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공무원들은 노인복지를 넓히는 일에 정신이 없다. 세계 최악의 노인복지를 조금이라도 끌어올린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 할 수 있다. 문제는 같은 사회경제적 약자인 청춘들을 위한 복지(청년복지)는 제자리 걸음이라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 들어 강화되고 있는 이런 추세는 투표율이 떨어지는 청년에 비해 노인들에게 제공하는 복지는 바로 표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볼 때, 비정규직의 계약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하자는 박근혜 정부의 노동법안은 새누리당의 총선 승리를 위한 맞춤형 전략이다. 투표율이 높고 보수적 성향이 강한 5060세대의 비정규직들은 기간 연장에 반색을 표하고 있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2년보다 4년이 고용안정성을 높이고, 재계약을 두세 번만 연장하면 노후 대비도 가능해 노동법안의 국회 통과를 지지하고 있다.

 

 

이들은 총선 전에 노동법안의 국회 통과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내년 총선에서 새누리당 후보들을 찍어 다음 회기에라도 계약기간 연장을 성사시키려고 한다. 반면에 청춘들은 계약기간 연장이 이루어지면 평생을 비정규직으로 살아야 하기 때문에 노동입법의 국회 통과에 부정적이다. 정규직의 평균근무연수가 6.1년에 불과하기 때문에, 비정규직 계약기간이 4년으로 확정되면 어떤 기업도 정규직을 뽑으려 하지 않을 것이다. 

 

 

정규직 계약이 일반적인 경력직 사원도 파견근로법의 국회 통과로 인해 중장년의 비정규직으로 대체할 수 있다. 해고요건과 취업규칙변경 완화, 임금피크제도 전 직원의 비정규직화의 도구이기 때문에, 청춘들이 고용안정성과 평균임금이 높고, 복지후생과 4대보험 등이 제공되는 정규직이 되는 일은 제로에 가깝다. 청춘들의 투표율은 5060세대와 노인들보다 높지 않고, 새누리당 지지 성향도 적은 편이다. 

 

 

 

 

노인복지를 늘리고, 비정규직 계약기간을 4년으로 늘리려는 박근혜 정부의 노력이 크면 클수록 세대별 총선투표율은 더욱 벌어질 수 있다. 총선투표율이 50%대에 불과하기 때문에, 박근혜 정부의 맞춤형 세대 전략으로서의 노동법안은 내년 총선에서 새누리당의 압승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야당이 노동개악에 합의하면 전통의 지지층이 이탈하고, 이를 저지하면 5060세대와 노인들의 표가 새누리당으로 몰릴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야당의 입장에선 무엇을 선택하건 돌아오는 정치적 이득은 거의 없다. 이것 때문에 앞뒤를 모두 잘라 버린 문재인 대표의 발언이 노인 폄하 발언이라는 구설수에 올라 곤혹을 치르게 된 것이다. 청춘을 헬조선의 포로로 만들려는 박근혜와 새누리당에 카운터펀치를 날릴 유일한 방법이란 청춘들의 투표율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것뿐이다(물론 개표조작을 막기 위한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

 

 

결국 청춘의 선택에 대한민국의 미래가 달려 있다. 노동법안의 찬반에 대해 구체적인 의견을 표명하지 않고 있는 안철수 신당보다는 정의당과 노동당 같은 진보정당에 표를 몰아주는 것이 최상이며, 진보적 색채를 강화할 새정치민주연합에 표를 몰아주는 것이 차선이다. 후보자 선택은 제1야당, 정당 선택은 진보정당으로 분산하는 것도 상당히 유력한 방법이라 할 수 있다.

 

 

박근혜와 새누리당이 부추기고 있는 세대간 전쟁을 피할 수 없다면 청춘들의 투표율은 총선과 대선을 가를 절대보검이다. 청춘들이 이 나라의 운명을 정할 수 있다, 자신의 운명과 함께.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1. 耽讀 2015.12.22 07:46 신고

    노인들은 눈앞에 놓인 단맛에 박그네가 잘한다고 찍어줍니다. 하지만 아들과 손자들이 피눈물을 흘리고 있다는 것을 모릅니다.
    아니 알면서도 박그네는 찍어 줄 수도 있습니다. 결국은 자신 눈에 피눈물 흘리는 것인데도. 탄식할 노릇입니다.

    • 늙은도령 2015.12.22 16:30 신고

      총선에서는 집토끼를 잡아야 합니다.
      투표소로 많이 끌어내면 이깁니다.
      투표율이 50%이기 때문에 그러합니다.

  2. 공수래공수거 2015.12.22 08:32 신고

    전 노동자의 비정규직화,파견근로자화가 새누리당의
    목표같습니다 ㅡ.ㅡ;;

  3. 참교육 2015.12.22 08:55 신고

    정부와 찌라시들이 한통속이 되어 국민을 속이고 있습니다.
    노동개혁이라는 것은 서민들, 노동자들을 한계상황으로 몰아넣는 악법입니다.

  4. 바람 언덕 2015.12.22 09:16 신고

    20~30 세대들의 투표, 그리고 그들의 올바른 선택만이 유일한 희망입니다.
    이 땅에 선거혁명이 일어나야 합니다. 그래야 나라가 바로 섭니다.

 

 

 

일제시대와 한국전쟁, 유신독재를 경험한 내 어머님은 박근혜가 대통령이 됐을 때 박정희가 떠올라 두려워하셨다. 대통령이나 정부에 대해 일체의 비판도 못하는 시대가 다시 돌아온 것 같았기 때문이다. 어디에나 중앙정보부와 권력기관의 감시가 되살아났다고 느끼시는 듯, 아들이 대통령과 정부를 비판하는 것에 두려움을 표출하셨다. 

 

 

 

 

어머님에게는 박근혜를 보는 것 자체가 독재와 연결된다. 동아일보가 유신독재의 군화에 짓밟혔을 때 고모부가 해고된 것과 민주화운동으로 2년6개월을 감옥에서 보낸 조카가 멕시코로 이민갈 수밖에 없었던 것을 지켜보았기 때문에 어머님이 느끼는 두려움은 비슷한 시대를 살았던 분들의 공포와 별로 다를 것이 없다.

 

 

권력의 그물망은 보이지 않았지만, 물샐틈없이 촘촘하다고 세뇌당했기 때문에 어머님은 침묵하는 다수의 심연으로 물러나면서, 병든 아들의 분노와 격정적인 표출을 걱정했다. 아들이 기자 생활을 하며 민주정부의 지도자와 정부의 실정을 비판할 때 두려움이 없었던 어머님이었지만, 독재자의 딸이 대통령에 오르자 무의식에 자리했던 그때의 공포가 되살아났다. 

 

 

일제시대에도 일본 학생들과 싸웠던 어머님이셨고, 큰 오빠는 한국전쟁 휴전협정의 통역사로 들어갔다 한국의 입장이 전혀 반영되지 않는 협상에 분노해 통역사를 때려치울 만큼 명문가문의 후손이었고, 남편은 한국전쟁의 공훈으로 무공훈장을 받았고 22년 간 군생활을 했음에도, 어머님은 박근혜가 대통령에 오르자 두려움을 표출했다. 

 

 

이 땅의 수많은 노인들은, 자유와 평등에 관한 한 박정희 시대를 일제시대에 비견될 만큼 암흑기로 인식한다. 일제시대에 만연했던 가혹한 수탈은 줄어들었고, 동족상잔의 전쟁과 완장 찬 좌우의 폭도들, 미군의 무차별폭격 등으로 수없이 많은 피난민과 주민이 살육되는 일은 되풀이 되지 않았지만 어느 시대나 주어졌던 정도의 자유만 누릴 수 있었던 것이 18년6개월의 유신독재였다.

 

 

수많은 청춘들이 매일같이 확인하고 있는 박근혜 치하의 3년이란 아주 조금씩, 경제 파탄(이에 대해서는 별도의 글로 다를 것이다)이 분명해진 지금에는 노골적일 만큼 폭력적으로 유신독재로 회귀하는 것이어서 수많은 노인들이 침묵의 벽 속에 갇혀버렸다. 그렇게 정치에 관심이 많았던 어머님이 박근혜가 나오면 채널을 돌리기 시작했다. 정치가 다시 공포와 연결되어 버렸다.

 

 

아버님이 남긴 쥐꼬리만한 군인연금과 집의 크기를 줄여가면서 세 아들을 교육시키고 각자의 분야에서 나름의 성공을 이루도록 만들었던 어머님이 박근혜의 방문에 항의하며, 민주주의를 수호하려는 이화여대 학생들의 투쟁을 지켜보았다. 수많은 교수들이 국정화 반대성명을 발표하고 집필 거부를 선언하는 뉴스마저 회피하던 어머님이 채널을 돌리지 않았다.

 

 

 

 

이화여대생들이, 어머님에게는 가장 좋은 여자대학이고 명문가로 시집가는 것으로 각인돼 있는 이대생들이 서슬 퍼런 박근혜의 방문에 저항하는 것을 보며, 의식의 표면 위로 떠오른 근원적인 공포를 이겨내셨다. 아들은 그들의 모습에서 촛불소녀와 6.10항쟁의 학생들이 떠올랐지만, 어머님은 4.19혁명의 학생들이 떠올랐다. 

 

 

유럽의 선진국가 국민들은 자본주의가 아닌, 민주주의가 밥먹여 준다는 사실을 너무도 잘 알고 있지만, 일제시대와 한국전쟁을 겪은 한국의 노인들은 이런 사실을 체험할 수 없었다. 2~3세대만 지나면 온갖 부작용이 속출할 수밖에 없는 압축성장의 수혜자(동시에 피해자)들이어서 독재가 산업화와 일치되는 것에 의문을 품는 것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이대생들의 저항을 TV로 지켜본 어머님처럼, 박근혜가 주도하는 역사 전쟁은 독재의 망령에 시달렸던 노인 세대와 민주주의가 밥먹여 준다는 것을 체험한 세대 간에 하나의 연결고리가 형성될 것이라고 필자는 믿는다. 박근혜가 밀어붙이고 있는 역사 전쟁은 이념 전쟁을 넘어 세대 간의 연결고리를 만드는 밑거름이 되리라 믿는다. 

 

 

박근혜는 이전의 대통령에게서는 찾기 힘든 무능과 무책임, 아집과 독선을 모두 다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여성이 대통령이 되면 안 된다는 잘못된 인식을 고착시키고 있다. 필자의 어머님처럼 가부장적 사고가 강한 분들일수록 이런 생각이 강해지고 있다. 박근혜는 정치와 경제, 역사와 교육을 퇴행시키는 것만이 아니라 수없는 투쟁과 저항, 토론과 합의를 거쳐 이룩한 인류의 소중한 자산인 남녀평등의 위업마저 퇴행시키고 있다. 

 

 

이대생들이 보여준 분노의 표출과 정의의 실천이 또래의 청춘들과 나와 같은 장년층에 던져준 희망의 메시지처럼,  필자의 어머님 세대에게도 묵직한 시대적 정신을 전해주었다고 나는 믿는다. 그들의 저항이 하나의 불씨를 넘어 무엇으로도 꺼뜨릴 수 없는 횃불로 타오르리라 믿는다. 이대생 덕분에 87세의 노모가 다시 정치뉴스를 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병약하기 그지없는 늙은도령의 건강도 다시 돌아왔다. 거리로 나갈 만큼은 안 되지만 이대생들을 사랑하고 응원하고 자랑스러워할 만큼은 된다. 임금, 이자, 지대(생산의 3요소인 노동, 자본, 토지와 한쌍이다)에 관한 고전파경제학의 오류를 미국적 방식으로 풀어낸 헨리 조지는 《진보와 빈곤》에서 "해묵은 잘못에 대한 비판이 처음 시작될 무렵 정의의 여신은 비굴할 정도로 겸손하다······그러나 관념은, 처음에는 대단치 않아 보이더라도, 때가 무르익으면 자라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이화여자 대학생들의 저항이 바로 그러할 것이다. 뒤늦게나마 이대생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굴하지 않는 청춘들과 함께.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1. 참교육 2015.11.01 19:04 신고

    저도 대견하다는 댓글을 남겼습니다.
    마취를 시키면 얼마든지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그들의 판단은 착각임이 증명되고 있습니다.

    • 늙은도령 2015.11.01 19:51 신고

      그럼요, 대한민국을 어떻게 여기까지 끌고왔는데요.
      역사의 주인은 정부도 지도자도 아닙니다.
      우리가 역사이 주인이고, 역사에 의미와 가치를 부여합니다.
      급해진 박근혜가 이성을 상실했습니다.
      반격의 시점이 더 빨리 올 것 같습니다.

  2. 2015.11.02 02:44

    비밀댓글입니다

    • 늙은도령 2015.11.02 05:42 신고

      BBC에서도 프라임 타임에 이에 대해 다루었습니다.
      한국이 국정화를 강행하면 10년 안에 망할 것이라고 할 정도였습니다.
      세계적인 창피함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3. 耽讀 2015.11.02 08:03 신고

    박그네는 확신범입니다. 국정화도 내년 총선과 2017년 대선을 위해 밀어붙이는 것이 아닙니다. 국정화는 종교진리에 가깝습니다. 타협과 협상 토론과 논쟁 자체가 없는 이유입니다. 역사교과서를 종교진리로 생각하니 민주공화국 대통령 자격이 없습니다. 끝은 이승만과 박정희입니다.

  4. 공수래공수거 2015.11.02 08:37 신고

    무엇보다 건강을 다시 회복하셨다니 다행이십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이라는 무리한 자충수가 결국
    남은 정권을 힘들게 할것입니다

  5. 바람 언덕 2015.11.02 14:08 신고

    저 젊은이들의 외침이 공허한 메아리가 되지 않아야 할텐데...
    이번이 사실상 마지막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저는...

  6. 글을 읽고 2015.11.02 19:58

    글이 포스팅되지 않아 걱정하고 있었습니다.

    여전히 깊은 글을 보니 너무 반갑습니다.

    고맙습니다.

  7. 불루이글 2015.11.03 04:24 신고

    해묵은 잘못에대한 비판이 처음 시작될때 정의의 여신은 비굴할 정도로 겸손하다..그러나 관념은 처음 시작할땐 아무것도 아닌것처럼 보이지만 때가 무르익으면 자라기 마련이다.
    정말 희망적인 문구를 접하게 됩니다.
    도무지 꿈틀 거릴것 같지 않든 지성들이 눈을 뜨고 있다는 희망이 느껴 집니다.
    민주주의의 달콤함에만 취해 허약한 지성들이 조금씩 경석을 차리는 것 같네요
    정말 다행히 라고 여겨 집니다.
    좋은글 잘보고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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