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호, 추신수, 김현수, 박병호, 이대호, 오승환 등이 뛰어난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 메이저리그의 경우 기술 발전(주로 국방 분야에서 발전한 기술로 국민의 세금이 투입됐지만 이익은 기술을 이전받은 기업이 거의 다 독점한다)을 적용해 새로운 차원의 리그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야구는 인간이 하는 것이기에 불확실성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믿는 몇몇 감독을 제외하면 거의 모든 팀의 감독이 선수별로 시프트를 펼칩니다.   





모든 타자와 투수들이 이루어낸 각종 자료들이 축적되면서 타자별 시프트가 이루어지고, 각종 정보들이 실시간으로 분석돼 피트백되면서 시프트에도 즉각적인 변화가 일어나기도 합니다. 구질별 회전수, 구속, 스윙속도, 타구의 속도, 비거리, 타구음, 풍속, 습도 등등.. 수없이 많은 정보가 축적되고 분류되고 범주화된 후 다양한 연산을 통해 일어날 수 있는 상황들에 대한 확률들이 제공되기 때문에 이런 것들이 가능합니다. 



핵심은 대다수 감독들이 인공지능에 의해 도출된 분석결과에 따라 시프트를 펼친다는 것이며, 더 많은 정보가 축적돼 예측 확률이 높아지면 타고투저 현상은 더욱 강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즉 인공지능의 능력이 발전하면 인간의 전유물인 야구(스포츠)마저 인공지능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하며, 작전부터 라인업,선수 영입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단장과 감독의 영향에서 멀어집니다. 이런 식으로 인공지능은 인간의 전유물로 인정되던 영역들을 하나씩 점령해갈 것입니다(인공지능은 인간의 뇌처럼 자기복제적으로 진화하기 때문에 가능하며, 유전 알고리즘으로 모델링된다). 



이세돌을 꺾은 최근의 인공지능은 뇌스캐닝 기술과 생화학, 양자역학, 생물학, 생명공학, 나노공학, 정보통신기술 등의 발전에 힘입어 인간의 뇌처럼 패턴인식이 가능해진 것입니다. 알파고는 모든 수를 초고속으로 연산해서 다음 수를 두는 것이 아니라 이세돌처럼 쓸모없는 하수들이나 두는 저급한 수들을 배제한 채 고도의 수들만 연산합니다. 이런 연산은 바둑판 위에서 이루어지는 고도의 패턴을 인식(최적의 수를 찾아내는 재귀적 탐색도 동시에 이루어진다)하는 것으로 이루어집니다.   



알파고가 4국에서 진 것은 이세돌이 저급한 수로 분류돼 초고속 연산에서 배제된 수를 두었기 때문(트리구조는 저급한 수까지 제시하기 때문에 비효율적)인데, 이럴 경우 알파고는 새로운 패턴을 인식해야 하지만 시간의 제약 때문에 불가능했던 것입니다. 알파고가 5국에서 이세돌을 꺾은 것은 배제했던 뜻밖의 수에 대한 새로운 패턴을 학습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알파고로서는 초일류고수들이 둘 수 있는 뜻밖의 수에 대한 대비책이 엄청나게 늘어난 것입니다.  





이렇게 알파고로 대표되는 인공지능의 능력은 창의적인 수(바둑에 한정된 것이라고 해도)라는 인간 고유의 능력까지 넘볼 수 있을 만큼 일취월장합니다. 중국이 추진 중인 현 세계1위 커제(이세돌을 비롯한 거의 모든 초일류 고수들에 압도적인 우위를 보이고 있지만, 한국1위이며 세계2위인 박정환에게는 유독 약하다)와의 대국에서 알파고가 전승한다면 레이 커즈와일 등의 주장처럼 초인공지능이 생물지능(통섭적 지능)보다 우월해지는 것은 시간문제입니다.   



사실 개별 뉴런과 시냅스 차원에서 볼 때 인간 뇌의 정보처리 속도는 매우 느립니다. 이것을 극복하기 위해 수백조 개의 개재뉴런이 수백만 개의 연산처리 연결망을 구축해 엄청난 정보를 고속으로 연산합니다. 인간이 인간으로 살 수 있는 것은 이런 병렬방식의 연산능력 때문(인간의 기억이 뇌의 곳곳에 분산돼 저장되는 것도 병렬식 신경망 때문)이며, 인간 고유의 인식이라는 것도 패턴의 형태로 구현됩니다(디지털 연산의 아날로그적 표현). 인간의 지도를 받는 '머신 러닝', 인간의 지도를 받지 않는 '딥러닝' 등에서 패턴을 그렇게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4차원적 기억, 경험을 해석하는 것, 의사결정이나 이성적인 결정, 사물과 자연 등에 대한 이해, 사랑에 빠지거나 이별하고, 도덕적 행위를 하는 것 등은 뇌과학적(특히 뇌 역분석, 게이지장 이론처럼 양자역학도 이런 방식으로 여러 가지 발견들을 이루어냈다)으로 접근하면 패턴의 형태로 설명됩니다. 인간의 모든 생각과 인식은 개별 뉴런과 시냅스, 개재뉴런 등이 끊임없이 구축하는 패턴의 형태에 따라 이루어집니다(모든 것이 패턴의 형태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고차원적인 것은 패턴의 형태로 접근해야 한다). 



주로 방추세포(약 8만개)에서 이루어지는 감정, 결정, 도덕 등의 인식도 뉴런, 시냅스, 개재뉴런이 이루는 연결망(패턴)에 의해 결정됩니다(양자역학, 복잡계이론, 카오스이론, 프랙털이론 등도 동원된다). 인공지능과 나노공학, 생명공학, 양자역학 등은 동시에 발전하고 서로 교류해 통섭적 발전을 이룰 수 있기 때문에 초인공지능의 출현을 막을 방법은 없습니다(이에 대해서는 별도의 글들로 다룰 생각이지만 쉽게 풀어낼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많은 분들이 인간의 의지나 생각이 먼저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특정 행위나 사유가 이루어지기 1/3초 전에 명령이 내려집니다. 인간은 자동적으로 내려진 명령보다 1/3초 늦게 인지해서 그것을 합리화하는 것인데, 인간은 1/3초 먼저 이루어진 명령까지 인식하지 못하기에 모든 결정을 자신이 내렸다고 믿게 됩니다. 이를테면 뇌의 일부분이 뇌 전체(인간이란 존재의 모든 것)를 상대로 사기치는 것입니다. 좌우반구, 뇌간, 척수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것 등에 대한 것까지 포함해도 달라질 것은 없습니다.





아무튼 인공지능은 이런 패턴을 학습해서 인간의 사고와 인식들을 이해하고 재현합니다(다음 목표는 무한대의 경우의 수에 열려있는 스타크래프트라고 한다). 그런 학습이 특이점을 넘으면 인간보다 뛰어난 초인공지능이 출현합니다(신의 창조건, 진화의 법칙이건 필연의 과정인데 이 때문에 모든 것이 혼란스럽다). 이럴 경우 야구뿐만 아니라 인간이 하는 모든 일들을 인공지능이 대신할 수 있습니다, 그것도 탐욕스러운 인간이라면 절대 실현할 수 없는 완벽할 정도의 효율성과 경제성을 기본으로 한 채.



물론 인공지능이 지배하는 세상이 가능하려면 나노봇의 발전이 뒷받침해주어야 합니다. 운동 등을 담당하는 소뇌와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에 대한 완벽한 모델이 구축되고(상당한 진전을 이루었다), 인간의 뼈와 근육을 대체할 수 있는 신소재가 개발되면(이미 후보군들이 여러 개 나왔다) 인간형 사이보그를 만드는 것도 시간문제입니다. 이럴 경우 초인공지능은 인간보다 뛰어난 신체를 지니게 됩니다. 지능과 육체 모두에서 인간의 가치가 사라지는 것이지요.



필자의 공부가 아직 미치지 못한 부분이 나노봇과 로봇을 만드는 나노공학과 생명공학에 대한 것(윤리와 도덕적 문제, 존재론적 문제까지 포함)인데, 오늘 도착한 책들을 다 읽으면 이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의 추론이 가능할 것입니다. 원리원칙을 합리적으로 적용하는 초인공지능을 정치와 경제, 법률, 언론 등에 적용하면 지랄 같은 세상은 유토피아에 가까워질 것이지만(인공지능의 발전을 여기까지만 허용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것이 얼마나 오래갈 수 있을지가 저의 관심사입니다. 



앞의 두 글에서 밝혔듯이 초인공지능에게 인간만큼 비합리적이며 탐욕스런 존재는 없을 것이기에 그들에게 유리한 만큼의 인간만 살려둔 채 나머지는 멸종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인류보다 뛰어난 초인공지능이 문제가 아니라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는 동물로 돌아가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 비합리적이며 탐욕스런 인간이 문제입니다. 초인공지능이 나오기 전까지는 극소수의 인간들이 전체 인류를 지금보다 효율적으로 지배하고 통제한 채 모든 이익을 독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도 자본주의 이후의 인간에 대한 성찰에서 나옵니다.




P.S. 우리가 보는 메이저리그 경기는 일종의 가상현실입니다. 모든 영상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보는 것은 영상이지 실제의 경기가 아닙니다. 야구장에서 직접 보는 것을 제외하면 우리는 디지털화된 영상을 아날로그적 관점에서 보고 있는 것에 불과합니다. 인류가 가상현실에 갇힌 존재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도 그래서 나옵니다. 어쩌면 우리는 삶의 상당 기간을 가상현실에서 보내고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이 때문에 인간의 가치를 형편없이 만드는 것이 가능했고, 그중에서도 존재하는 모든 것을 타락시키는 최악의 신자유주의 국가인 대한민국이 가장 형편없는 나라가 됐는지도 모릅니다. 모든 인간이 집단적 성찰(개개인이 부처나 예수, 신선이 되는 것을 말하기 때문에 확률적으로 제로라 할 수 있다)에 이르지 않는 이상 부정적 전망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1. BOW 2016.06.09 21:50

    왠지 모르게 보면 볼수록 불안 내지 묘합니다.

  2. BOW 2016.06.09 21:52

    그리고 유토피아가 아니라 디스토피아겠죠.

  3. BOW 2016.06.09 22:07

    이대로 인류멸망일까요?!

    • 늙은도령 2016.06.09 22:56 신고

      잘 모르겠습니다.
      분명한 것은 인간이 초인공지능의 지배나 통제하에 놓일 것입니다.
      초인공지능을 인간의 삶에 헌신하게 할 수 있도록 만들 수 있다면 모를까...
      헌데 그것이 가능할지 모르겠습니다.
      인공지능은 머지않아 스스로 진화하는 단계에 이를 것입니다.
      인간의 뇌를 완벽히 모방한 다음에는 그 이상으로 진화하겠지요.

  4. gokou ruri 2016.06.09 22:08 신고

    만약 그 수를 계산하지 않았다면 프로그래머 실수이죠. 그러나 아마도 그것에서 대략적으로 알파고의 스펙을 알수가 있을것 같아요. AI를 만들때 AI가 인간처럼 생각한다고 생각하면 안되죠. 인간의 뇌가 아닌 개발자가 만든 프로그래밍을 따라가고 그것에서 빼버린 데이터는 연산하지 않게 됩니다. 즉 개발자의 실수가 4번째 패배를 만들었고, 개발자는 알파고의 스펙하에서 만들어야 했기에, 즉 연산량의 한계에 부딪히지 않고 제한시간내에 수를 내야 하면서 이겨야 하니까, 그 4번째 패배는 알파고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또한 여기에서 우리가 알아야 할것은 AI는 개발자의 가치관이 포함된다는 것이죠. 그 수를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한 개발진의 실수이자, 알파고의 한계를 보여주었습니다. 글잘봤습니다^^.

    • 늙은도령 2016.06.09 22:53 신고

      인공지능이 특이점을 넘으면 프로그래머의 능력은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인공지능이 스스로 알고리즘을 짜기 때문에ㅡ낮은 수준의 이런 알고리즘은 이미 현실에서 활용되고 있다ㅡ인간의 능력 밖에 존재하게 됩니다.
      알파고는 특이점을 넘는 과정에 있는 인공지능입니다.
      다른 분야에서 특이점을 넘으려는 인공지능들이 무수히 많기 때문에 이것들이 좀더 진화한 다음에 하나로 합쳐지면 초인공지능의 출현을 피할 수 없습니다.
      인간의 뇌에서 일어나는 고차원적인 인식작용들을 재현할 수 있는 모델들이 속속 구축되고 있어서 인간의 뇌와 동등한 수준의 기계지능이 탄생하는 것도 얼마남지 않았습니다.
      그 다음은 인공지능이 스스로 진화할 것이며, 인간지능보다 엄청난 능력을 지니게 될 것입니다.
      그 다음은 아직 추측하기 힘들지만...

  5. 耽讀 2016.06.10 07:32 신고

    진화론를 믿지 않지만 인간이 자연과 환경에 대한 적응력은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은 자신이 만든 인공지능 통제를 받아 지배받는 시대가 올 수 있을까요? 아니면 적응하여 자신의 통제하에 둘까요?
    지금 태어나는 아이들이 살아갈 시대가 어떻게 될지 궁금합니다. 상상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나겠지요?
    51년 전 아니, 불과 10년 전만해도 스마트폰이 우리 몸과 눈을 통제하에 둔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거의 없었습니다.
    10년 후 우리가 살아갈 세상? 정말 궁금합니다.

  6. 공수래공수거 2016.06.10 08:24 신고

    그래서 눈으로 보는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인간의 눈만큼 뛰어난 카메라가 없습니다

    그런데 점점 기계가 지배하기 시작합니다

  7. 2016.06.13 16:35

    비밀댓글입니다

  8. 참교육 2016.06.13 21:00 신고

    전문가가 아니라도 충분히 예측할 수 있는 미래.... 변화의 시각지대 학교는 아직 한 밤중입니다.



필자가 연재를 하다 중단한 상태인 '늙은도령의 눈으로 본 근현대사 비판'은 인류 문명의 발전사가 자연과의 공생을 벗어난 순간부터 파시즘적 속도로 발전해왔지만, 그 대가로 잃은 것은 자연의 파괴만이 아니라 인류마저도 그 희생양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자연이 말을 할 수 있다면 통곡부터 하리라'라는 유럽의 속담만으로는 하늘을 향해 우뚝 쏫은 마천루 속에서 쓰레기로 버려지는 인간의 초라함을 설명할 방법이 없습니다. 





그나마 인류는 자식 세대가 부모 세대보다 문명의 혜택을 조금이라도 더 누리며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다는 것 때문에, 공동체와 사회 해체, 자연과 환경의 파괴를 감수하면서까지 문명의 발전을 받아들였습니다. 가족과 공동체, 사회와 국가의 보호를 받던 개인이 신자유주의 40년 동안 이전의 '사회(복지)국가'를 포기하고, 그래서 성공과 실패의 책임이 개인에게 돌려지는 무한경쟁의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들어가면서도 저항하지 못했습니다. 



개인으로서의 인간은 평생에 걸쳐 다양한 공동체의 일원으로 살아갈 수 있었지만, 최근에 들어서는 모든 관계가 단절된 1인가구의 출현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후대에게 자신의 유전자를 전달함으로써 종의 번성을 거듭해온 인류 진화의 방식을 거부하는 세대들이 등장했습니다. 그들은 앞세대가 누렸던 것들 중에서 포기해야 하는 것들이 3개에서 5개, 7개로 계속해서 늘어남에 따라, 무한대의 포기를 담을 수 있는 'N'을 쓰기에 이르렀습니다.  



인간을 노동의 고통에서 해방시켜줄 것이라 여겼던 과학기술의 발전은 빛의 속도로 일자리를 줄였고, 그에 따라 '남아 돈다'는 뜻의 잉여를 넘어 '쓸모 없다'는 뜻의 비존재를 양산하고 있습니다.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처지로 내몰린 수많은 사회초년생들은 그 출발점에서부터 저임금노동의 굴레에 갇혀버렸습니다. '젊음은 젊은이에게 주기에는 너무 아까운 것'도 아니고,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벅차올랐던 청춘'은 고통과 좌절의 상징으로 변했습니다.





자신의 앞세대인 청춘의 고통과 좌절을 지켜본 어린이와 청소년들은 거추장스러운 것으로 변한 꿈과 도전의 자리에 조숙한 현실인식과 타협의 선택들로 채웠습니다. 잘리지 않기 때문에 죽을 때까지 돈을 벌 수 있는 편안한 직업을 찾는 것은 희망의 1순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태아 때부터 선행교육을 받아야 했던 이들이 무한히 반복되고 영원히 벗어날 수 없는 경쟁의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는 미래를 꿈꾸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텔레비젼과 PC, 스마트폰 등에서 화려한 모습을 보여주는 아이돌이나 운동선수를 동경하는 것도 그 이면에 자리한 수백만 명의 낙오자들이라는 압도적인 실패확률을 몰라서가 아닙니다. 높은 실패율은 어느 직업에서나 존재하는 세상이기에, 온몸을 성형하던 약물의 도움을 받던, 죽을 만큼 힘든 연습생(지망생)과 후보 생활을 넘길 수만 있다면 단시간 안에 평생을 즐기며 살 수 있는 목돈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박의 꿈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변형되고 뒤틀려진 것이지 아이들과 청소년의 생각이 모자라서가 아닙니다. (조)부모의 능력이 나머지 삶을 결정하는 현실에서 그나마 평등한 기회가 주어지는 육체를 활용하는 것에서 탈출구를 찾는 것은 필연적 결과입니다. 자신의 의지가 전혀 반영되지 않은 삶의 시작에서부터 무한경쟁에 던져진 이들이 급증하는 정신질환(ADHD, 우을증, 공황증세)과 시도때도없이 찾아오는 자신과 타자를 향한 폭력성, 그 극한에 자리한 자살의 유혹에 빠지는 것에 비하면 그들의 선택은 치열한 생존전략이라 할 수 있습니다. 





지난 8년 동안 이들이 보았던 것들이 공권력의 무자비한 폭력만 강조된 용산참사, 철저한 방관이 불러온 쌍용자동차해고노동자의 연이은 자살, 퇴임한 대통령에게 휘둘러졌던 광기 어린 폭력, 그들의 형제자매이자 친구와 선후배일 수도 있었던 250명의 단원고 학생들의 목숨을 앗아간 세월호참사, 어느 곳에서나 자신을 노렸던 메르스대란 등이라면 자신에게 투영된 부모와 어른들의 꿈과 희망을 따른다는 것은 그 자체로 지옥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이들이 보기에 성공한 삶의 또 다른 이름이 불의와 부정, 반칙과 특권이라면 바르고 착하고 정의로운 삶을 주문하는 기성세대란 지독한 모순과 거짓의 화산이자, 이룰 수 없는 허상을 행해 죽을 때까지 노오오오력 하라는 그 유명한 '꼰대'의 전형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으라고 하면서도,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목록에는 전혀 좋아할 수 없는 것들만 가득하다면 차라리 많은 것들을 포기하는 연습이 우선됐을 수도 있습니다.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랫동안 살 수 있게 됐지만, 가족과 사회와 국가에 이르기까지 누구도 존엄한 인간으로서의 삶의 질을 보장해주지 못하기 때문에 그나마 자신의 의지대로 사용할 수 있는 육체(적 재능)에 한가닥 희망을 두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예전에는 패배자나 사회부적응자로 취급됐던 외톨이라는 것도 사이버세상에서는 무한대의 네트워크를 통해 삶의 조각조각을 풀어내는 방법으로 한 생을 보낼 수 있는 (그들 나름대로는) 괜찮은 선택이 됐습니다. 





갈수록 시장이 좁아지고, 경쟁이 과열돼 '짧은 활동과 그것보다 긴 휴식기'가 되풀이됨에 따라 소녀시대나 동방신기, 빅뱅과 슈주, 2NE1과 엑소 같은 넘사벽의 성공을 거두는 것들이 힘들어지는 것을 알면서도ㅡ홍수를 이루던 오디션 프로그램이 'K-pop스타'를 빼면, 다양해졌지만 고만고만한 것들로 재편된 것에서 뚜렷하게 드러난다ㅡ끝없이 아이돌그룹이 배출되고 퇴출되는 과정은 (기형적인 인구구조와 시장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김연아와 박지성, 박찬호와 박세리, 박인비 같은 대박을 터트리는 것(손홍민과 손연재, 류현진과 박병호, 강정호와 기성용, 김효주와 김세영과 장하나, 이승우와 백승희 등은 조금 더 지켜봐야 하기 때문에 제외)도 어려워지는 것을 알면서도, 다른 선택이 불가능해진 청춘에 접어들기 전까지 육체에 집중적인 투자를 하는 10대의 선택은 쉽게 꺾이지 않을 것입니다. 이에 맞선 부모들의 전통적인 압박도 시간이 흐를수록 약해지고 있는 것은 여러 가지 통계가 말해주고 있습니다.



더 이상 물러날 수 없는 자신만의 시공간에서 빛의 속도로 끊임없이 배회하는 '떠다니는 섬'으로서의 10대의 등장이란 (다음 글에서 다룰) 무한한 진보가 가능할 것이라는 (1%의 희망 때문에 99%의 절망을 기꺼이 감내하도록 만들었던)낙관론적 세계관의 16세기에 잉태된 필연이었을지도 모릅니다. 현재의 선진국들이 400년 이상이 걸린 (변증법적) 진보의 과정을 단 70년 만에 파시즘적 속도로 이룩한 압축성장에 내던져진 대한민국의 10대에게는 더더욱.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1. catlover8 2016.03.01 05:14

    아고라 경제방에 이번 더민주의 필리버스터 중단에 관한 제 생각을 담은 장문의 글을 올렸습니다. 저는 도령님처럼 인지도가 있는 사람이 아니라 어짜피 많은 사람들이 읽을 건 아니지만, 그냥 답답해서 한 번 올려봤습니다.

    저는 아고라를 2년전에 처음 알게 됐는데, 정말 너무 난잡해서 처음 들어가 봤을 때 경악했었거든요. 그래서 글을 거의 올리지 않는데, 아무튼 혹시 관심 있으시면 읽어보세요. 닉네임 catlover8으로 찾으시면 되구요. 나중에 도령님 생각도 한 번 듣고 싶군요. 참으로 착찹한 저녁입니다.

    • 늙은도령 2016.03.01 05:12 신고

      알겠습니다.
      오늘 피로해서 10시가 넘어서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필리버스터를 중단한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4일 전에 썼던 그대로입니다.
      님의 글을 읽고 조금 더 생각을 정리한 다음에 글을 써야 할 것 같습니다.

  2. 공수래공수거 2016.03.01 08:25 신고

    꿈을 잃어버린 10대들입니다

    그 잃어버린 꿈을 찾아줄,되살려줄 의무가 기성세대들에게
    있습니다
    특히 정치하는 사람들..

    • 늙은도령 2016.03.01 09:16 신고

      세상을 바꾸려면 압도적인 정치력이 있어야 합니다.
      세계화라는 것이 정치의 역할을 최소화시켰지만, 국민의 지지가 높으면 얼마든지 체제를 바꿀 수 있습니다.

  3. ON ALL 2016.04.10 16:51

    매번 좋은 글들을 다방면에 걸쳐 올리고 계시는 것에 감사드립니다. 제 생각이 미치는 영역이 턱없이 좁기 때문에 본문을 몇 부분 인용하고 싶습니다. 인용한 후에는 출처를 남기고 싶은데 그래도 괜찮을지 여쭙고 싶습니다.



엄청난 부채와 진행상의 미숙과 준비부족, 관료적인 행태, 천문학적인 적자 등으로 인천아시안게임이 최악의 대회로 취급되는 마당에, 한국 대표팀의 전체 성적이 좋아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특히 대만과의 결승전에서 패색이 짙던 야구대표팀이 극적인 역전을 이뤄 우승한 것은 이번 아시안게임의 백미였다 할 수 있다.





필자는 야구대표팀의 경기를 보며 현역 2루수 중 최고의 선수인 서건창의 플레이를 볼 수 없어서(그 놈의 의리 타령) 마음이 편치 않았다. 대표팀이 우승해 병역혜택까지 받았으니 서건창의 아쉬움은 더욱 클 것 같았다. 하지만 이것은 어리석은 필자의 기우에 불과했다.



서건창은 지금 장명부의 30승, 백인천의 4할타율, 이승엽의 54홈런과 함께 난공불락으로 보였던 200안타 기록에 도전하고 있으며, 오늘로써 야구천재 이종범의 기록(196안타)을 두 개나 넘었다정규시즌이 140게임이어서 이건창은 멀티히트를 기록한 게임수에서도 신기록을 세웠다. 득점에서도 129점이란 신기록(종전 이승엽128득점)을 달성했고, 타격왕도 유력하다. 





앞으로 2게임이 남은 서간창이 한 게임 당 한 개의 안타만 치면 200안타를 기록하기 때문에 넥센의 경기를 놓칠 수 없다. 대기록을 앞두고 극도의 긴장에 빠져들거나 상대투수가 대기록의 희생양이 되지 않으려고 정면승부를 피하지 않는 이상 서건창의 기록달성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 프로야구사에 한 시즌 200안타라는 전인미답의 금자탑이 세워진다. 이제 서건창이 치는 안타와 득점은 프로야구사의 새로운 이정표가 된다. 넥센에는 이승엽의 최다홈런에 도전하고 있는 박병호와 유격수로 메이저리그 진출이 초읽기에 들어간 강정호까지 있어 중계를 보는 재미가 보통이 아니다(경기장은 당장 신축에 들어가야 한다).  



박병호도 비슷하지만, 서건창은 방출을 딛고 바닥에서 다시 시작해 최고의 자리에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타격폼이 특이하지만 공을 맞추는 능력과 임팩트가 탁월하고, 발이 빨라 내야안타도 자주 만들어내는 등 다량의 안타를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이 타의추종을 불허한다. 데뷔시즌부터 7시즌 내내 타격왕을 차지했던 이치로와 비견될 만큼 올해의 서건창은 천하무적이다.



서건창이 목표로 하는 것을 모두 이루면 정규시즌 MVP가 매우 유력하다. 삼성이 시즌말에 뜻밖의 5연패로 1위도 노려볼만한 상황이 됨에 따라 우승 여부에 따라 MVP의 향방이 정해질 것 같다. 만일 삼성이 우승하고 이승엽이 3할을 유지한 채 한두 개의 홈런을 더 터뜨리면 서건강의 맞수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

 




38살의 나이에 3할, 32홈런, 101타점, 통산 두 번째로 1,200타점 달성 등은 서건창의 기록에 비하면 떨어지지만, 그의 나이와 팀 성적을 고려하면 누가 MVP가 될지는 예상하기 힘들다. 이승엽의 광팬인 필자지만 이번만큼은 서건창이 받았으면 한다. 물론 그가 신기록을 달성했을 때를 기준으로 한다.



최고의 2루수로서 인천아시안게임에 나가지 못한 것은 서건창으로서는 마음의 아픔으로 남아 있기에 그것을 날려줄 필요가 있어 보인다. 또한 서건창처럼 방출되거나 연습생출신으로 시작해 최고의 위치에 오르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그 과정에서 얼마나 혹독한 연습이 누적돼왔는지 능히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건창이 MVP를 받는다면, 척박한 환경에서 야구를 하고 있는 모든 꿈나무들에게 좋은 몰모델이 될 수 있다. 오늘 51홈런을 기록한 박병호와 강정호도 유력한 MVP 후보로 거론되고 있지만, 필자가 보기에는 올해의 MVP는 서건창과 이승엽의 싸움이 될 것 같다.   



박병호가 남은 두 게임에서 55호 홈런까지 몰아치거나, 이승엽이 팀 우승을 확정하는 홈런과 함께 특유의 몰아치기를 한다면 모를까, 서건창이 MVP가 될 확률은 매우 높다. 누구나 스토리텔링이 되는 선수에 마음이 가는 편이어서, 방출과 신체적인 불리함을 극복하고 최고의 자리에 오른 서건창의 활약이 즐겁기만 하다.    



                                                                                                        ㅡ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1. 유이♡ 2014.10.12 07:14 신고

    정말 대단해요. 올해의 프로야구는 ㅋ

    • 늙은도령 2014.10.12 21:53 신고

      그렇지요?
      글만 쓰느라 올해는 많이 보지 못했지만 틈나는대로 봤는데 투저타고와 치열한 순위경쟁 때문에 재미있었습니다.

  2. 달빛천사7 2014.10.12 07:49 신고

    전 개인적으로 이승엽 선수가 좋아요

  3. 바람 언덕 2014.10.12 11:00 신고

    서건창이라는 선수는 잘 모르는 선수인데, 며칠전 200안타 도전한다고 해서 깜놀랐습니다.
    이종범 196개 타이를 만들었다구요? 와 정말 대단합니다.
    이제 우리도 200안타 클럽 선수를 가지게 되는 건가요?
    기록이란 깨지게 마련인데, 드디어 오래 묵은 기록이 깨지겠네요.
    ^^

    • 늙은도령 2014.10.12 21:56 신고

      아마 최초의 200안타가 가능할 것 같습니다.
      이택근, 박병호, 강정호 등이 뒤에 있어서 서건창과 정면승부를 걸어야 하기 때문에 신기록 달성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정말 바닥부터 올라온 선수이기에 꼭 신기록을 달성했으면 합니다.

  4. 중용투자자 2014.10.12 23:24

    야구를 안좋아해서 이승엽은 들어봤는데 서건창은 처음듣네요 ^^*

    • 늙은도령 2014.10.12 23:49 신고

      사실 저는 스포츠광입니다.
      매일같이 스포츠에 관한 글만 쓰면 엄청 유명해졌을 것입니다.
      영화평과 함께 두 개의 주제에만 전념했으면 블로거로 돈도 많이 벌었을 텐데, 그러기에는 너무 많은 책들을 읽어 마음 편히 사는 것이 힘드네요.
      많은 분들이 점점 더 힘들어질 것을 알면서 저만 좋은 일을 하는 것도 양심이 허락하지 않고......

  5. 공수래공수거 2014.10.13 10:15 신고

    MVP는 우승팀에서 나오는것이 마땅하나 삼성은 최형우가 타격왕을 차지하지 않는 이상
    넥센 선수에게 돌아갈 공산이 큽니다
    박병호도 50홈런이면 유력한 후보이긴 하나
    말씀하신대로 서건창 선수가 가징 유력할듯 합니다
    최형우를 제치고 타격왕에다가 득점왕까지 된다면
    거기다가 프로야구 최초 200안타라는 (물론 최다 안타) 기록까지 달성한다면
    ( 시즌 최다 2루타,3루타도 서건창이군요)
    MVP에 제일 가깝다 하겠습니다

    • 늙은도령 2014.10.14 00:36 신고

      저도 이번에는 서건창이 받았으면 해요.
      넥센에서 MVP가 나오면 그것도 하나의 기적 같은 일이니까요.
      박병호는 내년에도 가능하니까요.

  6. 덕산 2014.10.13 20:27

    자기 실력, 끊임없는 노력으로 성과를 낸 선수에게 공명정당하게 상이 돌아갔음 좋겠네요~

    • 늙은도령 2014.10.14 00:37 신고

      네, 저도 그랬으면 해요.
      헌데 서건창은 미래의 희망이 될 수 있는 사례이기 때문에 더욱 마음이 갑니다.

  7. 리야 2014.10.14 01:57

    산전수전 다겪은 이승엽 선수도 내심

    서건창 선수가 받았으면 하는 마음일 것 같습니다.

    그만한 성품을 가진 선수이니깐요..

    지나친 타고 투저 잦은 실책성 플레이..

    내년엔 좋은 투수 많이 나와서

    완투승, 완봉승, 노히트, 퍼펙트도 보고 싶습니다..ㅎㅎ

    • 늙은도령 2014.10.14 02:51 신고

      그래요, 퍼펙트가 나와야 합니다.
      그래야 야구는 발전합니다.
      타자들의 능력이 상승하는 것에 비해 투수들의 발전은 조금 느린 것 같습니다.
      올해 공인구의 반발력이 좋을 수도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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