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제를 반대하는 박근혜와 새누리당, 조중동 등의 글을 읽어보면 기본소득제에 대해 기본적인 이해도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21세기 최고의 경제학자로 불리는 조지프 스티글리츠의 최신작 『불평등의 대가』에서도 잠깐 언급된 기본소득(심지어 신자유주의의 대부이자 시카고학파의 거두인 밀턴 프리드먼도 《자본주의와 자유》에 기본소득제에 찬성하는 내용을 실었다)은 19세기 후반 미국의 사회학자이자 경제학자인 헨리 조지(1839~1897)가 『진보와 빈곤: 부의 증진에 따른 산업불황과 빈곤 증가의 원인에 대한 조사(1879』에서 정립한 개념이다.

 

 



경제학 서적 중 가장 많이 팔린 것으로 알려진 하일브로너의 『세속의 철학자들』을 비롯해 경제학사와 대공황 같은 경제위기를 다룬 책들을 보면, 헨리 조지가 논리의 근거를 제공한 기본소득제에 대한 개념은 반드시 나온다. 모든 불평등의 기원이자, 불로소득의 원천인 토지소유의 문제를 (아담 스미스로 대표되는 고전파경제학의 오류들을 파헤힌 후에) 지속가능한 성장이 가능한 방안으로 내세운 것이 기본소득제의 기원이 됐다.

 

 

▲ 기본소득의 개념

 

신자유주의를 이끌었던 시카고학파의 시조격인 프랑크 나이트는 개인의 노력에 대한 결과라는 차원에서 죽을 때까지 세금을 유보하지만, 부의 대물림이 기회의 평등을 무력화시키지 않게 하기 위해 그 동안 미루었던 세금을 상속의 시기에 맞춰 일괄 과세하는 상속세를 가장 완벽한 세금이라 했다. 이렇게 몇 세대만 상속이 이루어지면 상속되는 액수는 제로에 이르게 되니 이보다 완벽한 세금이 없었던 것이다. 



마찬가지로 모든 국민에게 제공되는 기본소득은, 태생적인 이유로 토지를 상속받지 못하거나, 사막이나 폐허 같은 곳에서 태어나거나, 건강과 장애 등의 이유로 노동의 기회가 원천차단된 사람들을 위해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토지의 가격상승에 세금을 부과해 충당된다. 지가상승은 소유자 인근의 토지가 개간되거나, 대규모 개발이 진행되거나, 그에 따라 유입되는 인구가 늘어나면서 이루어진다. 



다시 말해 지가상승은 소유자에게는 완전한 불로소득이어서 무노동무임금에 의거해 100% 회수해도 경제정의의 실현에 전혀 어긋나지 않는다. 이처럼 기본소득제는 탄생의 조건을 정할 수 없는 개인이 불가항력적으로 발생하는 불평등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것을 막기 위해 지가상승이란 불로소득을 거둬들여서 탄생의 불리함을 만회시켜주는 것을 말한다. 토지는 언제나 그곳에 있었기에 비록 주인이 있다고 해도 똑같은 이익의 원천이 돼야 하는데, 기본소득제는 이것을 만족시켜줄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다. 

 

 

칼 폴라니가 『거대한 전환』에서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한 로버트 오언(축구선수 오언이 아니랍니다)도 토지를 독점한 지주들이 노동도 하지 않은 채 불로소득을 얻는 것이 노동착취의 근본이며 이것이 쌓여 빈곤을 초래한다고 주장했다. 단지 토지를 소유했다는 이유로 자손대대 불로소득을 챙기는 것은 공정하지 않고 계급사회에서나 가능한 것이기 때문에 토지의 공유화를 통해 이런 부정의를 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마르크스가 『자본론』에서 생산수단을 독점한 자본가들이 노동자의 잉여노동이 창출한 부를 독점하는 것에 대한 비판과 동일한 문제의식이다. 자본주의에서는 생산수단과 교환수단의 독점이 불평등의 핵심원인이라면, 사회민주주의의 경제학에서는 토지의 독점이 불평등의 핵심원인이다. 민주주의가 작동하는 원천인 사회경제적 평등은 부와 기회를 독점한 기득권에 저항하며 정립된 개념이자, 평등한 정치적 권리를 획득하기 위한 적극적 참여의 결과다.





▲ 개발과 성장의 역설

 

맥마이클이 『거대한 역설』에서 던진 질문, ‘왜 개발할수록 불평등해지는가’는 개발과 성장의 이익이 소수에게 집중되고 그 피해는 절대다수에게 전가되는 구조적 부정의, 사방이 막힌 벽으로서의 자유, 1달러1표가 아닌 1인1표를 근간으로 하는 자유민주주의, 타자와의 공존과 상생이라는 사회경제적 평등, ‘무노동 무임금’이 노동자에게만 적용되는 구조적이고 정치적인 불평등의 원천에 대한 고찰에서 나왔다. 

 

 

이는 헨리 조지에서 마르크스와 폴라니를 거쳐 스티글리츠와 피케티로 이어진 성찰로, 인류는 개발의 속도와 규모를 늘려갈수록, 과학기술이 발전할수록, 지식이 세분화되고 전문화돼 진입 장벽이 높아질수록, 일방적인 세계화가 부국과 빈국의 차이를 벌릴수록, 약자의 평등보다 강자의 자유에 집중할수록, 거의 모든 분야에서 불평등은 심화됐다. 정치는 이익집단과 엘리트의 전가보도로 전락했으며, 이런 불의와 부정의가 만연하면서 투표율이 낮아졌고, 이는 민주주의를 과두정치와 세습자본주의로 대체시키는 최악의 결과로 이어졌다.

 

 

잘 나가던 시절의 카지노자본주의(투기금융산업)에서만 작동했던 낙수효과와 신자유주의적 승자독식이 신앙처럼 받아들여짐에 따라 공정한 평등을 이루는 정의와 부의 재분배는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마침내 상위 1%의 부가 하위 99%의 부를 모두 합친 것도 2배나 많은 사상 초유의 불평등으로 귀결됐다. 도저히 함께할 수 없는 2개의 계급만 존재하는 최악의 세상이 도래했다. 부의 차이에 의해 결정되는 교육은 신분상승의 사다리를 무용지물로 만들었고, 보다 근본적인 차원에서의 차별과 세습의 방어막으로 작용했다. 



사교육비가 늘어나고 대학등록금이 높아질수록 2계급 사이의 간격은 안드로메다 만큼 멀어졌으며, 능력사회의 도래라는 지구적 차원의 지적사기는 성공과 실패를 개인의 책임으로 돌렸고, 이들을 구제하는 보편적 복지가 무임승차로 오인되게 만들었다. 불평등이 늘어날수록 각자도생의 노예들이 급증했고, 이에 따라 노동자의 권익을 지켜주는 최후의 보루인 노조가 제 역할을 할 수 없게 됐다. 고용은 너무나 불안해졌으며, 근론자의 인권과 삶의 질은 무한경쟁과 기업논리 앞에 무력화됐다.

 

 

그 결과 인류 최초로 상위 1%에 속하는 부자들은 넘쳐나는 돈을 관리하는 것도 힘들 지경에 이르렀고, 심지어는 최고의 음식으로 만찬을 즐기는 것에서,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먹지 않을까를 고민하는 것으로 인간의 본능마저 역행하는 일들이 발생하기에 이르렀다. 존재하는 모든 것에 가격이 매겨져 있기 때문에 하루 2달러 이하의 빈곤에서 허덕이는 30억 명은 기본적인 생존도 지키지 못하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 기본소득의 부활

 

소위 1대 99 사회의 등장은 단 하나의 이데올로기에서 비롯됐다. 바로 철학이나 종교, 윤리와 도덕, 교육과 상식까지 거의 모든 분야에서 결과의 불평등과 승자독식을 옹호하는 신자유주의 때문이다. 존재하는 모든 것을 타락시키고 불평등을 극대화하는 신자유주의의 폐해 때문에 잡초가 무성한 헨리 조지의 무덤에서 완전히 폐기되었던 기본소득제가 극적으로 부활하는 기념비적인 기적이 일어났다.

 

 

스웨덴과 덴마크, 노르웨이, 핀란드, 스위스, 독일 같은 보편적 복지를 실시하는 나라에서조차 신자유주의적 무한경쟁 때문에 각종 불평등이 갈수록 강화되고 경제의 활력이 떨어지자, 입도 뻥끗할 수 없었던 전설 속의 기본소득제를 부활하려는 움직임이 시작됐다. 극도로 벌어진 불평등과 차별을 줄임과 동시에, 장기적인 경제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소비를 늘리기 위해 기본소득제가 부활한 것이고, 핀란드는 모든 국민에게 매달 100만원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산업혁명 이후 인류의 경제규모가 수만 수십만 배 늘었지만, 그 반대쪽에서는 빈곤에 허덕이는 30억 명이 죽음과 별로 다르지 않은 하루하루를 연명해나가고 있다. 이런 극도의 모순과 부정의, 불평등을 완화시키려면 모든 이에게 매달 일정액을 주는 기본소득제 이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 헨리 조지가 '진보와 빈곤'이 공존하는 것을 비판하면서 기본소득의 개념을 정립한 것이 사탄의 맷돌로 불리는 신자유주의의 폭주에 제동을 걸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재명과 박원순 시장이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의 파시즘적 협박과 보복조치에도 불구하고 강행하고 있는 청년배당의 실험이 성공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모든 개인이 상사와 외부의 압력으로부터 자신의 정치적 의사를 지킬 수 있는 자유의 원천으로서의 부를 말하는 fuck your money도 기본소득제가 추구하는 부의 재분배와 별반 다를 것이 없다. 청년배당으로 물꼬를 튼 기본소득제는 포퓰리즘도 아니고, 좌우 이념의 산물도 아니며, 경제정의와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것이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1. 아영 2016.02.11 06:01

    맞는 말 입니다. 기본 소득제가 최소한의 노동력을 보존해주는 수준인데도 터무니 없는 수준의 최저생계비 기준을 초과한다며 찌라시들이 비판을 합니다. 자신들의 기사에는 짜장면집 간장종지 안주는 기사나 써대면서요. 최저생계비가 터무니 없이 낮다는 것을 저는 이번에서야 알았습니다. 간장종지 더 달라고 아우성치는 사람들이 지면과 시선을 조금이라도 유아적 관점에서 나와 돌아볼 최소한의 철학이 있었다면 이런 큰 아이러니를 보지 못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로봇이 기사를 써도 저런 수준은 안될 것 같아요. 젊은 기자들이 그런 데스크밑에서 매일 피눈물 흘릴것이 눈에 선합니다.

    • 늙은도령 2016.03.07 10:11 신고

      네, 기본소득제는 좌우가 모두 찬성하는 것입니다.
      현재의 경제위기를 탈출하려면 기본소득 외에는 뚜렷한 답이 없습니다.
      또한 경제적 약자인 청년에게 기본소득이 주어져야 합니다.
      소수의 무임승차자 같은 것에 전체를 비판하는 논리는 최악입니다.
      거기에 빠지면 안 됩니다.
      어는 제도나 정책이나 무임승차자는 존재하니까요.

 

 

 

 

 

탈당, 신당, 분당을 외치고 안철수를 부추긴 놈들이 '공천 20% 컷오프'가 무서운 모양이었나 보다. 과거로부터 아무것도 배우지 못하는 안철수야 그렇다쳐도 문재인과 주류들을 향해 공갈협박도 서슴지 않던 이들의 목적이 공천권에 있음이 명명백백해졌다. 호남이란 기득권 울타리가 없다면 이들의 경쟁력은 제로에 가깝다. 아니, 정치를 무한퇴행시키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으니 마이너스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당에 남아서 혁신에 매진하겠다는 말도 '공천 20% 컷오프'에 걸리지 않으려는 기회주의적 처신에 불과하다. 운이 좋아 컷오프에 걸리지 않으면 주류로 돌아설 것이고, 컷오프에 걸리면 친노 패권주의의 희생양을 자처하며 호남인들에동정표를 구할 것이다. 정치철학도, 정체성도, 경쟁력도 없는 이들이 할 수 있는 것이란 약자에게 관대한 호남인들에게 희생양 코스프레와 친노 패권주의 청산을 외쳐대리라.

 

 

물론 그 전에 천정배 신당이나 안철수 신당이 구체화되면 그 밑으로 기어들어가는 것은 정해진 수순일 터, 김대중 대통령을 들먹이며, 승산이 낮을 경우 손학규에게도 손을 내밀 것이다. 참으로 비굴하고 비열할 정도로 기회주의적이다. 이 모든 것이 필자의 상상에 불과할 수도 있지만, 부디 그렇게 확정되기를 바랄 뿐이다. 선거라는 제도를 악용한 이들의 정치생명이 더 이상 이어지지 않기를 바란다. 

 

 

 

 

이들의 행태를 보고 있자면 문재인 대표에게 당의 혁신 슬로건으로 '나가라, 나가라, 다 나가라!!'를 추천하고 싶을 정도다. 이들을 쓸어내지 못하면 야권의 미래는 없다. 잔인할 정도의 물갈이가 이루어져야 한다. 더 이상 정치판에 기회주의자들이 활게 치지 못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민주주의의 원칙대로 합의의 수평성을 최대한 보장하되, 권위주의적 독재를 서슴지 않는 박근혜와 새누리당에 맞서 명령의 수직성을 확실하게 세워야 한다.  

 

 

당명을 바꾼 후의 새정치민주연합이 통합해야 하는 정당은 유신민이 복귀하면 가장 좋을 정의당과 민주노동당, 녹색당 등이다. 그 동안 제1야당은 우측으로만 가려고 했지 이미 자신이 중앙에서 우측으로 가있다는 사실을 숨겨왔다. 통합과 혁신이 비주류 기회주의자들과 언론의 집중적인 지원을 받고 있는 보수주의자 안철수는 아니다. 대한민국을 불평등과 차별, 부정의와 반칙이 넘쳐나는 헬조선으로 만든 것은 야당의 미래가 우측으로 옮기는 것에 있다고 주장한 회색분자들이다.

 

 

나가라, 나가라, 다 나가라!!

 

 

 

 

P.S. 정당 득표에 대한 비례성이 정확히 반영되지 않는 한 총선과 대선은 성격이 다른 정치이벤트입니다. 박근혜와 새누리당이 지역구 조정에서 득표의 비례성을 반영하지 않기 때문에 총선은 지지자의 결집이 우선입니다. 총선 투표율이 50%대에 머문다는 것도 고려해야 합니다. 대선은 아직 많이 남았기 때문에 총선 승리에 집중해야 합니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1. 耽讀 2015.12.16 07:56 신고

    새정치+정의당+노동당+녹색당
    새누리+안철수+비주류(특히 호남팔이들)+민주당(김민석류)+천정배+박주선+박준영

    이렇게 되어 맞짱 한 번 뜨면 좋겠습니다.

  2. 공수래공수거 2015.12.16 08:39 신고

    이합집산이 빨리 정리되고 전열을 가다듬어
    전략적 선거 대책을 빨리 세워야할때입니다

    빠를수록 좋습니다

    • 늙은도령 2015.12.16 18:12 신고

      문재인이 리더십을 보여줄 것이니 지켜보면서 응원만 하면 잘 될 것입니다.
      이제부터는 본격적인 전투에 들어섰으니 흔들리지 않고 갈 것입니다.

  3. 술맛을 알아? 2015.12.16 19:01

    어제 암철수때문에 종일 살기가 올라오더니만
    떨거지들 행태들에는 그저 웃음밖에 안나오네요
    알아서 분리수거 돼주시니 고맙긴 한데 쓰뤠기
    매립장으로 가는 길이 너무 멀게만 느껴집니다.

    • 늙은도령 2015.12.17 00:15 신고

      많은 사람들이 입당하면서 문재인에게 힘이 실리고 있습니다.
      이제부터는 잘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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