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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효과

불평등과 양극화가 줄어들고 있다는 두 가지 신호 현대의 경제학은 불평등을 성장의 동력처럼 바람직한 것으로 보느냐(영미식 경제학, 낙수효과), 아니면 성장을 저해하고 갈등을 증가시키는 바람직하지 못한 것으로 보느냐(그밖의 경제학, 분수효과)로 구분됩니다. 절대적 기준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최근에 들어 노벨경제학상을 차지하는 경제학자들을 보면 불평등을, 특히 불평등의 확대를 바람직하지 않은 것으로 보는 학자만이 수상자가 된다는 점에서 인류가 추구해야 할 경제적 지향점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말해줍니다. 《21세기 자본》을 쓴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는 보수로 분류(영미식 자본주의가 극성을 부리고 있는 대한민국이라면 진보)되지만, 그 역시 불평등을 줄이는데 적극적으로 동의합니다. 인간이 노동의욕을 잃지 않는 정도의 불평등만 인정하는 그는 낙수효과라는 허구.. 더보기
민간이 아닌 정부만이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 유승민은 경제학 박사라고 하지만 대선후보 TV토론에서 나온 말들과 평상시에 했던 말들 사이에는 논리적 모순이 자리하고 있음에도 그것을 깨닫지 못한다는 점에서 사이비가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듭니다. 유승민은 '중부담 중복지'를 실현하기 위해 증세ㅡ이것은 대단히 전향적이어서 칭찬받아 마땅하다ㅡ를 하겠다지만, 그렇게 좋아질 복지에도 양질의 일자리 제공이라는 '노동복지'가 있음을 부정하는 발언을 계속하는 것도 사이비라는 느낌을 더욱 강하게 만듭니다. 유승민은 또한 성장지상주의의 절대교리였던 낙수효과가 작동한 적이 없어 지금과 같은 양극화가 초래됐고, 경제학이 절대 다루지 못해 인구와 함께 외부효과로 돌려버린 과학기술의 발전(슘페터가 말한 창조적 파괴의 원천)으로 양질의 일자리가 지속적으로 줄어들었고, 자본주의 황.. 더보기
김병관의 말이 사실이라면 더민주를 지지할 이유란 없다 팟캐스트 에 출현한 김병관 청년위원장의 말이 사실이라면 더민주는 사드 반대 당론을 채택하지 못한다. 김병관도 사드 배치에는 반대하지만 당론 채택에는 반대한다는 언어적 유희만 되풀이하며 반대 여론이 찬성 여론을 넘지 않은 한 당론 채택은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유체이탈화법을 쓰는 것이 박근혜만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해준 김병관의 말은, 더민주 스스로 여론을 만들 능력이 없다는 것을 자인한 꼴이다. 김병관의 논리를 세월호특별법 개정에 적용하면 더민주가 소극적인 자세를 유지하는 이유를 알 수 있다. 세월호참사가 지겹다는 것이 대세인 상황에서 더민주가 세월호특별법 개정에 적극적으로 나서면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기 때문에 세월호유족의 단식을 외면하는 것이 정권 탈환에 유리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할 것이다(김종인.. 더보기
검찰은 왜 성완종 주변만 어슬렁거릴까? 많은 언론과 전문가, 논객들이 검찰 수사가 산으로 간 이유에 대해 이런저런 논평과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저 또한 정치검찰의 수사가 산으로 가는 이유는 박근혜 정부의 정통성이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는 취지의 글들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정치검찰로서는 성완종 리스트로부터 '박근혜 여왕 구하기'가 최우선 과제일 테니 이런 분석들은 당연한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 검사 출신 의원들의 참여정부 원죄론 제시와 이를 확대재생산한 조중동과 종편, 보도채널의 눈물 나는 박비어천가 타령 덕분에 박근혜는 사건의 본질에서 벗어났습니다. 문재인 대표의 발언이 갈수록 수위가 높아지는 것이 두렵겠지만, 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이 승리하면 박근혜는 대국민사과가 아닌 유감 표명과 단호한 부패척결 의지를 표명하는 정도에서 자신과의 선.. 더보기
왜 각국 정부는 임금상승으로 돌아섰는가? 영미식 신자유주의 40년 동안 친기업적인 각국 정부들이 재계를 압박해서 임금 상승을 압박하고, 지난 40년의 최대 피해자인 저임금 노동자를 위해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하고 있습니다. 그 동안 각국 정부는 법인세를 인하하고, 부자증세를 미루고, 규제완화와 노동유연화에 매진함으로써 신자유주의 시장경제(부정적 세계화)를 추구했습니다. 각국 정부가 지난 40년의 패러다임이 경쟁을 극대화해 경제규모를 늘리는 방향으로 폭주할 수 있었던 것은 낙수효과(존 밀스의 《정의론》에서 개념화)를 믿었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경제규모(파이)가 커지면 상당한 양의 조각들이 흘러넘쳐 전 국민의 부가 늘어날 것이라는 사이비 경제학자들의 궤변에 속았던 것입니다(속은 척하며 이익을 탐했을 가능성이 더 높지만). 빚도 자산이라는 신용창출의 .. 더보기
노무현과 문재인의 꿈, 퍽 유어 머니를 아십니까? ‘퍽 유어 머니(Fuck your money)’라는 말이 있다. 노예 계약에서 벗어나서 빅토리아 시대 신사처럼 살 수 있게 해줄 수 있는 돈을 의미한다. 그것은 일종의 심리적 완충장치다. 멋대로 펑펑 쓰고 살 만큼은 안 되지만, 월급에 목을 매지 않고 새로운 직업을 선택할 자유를 줄 만큼은 되는 돈이다. 그것은 돈에 영혼을 파는 것을 막아 주며, 외부의 권위–어떤 외부의 권위든 간에–로부터 당신을 자유롭게 해준다. 위의 인용문은 2008년 금융위기를 예견해서 ‘월가의 현자’로 불리는 탈레브의 《블랙스완》에 나오는 내용이다. 자유주의적 진보가 추구하는 목표를 압축적으로 표현해준 위의 인용문은, 모든 것에 가격이 매겨져 돈이 없으면 살 수 없는 신자유주의 세상에서 자유를 행사할 수 있는 최저 수준의 삶의 조..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