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작가라고 불러달라는 유시민이 조계종 불학연구소 워크숍 강연 질의응답에서 “박근혜 정부는 심리학자의 도움 있어야 설명이 가능하다”는 말에 전적으로 동의를 표한다. 필자도 유시민 작가처럼 플라톤에서 시작해 홉스와 몽테스키외, 아렌트와 푸코, 달과 최장집, 쉐보르스키와 말라발 등에 이르기까지 국가이성과 내치학(관방학), 정치경제학과 통치이성 및 정치철학과 국가이론까지 온갖 것을 적용해 박근혜 정부를 분석해보려 했는데 결론은 ‘답이 없음’이었다.



                                                                 


유 작가의 평가와 필자의 생각이 다른 점은 단 하나다. 박근혜 정부는 극단적인 자기보존의 본능을 제외하면 모든 것이 엉망진창이라는 사실이다. 심지어는 마키아벨리가 제시한 제왕의 통치술(추문의 수준이다)로도 박근혜 정부를 설명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정치와 통치를 이해하지 못하고, 공적인 것과 사적인 것을 구별하지 못하고, 밀그램의 ‘권위에 대한 복종의 실험’을 보는 듯한 유체이탈 화법과 받아쓰기의 집단의식만을 ,보여줄 뿐이어서 지독한 자기보존의 본능을 빼면 박근혜 정부를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자신을 무오류의 정화인 듯 말하는 ‘자신을 뺀 모든 것이 적폐’라는 인식도 지독한 자기보존의 본능에서 권위적인 통치를 빼면 설명할 방법이 없었다. 대통령에 도전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과격한 폭력성은 자기보존 본능이 강한 사람들이 목적한 바를 쟁취하려 할 때 보여주는 전형적인 모습이다. 이들은 도전자의 입장일 때는 최강의 공격만이 자신을 살릴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 생각한다. 타협이란 자신에게 유리할 때만 하는 것이지, 자신에게 불리하면 밖으로 튀어나가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아도르노와 호르크하이머의 공저인 《계몽의 변증법》을 보면 “계몽과 신화의 대결 속에 있는 유혹녀는 강력한 유혹의 힘을 지니고 있지만 동시에 연약하고, 구식이며, 방어력이 없는 존재”로서 “자신의 에스코토로 말 잘 듣는 동물을 필요로 한다”는 구절이 나오는데, 필자는 이것에서 도전자에서 수성자로 바뀐 박근혜 정부의 속살을 들여다 볼 수 있었다. 박근혜 정부의 인적 구성을 보면 신화의 영역에 자리했던 소수의 왕족들과 계몽의 영역에 자리했던 다수의 신민들을 떠올린다.



                                               


45% 전후의 콘크리트 지지율을 끌어낼 수 있는 유혹의 힘을 지닌 유체이탈 화법의 대통령과 그를 에스코드하기에 바쁜 받아쓰기의 비서진이 보여주는 행태란, 정작 통치의 기술이 필요할 때는 '연약하고, 구식이며, 방어력이 없는' 집단처럼 보인다. 신화도 아닌 인간의 권력이 계몽의 찬양 속에 흠뻑 취해 자기보전의 본능적인 통치만 향유할 뿐, 국민이 살고 있는 저작거리의 애환과 고통에는 철저한 거리를 유지한다.



                                                     


나라의 곳간을 풀어 만민을 통치할 수 있는 여력이 있을 때는 성인군자처럼 행세하다, 곳간의 재고가 바닥을 들어내면 야차처럼 차갑게 돌변한다.  나라의 통치자로 어명을 하사하고 집행을 독려하되, 결과에 따른 책임은 일부의 신민과 국민의 무지로 돌려버린다. 세월호 실종자가족들이 머물고 있는 진도체육관을 방문했을 때는 통치자의 위로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어서 눈물이 나오지 않았지만, 대국민사과담화를 발표할 때는 자신을 지켜야 하기 때문에 눈물이 흘러내린 것이다.



통치자에 올랐으니 이제는 방어가 무엇보다 중요해졌고, 위기에 처할수록 자리를 지키기 위한 자기보존의 본능은 극대화된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말했듯이 거세당한 신화들이 모여 있는 곳에서는 ‘죽음의 문화’만이 번성할 뿐이다. 신화 속에 실체를 숨기고 있을 때는 모든 사람들을 무릎 꿇릴 유혹하는 힘을 지녔지만, 막상 그것을 사용할 때는 계몽의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세월호 유족과 국민의 아우성이란 민주주의의 본질인데 자기보존의 본능이 이 모든 것을 위협의 신호로 둔갑시켜 버린다.



그 다음은 작금의 현실이 말해주고 있다. 신화와 계몽이 싸우는 곳에 현실의 사람들이, 세월호 희생자들이, 세월호 유족들이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란 애초부터 없었다. 게다가 전설의 레이저를 맞으면 누구도 살아남지 못한다. 복종하지 않는 자들은 배신자로 낙인찍히고, 심판해야 할 대상으로 규정되며, 그를 제거한 자리에 절대 복종을 실천하는 그녀에게만 '진실한 사람'으로 대체해야 한다.



청소년기에서 멈춰버린 인지부조화는 극과 극을 오가는 조울증의 형태를 띠며, 일정 수위를 넘으면 분노조절장애를 일으킨다. 이런 카오스적 정신상태는 순수한 악의 전형에 권력의 역학이 더해져 정반대의 말을 해도 스스로는 오류를 인식하지 못한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무오류의 유체이탈 화법이다. 집권 4년차에 들어서는 인지부조화가 중증에 이르러 백약이 무효한 상태에 이르렀다. 



한 마디로 말하면 박근혜는 심각한 정신질환을 가진 위험천만한 최악의 지도자라는 뜻이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오마이뉴스의 유시민 강연 동영상

 

                                                     


  1. 소피스트 지니 2014.08.24 23:01 신고

    유시민이 다시 정치계로 복귀했으면 하네요. 그의 뜻이 어떤지는 잘 알지만 그래도 지금 시점에서는 사안을 정확히 궤뚤어보는 시야를 가진 사람이 필요해 보입니다.

    • 늙은도령 2014.08.25 01:22 신고

      제대로 된 정치인들은 참여정부에서 국정 경험이 있고 새누리당과 수구세력의 정체를 제대로 알고 있는 정치인들입니다.
      현 집권세력은 그들이 가장 무서운 존재들입니다.
      그래서 친노하면서 그들을 철저히 짓밟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너무 표상만 보고 그 배후에 자리한 것들을 못 보네요.
      많은 글을 통해 우리나라 집권세력의 정체를 전하고 있지만 방송에 휘둘리다 보니 우리나라 정치가 이 모양 이 꼴입니다.

군복이라는 것이 평범한 대중들을 얼마나 냉정하고 딱딱하고 비인간적인 존재로 보이도록 만드는지, 또한 얼마나 그들에게 단일성과 질서를 부여하고 있는지를 새삼스럽게 깨달았다. 몸에 걸치는 것과 동시에 사람들을 민간의 일상생활로부터 완전히 차단되도록 만드는 이 죽음의 제복은, 그것을 입은 사람들이 자신의 의지와 몸을 국가에 팔았다는 표시와 별반 다를 바가 없었다.




위의 인용문은 T.E. 로렌스의 《지혜의 일곱기둥》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영화 '아리비아 로렌스'의 실제 주인공인 로렌스는 평생을 아웃사이더로 살았지만 누구보다도 탁월하 군인이었습니다. 사회비판에 대한 글을 쓰는 것으로 삶의 방향을 틀었다면 인류 역사상 가장 위해단 아웃사이더가 될 수 있었던 사람이었습니다. 오로지 치열한 실천으로만 삶을 살아갈 수 있었던 로렌스는 재입대해 전장에서 일생을 마감했습니다.



다음이미지에서 인용



그가 아랍의 독립을 위해 군대를 조직하고 이끌었지만, 그는 군대라는 조직이 어떤 곳인지 누구보다도 잘 알았습니다. 군대를 상징하는 첫 번째 조건인 군복이라는 표상이 인간을 비인간으로 만드는지 정확히 짚어냈습니다. 군대는 적을 죽이는 병기를 만드는 조직이고, 이를 위해서는 명령체제가 일사천리로 이루어지는 단일성과 질서를 구축하는 것입니다. 사회에서의 관계란 아무런 의미가 없는 군대에선 철저한 위계질서만이 유일한 생존의 조건입니다. 



군대에서의 일상적인 폭력과 폭언은 변수가 아닌 상수입니다. 군대가 민간 사회와 같을수야 없지만, 권위주의적이고 가부장적인 문화가 남아있는 한국에서의 군대는 위계질서에 의한 구타와 폭행 같은 가혹행위가 일상화된 곳입니다. 폐쇄된 사회에서 위계질서의 이중적 강화란 무수히 많은 비극들을 양산합니다. 악마의 도구로 전락한 MBC의 '진짜 사나이'는 군대를 미화해서 국민을 호도하는 대표적인 프로그램으로, 이런 것들이 국민에게 군대의 실상을 호도하게 만듭니다. 군대 문화를 오락화함으로써 국민의 경계를 늦춥니다. 그 사이에 이런 충격적인 사건들이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지기 마련이고요.  



다음이미지에서 인용



오직 자신의 품위를 떨어뜨린 자들만이 군대에서 만족감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평화로운 평상시의 기준으로 보면 그런 자들은 인간 이하의 존재일 뿐이었다...불평하는 군인은 나쁜 군인이었다군인은 제 감정마저도 왕의 장기판에 놓여 있는 말처럼 고용자에게 철저히 얽매여 있었던 것이다. 우리로 하여금 자기 자신을 그토록 비천한 존재로 타락시키는 것을 의무로 여기게끔 만드는 군대는 얼마나 이상한 힘을 지니고 있는 것인지.



위의 인용문처럼 북한의 위협을 팔아먹고 사는 보수정부일수록 군대 문화는 더욱 비인간적인 행태를 띠게 됩니다. 인간이기 보다는 짐승이기를 자처한 자들에 의해 처참하게 죽은 윤 일병의 경우도 이런 군대 문화에서는 언제든지 재현되고,지금도 이루어지고 있는 대한민국의 비극입니다. 필립 짐바르도의 《루시퍼 이펙트》와 밀그램의 전기충격실험(인간이 권위에 얼마나 쉽게 복종하는지를 다룬 실험)등에서 보면 윤 일병의 죽음이 결코 특별한 사안이 아님을 분명하게 보여줍니다.



YTN에서 인용



게다가 윤 일병 사건보다 더욱 비극적인 사건인 GOP 총기난사사건이 언론과 국민의 관심에서 재빠르게 사라진 것도, 극단적인 우향후를 지향하는 보수정부에서나 가능한 일입니다. 현재의 군대 문화에서는 평범한 사람도 악마가 될 수 있습니다. 특히 폭력이 양산하는 광기란 전염성이 강한데, 폐쇄적이고 지독할 정도로 위계적인 군대 문화에서는 광기의 전염성이 더욱 강해집니다. 



GOP 총기난사사건과 윤 일병 사망사건은 이런 광기의 전염성이 만들어낸 것이며, 사회와 인식의 우경화를 강하게 밀어붙이는 보수정부와 집권여당 하에서는 절대 사라지지 않을 비극의 일단에 불과합니다. 언제나 드러난 것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며, 이런 광기의 폭발이 계속해서 발생한다는 것은 군대 문화의 비인간화와 철통 같은 위계질서를 이용한 집단적인 폭력이 도를 넘어 위험수위에 이르렀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다음이미지에서 인용



MBC의 '진짜 사나이'가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곳곳에서 '의리마케팅(보수화된 국가의 참으로 불편한 의리마케팅)'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폭력의 광기로 넘쳐나는 세상은 죽은 세상이며, 닫힌 세상이며, 파시즘과 전체주의가 권위주의 형태로 되살아나는 것을 말합니다. 그 결과는 다음과 같은 인용문에서 더욱 확실하게 드러납니다. 군대가 민주적인 지배를 받아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며, 군산복합체의 나라인 미국이 국방부 장관을 민간 출신에서 뽑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현재의 대한민국 군대는 '개인의 능력을 고의로 희생시키는 것을 넘어 개인의 인식과 국민의 인식마저 희생'시키고 있습니다. 이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폭력의 광기로 얼룩져 있는 대한민국 군대에 대해 철저한 검증과 수사, 민주적 감시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국민들이 우리의 영해에서, 산업현장에서, 군대에서 죽어나가는 이런 살인의 광기가 범람하는 사회에서 벗어나려면, 모든 공적 영역이 우경화되는 것을 막고 민주주의가 확실하게 뿌리내리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머니투데이에서 인용



이를 위해서는 2차세계대전 이후에 민주주의를 제대로 실시해 현재의 선진국에 진입한 유럽의 사례들을 대한민국에도 도입해야 합니다. 기본적으로 무정부적 자유주의라는 보수 지향의 전체주의 국가인 미국적 사례들을 최대한 걷어내야 합니다. 동시에 가장 무정부적 자유주의적인 방송을 개혁해나가야 합니다. 세월호 참사에 대해 정부측 입장에서 편향된 보도를 양산했을 뿐만 아니라, 숱한 오보를 양산했던 MBC가 국회(여당과 야당이 각기 조사를 하기로 했다)의 조사를 거부하는 반민주적인 행태도 서슴지 않는 나라가 작금의 대한민국이기 때문입니다. 



백분토론에서 윤 일병 사건을 다루는 것조차 사회악으로 변해가고 있는 MBC의 이중플레이와 채널A와 TV조선 등은 언급하는 것 자체가 구역질이 나는 일이라 생략했습니다. 방송의 영향력이 절대적인 세상에서 안보상업주의를 팔아먹고 사는 이들의 행태는 군대를 더욱 폭력적인 문화에 젖어들게 만듭니다. 폭력적인 위계질서는 닫힌 조직일수록, 폐쇄된 공간일수록 반드시 대물림되며, 확대재생산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훈련이 더욱 심해지면 질수록 개인의 우수성은 더욱 저하되고성과에 대한 확신은 더욱 커지기 마련이다군사과학이란 가능성 있는 위대한 작품 대신 한 가지라도 확실한 작업을 선택함으로써 입대한 병사들에게서 불확실한 요소를 가능한 줄이기 위해 고의로 개인의 능력을 희생시키는 것이다.



우리는 경악할 만한 특별한 사건이 터지면 그때서야 구조적 요인과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관심을 폭발시킵니다. 언론과 방송들은 사건에 대해 선정적인 보도와 속보 경쟁에 올인합니다. 그런 가운데 시청자들은 사건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던 구조적 요인과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피로감을 느끼기 시작합니다. 이때쯤 되면 또 다른 충격적인 사건들이 방송을 탑니다. 그렇게 집단적 망각이 작동하고, 사건은 기억 속에서 사라집니다, 세월호 참사처럼.     



                                                               정봉주와 미래권력에서 인용



현대의 민주주의는 언론, 특히 방송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권력과 자본이라는 기득권에게 유리하게 돌아갑니다. 정부만 거짓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방송도 우리가 알 수 없는 카메라의 각도에 숨어 있는 의도, 문제의 초점을 흐리는 교묘한 편집, 선정적 방식의 보도를 통해 공적인 문제들을 오락화해 사적인 영역으로 치환시켜 버립니다. 그런 가운데 군대 같은 폐쇄적이고 권위주의적인 위계질서가 절대적인 영향력을 발휘하는 특수한 조직은 부패하고 타락하게 됩니다. 



보이는 것(표상, 현상, 기표) 이면에 자리하고 있는 것(표의, 본질, 기의)을 보기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 언제나 기득권의 먹이감이 됩니다. 헛똑똑이로 살지 않으려면 보이는 것 이면에 자리한 것을 볼 수 있어야 합니다. 보여주는 매체인 방송이 현대 민주주의체제에서 절대적 권력이 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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