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과 함께 인간이 인간에게 가할 수 있는 최악의 범죄인 성폭력은 인류의 역사만큼 길고 육체보다 영혼에 가해지는 상처가 더욱 크다는 점에서 피해자 받은 상처를 최소화할 수 있는 노력들이 중요합니다. 특히 피해자의 대부분이 여성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가해자의 처벌만큼 영혼의 치유에도 최고의 노력이 기울어져야 합니다.





이런 면에서 볼 때 독일에서 귀국한 조카가 졸업에 맞춰 받았던 성교육은 가히 혁명적이라고 할 만큼 파격적이었고 감동적이었습니다. 조카는 여학생들만 참여할 수 있었던 마지막 성교육에서 자신과 비슷한 또래의 성폭력 피해여성(백인과 흑인, 황인으로 구성된 3명의 여성)들로부터 가장 슬프고도 아름다운 얘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성폭력 피해자 중 한 명은 몸에 남아있는 성폭력 증거들이 사라지지 않도록 곧바로 경찰서에 출두했다고 합니다. 그 과정에서 곱지 않은 시선을 받기도 했지만, 가해자를 신속히 체포할 수 있었고, 추가범죄의 가능성을 원천차단할 수 있었습니다. 그녀는 성폭력 피해자가 취해야 할 행동의 모범사례를 보여주었습니다. 



그녀의 입장에서 성폭력을 당한 것이 억울하고 분하지만, 그것은 짐승과 다를 것이 없는 가해자의 책임이며, 자신이 당한 성폭행이 결코 창피하거나 숨겨야 할 일이 아니라는 분명한 인식과 정확한 상황판단이 있었기에 그녀는 성폭력에 대처하는 최상의 행동을 보여줄 수 있었습니다. 

  


그들이 조카에게 들려준 얘기는 성폭력에 대한 일반적 편견과 고정된 인식을 타파하는 것들로 이루어졌고, 여성의 몸은 너무나 소중한 것이서 어떤 종류의 강제적인 폭력으로부터 예속받지 않는다는 사실을 일깨워주었습니다. 그들은 공개적인 자리에서 자신의 겪은 일을 담담히 들려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진정한 극복이 무엇인지를 감동적으로 보여주었습니다.





성폭력 피해여성들이 가족과 사회, 정부의 도움을 받아 끔찍한 폭력에서 자유로워질 때 진정한 극복이 가능하다는 그들의 얘기는 성폭력 신고율이 1.1%(성범죄 전체로는 10%)에 불과하고, 신고된 성범죄가 법정까지 가는 비율이 20%대에 머무르며, 사법부의 형량마저 형편없이 낮고, 집권여당의 또 다른 이름이 성누리당과 색누리당인 한국과 비교하면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성폭력을 당한 여성들을 보호하고 정상적인 삶으로 하루빨리 돌아가도록 도와주지 못할망정, 그들에게서 책임의 일단이라도 찾으려는 한국사회의 야만성은 성폭력 가해자들의 단죄는커녕 피해자에게 낙인을 찍는 일이어서 어떤 것으로도 용납될 수 없는 최악의 범죄라 할 수 있습니다. 처벌은 당연하며, 엄격해야 합니다. 



최악의 슈퍼갑질인 성폭력은 철저하게 가해자의 책임이며, 그것 때문에 피해자가 불이익을 당해서는 안 됩니다. 당사자가 원하지 않는데 강제적이고 폭력적으로 성관계를 자행했다면, 그 사실을 인지한 모두가 가해자를 처벌하는데 협조해야 하고, 피해자가 최대한 빨리 훌훌 털고 평상의 삶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합니다.





성폭력의 반 이상을 아는 사람이 일으킨다는 것을 감안할 때, 피해를 숨기지 않는 것이 제일 중요합니다. 조카가 독일에서 들은 성교육처럼, 우리나라에서도 성폭력 피해여성들이 자신의 얘기를 담담하게 들려줌으로써 과거의 상처에서 자유로워지고 미래의 피해를 줄일 수 있을 때, 대한민국은 성범죄 1위라는 최악의 오명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성범죄를 영원히 없앨 수 없다면 최대한 줄이는데 노력해야 하며, 그 출발은 피해자 여성들이 성범죄를 당한 것을 고발하는 것이 자연스러워지는 사회적 인식과 제도가 보편화돼야 합니다. 특히 성폭력일 경우 더욱 그러합니다. 그럴 때만이 성범죄는 줄어들고, 성폭력을 근절할 수 있습니다.  



글을 마치면서 조카와 졸업생들을 위해 자신의 경험을 기꺼이 공유한 세 명의 여성들에게 경의와 존경, 고마움을 표합니다. 진정한 용기와 극복이 무엇인지를 보여준 당신들로 해서 남성의 일원이자 개인으로서도, 종으로서의 인류에게도 아직은 희망이 있다는 것을 배웁니다.  



P.S. 서울시 공립학교에서 벌어진 성범죄가 독일이나 유럽의 선진국가에서 일어났다면 그 학교는 무조건 폐교됩니다. 가해자와 책임자의 처벌 정도가 아니라 범정부 차원에서 원인 분석과 재발 방지를 위한 조치들이 취해집니다. 여성 대통령이 10명 정도 연속으로 나와도 지금의 박근혜처럼 하면 아무런 소용이 없고, 성범죄의 정당이 집권여당인 상황에서는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습니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1. 공수래공수거 2015.08.12 08:34 신고

    잘은 모르고 확실하지 않지만 어제 탈주성폭행범을
    자수시킨 여성분도 그런 마음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 늙은도령 2015.08.12 16:18 신고

      성폭행범을 처벌하려면 여성이 신고를 꺼리지 않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돼야 합니다.
      그래야 성폭행이 줄어듭니다.

  2. 참교육 2015.08.12 09:19 신고

    무터킨더 박성숙님의 독이교육이야기를 읽고 충격을 받았던 일이 있습니다.
    성교육한다면서 한겨레신문이 보도한 우리나라 성교육지침서를 보면 참으로 기가 막힙니다.

    • 늙은도령 2015.08.12 16:20 신고

      네, 우리나라 성교육은 성교육도 아닙니다.
      기본적으로 성폭력의 개념부터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근본적인 인식의 결여가 곳곳에서 보여집니다.

  3. slumber 2017.06.10 19:50

    우리나라는 아직도 유교사상이 남아있어 성폭행을 당한 여자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고 여자가 몸가짐을 못하니까 성폭행을 당했다고 비난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앞으로 우리나라도 성폭력에 대한 교육뿐 아니라 인식도 바뀌어야 성폭행 피해자들이 마음의 상처도 치료할 수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주재한 ‘메르스 긴급 상황점검(?)회의’에서 환자가 발생한 병원의 명단 공개는 득보다 실이 크다는 판단에 따라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대통령과 관계부처 공무원 및 관련 전문가들이 모인 회의에서 나온 결정이라면 국민이 납득할 만한 명확한 근거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것은 찾을 수 없었습니다.





오직 김홍빈 분당서울대병원 감염내과장과 김우주 대한감염학회 이사장 등 회의에 참석한 민간전문가들의 발언에서 이런 결정이 나온 근거를 유추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들은 ‘국민의 입장은 이해하지만, 명단이 공개되면 사람들이 찾지 않을 것이고, 병원들은 메르스 환자를 받지 않겠다는 등의 부작용이 예상되기 때문에 득보다 실이 크다고 판단’했답니다.



WHO(세계보건기구)도 명단 공개를 권고하는 상황에서 대체 이게 무슨 말입니까? 메르스의 급속 확산에 따른 국민의 불안과 공포의 총합보다 병원들이 받게 될 불이익이 더 크다는 것일까요? 아니면 명단에서 빠진 병원들이 벌떼처럼 몰려들 메르스 의심 환자들을 감당할 수 없어 반인륜적이고 파렴치한 행태를 저지를 수 있다는 것일까요?



대체 메르스 확산에 어떤 병원(프레시안이 공개했다)이 포함돼 있기에 '메르스 긴급 상황점검회의'까지 열어 명단을 공개하라는 국내외의 요구와 권리행사를 무시하는 것일까요? 명단 공개 불허로 국제적인 불신을 자초할 만큼 해당 병원들이 절대적 위지를 차지하고 있는 것일까요? 그들이 받을 불이익이 명단에 포함되지 않은 병원들이 뒤집어쓸 불이익보다 크다는 것일까요?  





해당 병원에 입원 중인 환자들이 입을 수도 있는 불이익과 정보 부재로 국민이 겪어야 할 불안과 공포의 총합보다 더 크다는 것일까요? 정말 그것이 문제라면 정부는 무슨 수로 전국에 메르스 환자를 치료하기 위한 거점병원은 지정하겠다는 것일까요? 최악의 경우 경남의료원을 강제 폐원할 때 홍준표가 보여준 놀라운 입원환자 (강제)이송기술을 벤치마켕하면 되는 것 아닙니까(대신 홍준표의 주민소환은 반드시 성공시키고요)?



그것도 아니라면 메르스 감염이 의심되는 사람들이 전국의 중대형병원을 거의 다 찾아갔기 때문에 명단을 공개하면 남는 병원이 없다는 뜻일까요? 반대로 그들이 찾아간 병원들을 확인할 방법이 없어 명단 작성조차 불가능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은 아닐까요? 2003년에는 제대로 작동했던 방역체계가 이번에는 작동하지 않은 것이 아닐까요?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을 때 청와대는 재난구조의 컨트롤 타워가 아니라고 했기 때문에, 첫 번째 메르스 확진환자가 나온 이후 13일이 지나서야 컨트롤 타워를 구축하는 무능함을 감추기 위함일까요? 아니면 정부의 초기대응부터 확산 방지까지 곳곳에 구멍이 뚫려있기 때문일까요?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정부가 특정 병원의 이익을 대변하는 집단이 아닌 이상, 명단 공개가 ‘득보다 실이 크다’라는 결정에 대해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명확한 근거를 제시해야 합니다. 정부의 발표처럼 메르스 감염이 병원 내에서만 일어난다면 입원환자와 가족들, 직원들을 위해서라도 명단을 공개해야 합니다.



‘소나기는 피하고 보자’는 얄팍한 계산이 이번 결정에 작용하지는 않았겠지만, 정부가 국민의 불신과 혼란을 잠재우려면 어떤 근거로 명단 공개가 ‘득보다 실이 크다’는 결론이 이르렀는지 국민에게 소상히 밝혀야 합니다. 정부와 국민간의 신뢰가 무너지면 어떤 처방과 대책도 성공할 수 없습니다.



국민의 동의를 구하지 않는 통치란 민주주의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국민을 지배나 통치의 대상으로 보거나, 작금의 상황이 국법이 정지되는 ‘예외상태’에 준하지 않는 이상, 대통령과 청와대는 WHO를 비롯해 국내외의 요구를 거부한 채 명단 공개가 ‘득보다 실이 크다’는 결론을 내린 명확한 근거를 국민에게 제시하고 동의를 구해야 합니다. 




P.S. 오늘 박근혜가 '메르스 긴급 상황점검회의'를 주재했는데, 이것에서 유추할 수 있는 것은 내각을 총괄하는 총리가 없어 메르스 화산의 골든타임을 놓쳤다고 하기 위한 사전포석일 수도 있습니다. 청와대가 온갖 부적격 요소가 넘쳐나는 황교안을 인사청문회에서 떨어뜨리지 말고 빨리 통과시켜달라고 요구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1. 뉴론♥ 2015.06.04 06:31 신고

    메르스가 요즘 큰문제 더군여 요즘같은 시절에는 집에 조용희 있는게 좋긴 하네여
    공개해도 좋치 않은점도 더 많이 생길거 같더군요

    • 늙은도령 2015.06.04 15:12 신고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전 세계가 공개를 요구하는 것은 비밀유지보다 공개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기 때문입니다.
      비밀을 유지하는 바람에 더 많은 피해자가 나오면 누가 책임져야 합니까?

  2. 耽讀 2015.06.04 06:56 신고

    미군 탄저균과 황교안 청문회가 있습니다.

  3. 공수래공수거 2015.06.04 08:42 신고

    이건 완전히 독재 시대에 살고 있는 느낌입니다
    병원을 알려고 하면 금방 알수도 있는데 이걸 겅개하면 유언비어 유포로
    잡아 넣을것이라고 협박하고
    아뭏든 음모론이 전혀 얼토당토않은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합니다

    • 늙은도령 2015.06.04 15:14 신고

      네, 갈수록 의심스러운 점들이 늘고 있습니다.
      총리가 없어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고 할지도 모릅니다, 청문회에서.

  4. 바람 언덕 2015.06.04 11:01 신고

    상식의 실종...
    이 하나로 모든 것이 설명이 될 듯 합니다.

  5. 루비™ 2015.06.04 12:50 신고

    얼른 명단공개를 했으면 좋겠어요.
    부작용 때문에 명단 공개를 꺼리다가 전국으로 확산될 판인데....
    메르스 정말 무섭습니다..ㅠㅠ

    • 늙은도령 2015.06.04 15:17 신고

      정말 문제입니다.
      이런 식이라면 어디까지 갈지 예상이 힘듭니다.

  6. 『방쌤』 2015.06.04 13:06 신고

    과연...
    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걸까요
    일단 다수 국민은 아니네요

  7. 소스킹 2015.06.04 14:35 신고

    신속하고 정확한 대처없이 공포스런 분위기만 키우고 있는 것 같아요...

  8. 정치플레이 2015.06.04 14:51

    혹시... 성완종 수사에서 추가적으로 박근혜와 관련된 뭔가가 나오지 않았을까요? 성완종 수사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던 차에 조금 앞뒤가 안맞는 메르스 사건(사실 정부가 이렇게까지 무능하리란 생각은 안듭니다)... 국민의 관심을 한방에 돌리기에 너무도 강력한 소재이고 하다보니... 수사에서 강력한 뭔가가 나왔기때문이 아닐런지....

    • 늙은도령 2015.06.04 15:21 신고

      어떤 음모론도 가능한 상황입니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다반사로 벌어지기 때문입니다.

  9. 프리뷰 2015.06.04 15:59 신고

    메르스가 심각합니다.
    모두들 조심 하세요~!!

  10. 목요일. 2015.06.04 16:18 신고

    아 진짜 영화 감기 꼴 날까봐 걱정입니당..

  11. 티스토리 운영자 2015.06.05 16:44 신고

    안녕하세요, TISTORY입니다. 이 게시글의 이미지가 6월 6일, 7일 이틀간 티스토리 앱 카테고리 배경이미지로 소개될 예정입니다. 항상 좋은 글과 사진으로 활동해주셔서 감사합니다.

  12. 하시루켄 2015.06.05 23:47 신고

    병원 이름을 안 알려주려면 대응을 확실히 하던지 해야하는데 숨기다가 사람들이 그 병원에 가서 감염자가 더 확산되면 어쩌려고 이러는지...
    처음 감염자가 발견되었을땐 이렇게까지 확산될줄은 정말 몰랐는데 세월호 때도 그렇고 정부의 대처능력이 아주 엉망인거 같네요.

    • 늙은도령 2015.06.06 01:07 신고

      오늘 KBS심야토론을 보니까 전문가들이라고 하는 자들이 너무 낙관적으로 얘기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들이 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전문가이니 행세하며 자신의 이익만 노리고 있습니다.
      무책임한 발언들은 오류와 모순이 난무하는데 어떻게 이런 자들이 전문가인지 모르겠습니다.
      문제의 근원이 이들일 수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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