위한 다음 안배를 펼칠 시기에 이르렀다고 판단했다. 그는 무영을 지켜보던 시선을 들어 드높은 창공을 바라보았다. ‘천주, 보고 있지요? 무영은 정말 놀라운 아이지만, 선택은 그의 몫입니다. 저는 무영을 천하제일인으로 키우는 일과 그리고 몇 가지 안배는 마련하겠지만, 무영의 선택을 존중할 생각입니다.’ “속혼, 있으세요?” 회상에서 돌아온 그가 무영을 위해 준비한 또 하나의 안배를 풀어놓았다. 이는 무영이 천하제일인의 경지에 이른 다음의 상황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했다. 검강천과의 약속대로 그를 천하제일인으로 키우는 것은 특별한 변수가 일어나지 않는 한 가능하겠지만 무영 혼자만의 힘으로는 재.. 더보기
제12장 - 무영, 내력을 갖다 그 날 이후로 무영은 가옥의 앞뒤에 있는 연무장에서 수련을 받기 시작했다. 뒤의 분지에는 양의에서 삼재를 거쳐, 사상과 오행, 육합과 칠성, 팔궤를 넘어 구궁과 십방에 이르는 위치에 돌이 놓여 있었고 그는 돌의 배열에 따라 옮겨 다녀야 했다. 그날이 그가 화월곡을 오르기 시작한지 육 개월이 흐른 뒤였고, 그가 여덟 살로 넘어가는 시기였다. 무영은 달리기와 암벽 오르기 외에 한 가지 수련이 더해진 것이 너무나 신이 났다. 무영은 자신의 몸에 조금씩 내력이 쌓임을 느꼈다. 그에 따라 일주천의 욕망이 솟아오르곤 했지만 천상무극진기를 움직이면 무조건 천상무극독이 작동하기 때문에 조급한 욕망을 억누리곤 했다. 어설픈 일주천은 곧 죽음을 의미하기에 그는 내력을 쌓는다는 것에 만족했다. '불혼 할아버지가 단계가 있는.. 더보기
제11장 - 확월곡의 정상에서 무영은 다시 몸을 일으켰다. 반 시진을 쉬었으면 그것으로 충분했다. “오늘은 한 번도 멈추지 않을 거야!” 다시 출발선에 선 그가 스스로에게 다짐했다. 지난 일 년 동안 그는 팔과 다리, 허리에 철환(鐵環)을 두른 상태로 하루 여섯 시진 동안 몸을 단련했다. 처음에는 걷는 동작 하나에도 팔이 저렸고 다리가 끌렸으며, 무릎과 발목에 피로가 쌓였고, 허리에 충격이 가해졌다. 당연히 걷는 일 이외의 다른 것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하지만 무영은 한 번도 멈추지 않았다. 걸을 때 팔을 확실하게 흔들었고 다리도 보폭이 줄어들지 않도록 집중하고 주의하며 걸었다. 첫 날에 그는 삼백여 보(步)를 걸은 후 쓰러졌고 다시 일어나 몇 십 보 더 걸어간 뒤 완벽하게 탈진해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그는 불혼에 의해 그 상.. 더보기
제10장 - 무영의 마지막 눈물 무영이 타고난 선천지체는 백 년에 한 명 나올까 말까 할 정도로 희귀하고 뛰어난 천혜의 신체지만, 그 혜택만큼 한 가지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선천지제를 타고나면 열 살 경에 삶의 최대 고비가 온다. 신체에 부여된 능력을 그때까지 다스릴 수 있는 치료를 받거나 무공을 익혀 제거하지 못하면, 신체 본연의 힘이 단전을 파괴한다. 그럴 경우 기혈이 혈맥을 타고 올라 혈도를 폐쇄시켜 사지의 기능을 마비시킨다. 일종의 주화입마에 빠지는 것이고 스스로 작동하는 그 힘이 뇌에 이르면 기능이 마비돼 가사상태에 빠지게 된다. 이 지경에 이르면 전설의 편작이나 화타 같은 의선(醫仙)도 손을 쓸 수 없다. 이것이 선천지체의 치명적 단점으로, 이런 신체를 갖고 태어난 사람의 수가 극히 적지만, 주어진 축복만큼 그 한계를 넘어.. 더보기
제9장 ㅡ 무영의 첫 걸음 모옥은 바깥에서 볼 때와는 달리 안으로 들어가자 생각보다 넓었다. 꼭 필요한 가구만 있어서 내부공간이 실제보다 넓어 보였다. 나무와 짚단, 진흙과 돌을 고루 사용해서 지었기 때문에 튼튼하면서도 아늑했고 온도와 습도도 알맞게 유지됐다. 세 개의 방과 열 명 정도가 함께 앉아서 얘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 가옥의 중심에 자리했다. 마루 끝에는 음식을 조리할 수 있는 주방이 자리했고 무엇보다도 무영의 방이 가장 잘 꾸며졌다. 방 세 개 중 류심환과 검무영이 각각 하나씩을 사용했고 삼혼이 하나의 방을 사용했다. 삼혼으로선 억울하지만 주군의 명을 따라야 했다. 기골이 장대한 편인 그들이 잠을 자기 위해 함께 누우면 어깨가 서로 닿을 정도였다. 마누라면 모를까 몇 십 년이라는 세월을 함께 보낸 늙은이들이 얼굴을 맞.. 더보기
제8장 ㅡ 아저씨 나 괜찮아 역천에 성공한 자들은 무영을 찾기 위해 무림을 속속들이 뒤지고 있겠지만, 이곳을 찾으려면 최소 10년은 걸릴 것이다. 그 동안 무영을 최대한 강하게 키워야 한다. 무공에 대한 욕심 때문에 기구한 부자의 운명 사이에 끼게 됐지만 나는 무영을 고금제일인으로 키워 약속을 지키는 것에 집중하면 된다. 내게는 세 명의 친구가 있다. 어느 햇살 밝은 날 주린 배를 무로 달래고 있던 나에게 햇살보다 더 눈부시게 다가와 천하를 구해보지 않겠느냐고 세 명의 친구는 제안을 했다. 그들의 손을 잡고 부모를 떠나 무공을 처음 수련한 이곳에 그때의 나와 비슷한 무영과 함께 다시 돌아왔다. 이것이 반복되는 운명의 장난이라고 해도 나는 상관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무영을 고금제일인으로 키워내는 일이다. 그리고 나에게는 천하를 홀.. 더보기
제7장 - 역천 천상천을 뒤엎는 작업은 여덟 시진 넘도록 계속됐고 그것이 성공이라는 쪽에 무게가 실리자 검강인의 눈빛이 갈수록 강렬해졌다. 오랫동안 준비했다고 해도 하늘을 뒤엎는 작업의 성공을 어느 누군들 장담할 수 있을까? 역천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지만 끝날 때까진 추호의 방심도 있어서는 안 된다. 대부분 처음 계획한 대로 진행됐고 이제 거의 그 끝에 이르려 하지만 검강천의 죽음을 확인하기 전까지는 역천은 완성된 것이 아니다. ‘지금까지 계획대로 되고 있지만, 방심은 금물이야.’ “단 한 명도 놓쳐서는 안 된다!!” 검강인은 역천이 성공이 눈앞에 다가올수록 냉정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다. 낮말은 해가 듣고 밤 말은 쥐가 듣는다는 자세로 지금까지 은밀하고 치밀하게 그러면서도 속전속결로 역천을 진행했다. 천상천의 천주가.. 더보기
제6장 - 탈출3 ‘방법은 독을 극음지기로 얼린 후 각 혈도마다 공간을 만들어 극음지기와 약간의 극양지기를 축적시켜 놓는 것뿐이다. 향후 얼린 독이 녹아 다시 온몸으로 퍼진다면 각 혈도의 주변에 축적시켜 놓은 극양지기가 급한 것은 태우고 나머지 대부분은 극음지기가 얼릴 것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여기까지다. 그 이후 아이가 천상무극진기를 익혀 남은 독을 스스로 풀어야 한다.’ 다행히 그는 오년 전 검강천과 겨루면서 자신의 몸에 내재해 있는 극음지기를 확인했고 그가 보여준 초식을 통해 깨달음을 얻어 파천태극무검을 대성했고 그 결과 극양지기까지 얻게 됐다. 천상지무와 당시 그가 익히고 있던 파천태극무검과 원리가 동일했기에 이것이 가능했다. 삼혼과의 삼혼지문의 비무를 펼치면서 파천태극무검의 원리를 파악했지만, 놀라울 정도.. 더보기
제5장 - 탈출2 류심환을 추적하던 천상천 제3장로 검강윤과 현무당을 맡고 있는 당주들인 오천협룡은 화들짝 놀라며 급하게 신형을 멈췄다. 그 멈춤이 너무 급작스러워 하마터면 앞으로 넘어질 뻔했다. 수백 리를 미친 듯이 도망치던 상대가 갑자기 멈춰서 자신들을 향해 돌아서는 것이 아닌가? ‘어라? 왜 이래, 이 자식?” 검강윤은 그의 갑작스런 행동이 의아했다. 그것도 심하게 의아했다. 지금까지 아이를 안은 상태에서 너무 잘 달렸던 놈이, 그것도 아직 한참은 더 달릴 것이라 생각했던 놈이 갑자기 멈추더니 아예 돌아서기까지 하는 것이 아닌가. 이것은 죽어라 도망가야 할 놈이 할 짓은 아니었다. ‘지쳤나? 아니면 무영이 죽었나?’ 검강윤은 몇 가지를 가정할 수 있겠지만, 현 상황에서 자신의 능력을 고려하고 오천협룡까지 더한다면, .. 더보기
제4장 ㅡ 탈출1 더 이상 경공만으로 그들을 따돌릴 수 없다. 이 상태로 일각이라도 더 지체한다면 아이의 생명을 보장할 수 없다. 중독된 상태의 아이를 안은 채 진동을 주지 않고 내가 낼 수 있는 속도에는 한계가 있다. 무려 5개의 추적조들 중에서 여섯 명은 생각보다 무공이 뛰어난 초절정 고수였다. 하남성(河南省)에서 시작된 도피가 이제 수백 리를 지나 산서성(山西省)에 접어들었는데도 그들을 좀처럼 따돌릴 수 없었다. 그들의 내력은 떨어지지 않았고 속도도 줄어들지 않았다. ‘이런 식으론 아이를 살릴 수 없어. 어떻게든 아이들 치료할 시간을 벌어야 하는데, 어떡하지?’ 검강천이 추적조 중에서 가장 강한 자들의 검과 도에 수십 번 찔리고 베인 상태에서 반 시진을 버티고 그런 상태에서 또 그의 양 팔과 두 다리를 희생하며 일각.. 더보기
제3장 ㅡ 5년만의 재회 모든 것이 꾸며진 것이란 사실을 알았다면 내가 그를 찾아 비궁을 나섰을까. 천 년을 이어온 전설이 하나의 거짓과 하나의 비밀이 조작해낸 인공적 설정인 것을 알았다면 나는 무공 최후의 단계에 이르렀을까. 그리고, 그 경지에 이르는 길을 알고도 화월곡에 오년이나 머물러 있었을까. 그때까지 나는 운명을 비틀 생각을 하지 않았다. 운명이란 놈은 나를 정확히 알지 못했다. 나는 어떤 가능성도 열려 있는 내일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고 믿지 않는다. 그것은 오직 신의 영역에서만 가능하고, 운명의 최종 형태를 안다면 난 하루도 더 살 이유가 없다. 너무 재미가 없을 것이고, 어떤 자유도 존재하지 않을 것이기에. 세상 속에 있는 것, 그래서 나와 다른 사람들과 부딪치는 것, 그것이 인간의 조건이자 인류로 이루어진 세상.. 더보기
제2장, 전설의 장ㅡ또 다른 시작 이 모든 일은, 무려 천년 동안 얽히고 섞여서 부대끼며 싸울 수밖에 없었던 아픔과 회한의 여정(旅程)에서, 덧없이 사라진 수많은 죽음을 양산했고 그에 따른 복수의 대물림을 끝없이 만들어냈다. 삶과 죽음, 명성과 배신, 욕망과 탐욕, 정의와 협력 사이에서 이 모든 일은 하나의 전설로 거슬러 올라간다. 내가 검강천을 만나 비무를 청한 것에서 시작하여, 그의 아들인 무영이 무대 위로 올라 임시주연이 아닌 진정한 주연임을 선언하는 순간 끝이 났다. 운명이 틀어버린 무림과 그에 얽힌 수많은 단상들의 허튼 꿈과 욕망과 처절한 몸부림의 물길을 제자리로 돌려놓았던 그 기나긴 여정은 하나의 전설에서 시작됐다. ----- 하나의 전설이 있다. 그 전에도 존재하지 않았고 그 이후로도 존재하지 않았으니 그 전설을 고금제일이라.. 더보기
천검지로 1장ㅡ운명, 5년 전의 약속 “초식명은 천지빙결검류(天地氷結劍流)라 하네. 한천마결의 제1초지.” 검강천은 극음지기의 정수, 빙혈류를 천상천의 천상무극진기(天上無極眞氣)에 실었다. 빙혈류가 만든 적홍의 음강이 점점 투명해졌다. 색의 변화는 투명함으로써 오히려 적홍의 음강보다 더 강렬하게 보였다. 어쨌든 차가운 음강 아닌가. "비록 제1초식이라 해도 각 빙강마다 다섯 단계의 변화가 있네. 단순히 음강의 격발만은 아니라는 것이지." 말과 동시에 그는 자신의 손 안에서 키운 음기의 결정체, 구를 맹렬하게 돌렸다. 수천 가닥의 음강이 일어나 앞서 펼친 것들과 함께 잠시 공중에 머물렀다. 지잉! 징-! 공명이 대기를 갈랐고, 비온 뒤 수많은 빛이 구름을 뚫고 땅까지 쏟아지는 광경이 이것 아니면 무엇이랴. 그 장엄한 광경에 눈이 부실 때, 1.. 더보기
천검지로ㅡ서장 서 - 운명, 그 오년 전의 약속1 드디어 운명을 바꿨다. 운명이 틀어놓은 물줄기를 제 자리로 돌려놨다. 누군가, 그것도 운명이라 한다면 나는 또 그 물결을 돌릴 것이다. 하나의 거짓과 하나의 비밀로 하여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고 또 죽어갔는가. 그놈의 연극을 중원이란 무대에서 내리고, 다시 돌아온 비궁(秘宮)에서.. 무천의 하늘에서.. 나 류심환(柳心煥)이 기획하고 무영이 주연한 연극(演劇)을 그놈의 무대 위에 올렸다. 운명을 내가 바꿨다. 긴 여정의 시작은 내가 한 사람을 만난 것으로 시작됐다. 나에게 주어진 운명을 받아들일 수 없어, 내가 하늘 밖의 하늘, 그 후예의 자리를 버리고 무작정 비궁(秘宮)을 떠나 그를 만나 비무(比武)를 청하는 것에서 비롯됐다. 지금 내 앞에 그가 서있다. 하늘 위의 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