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어머니
늙은도령
2021. 7. 4. 15:15
어머니
-친구 아버님의 죽음-
1
하늘에서 버린 것이 내게는 있다
예수도 외면하여 떠돌아 가는
그래서 인간의 이름으로 묶어놓은 것
2
또 떠나고 있다
이 땅에 흐린 느낌만 남기고
노을보다 더 남루한 빛깔로
뚜벅뚜벅 삼일 밤낮의 혼돈과 피로
산 자들의 과잉포장 속으로
그저, 겨울 어느 날의 눈처럼 내려오다가
문득 깨달은 듯 홀연히 떠나고 있다
3
어머님이 자꾸 떠나려 한다
당신에겐 늘 업보인 내가
아직 세상 어디에도 바로 서지 못했는데
내 걸음보다 더 절뚝이며 휘청거리며
어머님이 하나씩 짐을 챙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