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입관

늙은도령 2021. 7. 4. 15:25

입관

 

 

 

이 병풍만 치우면 당신이 누워 있음을

살아 있을 때처럼 두손 두발 가지런히 모아

오가는 사람들을 맞이하더니

수백 송이 국화를 남겨두고서

떠나는구려 멍하니 서 있는 나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고

옆으로 팔 하나 뻗치기도 힘든

그 좁은 상자 속으로 당신이

한 생을 훌훌 털고 가는구려

피처럼 눈물이 흐른다오

평생을 나를 따라 이리저리 떠돌기만 하더니

한 평도 안 되는 곳으로 또 묵묵히

들어가고 있구려 이 병풍만 걷으면 거기에

모든 고통 사라진 당신이

두 손 두 발 가지런히 모은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