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명의 의료 전문직(의사)에 불과한 백선하가 백남기씨 유가족, 국민의 70% 이상, 의료계 전부와 맞설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민주주의 세상에서 이런 신과 같은 독점적 권리(이반 일리치는 이를 '근본적 독점'이라고 했음)가 작동할 수 있을까? 이를 이해하려면 산업혁명 이후 과학과 기술(공학), 지식과 학위 등을 앞세워 세상의 모든 필요를 지배하게 된 전문가 집단의 부상을 살펴봐야 한다. 





산업혁명 이후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과정에서 삶의 거의 모든 과정을 스스로 해결했던 인간은 시장경제 안에서 대량으로 공급되는 상품과 서비스에 의존하게 된다. 이런 과정에서 새로운 필요(어제의 사치품이 오늘의 필수품이 되는 것, 광고를 통해 필요없는 필요를 창출하는 과정, 제품과 서비스의 세분화를 통해 필요가 폭발하는 과정 등)가 창출되면서 인간은 임금노동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불구(만들어진 필요를 소비하는 존재)로 전락하게 됐다.   



평생을 바쳐도 극히 일부밖에 사용할 수 없는 상품과 서비스의 홍수 속에 "전문가들은 인간 본성에 대해서도 남모르는 지식, 오직 그들만이 공급할 권리가 있는 지식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며 상품과 서비스가 제공되는 길목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반면 전문가들은 마치 중세의 사제들처럼 더 상위의 엘리트 집단에게 이익을 챙겨주는 대가로 그들의 양해를 받아 권력을 보유'하는 수준에 이른다. 



이런 과정을 통해 '새로 등장한 지배적 전문직은 한마디로 인간의 필요에 대한 통제권 자체를 요구한다. 그들은 현대 국가를 여러 기업들로 이루어진 하나의 통합된 지주회사로, 즉 그들 스스로 자가보증한 자격이 쉽게 효과를 낼 수 있는 통합체'로 바꿨다. 세상을 재구성한 전문가들은 '우리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알려주고 처방할 권한까지 주장'하고 '단순히 좋은 것을 권하는 데 그치지 않고 무엇이 옳은지를 실제로 선포'하는 독점적 지배자로 자리매김했다



그 결과 "인간의 '필요'가 있을 만한 분야라면 어디서든 이들 신종 전문직은 지배적이고 권위적이며 독점적이고 합법적인ㅡ그러나 이와 동시에 개인을 나락하게 하고 결국 불구로 만드는ㅡ자격을 주장함으로써 공익을 수호하는 특권적 전문가 행세를" 함으로써 지배권을 확고하게 정립했다. 특정 분야의 지식(유용하다는 증거도 없다!)만 조금 더 가지고 있을 뿐인 전문가들이 옳고 그름과, 문제를 처방하는 특권적 전문가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이런 과정은 인간의 평균수명이 늘어남에 따라 건강에 대한 관심이 폭증한 의료 분야에서 특히 도드라졌다. 삶과 죽음을 관장하는 의료 전문직은 '질병의 이름표를 단 것에 대한 관할권을 주장할 수 있는 우선권'을 확보한다. "나아가 질병의 이름표를 달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그에 대한 관할권을 우선적으로 주장할 수 있다. (백남기를 수술하는 과정에서 슈퍼박테리아에 감염시킨 백선하처럼) 그것을 효과적으로 다룰 능력이 그들에게 있는가와는 무관하게 말이다."





질병을 다루기에 선한 의도를 지닌 전문가로 받아들여지는 의료 전문직은 의심의 눈초리도 받지 않는다. 백선하가 바로 이런 방식으로 백남기씨의 사망을 악착같이 늦춘 의료 전문직에 속한다. 그것도 의료 전문직 집단 중에서도 가장 높은 수준의 권위를 지닌 서울대학교병원에 소속된 의료 전문직이다. 강고한 카르텔을 형성해 독점적 지배력(근본적 독점)을 획득한 의료 전문직 중에서도 최상위의 먹이사슬에 자리하고 있는 자가 서울대병원의 백선하다.  



의료 전문직은 삶의 전 과정에서 질병(정신적 영역까지)을 고쳐주고, 질병을 예방하게 해주고, 건강한 삶을 위해 생활방식도 정해주고, 생명의 시작과 성별을 결정하고, 사망의 시점과 종류까지 확정해주는 존재라서 그들의 '근본적 독점'에서 벗어날 방법이 없다. 현대의 의료 전문직은 섹스, 임신(인공수정 포함), 임신중절(낙태) 등을 관리함으로써 생명의 시작을 결정하고, 성전환수술로 성별마저 결정하고, 죽음의 단계를 세분화함으로써 사망의 시점과 종류까지 결정하는 '근본적 독점자'다.  



우리는 삶과 죽음의 전 과정에서 의료 전문직에서 벗어날 수 없다. 어디에나 있는, 언제든지 찾아가야 하는 의료 전문직은 그들의 '근본적 독점'이 선한 의도에서 벗어나 악한 결과를 만들기 위함으로 사용된다면, 잠재적 환자로서의 개인은 현대의료를 부정하지 않은 한 어떤 저항도 할 수 없다. 필자가 서울대병원의 백선하를 통해, 한나 아렌트가 유태인 학살의 행정전문가였던 아돌프 아이히만의 재판을 지켜보면서 곤혹스럽게 제시한 '악의 평범성'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서창석 서울대병원장의 전화를 받고 등산복 차림으로 달려온 백선하가 백남기씨의 뇌파 반응이 있다며 수술을 권했을 때 가족들이 이를 거절할 수 없었던 것은 의료 전문직의 선의를 믿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백남기의 삶과 죽음을 독점(주치의)할 수 있게 된 백선하가 이런저런 처지를 해도 그것이 악한 의도에서 진행된 정치적 의술이었다고 의심할 수 없었다. 백선하가 백남기씨의 사망을 '병사(심폐정지)'로 정했을 때야 백남기 가족은 속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지만 그것을 바로잡을 방법이 없었다.

 


백선하가 의술이라는 이름으로 백남기씨에게 자행한 모든 짓거리가 우병우 라인에 있는 살인경찰(전문직 관료)들이 사건을 조작(이미 조사해 무혐의처리한 '빨간 우의'를 재등장시킨 것 등)가 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준 것이라는 사실들이 모조리 밝혀졌어도, 의료 전문직 누구도 그가 정한 사인을 바꿀 수 없는 것도 그들이 누리는 '근본적 독점'이 깨지는 것까지 바라지 않기 때문이다. 백선하가 악한 의도로 백남기씨의 주치의가 되는 순간 누구도 그의 특권적 지배권을 부정할 수 없게 된 것, 그것에서 이 모든 반민주적이고 패륜적인 정치폭력이 가능해졌다.          

   




만일 깨어있는 시민들의 조직된 힘으로 살인경찰(우병우 라인의 경찰수뇌부와 행동대장들)의 백남기씨 시신 강탈을 저지하지 못한다면, 박근혜 정부의 대한민국은 이반 일리치 등이 《전문가들의 사회》에서 말한 대로 "정치가 시들어버린 시대, 유권자들이 교수들의 충고에 따라 자신의 요구를 법제화할 힘을 전문 관료들에게 위임해버린 시대, 누구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결정할 권리를 포기한 시대로 기록"되는 것을 넘어 불의한 권력의 악마적 행태에 굴복한 시대로 기록될 것이다. 



반대로 우리가 양심에 반하고 부정직하고 불의하며 악마적인 '근본적 독점'의 살인경찰을 막아낼 수 있다면, 모든 권력이 국민에게서 나오는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국민의 정부'를 되찾아올 수 있다. 파편화된 개인에 불과했던 성주군민이 미국의 패권주의와 이에 기생한 불의한 정권에 맞서 승리한 것과 이대생들이 '박근혜-최순실-최경희로 이어진 절대권력의 야합'에 맞서 승리를 거둘 수 있었던 것은, 반드시 부패하는 '근본적 독점'에 맞서 수평적이고 열린 소통을 통해 민주적 연대를 이루었기 때문임을 잊지 말자.



정유라를 지키기 위해 최순실도 포기할 수 있음을 내비친 박근혜의 살인경찰은 24일과 25일에도 강제집행을 시도할 것이다. 그렇게 명분을 축적한 다음에 박정희가 김재규의 총에 맞아 죽은 10월 26일(부검영장 시효가 끝나는 날, 이런 것 때문에 무당이 통치한다는 주장이 나온다)에 지방의 경찰병력까지 동원해 백남기씨 시신을 강탈할 가능성이 높다. 성주군민과 이대생이 보여준 승리를 깨어있는 시민의 연대로 확장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왔노라,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보았노라, 불의한 정권의 살인적 폭력을! 

이겼노라, 깨어있는 시민들의 조직된 힘으로!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1. 왜누리안티 2016.10.23 23:01

    게슈타포 관계자가 25일까지 집행하지 못하면 다시 영장을 신청한다고 했습니다.
    그놈들이 항상 내세우는 건 거짓과 허위, 조작과 은페뿐이겠죠.
    분명히 이영일, 박창수, 노수석 때처럼 지 입맛대로 조작할 겁니다.
    도대체 뭐가 그렇게 두려운 건지 원...
    나중에 내년 재보선과 대선서 야당이 이기고 정권교체가 이뤄지면 그놈들 전부 숙청될 텐데, 왜 그렇게 발악을 하는 건지...

    • 늙은도령 2016.10.24 02:49 신고

      그들은 그렇게 최순실 게이트로 쏠리는 관심을 돌릴 것입니다.
      강신명을 비롯해 경찰수뇌부는 법적 처벌을 피할 수 없기 때문에 악착같이 도발하겠지요.

      하지만 이렇게라도 백남기를 지켜낸다면 박근혜의 레임덕은 빨라지고 퇴진까지 갈 수 있습니다.
      박근혜 정권에 맞서 승리를 계속해서 더해야 합니다.

  2. 공수래공수거 2016.10.24 08:20 신고

    영장 집행시한이 다가 오는데 결국은 영장 집행을 안 하더라도
    불가피하게 못했다는 명분을 쌓으려 할것입니다
    백선하가 뭘 기대하고 그러는지는 몰라도 엄청남 판단 착오를
    한것입니다
    이런 사람이 메스를 든다는것은 절대 안될입니다

    • 늙은도령 2016.10.24 21:32 신고

      네, 대가를 치르게 만들어야 합니다.
      민주주의는 문명발전 때문에 시민의 자유를 축소시키는 방향으로 악화됐습니다.
      이것을 바로잡아야 시민들이 주인인 세상이 옵니다.
      국민의 눈높이에서 세상이 돌아가야 합니다.

  3. 참교육 2016.10.24 11:19 신고

    전국민을 상대로 갑질입니다.
    눈에 보이는 것은 환자의 생명이 아니라 자신의 출세와 영달을 위한 권력의 비위 맞추기입니다. 구역질입니다.
    페북으로 퍼 갑니다.

    • 늙은도령 2016.10.24 21:34 신고

      민주주의는 인민이 통치하는 체제인데 이제는 전문가를 앞세운 엘리트 권력의 과두정치로 변질됐습니다.

  4. 건는다산 2016.10.27 11:13 신고

    의료인으로서 팩트만본다면 저건 말도안되요. 직접적 사망관계가 있는것을1번사인 즉 외인사라고 해야 맞다고 수도없이배웠습니다. 그다음추정들을 나열하는것이구요. 히포크라스선서에 은사를 위하라고 하는것은 이럴때를 염두해둔걸까요. 그나마다행인건 젊은 의학도들이 그대로 사기를 눈감아주지 않았다는것..
    그런데 저 백선하교수는 저런말도안되는 주장을한 이유가뭘지 궁금하네요 건보재정으로 흔든것인지 아니면 개인적인 사리사욕때문에그런것인지 이런건도대체왜조사를안하는겁니까.. 요즈음일련의사건들때문에 인지부조화가생겨서혼란스럽네요



정치검찰을 앞세워 최순실과 차은택을 지키기 위한 박근혜와 환관들의 꼼수와 초법적 행태가 도를 넘었다. 자신의 오장육부이자 영혼의 지배자인 최순실과 차은택을 건드리면 광기어린 보복을 자행했던 박근혜가 이번에는 정치검찰을 동원해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의 입을 막아버렸다. 국정감사가 시작되기 직전에 이석수의 사표를 수리하고 특별감찰팀을 공중분해시켜 증인 채택을 막았던 것에 이은 '최순실과 차은택 지키기'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감사대상기관의 직원들을 증인으로 채택하는 것은 법으로 보장된 것이지만, 민간인은 여야의 합의가 있어야 증인으로 채택할 수 있다. 박근혜와 환관들은 이런 법적 맹점을 이용해 이석수와 특별감찰팀원들을 해고함으로써 증인 채택을 원천봉쇄하는데 성공했지만, 감사대상기관인 전경련 부회장 이승철의 증인 채택을 막을 방법이 없었다. 남은 것은 이승철이 야당의원의 질의에 답하지 않도록 만드는 것뿐이었다.



국감에 나온 증인은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서는 방어권 차원에서 답변을 거부할 수 있다. 서창석 라인의 백선하가 백남기씨 뇌수술을 강행한 것에서 알 수 있듯, 박근혜와 환관들이 국감에 맞춰 이승철의 증언 거부에 대비한 제반 절차를 진행해왔음은 초딩의 수준에서도 짐작할 수 있다. 시민단체나 특정인이 이승철을 고발하는 것이 전반부고, 정치검찰이 시간을 끌고 있다 국감에 맞춰 수사에 들어가는 것이 후반부다. 



이런 타임스케줄에 따라 모든 일이 진행됐고, 오늘의 국감에서 이승철은 '수사 중인 사안이라서 말씀드릴 수 없다'는 발언을 무려 20회 가까이나 되풀이할 수 있었다. 국감에 새누리당 의원들이 참여한 후에 개판이 된 것도 박근혜와 환관들의 악귀 같은 방해 때문이며, 그 결과 최순실과 차은택, 이승철과 전경련 등에 제기된 모든 의혹과 증언, 증거들은 무용지물이나 휴지조각으로 변해버렸다.





박근혜와 환관들은 이렇게 시간을 확보했고, 그 기간 동안 총체적인 증거인멸이 자행되고, 증거들이 조작되고, 증인들이 증발할 수 있다. 박근혜 정부 전반부가 국정원공화국이었다면, 후반부는 검찰공화국이라고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세월호참사와 언론통제처럼 박근혜 정부에 불리한 사건들이 정치검찰로 넘어가면 모조리 정지되고 늘어지고 무혐의처리되거나 기각되니 진상규명이란 단 1%도 이루어질 수 없다.



통치술로서의 신자유주의는 민주주의, 자유시장, 법치주의(법 적용과 집행)의 뒤에서 실질적인 권력의 작용(전관예우, 회전문인사, 언론플레이, 대형로펌을 동원한 법정다툼, 뇌물, 상납, 연줄, 압력, 스캔들 조작, 친위단체 동원 등을 총 동원해 자신에게 유리한 환경을 만드는 것)을 지배하는 것에서 만개한다. 통치술로서의 신자유주의가 반칙과 특권이 난무하는 상위 1%의 권위주의적 독재로 변질되기 일쑤인 것도 이 때문이다. 



헬조선을 넘어 세계적인 조롱거리로 전락한 대한민국을 정상적인 민주공화국으로 되돌리려면 정권 교체가 그 처음이고 그 다음이 정치검찰을 개혁하는 것이다. 반칙과 특권의 상위 1%가 제멋대로 할 수 있는 것도 일제의 잔재인 기소권과 기소편의주의를 독점한 정치검찰(정치경찰 포함)을 축으로 압도적인 권력을 휘두를 수 있기 때문이다. 탈법과 초법을 넘나드는 반칙과 특권의 작용에 브레이크를 건 김영란법 시행에 이어, 권력의 하수인을 자처하는 정치검찰을 철저하게 개혁할 수 있다면 '최순실과 차은택 지키기' 같은 비열하고 추잡한 미친 짓거리를 막을 수 있다.



해서 박근혜 퇴진과 정권 교체, 정치검찰과 정치경찰 개혁을 위해 해시태그로 글을 마칠까 한다. #그런데 최순실은? #그러면 차은택은? #그래서 우병우는? #그리고 전경련은? #그리하여 안종범은? #그러므로 김진태는?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1. 공수래공수거 2016.10.13 08:31 신고

    요즘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보면 잘 짜여진 각본대로
    감독이 조종하고 있습니다
    시간만이 답입니다...

    • 늙은도령 2016.10.13 08:34 신고

      네, 어차피 내년 1분기가 지나면 박근혜는 끝입니다.
      중반쯤 퇴진시킬 수 있으면 최상인데....
      그렇게 못한다 해도 식물상태로 만들어 불법부정선거를 꿈도 꾸지 못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2. 참교육 2016.10.13 09:21 신고

    대한민국의 자존심을 박근혜가 다 말아먹었습니다.
    이제 대한민국은 문명국이 아닌 원시국가 아니 야만적인 국가라는 오명을 받게 됐습니다.

  3. 맹그로브 2016.10.13 09:21

    저눔아 면상 보니까... 정권 바뀌어도 단죄할 가능성이 없어 보입니다. 이미 모든 것을 다 정리해 논 상태라서 거칠 것도 없죠. 그러니 청문회도 그냥 우스게거리로 생각하는 겁니다. 정권 교체시기쯤 아마 모든 자료는 폐기되고 사라지고 법으로 단죄는 불가능 할 겁니다.

    • 늙은도령 2016.10.13 16:24 신고

      전경련은 해체됩니다.
      정권을 교체하면 전경련 탈퇴기업이 늘 것이고 저절로 해체할 것입니다.
      저놈은 감옥에 갈 것이고요.
      박근혜 덕분에 국민들이 깨어나고 있습니다.



한 사람 이상이, 의심할 바 없이 나처럼, 더 이상 얼굴을 가지지 않기 위해서 쓴다. 내가 누구인지 묻지 말라, 나에게 거기에 그렇게 머물러 있으라고 요구하지도 말라. 이것이 나의 도덕이다. 이것이 내 신분증명서의 원칙이다. 쓴다는 것이 필요할 때, 이것이 우리를 자유롭게 하는 것이다.  


                                                                 ㅡ 미셀 푸코의 《지식의 고고학》에서 인용

   




음모론을 좋아하지 않지만, 자원외교 수사에서 조무래기에 불과한 경남기업이 타겟이 된 것과 성완종 사건이 참여정부 원죄론으로 번진 과정을 찬찬히 복기해보니 한 가지 음모론(의혹이 정확하겠지만)이 가능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셀 푸코처럼, 글을 쓰는 것이 필자의 출생증명서라 머릿속으로 떠오른 음모론을 글로 옮겨봤습니다.





경남기업과 박근혜의 오랜 친분은 그녀가 7억원(1981년의 시가)에 이르는 성북동 집을 무상으로 기증받은 것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신기수 경남기업 회장이 박정희와의 친분관계이건, 전두환의 명령 때문이건 박근혜에게 성북동 집을 무상증여하면서 그들 간의 친분은 시작됐습니다.



성완종이 경남기업을 인수한 이후에도 박근혜와 측근과의 인연은 계속됐습니다. 이런 사실을 모를 리 없었을 청와대(김기춘이 비서실장이었을 때 자원외교 수사가 시작됐기 때문에)에서 경남기업을 포스코와 함께 첫 번째 타겟으로 잡은 것은 뭔가 석연치 않습니다.



청와대가 박근혜와 오랜 친분이 있고 실세들의 자금줄인 성완종의 경남기업을 타켓으로 잡았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비리자판기’ 이완구가 총리에 오른 다음 경남기업을 집어넣었다는 것과 우병우 민정수석이 부패와의 전쟁을 기획한 것이라는 풍문은 사실이 아니라고 봐야 합니다.





헌데 성완종이 자살하며 남긴 55자의 리스트와 경향신문과의 통화녹취가 터져 나오면서 목표했던 것이 궤도를 이탈했습니다. 국정동력을 되찾기 위한 부패와의 전쟁이 부메랑이 돼 박근혜 대통령과 최고 실세들을 향해 시퍼런 칼날을 (김흥국처럼) 들이댔습니다.



그렇게 하루 이틀이 지났을까, 자원외교 국정조사를 무력화시키는데 성공한 권성동 새누리당 의원이 참여정부 원죄론을 들고 나왔습니다. 이후로 거의 모든 언론들이 참여정부의 비정상적인 성완종 사면 의혹을 떠들어대기 시작했고, 검찰수사와 함께 성완종 사건의 본말이 전도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습니다. 



자, 여기서 음모론의 소재들이 생산되기 시작합니다. 가장 말이 안 되는 것은 성완종의 죽음이 참여정부 원죄론을 들고 나올 수 있는 계기로 만들었다는 설입니다. 김기춘의 청와대에서 경남기업을 첫 번째 타켓으로 잡은 것이 성완종의 2번째 사면과 얽혀있을 노무현과 이명박의 이면거래를 까발려서 이명박과 문재인을 동시에 죽이기는데 활용하려 했다는 설입니다.





청와대에서 자원외교 비리의 내사에 들어간 것이 이명박의 자서전에 나온 박근혜 비판 내용 때문이었다는 설이 강력하기 때문에, 박근혜 정부로서는 이명박 측에서 로비했다는 것과 이것을 노무현이 받아들였다는 것을 밝혀낼 수만 있으면 1석3조의 대박(통일대박론을 능가하는)을 터뜨릴 수 있습니다. 



이 음모론이 설득력이 있으려면 첫 번째 이명박의 법무비서관을 지낸 권성동이 두 대통령간의 이면거래가 무엇인지 알고 있어야 합니다. 두 번째는 성완종의 죽음이 자살이 아닐 수도 있어야 합니다. 성완종이 사용하는 모든 휴대폰을 도청함으로써 경향신문과의 통화사실을 알아냈고, 다급해진 청와대가 성완종을 암살했다는 것이 입증돼야 하는데, 이는 영화에서나 가능한 일입니다. 



아니면 성완종을 회유해서 사면 당시의 상황을 자백하는 대신 기소유예나 무혐의처리해주는 시나리오가 있었을지 모릅니다. 그렇게 해서 확보한 이면거래를 이용해 압도적인 지지율을 보여주고 있는 문재인을 한 방에 제거하는 것을 목표로 했을 수도 있습니다.





박근혜는 남미순방을 2시간 반이나 늦추며 김무성과 독대할 때 어떤 언질을 주었을지 모릅니다. 자신이 남미순방에 나가있는 동안 정치검찰의 수사는 경남기업의 모든 자료를 회수하는데 전력할 테니 새누리당도 이에 협조하라고 했을 수도 있습니다. 야당으로서는 대통령이 부재한 상황에다 이완구가 총리직을 사임한 상태이니 본격적인 전투를 벌일 수도 없습니다.



이제 대통령이 귀국해 병원으로 직행했기 때문에, 보수층에서 동정론이 일어나면 박근혜는 성완종 사건에서 거의 다 벗어나게 됩니다. 여기에 종편과 보도채널들의 대놓고 하는 선거운동으로 보궐선거에서 승리하면 국민들이 깜짝 놀랄 만한 정국 수습책을 제시하며, 자신의 최측근까지 성역없이 수사하되 참여정부 원죄론도 확실하게 마무리지으라는 지시가 내려갈 가능성도 높습니다. 



마음만 먹으면 이명박 수사야 어려운 일이 아니니, 그 대가로 현역단체장인 서병수와 유정복만 빼고 나머지 6명의 사법처리부터 진행하겠지요. 그렇게 분위기를 만들어 보수층을 결집시키고, 중도의 동정표까지 끌어낼 수 있다면 이명박과 문재인을 죽이는 작업과 노무현을 부관참시하는 작업은 일사천리로 진행될 수 있습니다. 





증거가 있을 리가 없는 둘 간의 이면거래란 양측이 서로 다른 주장을 할 것이기 때문에, 이명박과 문재인만 피해를 입는 일이니 꽃놀이패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이명박 측에서는 살아남기 위해 박근혜 정부가 요구하는 대로 문재인을 몰아붙일 수 있습니다. 이면거래 있었다, 우리가 요구했고 노무현이 받아들였다, 그래서 죄송하다, 그에 대한 대가는 받겠다 등등으로 이어지면서 문재인은 꼼짝없이 덫에 걸려듭니다.



박정희의 후광을 받은 박근혜 이후에 보수층을 결집시킬 수 있는 인물이 없는 새누리당에서는 문재인만 죽이면 차기 총선과 대선에서도 승산이 충분하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성완종 리스트로 김무성의 적수 중 가장 강한 이완구와 반기문까지 죽였으니, 거듭되는 실정에도 불구하고 정권재창출에 성공할 수 있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습니다.



이상이 제 머릿속에 느닷없이 떠오른 성완종 음모론이었습니다. 원래 음모론은 이처럼 퍼즐을 역으로 맞춰가며 만들어지는데, 그래서 믿거나 말거나이지만 세월이 하수상하니 뭔일인들 일어나지 말란 법도 없습니다. 이런 터무니없는 음모론이 나올 수 있는 대한민국의 현실이 참담하지만, 정치검찰과 새누리당, 언론들이 삼위일체처럼 움직이니 이따위 허접한 음모론도 떠오르나 봅니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1. 공유의 플랫폼 2015.04.27 21:35 신고

    음모가 있기는 한걸까요? 워낙 감추는 것들이 많아서요.

  2. 에쏘 2015.04.27 22:20

    때론 현실이 영화였으면하는 바람이에요..

    • 늙은도령 2015.04.27 23:39 신고

      에고... 이 놈의 현실이라는 것이....
      정치는 더더욱 그러하니....

  3. Cong Cherry 2015.04.27 23:10 신고

    정치가 참 무서운거 같아요...
    언젠가부터 드라마나 영화에서 나오는 모든 극단적인 내용이나 장면들이 실제로 있을 수 있겠구나 생각을 했습니다.

    • 늙은도령 2015.04.27 23:41 신고

      네, 모든 것을 미리 꾸미지는 않습니다.
      언제나 예상 못한 사건은 일어나기까요.
      그러나 정치권력이란 예상 못한 사건을 자기에게 유리하게 만드는 힘입니다.
      정치란 좋은 것을 찾는 작업이지만 권력은 강제하는 작업입니다.

  4. 머무는바람 2015.04.28 00:06 신고

    김무성이 대통령이되면
    박정희 박근혜 김무성 친일 집안 출신 줄줄이네 아후

    • 늙은도령 2015.04.28 00:48 신고

      정말 친일파 숙청을 못한 것은 천추의 한으로 남습니다.
      친일부역자들 중 악독한 자들은 끝까지 추척해 단죄했어야 하는데 이를 못한 것이 이땅의 분단과 고통을 만들었습니다.
      제가 맥아더를 인정하지 못하는 이유입니다.

  5. 가난한여행자 2015.04.28 00:34 신고

    젊은시절 프랑스혁명을 읽은적 있었는데,,,한국사회는프랑스혁명전 모순 앙시앵 레짐를 구축하려는것 같네요
    모든사회전반에 소수 권력자들은 세습적 특권신분제를 구축하려는 느낌이 드네요

    일제시대, 독재시대는 보이는 적과의 싸움이지만 , 악이 진화해 겉모습은 선한모습을 하고 서서히 대중 (국민)들을 속이고
    자기이득을 취하네요


    국가를 금전적이득으로 생각하는 천민자본주의 표상인 이명박, 겉만 번지르한 무능력한 중세 왕조적사고를 가진 박대통령

    이들은 온전한 나라에서 나올수없는 지도자입니다

    10년동안 후퇴하면 다시 우리는 온전한 정신이 돌아올까요?

    한국사회는 희망이 있을까요?


    답답하네요,,,

    • 늙은도령 2015.04.28 00:50 신고

      박근혜 이후의 보수에는 특별한 인물이 없습니다.
      그래서 문재인을 죽이려는 것인데 문재인이 이에 걸려들지 않기 위해 노력하다 보니 야성이 줄어든 것처럼 보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를 오해하는데, 일단 정권을 잡아야 무엇이라도 할 수 있음을 알았으면 합니다.
      문재인이 대통령이 되면 노무현이 못한 개혁을 해도 국민들이 지지할 것입니다.

  6. 공수래공수거 2015.04.28 08:26 신고

    지금 차가 엉뚱한곳으로 가고 있습니다
    빨리 길을 제대로 잡아야 합니다

    • 늙은도령 2015.04.28 11:12 신고

      그랬으면 합니다.
      이놈의 정부가 문재인 죽이기에 나선 것 같아요.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