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제사
늙은도령
2021. 7. 4. 14:56
제사
연초에 제사를 지내는데
구석이 편하기가 이렇게도
서둘러 집을 나서는데
조카들 부름마저 발밑의 사랑
절을 올리면서 비어 있던 당신의 자리가
지금 옆좌석엔 냉기로만 가득하구려
말하지 않음도 살기에는 방편인데
당신 떠나던 달
할부가 끝나버린 당신 명의의 차
앞유리엔 금이 가 있소
본레뜨 위에는 세월이 덕지하고
계절은 룸미러 안에서만 돌아가고 있소
문득 뒤에서 칭얼대는 클락션 소리
눈이 올 듯도 하고
앞차는 저만치를 달려가고 있는데
신호 놓치기가 이력날 듯도 하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