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행위에는 고도의 정치공학적 계산이 들어가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와 메르스 확산처럼 예상하지 못한 사건이 일어나면, 그것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정치공학적 계산이 작용하게 됩니다. 사고나 참사가 일어나는 것을 막을 순 없지만 사후처리 과정에서 정치(경제)적 이해득실이 개입하게 됩니다.





정치적 계산을 가장 적게 했던 노무현 대통령의 임기가 끝난 후 권력과 정치를 구분할 수 없는 한국에서는 정치가 특정 이익집단과 정파적 이해타산을 위한 공학적 계산에 의해 돌아가기 마련입니다. 언론을 통해 포장되기 일쑤인 순수한 동기ㅡ국민을 위한ㅡ는 표면에 드러난 상징에 불과할 뿐입니다.



제가 앞의 글, 국민을 공포로 몰아간 메르스 4적을 아십니까?에서 메르스 확산과 공포를 조장하는 주체로 박근혜와 청와대, 복지부와 병원협회를 지적한 이유는 메르스 확산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이들이 국민적 분노를 최소화하려면 정치공학적 계산을 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특히 그렇게도 거부하던 병원 명단(국민 대부분은 알고 있었다) 공개를 1차(평택성모병원)와 2차의 단계(삼성서울병원과 현대아산병원)로 나눠 순차적으로 발표하는 것도 국민적 분노와 정치적 책임을 피할 수 없는 방역당국이 병원협회의 막강한 로비에 휘둘려 그런 것이라고 설명하기에는 현 집권세력에 가해질 타격과 다른 병원들의 피해가 너무나 큽니다.





따라서 이를 최소화하려면 메르스 4적이 정치공학적 계산에 의해 움직일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정부의 주장대로 메르스가 그렇게 위험한 전염병도 아니고, 공기 전파가 가능한 변이도 일어나지 않았다면 평택(주한미군이 있다)과 화성(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사업본부가 있다), 일부 지역을 사실상 폐쇄조치한 것은 둘 간의 논리적 모순이 너무나 큽니다.



이처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청와대와 정부의 극단적 비밀주의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긴급 기자회견에 대한 대통령과 복지부, 종편과 보도채널의 본말을 전도시키는 맹공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국민과 서울시민의 여론은 박원순의 용기 있는 결단에 동의함에도, 지엽적인 문제를 물고 늘어지는 것은 정치공학적 종북몰이와 너무나 닮아있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박원순 시장의 긴급 기자회견이 있은 후 다수의 지자체장들이 연합해 무능하고 무책임한 정부로부터 항복선언을 받아냈다는 점입니다. 3일을 고민해서 자세히 살펴본 명단이라며 정부가 공개한 병원 명단(겨우 24개에 불과했다)에서조차 5개의 오류가 나왔다는 것에서 박원순 시장이 한밤 중에 긴급 기자회견을 가졌는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정말로 교묘한 것은 황교안의 인사청문회가 진행되는 3일간이 메르스 확산이 진정국면으로 접어드느냐, 아니면 제2의 확산이 이루어지느냐의 터닝포인트이라는 점입니다. 이 때문에 국민의 관심이 인사청문회에 집중될 수 없고, 언론도 청문회에서 제기될 각종 의혹을 보도하는데 적은 시간만 배정해도 됩니다.



황교안의 인사청문회 통과와 국회 인준 여부는 국민의 여론이 절대적이라는 점에서 메르스 사태의 진행과정이 한편의 잘 짜진 정치사회적 연극을 보는 것 같습니다. 한참이나 뒤늦은 2차 명단 공개 때문에 삼성공화국 논란이 최대화될 가능성이 확실하다는 점에서도 정부의 비밀주의는 모든 책임을 타자에게 떠넘기기에 바쁩니다. 



그 동안 국민의 불안과 공포를 극대화한 방역당국이 이해할 수 없는 초등대응 실패를 비롯해 확산 방지에 실패한 것, 메르스 국내 반입 15일 만에 박근혜가 주재한 ‘메르스 긴급 상황점검회의’를 연 것, 지상파3사를 메르스 출구전략이 가동된 것, 이 모든 것을 한방에 역전시킨 박원순의 기자회견까지, 이 모든 과정을 영화화한다면 아카데미 각본상은 정해진 것과 다름없습니다.





결국 박근헤 정부의 극단적 비밀주의가 대한민국을 침몰시키고 있는 현 시점에서 야당의 능력과 JTBC를 비롯한 진보언론들의 역할이 가장 절실하게 요구되는 시점이라 하겠습니다. 황교안의 총리 인준을 반드시 막아야 한다면 야당은 이번 인사청문회를 통해 수권정당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줘야 합니다. 이명박근혜 7년 5개월을 허송세월한 야당에게 적당한 타협이란 있을 수 없습니다.



지나차게 신자유주의화된 대한민국을 하위 90%의 삶과 행복을 위해 조금이라도 좌측으로 옮겨놓으려면, 그리고 지리멸렬한 제1야당이 ‘이기는 정당’으로 거듭나려면 메르스 퇴치에는 초당적으로 협조하고, 보수 반동의 전형적 인물인 황교안의 낙마에는 목숨을 걸고 임해야 합니다. 



국정원 댓글사건을 박근혜에게 유리하게 뒤바꿔버린 수서경찰서장의 한밤 중의 기습 기자회견과 완전히 대비되는 박원순의 한밤 중의 긴급 기자회견이 무섭게 폭주하던 메르스 확산을 막기 위한 전기를 마련했듯이, 박근혜 정부의 비밀주의를 극단으로 몰고 갈 수도 있는 황교안의 낙마를 반드시 이루어내야 합니다.  



P.S. 박근혜가 황교안을 선택한 이유는 단 하나로 압축됩니다. 성공한 대통령이 될 수 없다면 진보세력이 다시 정권을 잡는 일만은 반드시 저지하겠다는 것입니다, 이명박이 원세훈과 김용판 같은 자신의 똘마니들을 앞세워 비밀리에 진행했던 불법적인 선거개입에 준하는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1. 耽讀 2015.06.07 14:55 신고

    박그네정권이 메르스를 잡지 못해 갈팡지팡했습니다. 메르스로 황교안을 물타기 하는 느낌도 조금은 듭니다.
    메르스 때문에 낙마 사유 2000%인 황교안이 어물쩍 넘어갈 수 있습니다.
    야당이 황교안을 잡지 못하면, 메르스 잡지 못한 박그네정권보다 타격이 더 클 것입니다.
    메르스가 박그네 정권에 가한 타격보다는 황교안이 진보개혁세력에 가할 타격은 더 가공할 것입니다.
    과연 새정치는 황교안으 잡을 수 있을까요?

    • 늙은도령 2015.06.07 15:27 신고

      잡아야 합니다.
      오늘 복지부가 지자체장에 항복을 선언한 것이 전기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새누리당이라해도 무작정 감싸고 돌 수만은 없기 때문입니다.

  2. 공수래공수거 2015.06.08 08:53 신고

    그래도 박원순 시장이 기자 회견을 해서
    그나마 감염병원등의 정보 공개가 빨리 이루어졌습니다

    지시하지도 않은 정보 공개를 지시에 의해 공개한다고 대 놓고
    거짓말까지 하는군요

    • 늙은도령 2015.06.08 12:33 신고

      하여간에 이건 대통령도 아닙니다.
      답답해요.
      탄핵을 시켜도 모자랄 판에.....

  3. 하늘이 2015.06.08 22:22

    박근혜는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는게 아니라 오로지 자신만을 위한 정치를 하고 있습니다 . 야당 지자체장들과 박근혜가 국민을 바라보는 자체가 틀리다는게 이번에 다 드러났습니다 ᆞ정신 차려야합니다 ᆞ

    • 늙은도령 2015.06.09 02:31 신고

      처음부터 그랬습니다.
      수많은 공약들을 지킬 생각도 없었고, 국정원 댓글사건을 뒤집어버린 것에서도 이미 그녀는 유신공주의 특징을 유감없이 보여주었습니다.
      잠시나마 그녀가 복지국가를 지향하는 줄 알았던 것이 창피할 따름입니다.
      박정희의 신화화에서 유일하게 집어넣을 수 없던 것이 복지국가였으니까요.



정부가 메르스 퇴치에 자신이 없다며 항복을 선언을 했습니다. 병원 내에서 감염이 확산될 수 있었던 것은 보건당국이 초등대응에 실패해 제대로 된 정보를 중소형 병원과 의료진에 제공하지 않아서인데, 정부가 환자가 발생한 병원들과 간병문화(의료보험체계의 문제다)가 잘못된 양 몰아간 것도 무려 24개에 이르는 병원 명단을 숨기기 위함이라는 것도 밝혀졌습니다.





폐쇄된 평택성모병원에 대한 역학조사에서 메르스 바이러스가 에어컨 필터에 묻어있고, 의사와 간호사를 통해 전염된 것이 확인된 것은 어떤 병원이라도 제대로 된 대처가 없으면 병원 내 감염이 확산될 수 있다는 것인데 병원 명단 공개를 미루는 짓거리 때문에 전국으로 감염환자가 퍼지고 말았습니다(사실상의 공기 전파에 의한 전국 확산).



프레시안과 뉴스타파와 네티즌을 통해 해당 병원 명단이 공개되고, 문제의 의사가 삼성의료원 소속임이 연합뉴스 등을 통해 공개된 이후에도 대부분의 언론이 문제의 병원을 초대형병원으로, 문제의 의사를 35번째 환자로만 되풀이하며 정보를 차단하는 것도 정권의 안위만 생각한 극단적 비밀주의와 그것이 불러온 보건당국의 무사안일 때문이었습니다.



메르스 확산에 대한 대통령의 판단이 이러하고, 방역의 책임자인 보건당국(복지부 책임이 가장 크다)의 무능함과 거짓말이 온갖 혼란과 공포를 조장한다면 차라리 대통령이 방미하는 것이 메르스 퇴치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판단이 듭니다. 그렇게 메르스 4적의 연결고리를 깨뜨려야 메르스 퇴치가 가장 빨리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극도의 혼란은 대통령을 둘러싸고 있는 복지부와 병원협회, 청와대이기 때문에, 대통령의 지휘능력을 믿을 수 없음은 당연한 반응입니다. 전 세계가 한국의 방역체계를 불신을 표명할 정도라면, 초당적 조직을 만들어 메르스 4적을 배제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현재의 상황에서 국민의 협조를 이끌어내려면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데, 정파적 이익에서 벗어난 초당적 조직이 구성되면 정부와 지자체, 의료당국과 국민으로 이어지는 신뢰의 방역체계가 구축될 수 있습니다. 서울시민의 안전을 위해 전면에 나선 박원순 시장과 정부가 진실공방을 벌일 필요도 없습니다.



만에 하나 불통과 아집의 상징인 박근혜 대통령이 현재의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해 지금과 같은 대형 재난이 벌어진 것이라면, 차라리 대통령이 메르스 퇴치의 정부조직 지휘권을 일정 기간 초당적 조직에 양도하는 것도 충분히 고려할 수 있는 하나의 대안일 수 있습니다, 오늘의 복지부와 지자체 합동 기자회견의 내용처럼.





현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추가적인 사망자를 막고, 확산 속도를 늦춰 추가 감염자를 최소화하는 것이며, 이럴 때만이 국민의 혼란과 공포는 안정세로 접어들 수 있습니다. 메르스 바이러스가 변종이 아니라면, 변종이어도 치사율이 낮다면, 한국의 의료체계로 얼마든지 메르스를 퇴치할 수 있습니다.



불안과 공포는 예상할 수 없는 모르는 것에서 나옵니다. 칸트의 어법을 빌리자면, 알고 있는 적으로부터의 공격은 막아낼 수 있지만, 예상하지 못한 내부로부터의 공격은 막을 방법이 없습니다. 국민은 지금 무정부 상태와 비슷한 패닉에 빠져 있으니 신뢰의 회복이 무엇보다 우선돼야 합니다.



우리가 세월호 참사로부터 하나라도 배운 것이 있다면 정부를 대표하는 대통령과 국민 간의 신뢰가 무너지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국가가 곧 국민입니다. 그에 앞서는 가치와 이익이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대통령을 포함한 메르스 4적이 신뢰를 복원할 수 없다면 초당적 조직이 지휘를 맡는 것도 고려해야 합니다. 



이미 작동되기 시작한 것 같은 정부 차원의 메르스 출구전략을 이들에게 맡길 수 없습니다. 세월호 참사의 출구전략의 결과가 여당의 승리를 빼면 아무것도 진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대한민국을 지옥으로 만들어놓은 당사자들에게 메르스 출구전략까지 맡길 수 없음은, 국가의 주인인 국민으로서의 당연한 요구이자 권리입니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1. 공수래공수거 2015.06.08 08:54 신고

    WHO에 의해서 경고를 받았군요

    참 부끄러운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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