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참사에 대한 원인이 밝혀지지도 않았고 구조가 모두 끝나자 않은 상태에서 박근혜의 대국민담화가 나왔다. 국가에 큰 일만 생기면 외국으로 나가는 것이 관례처럼 돼버린 박근혜는 이번에도 대국민담화를 발표하자마자 인류의 안전에 치명적인 원전 관련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UAE로 출국했다. 이 땅의 청년들을 중동으로 보내라는 정신나간 발언도 이것에서 출발한다. 





박근혜의 대국민담화에는 필자가 우려했던 모두 다 담겼다. 세월호참사의 최종 책임은 대통령에 있음을 인정했으면서도, 담화의 내용에 따르면 자신이 절대군주에게나 적용될 수 있는 무소불위의 전권을 움켜쥔 채 제멋대로의 국가 개조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그것도 민주주의를 최대한으로 축소하면서 독재적 통치를 늘려왔던 지금까지의 방식을 그대로 유지한 채. 

 

 

필자는 세월호참사를 되돌아보며 우려했던 것은 국정원의 대선 개입, 공약 파기의 연속, 경기 회복의 부재, 인사참극을 무시한 낙하산 인사의 확대, KBS 보도에 대한 불법적인 개입, 청와대를 동원한 책임 회피, 채동욱 찍어내기와 국정원의 셀프개혁 인정 등 대통령과 정부의 난맥상이 임계점에 이른 상황에서, 세월호참사가 박근혜로 하여금 국정 운영의 동력을 회복할 수 있는 계기로 활용하는 것이었다.

 

 

박근혜는 국가 개조의 방안에서도 책임을 회피했다. 거대부처로 탄생할 국가재난처(이곳은 누구로 채울 것인가? 우리나라에 그렇게 많은 재난구조 전문가들로 넘쳐나는가?)를 총리 산에 두어 대통령은 추후에 사고가 일어나도 총리에게 책임만 물으면 된다. 책임총리제를 실시하면서 총리에게 전권을 줘야지, 그것이 아니라면 실제적 권력은 자신이 휘두르면서 책임은 밑으로 돌리겠다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 

 


                                                            

 

실질적 책임 회피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사고 전후의 모든 책임을 해경과 해수부, 안전행정부, 공무원, 기업, 관피아, 끼리끼리라는 공직사회의 문화에 돌렸다. 청와대는 어떤 책임도 지지 않았다. 국정난맥상의 책임은 절대적으로 청와대에 있는 데도 말이다. 게다가 책임에 대한 인적 쇄신에 대해서도 아무런 내용이 없다(여론의 추이를 보겠다는 뜻, 그래서 외국에 나가지 직전에 발표했겠지만).

 

 

비정상의 정상화에 세월호 참사를 끼워 넣은 것은 오늘 담화의 하이라이트다. 자신의 국정 철학인 비정성의 정상화가 오늘의 담화로써 만능통치약이 됐다. 이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를 이유로 비정상(기준이 무엇인가? 국정 철학에 동의하지 않으면 비정상인가?)으로 낙인찍으면 어떤 개인과 집단도 빠져나갈 방법이 없다. 어제 수백 명의 대학생이 유신독재시절을 연상시키는 방식으로 연행됐다.

 

 

박근혜의 대국민담화는 비정상의 정상화를 앞세운 정부의 강공 드라이브에 저항하면 닥치는 대로 진압할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한다. 무분별한 규제 개혁이 세월호 참사의 원인이었는데 이에 관련된 전 정권의 인사들과 정치인에게 책임을 묻겠다는 것도 없다. 그러면서도 국회의 동의가 없으면 실현불가능한 각종 법들을 만들어 참사의 최종 책임을 국회에 떠넘기는 작업에 착수했다. 

 

 

야당은 이제 죽을 맛이다. 국민으로부터 천대받는 것도 모자라, 세월호참사의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리게 됐다. 공직 사회에 민간의 참여를 늘리겠다는 것은 정부 업무의 본격적인 민영화를 뜻한다. 정치를 비즈니스로 만든 신자유주의 우파의 5대법칙이 하나씩 실현되고 있다. 신자유주의적 정경유착은 정부업무의 민영화로 대표되는데 박근혜는 세월호참사의 범인들에게 판결의 권한까지 제공해주었다.



                                                            

 

언론의 오보에 대해선 아무런 지적도 없었다. 대국민담화 덕분에 KBS의 인사와 보도에 개입한 책임에서 청와대는 자유로워졌다. 특검이 필요하다면 하겠다고 지나가듯 말했을 뿐, 그것마저도 국회에 공을 넘겼다. 실종자가 여전히 존재하는데 해경의 해체를 결정한 유족을 두 번 죽이는 일이다. 식물화될 안전행정부와 해수부는 이번 정권이 야심차게 출발시켰는데, 그에 대한 책임에 대해서는 일언반구의 언급도 없었다.

 

 

결국 오늘 담화의 핵심은 갈수록 약해지는 국정 동력을 세월호참사를 기점으로 다시 움켜쥐겠다는 것이다. 이제 박근혜 정부가 진행하는 일에 딴지를 걸면 세월호참사의 이름으로 국가의 부패와 비리, 반칙과 편법을 응징하는데 방해하는 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세월호집회를 폭력집회로 규정할 수 있었던 것도 여기에서 연원한다). 이 정도 수준의 국가 개조라면 헌법을 바꾸는 것에 준할 정도여서 아무것도 안하겠다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게다가 오늘 담화의 내용은 지나칠 정도로 이상적이며, 비현실적이고, 실현되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사회적 갈등을 야기할 수 있는 내용들로 수두룩하다. 당연히 갈등이 고조되면 박근혜의 입감이 세지며, 당연히 늦어질 처방을 제시함으로써 책임을 전가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한 마디로 해서 본말이 전도됐고, 국민의 분노를 희석시키 위한 정치적 계산이 곳곳에 숨어있는 대국민 담화였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1. 공수래공수거 2016.01.15 08:45 신고

    그러고도 2년이 다 되어 가고 있는데 해결되는것은
    아무것도 없는 "나쁜 나라"이고 나쁜 정부입니다



사유하는 인간이기를 그만두고서는 

사유하기를 원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우리는 철학적 웃음으로밖에는

대답할 길이 없다.



위의 인용문은 미셀 푸코의 말입니다. 천만다행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신년기자회견을 본방사수하지 않은 행운으로 해서, 그러나 재수 없게도 TV를 틀자마자 여기저기서 출몰하는 대통령의 신년기자회견 쪼가리들로 인해 저절로 떠오른 내용입니다, 썩소와 함께.





인터넷을 통해 ‘대충 그까이 것’ 하며 보는 대도 허튼 웃음 밖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국정난맥상과 콩가루 청와대의 근원이 어디에 있는지 확인한 것을 빼면 ‘이것을 왜 내가 계속해서 봐야지?’ 하는 생각만 들었습니다. 언론에 나온 얘기를 되풀이하는 것이 신년기자회견이라는 것은 분명했습니다.



모든 질문을 숙지하고 있었다는 듯이 일방통행을 하고 희망사항만 나열할 것이면 대국민담화로도 충분했습니다. 다 알고 나만 모르면 그것은 거짓이고, 정윤회 문건은 찌라시라 인적쇄신은 없을 것이며, 상사의 지시를 거부한 것이 항명이 아니고, 국회의 출석요구가 정치공세라고 인식한다면 구태여 신년기자회견까지 열 이유는 없었습니다. 



또한 구속 중인 재벌총수 사면도 법무부가 알아서 할 것이라면 굳이 대통령이 나설 이유가 없었으며, 경제 얘기만 되풀이할 것이면 경제부총리로도 충분했습니다. 낙수효과가 작동하지 않는 것이 입증된 상황에서 1인당 GDP 4만달러를 달성하면 무엇 할 것이며, 통일은 대박이라고 주문을 외우면 '뿅'하고 통일이 된답니까? 





작년의 기자회견보다 못한 오늘의 기자회견은 더 이상 논평할 것이 없어 여기서 끝낼까 합니다. 대통령이 변하지 않는 한 백약의 무효라는 글을 쓴 적이 있는데 신년기자회견이 그랬습니다. 대통령의 임기가 이제 겨우 2년이 지났을 뿐, 아직 무려 3년이 남았다는 사실이 공포 그 자체입니다. 정치공안검찰에 ‘참 잘했어요!’라며 표창장이나 주었으면 그나마 솔직했을 것입니다.



진화론과 양자역학을 철학적으로 풀어낸 베르그송은 「창조적 진화」에서 “의식을 지닌 존재자에게 있어 존재란 변화한다는 것, 변화란 성숙한다는 것, 성숙이란 자기 자신을 한없이 창조하는 데 있다는 것”이라고 말한 후, “그러면 존재 일반에 관해서도 그와 같은 말을 할 수 있을까?”라고 물었습니다.



오늘 대통령의 신년기자회견을 인터넷을 통해 힘들게, 정말 힘들게 다 본 후의 제 대답은 이러합니다, 아니요!! Never!! 의식이 고착화돼 변화가 없고, 변화가 없어서 성숙되지 못하며, 그래서 아무것도 창조하지 못하는 존재도 있습니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1. 꼬장닷컴 2015.01.13 07:24 신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국 국민을 괴롭히는 좀비정치는 계속될 것입니다.
    남의 말을 안 들으니 꾸준히 자기 말만 할 수밖에요.
    말씀처럼 아직 임기가 3년이나 남았다는 것이 국민적 재앙이네요.

    • 늙은도령 2015.01.13 13:41 신고

      더 심해질 것 같습니다.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문고리 3인방에게 힘을 실어줬으니까요.

  2. 공수래공수거 2015.01.13 09:53 신고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습니다
    구렁이가 어떻게 담을 넘어가는지 보여준
    것 같네요

  3. 바람 언덕 2015.01.13 11:35 신고

    저도 오늘 이 주제로 썼는데,
    한가지 고무적인 사실은 이제 저 지긋지긋한 신년기자회견도 많아야 두번 밖에 남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앞으로 3년도 채 남지 않았네요.
    그때까지 버티고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그 이후가 더 걱정이네요, 사실.
    후후...

    • 늙은도령 2015.01.13 13:42 신고

      그녀가 대통령에 있어도, 끝난 후의 일도 다 걱정입니다.
      대한민국의 미래가 암울해요.

  4. 달빛천사7 2015.01.13 13:49 신고

    아직도 3년이군요

  5. Chris (크리스) 2015.01.15 06:20 신고

    에고...답답합니다. ㅠㅠ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