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저와 책이 있는 풍경

죠셉 콘래드의 <어둠의 핵심>의 명문장들

늙은도령 2014. 7. 18. 22:05



죠셉 콘래드의 <어둠의 핵심>은  위대한 명화인 <지옥의 묵시록>의 원작이 되었던 소설입니다.

선원이었던 죠셉 콘래드 아니면 쓸 수 없는 소설이라고 할까요?

제국주의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인류 역사상 위대한 고전 중 하나입니다.

너무나 멋진 문장들이 많아 어지러울 지경이지요.

그 중에 일부를 발췌했습니다.

소설을 쓰는 분들이나, 멋진 문장으로 이루어지 글을 쓰고 싶은 분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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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내 강물에도 변화가 찾아와 그 평온함은 차츰 빛을 잃으며 점점 더 심오해졌다. 이 세상의 가장 먼 곳까지 통하는 수로의 고요한 위엄을 보이며 펼쳐져 있던 넓은 옛 강은 여러 시대에 걸쳐 양쪽 둑에 살고 있던 사람들을 위해 훌륭하게 봉사한 후 이제 저무는 날을 맞아 아무런 동요 없이 휴식하고 있었다. 우리는 이 존엄한 강물이 한번 찾아왔다가 영영 사라지고 마는 짧은 하루의 그 생생한 열기 속이 아니라 영원히 지속되는 기억이라고 하는 장엄한 빛 속에 잠겨 있는 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바다야말로 그의 삶을 지배하고 있으며, 인간의 운명만큼이나 그 속을 들여다볼 수 없다.

 


이 세상이 창조되던 날부터 우리 남성들과 만족스럽게 공존해 온 모종의 괘씸한 사실이 툭 튀어나와서 그 여자들의 세계를 모두 허물어뜨리고 말 테니까.


 

삶 속의 죽음처럼 흐르는 강 안팎에서도 진행 중이었다네...그것은 마치 악몽을 해명할 실마리들을 찾아 지겨운 순례를 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어.


 

그들은 나로부터 6인치도 떨어지지 않게 가까이 지나가면서도 나를 힐끔 쳐다보는 일조차 없었는데 그건 불행한 야만인들이 보이는 그 철저하고 죽음 같은 무관심이었어.


 

그늘 속에 들어가자마자 나는 마치 어떤 연옥의 암흑 단계에 들어선 것처럼 느껴졌다네. 가까이에 여울이 있었기 때문에 일정한 물 소리가 끊임없이 밀려와서 사람의 숨소리나 나뭇잎 살랑거리는 소리조차 나지 않는 그 숲 속의 음울한 정적을 신비로운 소리로 가득 채우고 있었어. 그건 마치 허공으로 쏘아 올린 지구가 질주하며 내는 소리가 갑자기 귀에 들리게 된 것 같았어.


 

일정 기간의 고용 계약이라는 합법적 수단으로 해안 각처에서 끌려온 후 자기네 체질에 맞지 않는 환경에 내던져진 채 입에 맞지 않는 음식을 먹다가 지금은 병이 들어 비능률적인 노동자로 전락하니까 작업장에서 기어나가 그늘에서 쉬도록 허락되었던 거야. 이 죽어가는 형상들은 이제는 공기처럼 자유로워졌지만 한편 공기처럼 엷은 존재들이기도 했어. 


 

그가 말을 마칠 때마다 그 표정이 나타나서 마치 자기가 방금 한 말에 봉인을 함으로써 그 흔해빠진 어구의 의미마저 절대로 헤아리기 어려운 것으로 비치게 하는 듯했거든...그가 사람들에게 애정이나 두려움의 감정을 불어넣진 못했고 또 존경도 받지 못하고 있었지. 그는 그저 불안감만 불어넣고 있었던 거야.


 

그는 특유의 미소로 그 말을 봉인했는데, 그것은 마치 그가 관리하고 있던 암흑의 세계로 통하는 문을 닫아버리는 것 같았어.


 

대지 속의 그 작은 공지를 둘러싸고 있던 말없는 밀림은, 마치 악이나 진실처럼, 무언가 위대하고 정복될 수 없는 존재가 되어 내게 엄습해 왔으며, 이 어처구니없는 침입이 종식되기를 참을성 있게 기다리고 있는 듯했어.


 

왜냐하면 세상에 그 어떤 꿈 이야기도 꿈 속에서 느낀 것을 그대로 옮길 수가 없기 때문이야. 발버둥치는 반항의 떨림 속에 혼재하는 그 부조리함, 놀라움 및 당혹감이라든가, 믿을 수 없는 것들의 세계에 갇혀버린 듯한 느낌이 바로 꿈의 본질이겠지만, 이런 것을 어떻게 이야기 속에 옮길 수 있겠는가......


 

우리 일생에서 그 어떤 특정한 시기의 삶에 대한 지각을 옮길 수는 없다구. 그 삶의 진실, 그 의미 그리고 그 오묘하고 꿰뚫는 본질을 구성하는 것 말이네. 그걸 전달하기는 불가능해. 우리는 꿈을 꾸듯이 살고 있으며, 그것도 혼자서......


 

강가의 무거운 밤 공기 속에서 인간의 입을 통하지 않고 저절로 형성되고 있는 듯하던 그 이야기가 내게 불어넣고 있던 희미한 불안감을 이해하는 데 단서가 될 만한 하나의 문장, 하나의 낱말도 놓치지 않으려고 경청하고 있었다.


 

그는 짧은 지느러미발처럼 새긴 팔을 펴고 숲이며 샛강이며 진흙이며 강이며 하는 것들을 모두 끌어안을 듯한 몸짓을 하는 것이었네.그것은 마치 햇빛 비치는 대지의 얼굴 앞에서 불경스럽게 팔을 저어 밀림 속에 도사리고 있는 죽음이라든가 숨어 있는 악령이라든가 그 핵심에 들어 있는 심오한 암흑을 향해 배반적 호소를 표하는 듯한 몸짓이었네.


 

그들의 뒤에서 그 두 그림자는 기다랗게 자란 풀 위로 천천히 끌려가면서도 풀잎을 하나도 꺾지는 못했어.


 

살다 보면 우리에게 짬이 전혀 없다고 여겨지는 순간에도 이따금 과거가 회고되듯이 그렇게 과거가 우리에게 생각나는 순간들이 있는 법일세. 과거는 불안하고 소란하기만 한 꿈의 형태로 찾아왔으며, 식물과 물과 정적으로 구성된 기이한 세계의 그 압도적인 실체 사이에서 경이롭게 기억되었지. 이 생명체의 정적은 평화로움과는 조금도 닮지 않고 있었네. 오히려 그것은 어떤 헤아리기 어려운 의도를 감싸고 있는 달랠 수 없는 세력이 지닌 정적이었어. 그래서 그 정적은 마치 복수라도 할 듯한 표정으로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지. 후에 나는 그 정적에 익숙해졌고 그걸 더 이상 볼 수도 없었고 또 볼 시간도 없었지.


 

단순히 표면적인 일들에 대해서만 신경을 쓰다 보면, 표면 뒤의 실체, 바로 그 실체는 사라지고 만다네. 내면의 진실은 감추어져 있는데, 그건 다행이지. 다행이야. 그러나 그것이 숨겨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것을 사뭇 느낄 수는 있었지. 그 신비로운 정적이 내가 벌이는 보잘것없는 짓거리를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나는 자주 느낄 수 있었단 말일세.


 

밤이며 이따금 커튼처럼 둘러선 밀림 뒤쪽에서 북소리가 강으로 울려와서 첫새벽이 될 때까지 마치 우리의 머리 위를 선회하듯이 허공에 희미하게 걸려 있었어. 그 북소리가 의미하는 것이 전쟁인지 평화인지 아니면 기도인지를 우리로서는 짐작도 할 수도 없었지. 새벽이 다가옴을 알려주는 것은 대지에 내려앉은 싸늘한 정적이었어. 나무꾼들은 잠이 들었고 그들이 지펴놓은 불은 나직이 타고 있는데 불이 붙은 나뭇가지가 탁탁 튀는 소리에 우리는 놀라곤 했어. 우리는 어떤 선사시대의 대지, 그것도 어떤 미지의 유성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대지 위를 방황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 우리는 마치 어떤 저주받은 유산을 멋모르고 소유했다가 결국은 깊은 고뇌와 잇따른 고통을 대가로 치른 후 굴복하고 만 최초의 인간이 된 기분이었네.


 

그러나 배가 강의 한 만곡부를 허덕거리며 돌 때면 별안간 우리는 미동도 하지 않는 무거운 나뭇잎 장막 아래로 골풀 담장, 뾰족한 초가 지붕, 터져 나오는 함성, 검은 팔다리의 소용돌이, 집단적인 손뼉소리, 발 구르는 소리, 흔들리는 몸통, 굴리는 눈알 따위와 마주치곤 했어. 이 검은색의 영문 모를 광기의 가장자리에서 기선은 느린 속도로 끙끙대며 기어가고 있었어...우리들이 그것을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은 그들의 세계가 우리와는 시간적으로 너무 멀어서 우리가 기억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고 또 우리가 태초의 밤, 아무런 흔적이나 기억을 남기지 않고 사라져버린 시대의 그 캄캄한 세계를 여행하고 있었기 때문이야.


 

그 땅은 이 세상의 땅같이 보이질 않았어. 우리는 정복당한 괴물이 족쇄를 차고 있는 광경을 바라보는 데만 익숙해 있었거든. 그러다가 거기서 괴물이 자유를 누리고 있는 것을 보게 되었던 거야...우리가 태초의 밤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살고 있기는 하지만 그 소동 속에 들어 있는 의미를 이해할 수는 있지 않을까 하는 희미한 생각이 든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네. 인간의 마음은 무슨 생각이든 할 수 있는 법이야. 왜냐하면 모든 미래는 말할 것도 없고 모든 과거까지 그 속에 모조리 들어 있기 때문이야. 도대체 무엇이 있었을까. 기쁨, 두려움, 슬픔, 헌신, 용기, 분노가 있겠지만, 누가 말할 수 있으랴.


 

진실은 시간이라는 이름의 옷을 벗어버린 진실이지. 바보들이야 입을 벌리고 몸을 떨고 있겠지만, 용감한 인간이라면 진실을 알면서도 눈 하나 깜박이지 않고 바라볼 수 있을 것이네...원칙이란 후천적으로 얻을 수 있는 것으로서 몸에 걸친 옷이라든가 예쁜 천 같은 것이 아니겠는가. 몸을 세차게 흔들기만 해도 그 천은 떨어져나가게 되지...물론 바보는 그저 겁을 먹고 있기 때문에 또 더러는 까다로운 감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늘 안전할 수 있어...이 모든 일 속에는 표면적인 진실이 충분히 들어 있어서 나보다 현명한 사람들에게는 구원이 될 수도 있었을 것이네.


 

읽던 것을 중단한다는 것은 마치 단단한 옛 우정의 안식처로부터 떨어져 나오는 것같이 느껴진단 말이야.


 

그 놈의 것이 어느 순간에 멎어버릴지 알 수가 없었기에 나는 숨을 죽이고 동력륜의 날개가 물을 차는 소리를 하나하나 아슬아슬하게 듣고 있었어. 그건 마치 사람의 목숨이 이제 막 꺼지려는 촛불처럼 깜박이는 것을 지켜보고 있는 것과 같았어.


 

우리가 알고 있거나 알지 못한 채 무시해 버리는 것들이 사실 무슨 문제가 되었겠는가?...이따금 우리는 번뜩이는 섬광 같은 통찰을 얻게도 되지. 그러나 그 일의 본질은 표면 아래 깊숙이 가려져 있어서 내 인식 범위라든가 내 간섭 능력의 범위를 넘어서고 있었던 것일세.


 

우리가 눈으로 보고 귀로 들을 수 있는 것만 가지고 따진다면 이 세상의 나머지 부분은 아무데도 없는 것이나 다름없었다구. 아무데도 없었어. 없어졌거나 사라져버린 것이었지. 작은 속삭임이나 그림자 하나 남기지 않고 깨끗이 청소되어 버렸던 거야...사람들의 얼굴은 긴장으로 인해 경련을 일으켰고, 손은 가볍게 떨렸으며, 눈은 깜박이는 것조차 잊어버리고 있었어.


 

그들은 아직도 태초의 시간을 살고 있었고, 그래서 말하자면 자기네에게 역사적 교훈을 줄 수 있는 체험이라고는 전혀 물려받지 못하고 있었던 거야.


 

그래서 나는 무언가 그들을 제약하는 힘, 즉 개연성을 거역하며 작용하는 인간의 은밀한 힘 중의 하나가 바로 그들의 행동을 제약하고 있으리라는 생각을 했어. 나는 관심을 재빨리 첨예화시키며 그들을 바라보았지.


 

그 당시 나는 그 검둥이들이 배고픔에도 불구하고 자제력을 잃지 않고 있었다는 엄연한 사실과 마주 서서 마치 깊은 바다에 생기는 물거품이나 속을 헤아리기 어려운 비밀의 표면에 이는 잔물결을 바라보듯 그 사실을 눈부시게 바라 보고 있었네.


 

극단적인 슬픔도 궁극적으로는 격렬하게 발산될 수 있겠지만 일반적으로는 냉담한 형태로 나타나는 경우가 더 많아...... 


 

그건 마치 바람에 흔들리고 있는 나무에게 흔들리지 말라고 명령한 격이었어.


 

그가 뻐끔뻐끔 파이프를 빨아들일 때 얼굴은 마치 작은 불길이 규칙적으로 깜박이는 가운데 밤의 어둠 속으로 숨었다 나타났다 하는 것 같았다. 성냥불이 꺼졌다.


 

한 커다란 북에서 울려오는 단조로운 고동소리로 인해 허공에는 무엇으로 감싼 듯한 충격과 지속적인 진동이 가득했었어.검고 평평한 벽처럼 둘러선 숲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혼잣말로 음산한 주문을 외우는 끈질긴 저음이 벌집에서 번져오는 벌들의 붕붕거림처럼 들려와서 마치 마약처럼 아직도 잠이 덜 깬 내 감각에 이상한 효력을 던지고 있었지.  


 

이제 쓸모없는 쓰레기처럼 되어버린 그의 지쳐빠진 두뇌에는 망령 같은 이미지들이 출몰하고 있었어. 재산과 명예의 이미지들이 그 고귀하고 고매한 표현력이라는 탕진되지 않는 천부의 재능 주위를 비굴하게 맴돌고 있었던 거야...원래의 커츠가 침투해 들어갔던 그 신비로운 세계에 대한 악마적 사랑과 비현세적인 미움은 이제 원시적 감정을 만끽하며 거짓된 명성, 헛된 탁월성, 겉으로 보기에 성공과 권세로 여겨지던 그 모든 것을 탐하고 있던 그의 영혼을 서로 차지하겠다고 다투고 있었어.


 

인생이라는 건 우스운 것, 어떤 부질없는 목적을 위해 무자비한 논리를 불가사의하게 배열해 놓은 게 인생이라구.


 

그 눈은 촛불을 보지 못하고 있었지만, 온 우주를 감싸 안을 듯이 활짝 뜨고 있었고, 암흑 속에서 고동치고 있는 모든 심장들을 침투할 수 있을 만큼 꿰뚫고 있었어. 


 

화려한 외양과 무서운 실체에 대해 싫증낼 줄 모르는 그림자, 밤의 그늘보다 더 어두우며 화려한 달변을 숨기고 있는 주름진 천을 고귀하게 걸친 그림자 같은 존재가 되어 되살아났던 거야...심장의 고동처럼 감싸여진 소리를 규칙적으로 울리는 북소리 같은 것들이, 다시 말해 만물을 정복하는 어떤 암흑의 심장이 그의 환영과 더불어 그 집으로 들어가고 있는 듯했어.


 

그 구름 낀 저녁의 슬픈 빛이 모두 그녀의 이마로 숨어버린 듯이 그 방은 더욱 어둡게 보였어.


 

나는 그녀와 그를 똑 같은 시간에 보고 있었던 거야. 그의 죽음과 그녀의 슬픔 말이네. 그가 죽은 바로 그 순간에 그녀의 슬픔을 보는 듯했어.


 

그녀의 그 금발 머리카락은 허공에 남아 있던 잔광을 모두 포착한 듯 금빛을 내고 있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